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판결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 9. 3. 선고 2019가단113541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3,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9. 1. 11.부터 2020. 9. 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망 H(아래에서는 '망인'이라고 한다)은 2017. 2.경 피고 G가 소유하는 어선 'I'(아래에서는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에서 선원으로 근무하였고, 이후 J 등에서 근무하다가 2017. 11. 16.부터 다시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여 연근해 채낚기 작업을 하였다. 망인과 피고는 보합제 방식(수익을 일정한 비율로 분배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망인이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할 당시 선주인 피고에게 선원법 제82조, 제87조가 정하는 건강진단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나.

이 사건 선박은 2019. 1. 9. 10:55경 구룡포항에서 출항하였고, 2019. 1. 11. 05:54경 저동항에 잠시 입항하였다가, 2시간 후인 2019. 1. 11. 07:53경 출항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여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 동방 약 54해리 부근 해상에서 채낚기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휴식을 취하던 중 2019. 1. 11. 18:00경 선실 내에서 피를 토하고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발견되었다(아래에서는 '이 사건 재해'라고 한다), 망인은 발견 직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양경찰 경비함정에 19:31경 이송되어 22:05경 후포항에 대기 중인 119구급차량을 통하여 같은 날 23:00경 K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이송과정에서 L병원과의 원격의료시스템 연결을 통해 망인에 대한 구강 내 토혈 및 이물질 제거의 응급처치가 이루어지고, 망인에 대한 혈압, 맥박, 체온 측정 등이 이루어졌다.

망인은 K병원에서 뇌경색, 뇌기저동맥의 폐쇄 및 협착 등의 진단을 받아 식물인간 상태에서 치료를 받다가 2019. 6. 10. 사망하였다.

다.

망인은 2017. 11.경 심장박동 이상으로 치료를 받았고, 2018. 11.경부터 협심증과 부정맥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2018. 11. 20.에는 M병원 응급실에서 심장 이상에 대한 검사를 권유받았으나 검사를 거부하였다. 망인은 고지혈증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라.

이 사건 선박은 당시 오징어 채낚기 조업을 하는 어선으로,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한 1월경에는 아침 7시경 출항하여 오후 6시부터 새벽 2~3시까지 조업을 하였다. 선원들은 출항한 때부터 오후 6시경 조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선실에서 잠을 자는 등 휴식을 취하고, 새벽 2~3시까지 조업을 한 후 입항하여 육상에서 하역작업을 하였다. 망인을 비롯한 선원들은 한달에 5~6일 정도 하선하여 휴일을 보냈고, 그 외에는 배에서 숙식을 해결하였다.

망인의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하기 전 12주 동안 1주 당 평균 근무시간이 36.67시간이었고, 5주전에서 1주전까지 4주간 1주일 당 평균 근무시간이 40시간이었는데, 사고 직전 1주일 동안의 업무시간은 57시간이었다. 망인은 이 사건 재해 발생 당일까지 13일 동안 휴일 없이 근무하였다.

마.

피고와 어선원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 N단체 경북지부는 이 사건 재해를 직무상 사망으로 보아 망인에 대한 급여를 결정하고,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법에 따라 ① 요양급여 합계 62,844,530원, ② 상병급여 합계 18,214,004원, ③ 유족급여금 202,675,200원, ④ 장례비 18,708,480원 등 합계 302,442,214원을 망인의 유족들에게 지급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의 유족급여 신청 당시 유족급여·장제비 청구서에 어선의 소유자로서 '그 청구서에 기재된 사실이 틀림없음을 확인한다'는 취지로 서명·날인하였다. 다만, 그 청구서에는 14개의 '상병발생형태' 중 하나에 표시가 되어 있지는 않았다.

N단체의 급여 결정 과정에 제출된 소견서에 의하면, 이 사건 재해(뇌경색)의 발병원인에 대하여 ① 망인에게 협심증, 부정맥이 있는 상태에서 과중한 업무가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작업이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어 급격하게 위 병증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고, 망인의 고지혈증에 비추어 동맥경화증이 있는 상태에서 협심증 및 부정맥으로 발생한 혈전으로 뇌경색이 발병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 ② 발병 직전 1주일 동안 평균 근무시간이 57시간이고 나머지 11주 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이 34.8시간으로서, 최근 1주일 동안 수행한 업무시간이 기존 업무시간에 비하여 30% 이상으로 단기 과로에 해당하고, 이러한 단기 과로가 협심증과 부정맥을 악화시키고 그로 인하여 뇌경색이 발병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 ③ 업무와 관련하여 돌발적 사건 또는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나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 만성적 업무요인으로 뇌경색이 발병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소견이 제시되었다.

