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신발 제조 및 도 · 소매업을 목적 사업으로 하는 법인이고, 피고는 신발제조 및 도 · 소매업을 목적 사업으로 하여 2021. 1. 27. 설립된 법인이다.
원고는 2021. 2. 1.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사업양도양수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1호증, 제28호증, 제29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청구원인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 각 동산(이하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각 유체동산을 '이 사건 제조설비'와 '이 사건 비품', 별지 목록 제2항 기재 유체동산을 '이 사건 서류'라고 하고 이들을 통틀어 '이 사건 각 동산'이라 한다)과 41,891,122원 상당의 신발자재(이하 '이 사건 자재'라고 한다)를 인도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① 이 사건 계약 제2조 제8항에 따른 인수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하고, ② 위 계약 제2조 제7항에 반하여 관리부서 직원들 전부를 해고하였으며, ③ 이 사건 자재로 신발을 제조하여 소외 주식회사 C(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 납품하였음에도 원고에게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원고는 2021. 7. 19. 피고의 이와 같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내지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에 따라 이 사건 각 동산을 인도하고, 이 사건 자재 대금 상당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반하여 피고에게 외상매출금, 특허권, 전세보증금, 각종 예탁보증금 지급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임의로 피고 명의 은행계좌에서 525,837,455원을 인출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고용을 승계하였으나 경영악화로 인하여 부득이 직원들을 퇴사하도록 한 것에 불과하다.
피고는 원고의 요청에 따라 원자재를 인도받아 신발을 제조하여 소외 회사에 납품하였고, 피고가 추가로 지출한 자재비와 인건비 지급에 갈음하여 소외 회사에 대한 물품대금채권을 이전받았을 뿐이다.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원상회복의무는 원고가 피고 명의 은행계좌에서 임의로 인출한 525,837,455원의 반환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판단
먼저 원고 주장의 각 채무불이행 사유가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이행거절 관련 채무불이행 사유의 존부
채무불이행에 의한 계약해제에서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로서 이른바 '이행거절'로 인한 계약해제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최고 및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을 요하지 아니하여 이행지체 시의 계약해제와 비교할 때 계약해제의 요건이 완화되어 있는바, 명시적으로 이행거절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외에 계약 당시나 계약 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묵시적 이행거절의사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그 거절의사가 정황상 분명하게 인정되어야 한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21호증, 제50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2021. 2. 5.경부터 2021. 6. 23.경까지 I, H을 통하여 피고 명의 은행계좌에서 합계 525,837,455원을 이체 받은 사실, 이에 대하여 피고가 원고의 대표자인 D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으로 고소하였으나 2022. 2. 24. 부산사상경찰서에서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앞서 본 사실 및 갑 제28 내지 30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 제5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계약 제2조 제8항에 따른 의무를 이행거절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021. 1.경 원고는 재무상태 악화와 대표자인 D에 대한 거래처의 신뢰도 하락<1>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D은 E와 사이에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여 원고의 사업을 양도하고 발행 주식 중 60%를 E가, 나머지 40%를 D의 남편인 F가 인수하기로 합의하여 피고를 설립하였다.
당초 피고의 설립 목적 자체가 원고에 대한 거래처들의 채권 추심 압박에서 벗어나 종전의 영업을 계속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D과 E는 이 사건 계약 제2조 제1항에서 만기 미도래 매출채권을 포함한 매출채권 전부를 피고에게 양도하는 반면 같은 조 제8항에서 매입채무는 생산 진행 중인 주문 관련 건에 한하여 피고가 인수하기로 약정하였고, 같은 맥락에서 이 사건 계약에서 제2조 제1 내지 6항의 기재 각 자산과 같은 조 제7항, 제8항 기재 각 채무를 상계하는 것으로 양도양수금액을 정하였을 뿐 구체적으로 각 항목의 금액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를 계산하지 않았다.
