주문
원고와 피고 사단법인 B 사이에서,
피고 사단법인 B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8. 9. 21.자 대기발령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 사단법인 B가 피고 C에 대하여 한 2018. 9. 28.자 사단법인 D 본부장 임명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원고가 사단법인 D의 본부장임을 확인한다.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청구 및 피고 사단법인 B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아래와 같이 부담한다.
원고와 피고 사단법인 B 사이에서 생긴 부분 중 20%는 원고가, 나머지 80%는 피고 사단법인 B가 부담한다.
원고와 피고 C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한다.
제1항 및 피고들은 원고에게 1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정정 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는 2018. 1.경부터 사단법인 D(이하 'D'라고 한다)의 대표자로서 본부장을 맡아 왔다.
피고 사단법인 B(이하 '피고 B'라고 한다)는 E을 위한 복지증진 및 권익옹호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법인이고, 피고 C은 2018. 9. 28. 피고의 중앙회장 및 대표권 있는 이사 직무대행자인 F에 의하여 D의 본부장으로 임명된 사람이다.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 및 피고 C에 대한 본부장 임명처분
원고의 부(父)인 G은 2006. 9.경부터 D의 본부장을 맡아오다가 2017. 11. 20. 피고 B의 총회에서 피고 B의 대표권 있는 이사로 선출되었다.
H은 2017. 11. 20. 당시 G과 함께 피고 B의 중앙회장 선거에 입후보하였던 사람이다. H은 선거무효확인의 소(서울남부지방법원 2017가합113700호)를 제기하면서, G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서울남부지방법원 2017카합20458호)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18. 6. 1.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가합113700호 사건의 판결 확정시까지 G의 피고 B의 중앙회장 및 이사로서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위 직무집행정지기간 중 변호사 F을 피고 B의 중앙회장 및 대표권 있는 이사 직무대행자로 선임하는 결정을 하였다. 한편, 피고 B의 회원인 I, J도 G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가처분 신청(서울남부지방법원 2018카합90호)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18. 9. 13.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가합113700호 사건의 판결 확정시까지 G의 피고 B의 중앙회장 및 이사로서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위 직무집행정지기간 중 변호사 F을 피고 B의 중앙회장 및 대표권 있는 이사 직무대행자로 선임하는 결정(이하 위 각 가처분결정을 합하여 '이 사건 각 가처분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피고 B는 2018. 6. 21. 이사회를 개최하여 'G(D)에 대한 감사' 등을 결의하였다.
피고 B의 중앙회장 및 대표권 있는 이사 직무대행자(이하 '피고 B의 직무대행자'라고 한다)인 F은 2018. 9. 21. 원고에게 D 본부장직으로부터 대기발령(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이라 한다)을 통보하고, 그 후 2018. 9. 28. 피고 B의 부장인 피고 C을 D 본부장으로 임명(이하 '이 사건 본부장 임명처분'이라 한다)하였으며, 같은 날 D의 사업자등록상 대표자 명의를 원고로부터 피고 C으로 변경하였다.
피고 B의 정관 등의 주요 내용
피고 B의 정관, 인사규정, 직원복무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별지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6, 7, 8, 16, 43, 44호증, 을 제1, 2호증(가지 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대기발령 및 본부장 임명처분 등의 효력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대기발령 처분 및 본부장 임명처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 B에 대하여 이 사건 대기발령 및 본부장 임명처분의 무효 확인, 그리고 원고가 여전히 D의 본부장이라는 점에 대한 확인을 구한다.
D는 형식적으로 피고 B의 산하기관처럼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원고의 개인 사업체로서 피고 B와 별개로 독자적으로 경영되어 왔으므로 피고 B가 D의 대표자인 본부장에 대하여 대기발령처분을 할 권한이 없다.
피고 B의 직무대행자는 '통상의 사무'만 처리할 수 있는데, 이 사건 대기발령 및 본부장 임명처분은 직무대행자의 권한범위 내인 '통상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무효이다.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은 그 실질상 피고 C에 대한 본부장 임명처분과 결합하여 D의 대표자를 원고에게 피고 C으로 변경한 것이다. 그런데, 피고 B가 원고에게 대기발령을 할 만한 실체적인 사유가 없으므로 이는 산하 사업부에 대한 관리감독권 남용에 해당하고, 대기발령처분의 근거가 된 '피고 B의 2018. 6. 21. 자 이사회결의'도 법원의 판결을 통해 위법·무효라고 확인되었으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은 무효이다. 또한,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은 그 실질상 원고를 본부장직에서 '직위해제'한 것으로 '징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인사규정에 명시된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고 원고에게 소명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이다. 이 사건 대기발령 및 본부장 임명처분은 피고 B나 D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사항이므로 정관 제22조 제9호에 따라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나,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이다.
