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판결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6. 6. 23. 선고 2025가단9325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와 노르웨이 C회사(이하 'C사'라 한다)의 관계 등

1)

피고는 1988. 3. 24. 주식회사 D와 C사가 각 50%씩 출자하여 각종 건축물, 항만, 공항 등의 인프라 외벽, 가전제품, 가구, 자동차 부품, 선박보호를 위한 도료 등을 제조·판매하는 법인이고, 매년 C사에 순 매출액의 4%, 6%의 기술사용료와 경영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공유하는 비용 분담 약정에 따라 수수료(2024년 기준 133억 원)를 지급하고 있다.

2)

C사는 E그룹의 지주회사(전 세계 60개 자회사가 있고, 피고도 그중 하나임)로,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건설사, 조선사, 플렌트, 중방식 업체 등을 발주하는 핵심고객들을 관리하고 있고, 주요 국가 또는 도시에 지역본부에 해당하는 회사를 서립하여 지역에 속한 국가의 영업 전체를 관리하고 있는데, 아시아권은 동북아시아(한국이 포함됨) 본부(중국 소재)와 동남아시아 본부(말레이시아 소재)가 있다.

나.

원고의 입사 및 근로계약 체결 경위 등

1)

피고 측(부사장, 이사, 인사팀장, 인사팀 대리 ISM 팀장) 및 C사 HR매니저가 원고에 대한 면접을 보았고, 원고는 2011. 1. 3.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의 서울 소재 사무소(이하 '서울사무소'라 한다)에서 국제영업관리자(International Sales Manager, 이하 'ISM'이라 한다)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C사 소속 ISM Global 영업이사(이하 'ISM 영업이사'라 한다)에게 업무를 보고하였고, 성과목표는 ISM 영업이사로부터 부여받았으며, 급여는 피고가 원고에게 선 지급 후 ISM 영업이사에게 매월 청구하였다.

2)

원고는 2015. 1. 1.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한 후 2015. 8. 1.부터 동남아시아(SEAP) 지역영업이사로 근무하게 되면서 2015. 3. 17. 피고와 연봉 108,863,493원, 성과보너스 최대 20% 등의 내용이 포함된 '2011. 11. 3. 고용계약서에 대한 부속서'를 체결하고 서울사무소에서 2017. 1. 31.까지 근무하였다. 원고는 C사 소속 ISM 영업이사에게 업무를 보고하고, 성과목표는 ISM 영업이사로부터 부여받았으며, 급여는 피고가 원고에게 선 지급 후 ISM 영업이사에게 매월 청구하였다.

3)

원고는 2017. 2. 1. 피고와 연봉 1억 2,500만 원, 성과보너스 최대 20% 등이 포함된 국제파견 고용계약(이하 'IA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21. 4. 30.부터 약 5년 6개월 동안 말레이시아 소재 SEAP 지역영업이사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C사로부터 급여 등을 받았다.

4)

원고는 IA계약이 종료된 후 2021. 5. 1. 근로계약(Employment Contract, 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C사를 회사(Company), 피고는 현지회사(Local Company)로 정의한 후 'C사와 원고가 2011. 11. 1.부터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은 '2021. 5. 1.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하였다. 원고는 주요고객 매니저 업무를 담당하면서 서울사무소에 근무하고, 업무보고는 C사 소속 서울사무소 EPC/Applicator 주요고객 매니저에게 하며, 출장비·급여·성과보너스 등은 피고가 원고에게 선 지급 후 C사에 매월 청구하도록 정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내용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라.

원고의 F 주식회사 감사 취임 등

1)

C사의 전 직원이었던 G은 2020. 12. 14. 도료 도매업 등을 업종으로 하는 H를 개인사업자로 등록하였다.

2)

G은 2023. 4. 18. H와 같은 사업장을 소재지로 하여 전기용 기계, 장비 및 관련 기자재 도, 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F 주식회사(이하 'F'이라 한다)를 설립하였고, 원고의 배우자인 I은 F의 대표이사로, 원고는 감사로, G은 사내이사로 각 취임하였다.

3)

H는 C사의 경쟁사인 J사(K)의 도료를 판매하는 대리점이고, L사는 에너지 저장장치를 제조하는 업체로 제품생산에 필요한 도료를 2019년부터 C사로부터 공급받아왔다.

