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산시 사상구 B에 있는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로 상시 근로자 30명을 고용하여 상가운영관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 2011. 2. 25. 입사하여 근무 중인 총무팀 소속 법무업무 담당과장인 근로자 D의 2020. 2월 임금 2,590,760원 및 2월 당직비 275,000원을 비롯하여 별지 개인별 체불금품내역과 같이 재직근로자 27명의 2020. 2월분 임금 67,495,988원을 정기지급일인 2020. 2. 25.에 지급하지 아니하고, 재직근로자 21명의 2020. 2월분 당직비 및 야간교통비 4,639,000원을 정기지급일인 2020. 2. 29.에 지급하지 아니하고, 재직근로자 27명의 2020. 3월분 임금 68,180,950원 및 재직근로자 26명의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 81,219,350원을 정기지급일인 2020. 3. 25.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법원 2019카합100141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사건의 결정이 내려진 2020. 2. 25.경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2020. 3. 중순경에는 피고인이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 갖추어 진 것으로 보이나, 그때에도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는 직원들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경우 또는 그 직원들이 피고인의 임금 지급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피고인이 혼자서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피고인이 위와 같은 직원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또는 그 직원들이 피고인의 임금 지급에 협력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이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갖추어졌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2019. 2. 18.경 이 법원 2018비합100010 대표이사직무대행자 선임 사건에서 주식회사 C의 일시대표이사로 선임되었음에도, 이전 대표이사였던 E와 E를 지지하는 직원들 사이의 분쟁으로 인하여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다가, 2020. 2. 25.경 이 법원 2019카합100141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사건에서 “E 등은 피고인에게 주식회사 C 명의의 인감도장, 통장 및 신용카드를 채권자에게 인도하여야 한다.”는 내용 등의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야 법인 통장, 도장을 확보하고 및 비밀번호를 변경함으로써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고인이 2020. 2. 25.경 이전에는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했기에 이 법원 2019카합100141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사건에서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곧바로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2020. 3. 중순경이 되어서야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20. 3. 중순경 이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피고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2020. 3. 중순경 이후부터는 피고인이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 때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시기였던 것은 분명하나, ㉠ 피고인이 소속 근로자들 임금 지급문서에 결재하려는 중에 임금 지급문서상 일부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여부 및 액수에 관하여 이견이 있어 담당 직원에게 임금 지급문서의 내용을 수정하여 결재를 상신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담당 직원이 이를 거부한 점, ㉡ 이에 피고인이 담당 직원에게 소속 근로자들의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직접 지급하겠다고 하였으나, 담당 직원이 “개인별 계좌번호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여 해당업무를 처리하는 경리 담당 직원 외에 열람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점, ㉢ 이에 피고인이 법인 통장을 관리하는 F에 방문하여 소속 근로자들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였으나, F이 이를 거절하는 바람에 소속 근로자들 계좌번호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 이에 피고인이 2020. 3. 25.경 “2월분 급여를 지급하고자 하니 전 직원 급여이체계좌번호를 일사 대표이사에게 각자 제출할 것, 부서·성명·연락처·급여이체계좌번호를 기재할 것, 일시대표이사에게 직접 제출할 것”이라는 내용의 사내공지문을 게재하였으나,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피고인에게 계좌번호를 주지 않아 피고인이 소속 근로자들의 계좌번호를 확보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2020. 3. 중순경 이후에도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던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할 경우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담당 직원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회사의 직급 및 지휘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더욱이 대표이사라는 직위는 향후 자신의 행동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대신 대표자로서 재량권을 가지고 회사를 대표하고 직원을 통솔하는 자리이기에, 피고인으로서는 임금 지급문서에 관하여 이견이 있을 경우 담당 직원에게 수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오히려 담당직원이 피고인의 그런 요구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없는 이상 이를 수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회사 내부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여 법원에서 피고인을 적법한 일시 대표이사로 선정했다면, 회사의 전 대표이사는 물론 직원들 모두 피고인을 적법한 일시대표이사로 인정하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설령 일부 직원들이 피고인이 일시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를 원하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대표이사를 변경해야 하고 그 전까지는 피고인이 일시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했어야 한다.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경영권 분쟁과 맞물려 있는 사건으로 볼 여지가 있기에 형사사건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민사사건 또는 회사 자체의 내부기관에서 해결해야 할 사건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제해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