피고 C은 D의 대표자로서 이를 관리할 전문성이나 업무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고, 이미 피고 B의 부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본부장 임명처분은 직원복무규정 제5조(겸직금지)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피고 B와 D의 관계
원고는 "D가 형식적으로 피고 B의 산하기관처럼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원고의 개인사업체로서 피고 B와는 별개로 독자적으로 경영되어 왔으므로 피고 B가 D의 대표자인 본부장에 대하여 대기발령처분을 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피고 B와 D의 관계는 이 사건 각 처분의 효력에 관한 판단의 전제가 되므로 먼저 이 점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갑 제2, 3, 10, 1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① D가 피고 B와 별도로 '사단법인 D'로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고, 소속 근로자에 대해 자체적으로 4대 보험을 가입하고 있는 사실, ② D가 2015. 11. 11. 피고 B에 6,450만 원을 대여하고 금전차용증서를 작성하기도 한 사실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앞서 든 증거들, 을 제5, 6, 13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각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비록 D가 일정 정도의 재량과 운영상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D는 단순히 형식뿐만 아니라 그 실질에 있어서도 피고 B의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받는 산하기관으로 봄이 상당하고, 앞서 본 별도의 사업자등록과 4대 보험 가입 등의 사실만으로 D와 피고 B의 관계를 달리 볼 수는 없다.
G은 2010. 3. 9. 피고 B에 본봉기, 재단기, 프레스 등 D 운영에 필요한 생산설비 등을 무상으로 출연하였다. 당시 D의 대표자였던 G과 피고 B 회장 K은 별도의 약정을 체결하였는데, 거기에는 "G이 D를 운영하면서 피고 B에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책임을 지고, 피고 B는 D에 지정되어 관리하는 품목에 대해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피고 B는 D의 영업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은 관여하지 않으며 D는 피고 B에 복지기금으로 수의계약 및 입찰에 의한 판매총액의 3%를 기부금으로 송금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피고 B가 2011. 1. 19. D를 포함하여 인쇄, 용역 등 피고 B 산하 사업부에 "피고 B가 2010. 3. 9. 과거 관행대로 산하 사업부와 약정서를 체결하였으나, 향후 피고 B가 각 사업부를 직접 관리·감독체제로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되어 약정해지 공문을 발송합니다. 약정해지는 1차 회의를 거쳐 통과되었고 의견이 있으신 사업부는 2011년 1월 26일까지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이에 대하여 D가 별도의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 B는 2012.부터 2017.경까지 계속하여 D를 포함하여 인쇄, 용역, 가구 등 피고 B 산하 사업부에 업무지침을 통지해왔고, 주기적으로 피고 B 사무실에서 산하 사업부로부터 매출실적, 영업활동 내용 등에 관한 업무보고를 받았으며 함께 모여 산하 사업부의 운영에 관한 회의를 해왔다.
G은 2013.경 'G과 피고 B의 대표자였던 K이 공모하여 피고 B의 명의를 대여받아 국가기관 등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물품대금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등의 사기,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G은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고합458)에서 위 내용의 범죄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4노805)에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대법원(대법원 2014도14842)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고 B가 2010. 3. 5.경 업무보고회를 개최하여 '향후 B가 직접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면 관련 법규 위반으로 사업부의 운영이 중단되고 폐쇄된다. 양도, 양수 내지 기부에 의하여 사업부의 자산을 B의 순수자산으로 전환되도록 신청한다'는 등의 사항을 회의안건으로 삼아 가결시켰고 이러한 내용을 각 사업부별로 설명한 점, 피고 B 산하 다른 사업부를 운영해왔던 본부장들 중 일부는 과거에 '피고 B의 명의를 대여받아 국가기관 등과 수의계약을 체결하여 그 대금 상당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므로 이러한 의결사항을 수용할 이유가 있었고, G의 경우에는 2006.경부터 D를 운영해왔는데 그 사업시작 경위, 투자금액의 규모, 영업기간, 총 영업수익 등을 감안할 때 초기 수익금을 거의 회수한 것으로 보여 봉제설비 등을 무상으로 피고 B에 출연할 동기가 충분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2010. 3. 9.자 봉제설비 무상출연 증서 등을 작성한 양 당사자들 모두 이를 진정한 의사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반증이 없으므로 처분문서의 문언대로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하여, 위 2010. 3. 9.자 재산출연약정은 유효하고, 이 무렵부터 종전과는 달리 D의 생산시설을 B의 기본재산으로 편입하여 사업부 조직을 개편하고, G 등에게 사업 본부장의 지위를 취득하게 하면서 상호관계를 명시한 약정서 등을 작성하였으므로 이는 종전의 명의대여 약정과는 달리 보아야 한다.
