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4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사건정보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판결
사건
2019고단2869
판결선고
2020. 11. 20.
부산지방법원서부지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부산 강서구 B에 있는 자동화기계 제작업체인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로서 위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8. 5.경 D 주식회사와의 사이에 피고인이 부산 기장군 E에 있는 D 주식회사의 제2공장 설비 일체를 6,765,000,000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그곳에서 자동차 브레이크 부품 등 제조업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하였다.
피고인은 2018. 6. 18.경 부산 기장군 E에 있는 위 제2공장 사무실에서, ‘F’라는 상호로 절삭공구 도소매업체를 운영하는 피해자 G와의 사이에 ‘H’라는 상호의 장비 구매대행업체의 운영자 I 명의로 계측기 등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식회사 C가 피해자로부터 계측기 등 장비를 직접 공급받고 그 대금을 피해자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피고인은 2018. 6. 19.경 부산기장군 E에 있는 위 제2공장 사무실에서, 주식회사 C의 구매부 직원 J을 통하여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산타케이스 외 11종 등 장비를 부산 기장군 E에 있는 위 제2공장으로 공급해주면 그 대금을 정산하여 지급하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자신 및 주식회사 C 명의로 된 특별한 재산이 없었고, 주식회사 C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체불하고 있었으며, D 주식회사에게 지급하여야 할 설비 인수대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로부터 장비를 공급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시가 324,700원 상당의 산타케이스 외 11종 장비를 부산 기장군 E에 있는 위 제2공장에 공급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8. 29.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의 기재와 같이자신 또는 주식회사 C의 직원들을 통하여 피해자에게 총 25회에 걸쳐 위와 같이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합계 46,562,659원 상당의 장비를 공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J, K, G의 각 법정진술
계약서, 세금계산서, 부동산임대차계약서 등, 카카오톡 캡쳐 사진, 총 매출전표일보, 월별 매출원장 확인, 수사협조요청회신의 건, 물품매매계약서, 확약서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47조 제1항, 징역형 선택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등 참작)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인정 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이 인정된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C와 D 주식회사는 2018. 5. 2. D 주식회사가 설치 중이던 가공설비를 피고인이 이어 설치하되, 이후 8년간 위 가공설비를 이용한 가공품을 D 주식회사에 공급하는 내용의 매매계약 및 외주가공 도급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위 매매계약은 D 주식회사가 위 가공설비를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을 우선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피고인이 위 가공설비를 약 67억 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계약이다.
피고인이 계약금 중 일부인 9,500만 원만을 지급하고 나머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주식회사 C와 D 주식회사는 2018. 6. 12. 피고인이 매매대금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음을 확인하면서 2018. 6. 25.까지 6억 1,500만 원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장비를 포함한 6억 1,500만 원에 해당되는 금액이 D 주식회사에 손해배상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하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하였다.
피고인은 구매대행업체 ‘H’를 통하여 G와 2018. 6. 18. 위 가공설비를 이용한 가공품의 수치를 계측하는데 필요한 계측기 등을 2,78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에 공급하는 계약 및 기타 부자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각 체결하였다. 이후 G는 피고인에게 2018. 6.경부터 2018. 8.경까지 46,562,659원(부가가치세 포함) 상당의 물품을 공급하였다.
피고인이 재차 D 주식회사에 대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주식회사 C와 D 주식회사는 2018. 7. 27. 대금 지불조건을 변경하면서 변경 조건에 따라 계약 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피고인과 D 주식회사 사이에 체결된 설비매매계약 및 외주가공도급계약을 해지하고 계약 해지에 대한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확약서를 재차 작성하였다.
피고인이 설치하던 가공라인 중 1개 라인이 2018. 10.경부터 가동을 시작하였고, 피고인은 가공업무를 수행하여 D 주식회사에 2018. 10.경부터 2018. 12.경까지 약 3억 원 상당의 가공품을 공급하였다. 현재까지 피고인은 D 주식회사에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공품을 공급하고 있고 D 주식회사는 매매계약 또는 도급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2020. 4.경까지 G에게 물품공급대금 46,562,659원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판단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편취 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판시 범죄사실을 부인한다.