바.

망인의 상속인으로는 7명의 형제자매인 원고들과 망 O이 있고, 망 O의 상속인으로서 망인의 대습상속인인 P와 자녀 2명이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갑 제11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을 제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Q의 일부 증언, N단체 경북지부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한편 선박소유자는 의료법에 따른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 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맞는 의사가 승무에 적당하다는 것을 증명한 건강진단서를 가진 사람만을 선원으로 승무시켜야 하고(선원법 제87조 제1항), 그 건강진단의 검진비용은 선박소유자가 부담한다(선원법 시행규칙 제55조 제2항), 선박소유자는 감염병, 정신질환, 그 밖의 질병을 가진 사람 중에서 승무가 곤란하다고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선원을 승무시켜서는 아니 된다(선원법 제82조 제3항, 다만 그에 따른 해양수산부령은 제정되어 있지 않다).

위의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선박의 소유자로서 망인과 보합제 방식으로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피고는 망인으로 하여금 피고의 비용으로 건강진단서를 발급받게 하여 해상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정도의 건강상태인지를 확인한 후 승선하게 하여야 하고, 만일 망인의 건강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승선하게 한 경우에는 망인의 건강상태에 관한 위험을 인수하여 망인의 건강상태 변화를 주시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면서 근로를 제공하게 하여야 할 것인바, 구체적으로는 작업 중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하는 등 안전하게 근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출항 이후에는 육지에서 격리되어 있는 선박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휴식 중이더라도 망인의 건강과 안전을 충분히 살펴서 만일 망인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경우 즉시 조치하여 그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는 등으로 선원근로계약에 부수한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재해 발생 당시 만 70세의 고령인 망인을 선원으로 승선하게 함에 있어 선원법이 정하는 건강진단서를 발급받게 하지 않았고, 그러한 경우 망인의 상태를 더욱 잘 살펴서 건강을 유지하면서 근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함에도, 협심증과 부정맥,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는 망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재해 직전 1주일 동안 57시간의 작업을 수행하게 하여 그 전 12주의 1주당 평균 근로시간보다 30% 이상 근로를 제공하게 하고 특히 이 사건 재해 직전 13일 동안 휴일 없이 작업을 수행하게 하였는바, 이러한 단기간의 과중한 업무는 망인이 가지는 기왕의 협심증과 부정맥을 급속도로 악화시켜 이 사건 재해에 이르는 원인이 되었다. 또한 망인이 피를 토하고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 발견되어 최초 발병 당시의 증상이나 최초 발병시점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보아, 발병 당시부터 상당 시간이 지난 이후에서야 발견되었고 그로 인하여 망인에 대한 응급처치 및 육상이송이 지연됨으로써 이 사건 재해로 인한 손해가 더욱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이러한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망인에게 이 사건 재해와 그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다고 보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재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위자료의 액수

1)

망인은 이 사건 재해로 5개월 간 식물인간 상태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였는데, 이 사건 재해 발생의 원인과 경위, 이 사건 재해 발생 이후의 경과 등을 고려하면, 망인과 망인의 형제들인 원고들이 이 사건 재해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그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망인은 협심증, 부정맥 증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고 고지혈증을 가진 상태에서 단기간의 업무 과중으로 위와 같은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어 이 사건 재해에 이르게 된 것인 점, 이 사건 재해가 선상에서 발생하는 바람에 망인에 대한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이 늦어진 사정이 있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재해로 인한 손해가 확대되기에 이른 점, 망인은 이 사건 재해 당시 만 70세의 고령이었던 점, 이 사건 재해에 대하여 N단체의 급여가 결정되었고, 그 과정에서 피고도 사용자로서 최대한 협조한 것으로 보이며, 원고들이 3억 원 이상을 유족급여 등으로 지급받기에 이른 점, 원고들은 망인의 형제들이기는 하나 모두 각각 별거하면서 생활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의 위자료 액수는 1,400만 원, 망인의 형제들인 원고들의 위자료 액수는 각 100만 원으로 정한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망인과 원고들이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았으므로, 위 법 제31조 제1항에 따라 선원법과 근로기준법에 따른 재해보상책임에서 면제되고,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보험급여 한도 내에서 민법 기타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지 재해보상을 구하는 취지는 아니고, 망인과 원고들이 수령한 보험급여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 중 망인과 원고들의 재산상 손해에 관한 것이므로, 원고들이 구하는 망인과 원고들의 위자료에서 공제될 것이 아니다.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소결론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재해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각 300만 원[망인의 위자료 상속분 각 200만 원(1,400만 원×1/7)+원고들 위자료 각 1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발생일인 2019. 1. 1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0. 9. 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하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위의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현의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