재산출연 당시 별도로 체결된 약정서에서 '사업부 회계에서 매출의 3%를 B에 지급하도록 규정'한 것은 비영리공익법인인 피고 B가 사회복지사업법 등의 관련 규정에 따라 수익사업부분에서 법인회계에 이전할 수익의 규모를 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B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부가 이를 변상하도록 규정'한 것은 사업부의 영업실패로 인하여 B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에 대비한 규정으로 이해되며, '사업부 주도에 의한 영업활동을 규정'한 것은 G이 D의 생산시설을 피고 B의 사업부로 편입했다고 하더라도 사업경험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장애인단체의 여건상 각 사업부를 운영해온 사람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계속 활용하여 비교적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을 예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대신에 피고 B는 위 약정을 통해 광범위한 재량을 갖는 사업부 책임자에게 엄격한 배상책임을 지우는 조항을 두는 한편으로 연례적인 사업부 업무보고회 등의 방법으로 사업부를 관리·감독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위 약정 중 위와 같은 내용이나 사업부 영업활동의 외형만을 두고, 위 약정을 종전의 명의대여 약정과 동일하게 평가 할 수는 없다.
따라서 "D가 형식적으로만 피고 B의 산하기관처럼 되어 있고 실제로는 원고의 개인 사업체로서 독자적으로 경영되어 왔으므로 피고 B가 D의 대표자인 본부장에 대하여 대기발령처분을 할 권한이 없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직무대행자의 통상사무를 벗어난 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
법인의 이사의 직무대행자는 단지 피대행자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임시의 지위에 놓여 있음에 불과하므로, 가처분명령에 다른 정함이 있거나 법원의 허가를 얻은 경우 외에는 법인의 통상사무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를 하지 못한다(민법 제60조의 2 제1항). 여기에서 '통상사무'라고 함은 법인을 종전과 같이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리하는 한도 내에서 법인의 통상업무에 속하는 사무만을 의미하고, 법인의 근간인 정관이나 이사회 구성 자체를 변경하거나 또는 임원의 해임 및 선임 등의 임원진 구성 변경을 위한 임시총회를 소집하는 행위 등을 법인의 통상사무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5. 4. 14. 선고 94다12371 판결, 대법원 2011. 9. 20.자 2011마1438 결정,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다22005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이 사건을 본다. 피고 B의 직무대행자인 F은 해당 가처분결정에서 달리 정하거나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이상 피고 B를 종전과 같이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리하는 한도 내에서 피고 B의 통상업무에 속하는 사무만을 수행할 수 있고, 이를 넘어서는 행위를 할 수는 없다.
살피건대, 피고 B 산하의 일부 사업부가 과거에 '피고 B로부터 명의를 대여받아 국가기관 등의 수의계약 등을 맺고 물품 등을 납품한 행위' 등으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고 그 후 산하 사업부 운영에 필요한 설비 등을 피고 B에 무상으로 출연하고 피고 B의 산하기관으로 편입된 사실, G도 위 2010. 3. 9.자 재산출연을 통해 D를 피고 B의 산하기관으로 편입시켰으나, 같은 날 별도의 약정을 맺고 운영상 비교적 광범위한 재량과 독립성을 보장받기로 한 사실 등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 B 산하에 D 이외에도 인쇄, 용역, 가구사업부 등이 있으나 이러한 사업부의 수가 그리 많지 않고 과거 형사재판으로 기소된 사업부들은 대체로 D와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재산출연 및 약정 체결 경위, 피고 B와 D의 관계 및 운영형태, 피고 B 산하 사업부의 성격과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록 피고 B의 인사규정상 D의 대표자인 본부장이 피고 B의 임원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거나 산하 사업부의 본부장이 피고 B의 이사를 겸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 B의 직무대행자가 산하기관인 D의 본부장에 대하여 대기발령처분을 하고 새로운 본부장을 임명한 행위는 그 실질에 있어서 피고 B와 산하 사업부의 상호관계 및 피고 B의 경영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피고 B의 통상업무에 속하는 사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사건 각 가처분 결정에서 직무대행자의 권한범위에 관하여 달리 정한 바가 없고 직무대행자가 이 사건 대기발령 및 본부장 임명처분을 하면서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는 점에 관하여도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 및 본부장 임명처분은 피고 B의 직무대행자의 통상사무의 범위를 넘는 행위로서 법원의 허가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그 밖의 무효 주장 등에 관한 판단
대기발령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라도 취업규칙이나 인사관리규정 등에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 권한에 속하는 인사명령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처분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지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0. 6. 23. 선고 98다54960 판결,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용자의 인사명령에 속하는 불이익한 처분이 대기발령이나 보직의 해제와 같은 잠정적 처분인지, 전보 등 확정적 처분인지는 그 명칭과 상관없이 처분이 이루어진 구체적인 경위, 그로 인한 근로자 지위의 변화, 변경된 근로의 내용, 업무의 지속성 여부, 처분 당시 사용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것이다. 근로자에 대한 전직·전보처분,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인사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고,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 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대기발령과 같은 잠정적인 인사명령이 그 명령 당시에는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명령의 목적과 실제 기능, 그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와 같은 조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2. 