원고가 2021. 2. 5.경부터 2021. 6. 23.경까지 피고로부터 합계 525,837,455원을 이체 받음에 있어 피고의 대표이사이던 E나 현 대표이사인 G의 승낙 내지는 양해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고, 이 사건 계약 제2조 제7항에 따라 피고에게 고용이 승계된 D의 아들 H, 사위 및 I가 D의 요청에 따라 피고의 자금을 이체한 것으로 보인다.<2>
원고는 위 ③항 기재 금원은 이 사건 계약 제2조 제7항, 제8항에 따라 이체받은 것으로서 매입채무 또는 미지급 급여 변제에 전부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금원이 미지급 급여나 매입채무 변제에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움은 물론이요,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피고가 인수하여 생산을 진행 중인 주문에 관련된 매입채무 변제에 충당되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이미 매입채무에 대한 회계처리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기 때문에 피고가 직접 매입처에 채무를 변제하는 대신 원고가 금원을 이체 받아 변제하여야 했다고 주장하나, 채권자로서는 누구로부터든 채권을 변제받으면 족할 것이어서 세금계산서 때문에 굳이 원고가 금원을 이체 받아 변제하였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고, 오히려 이 사건 계약 제2조 소정의 인수대상채무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피고가 이의제기할 것을 염려하여 임의로 이체받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이 사건 계약 제2조 제7항, 제8항에 따라서 인수하여야 할 매입채무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고, 이를 위하여 원고가 인출하였다는 금원의 액수 및 인출 절차의 적절성에 관하여 의문이 있는 이상 이를 이유로 원고의 대표자인 D을 형사고소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위 계약에 따른 의무의 이행을 정당한 이유 없이 종국적으로 거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고용승계 관련 채무불이행 사유의 존부
원고는 이 사건 계약 제2조 제7항에 반하여 피고가 J, K, L, M, N, H, I, O, P, Q, R, S를 권고 사직하도록 함으로써 고용승계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가 이 사건 계약 제2조 제7항에 따라 원고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승계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개별적인 근로계약의 내용, 근로자의 업무수행능력, 피고의 경영상태 등과 무관하게 정년까지 혹은 무기한의 고용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원고 주장 근로자들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 제2조 제7항에 따라 피고가 고용을 승계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반면 그 후 피고가 위 근로자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등을 위반하여 사회통념상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사직을 강요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다. 오히려 피고는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일부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을 유지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앞서 본 사실 및 거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로도 원고의 매입처들이 지속적으로 피고에게 매입채무 변제를 요구하는 한편 원고는 피고 대표이사의 동의 없이 525,837,455원을 인출하는 등 피고 주장에 부합하는 사정들이 일부 인정될 뿐이다.
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에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고 하는 자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여야 하고, 그 채무를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의 행위를 필요로 할 때에는 언제든지 현실로 이행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고 그 뜻을 상대방에 통지하여 그 수령을 최고하여야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행지체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것이며 단순히 이행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런데 원고가 피고의 고용승계의무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이 사건 계약 제2조 제1 내지 6호 소정의 각 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갑 제52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자재대금 관련 채무불이행 사유의 존부
갑 제27호증, 제35호증의 1, 2, 제36호증의 1, 2, 제37호증의 1, 2, 제38호증의 1, 2, 제39호증의 1, 2, 제40호증, 제41호증, 을 제9호증의 1 내지 11의 각 기재와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가 이 사건 계약 체결 전에 소외 회사와 사이에 신발 6,000족을 제조하여 납품하기로 하는 공급계약을 체결한 사실, ② 원고가 위 신발 제조와 관련하여 원자재 일부를 발주하였고 그 후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자 피고에게 위 원자재를 인도하여 준 사실, ③ 피고는 원고로부터 인도받은 원자재와 피고가 별도로 발주한 자재 및 인력으로 신발을 생산하여 소외 회사에 납품하였고, 원고는 2021. 2. 4.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소외 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납품대금채권 중 323,434,620원 상당에 관한 채권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한 후 같은 날 소외 회사에 채권양도통지를 한 사실, ④ 피고가 2021. 3. 29. 소외 회사로부터 58,066,800원을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소외 회사와의 공급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원자재를 인도한 것은 이 사건 계약 제2조 제3항에 따른 것이고 소외 회사에 대한 매출채권을 양도해 준 것은 위 계약 제2조 제1항에 따른 것일 뿐, 위 계약 제2조 제8호는 피고가 인수한 공급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원고가 제3자들에 대하여 부담하는 매입채무를 인수한다는 내용에 불과하므로 위 계약의 해석상 자연히 피고에 대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 제2조 제3항에 따라 인도받은 원자재비용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원고 주장의 이 사건 자재대금을 변제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 피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위 계약에 따른 이행지체 내지 이행거절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설령 이와 달리 보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의 주장의 이 사건 각 동산을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갑 제1호증, 제2호증의 1, 2, 제59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 및 영상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을 제1호증의 기재와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이 사건 제조설비와 이 사건비품 일부를 인도받은 것은 맞지만 위 계약상 인도목적물이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않고, 특히 이 사건 서류는 위 계약의 목적물인지는 물론 피고의 점유 여부조차 불분명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선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