피고인이 D 주식회사에 대하여 67억 원 상당의 매매대금 채무가 있으나, D 주식회사는 피고인이 대부분의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았음에도 현재까지 위 매매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주식회사 C와 정상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D 주식회사의 공장장인 증인 K은 이 법정에서 “D 주식회사와 주식회사 C는 서로 상생해서 협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설비대금이 지연되더라도 D 주식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감안을 하고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피고인과 작성한 각 확약서는 차후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받아 놓은 것일 뿐이다”, “제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서는 확약서를 받은 주목적이 설비대금을 독촉하기 위한 방법으로만 알고 있었고, 실행에 대한 부분은 정확하게 경영진에서 오더가 없었기 때문에 안한 부분이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고, 증인 L 역시 “기계대금을 빨리 납부해라는 요청을 피고인 회사에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렇다면 D 주식회사가 주식회사 C의 자산을 압류하는 등 도급계약의 이행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희박했다고 할 것이다. 한편 피고인의 대금지급이 D 주식회사에 대한 도급대금 채권 발생 시점인 2018. 10.경까지 늦어진다는 사정만으로 G가 피고인과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편취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에 대한 다수의 근로기준법위반 사건(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9고정336, 2019고단1581,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고정415, 2019고정810, 2019고정416, 2019고정585)에 비추어 2018. 6. 내지 8. 당시 피고인의 자력 상태가 좋지 못하였고, D 주식회사로부터 도급대금 채권을 변제받지 못하는 경우 G에 대한 물품공급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① 피고인이 G와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인은 이미 D 주식회사에 대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던 점, ② 피고인이 검찰에서 “D 주식회사는 저희에게 부품가공 대금을 공장설비 인수대금에서 상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확약서(수사기록 328면) 작성을 요구하였다. 제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할 수 없어 D 주식회사에서 작성해 온 확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수사기록 485면), ③ 이는 주식회사 C와 몇차례 논의가 되었다는 취지의 회신서와 그 내용이 일치하는 점, ④ 비록 증인 K이 이 법정에서 “저희들이 납품을 하게 되면 그 부분에 대해서 2018. 10.에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 그때까지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녹취록 4면), “2019년이 되기 전까지는 물품대금이나 가공비를 상계한다는 논의는 없었다”고 진술하였으나(녹취록 11면), 한편 “제가 회의에 참석을 안했기 때문에 상계했다는 내용이 계속 언급됐다는 내용을 잘 모르겠다”(녹취록 5면), “본인이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녹취록 12면)라고도 진술하여, 상계에 관한 논의가 없었다는 진술에 관한 신빙성이 떨어지는 점, ⑤ 일반적인 거래관념에 비추어 보더라도 각 계약 상대방에 대해 서로 채권⦁채무를 가지고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를 상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정산과정으로 이해되고, D 주식회사가 특별히 상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고인이 믿을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D 주식회사가 주식회사 C에 대한 67억 원 상당의 매매대금 채권의 존재를 이유로 도급대금 채무를 제대로 변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정을 2018. 6. 내지 8.경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용인, 감수하면서 판시 범죄행위로 나아갔다.
설령 G가 피고인이 D 주식회사로부터 지급받은 대금으로 G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G가 D 주식회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변제기를 연장해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이 어떤 방식으로 대금을 마련할 것인지는 피고인의 위험부담에 속하는 영역일 뿐이다. G로서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피고인의 대금지급이 상당한 기간 늦어질 수 있다는 사정을 알았다면 피고인과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의 판시 범죄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4,000만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이 미필적인 고의로 판시 범죄행위에 나아간 점,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한 점, 피고인이 동종 전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에 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죄에 관한 항소심인 부산지방법원 2020노1564 사건(징역 6개월, 벌금 400만 원, 집행유예)이 곧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피고인에게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한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과 환경,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윤동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