23. 선고 2005다399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이 사건을 본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을 제26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각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은, 그것이 피고 B의 정관 등에 규정된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징계'나 '직위해제'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부여되는 잠정적 인사명령인 '대기발령'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대기발령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 대기발령의 실제 사유, 피고 B와 D의 관계 및 운영형태, 산하 사업부 본부장의 역할, 대기발령의 유지기간, 해당 처분 이후의 조치 등에 비추어 볼 때, 잠정적 인사명령의 한계를 일탈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피고 B의 직무대행자인 F은 2018. 9. 21. D의 대표자로서 본부장인 원고에게 '사업부 감사 및 업무지시 불이행'를 이유로 대기발령을 명하였다. 당시 대기발령 기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고, 약 10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대기발령기간을 제한하는 조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피고 B의 직무대행자인 F이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일로부터 불과 1주일 후인 2018. 9. 28. 피고C을 D의 본부장으로 임명하고 이러한 상태를 약 10개월 동안 계속 유지함으로써 이 사건 대기발령 처분 등을 통해 사실상 원고를 D의 본부장직에서 해직하고 본부장을 교체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였다.
피고 B의 직무대행자인 F은 이 사건 대기발령 처분을 하기 전에 원고에게 그 소명기회 등을 전혀 부여하지 않았고, 해당 공문에도 단지 '사업부 감사 및 업무지시 불이행'이라는 추상적인 이유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며, 실제 이 사건 소송에서도 원고의 업무지시 불이행이나 비위사실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원고의 아버지인 G이 피고 B의 중앙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중앙회장 직위를 둘러싼 법률적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대기발령 및 본부장 임명처분은 피고 B 이사회의 '2018. 6. 21.자 G(D)에 대한 감사 결의'에 따른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이다. G과 원고 등이 피고 B를 상대로 위 이사회결의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1심에서 소집절차상의 하자가 인정되어 G과 원고 등이 승소하였고(서울남부지방법원 2018가합108521), 피고 B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가 기각되었으며(서울고등법원 2019나2012464), 피고 B가 이에 불복하여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은 잠정적 인사명령의 한계를 일탈한 하자로 인해 원고가 주장하는 다른 절차적 하자 등의 무효사유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소결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은 피고 B 직무대행자의 권한범위인 통상의 사무에 속하지 않은 행위일 뿐만 아니라 잠정적 인사명령인 대기발령의 한계를 일탈한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이다. 피고 B의 피고 C에 대한 이 사건 본부장 임명처분은 그 시기의 인접성, 실제 목적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대기발령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역시 피고 B 직무대행자의 권한범위인 통상의 사무에 속하지 않은 행위이므로 무효이고, 원고가 여전히 D의 본부장의 직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 B가 위 각 처분의 효력과 원고의 지위를 다투고 있는 이상 위 각 처분은 원고의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며, 원고가 위 각 처분의 무효 확인 등을 구할 이익이 있다.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피고 B가 위법한 대기발령 및 본부장 임명처분을 통해 D의 대표자를 피고 C으로 변경한 다음 피고 C으로 하여금 D 명의 계좌의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출금을 정지하게 하였다. 이로 인해 D가 외주업체인 L, M 등에 임가공비를 제 때에 지급하지 못하였고, D의 근로자들에게 임금 19,815,948원을 제 때에 지급하지 못하였으며, D 계좌에서 피고 B 계좌로 3,800만 원, N 계좌로 3,000만 원이 이체되는 등의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들에게 위 손해 중 일부인 1천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피고 B의 이 사건 대기발령 및 본부장 임명처분이 무효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제출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피고 B의 위 각 처분으로 인해 D가 아니라 원고 개인에게 위와 같은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원고의 위 주장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또한 피고 C의 경우, 이 사건 각 처분의 주체가 아님이 분명하고 원고의 주장 자체로도 피고 C이 원고 개인에게 위와 같은 재산상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합리적인 법률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부분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며,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재호(재판장) 정예지 김현주
각주1) [별지] 피고 B가 2018. 9. 28. 피고 C을 D 본부장으로 임명하고 같은 날 사업자등록증상 대표자 명의를 원고로부터 피고 C으로 변경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사실상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