4)

G은 L사의 관계자를 만나 J사의 페인트 영업을 하였다.

마.

원고에 대한 해임 등

1)

피고 측은 2024. 8. 5. 원고가 배우자 명의로 F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는 내부 고발을 받고 법인등기부등본을 열람한 결과, 원고 및 그 배우자가 F의 감사 및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2)

피고는 원고에게 인사위원회 참석 통지를 하였고, 2024. 9. 9. 인사위원회에서'회사의 승인 없는 겸직이 복무규율에 위반되고, 피고의 취업 매뉴얼 제5.1항(복무규율)및 제7.2항(징계)의 사항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2024. 9. 30. 자 징계해고를 의결하고, 같은 날 원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

3)

원고는 2024. 9. 10. 재심을 신청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인사위원회 참석 통지를 한 후 2024. 9. 23. 재심 인사위원회에서 초심을 유지하는 의결을 하고, 2024. 9.25. 원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

4)

피고는 2024. 9. 25. 원고에게 메일로 사직서 작성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작성을 거부하였다.

5)

피고는 2024. 9. 30. 원고를 징계해고(이하 '이 사건 해임'이라 한다)하였다.

바.

원고는 2024. 11. 2. F의 감사직을 사임하였다.

사.

원고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내용 및 결과

1)

원고는 자신이 근로자임을 전제로 2024. 11. 18.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5. 1. 13.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하였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25. 2.14.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다.

2)

중앙노동위원회에는 2025. 5. 21. 원고의 사용자가 C사이므로 피고는 구제신청의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지 않고, ① 원고의 직위가 C사의 직무등급표상 대표이사와 부사장 바로 아래인 19등급의 '이사, 부문장'에 해당하는 점, ② 원고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피고의 대표이사 등에게 보고하거나 구체적으로 지휘·감독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점, ③ 원고가 출장 등에 대해 누군가에게 보고하거나 승인받는 등 복무에 관해제약을 받았다고 볼 여지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아.

피고의 취업 매뉴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3호증, 을 제4 내지 13호증 내지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르면 원고의 근로계약 당사자는 C사이고, 피고는 현지 회사에 불과함에도 C의 이사인 원고에 대하여 피고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징계절차를 적용한 것은 절차의 하자가 중대하여 무효이다.

나)

원고는 과거 직장동료였던 G의 부탁에 따라 업무에 대한 관여나 대가의 수취 없이 F의 감사로 명의만 등재해 준 것이다. G이 운영하는 H와 F은 별개의 회사로 F과 C사 간의 이해충돌 가능성이 없으므로, 해임에 이를 정도의 이해충돌 행위 또는 신뢰관계 파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따라서 이 사건 해임은 절차적 및 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이므로 그 확인을 구하고, 이 사건 해임이 무효인 이상 원고의 이사로서의 지위가 유지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이사해임 다음 날부터 이사직 복귀일까지 연 145,016,297원의 비율로 계산한미지급 보수의 지급을 구한다.

2)

피고의 주장

가)

이 사건 해임은 피고가 실질적인 사용자인 C사의 지시 및 위임에 따라 한 유효한 행위이고, 설령 무권대리로 보더라도 C사의 추인으로 소급하여 유효한 행위로서 적법하다.

나)

이 사건 근로계약상 원고에 대한 인사·행정상 절차는 피고의 규정과 대한민국 법에 따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C사로부터 '현지의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하라는 위임에 따라 C사를 대리하여 진행하였으며, 원고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피고의 취업규칙상 규정된 징계절차를 거쳤다.

다)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하였고, 피고의 취업 매뉴얼에 따르더라도 피고의 승인 없이 겸직을 하는 경우에는 징계해고 사유에 해당한다. 나아가 원고는 위임계약으로서의 선관의무 내지 충실의무 위반 및 신뢰관계 파탄에 이르렀고, 피고의 정관에 미등기 이사에 관한 해임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언제든지 위임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

나.

판단

1)

절차적 하자의 존부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해임에 절차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근로계약에는 대한민국의 법이 적용되고(제9.1조), 원고의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피고의 근로규칙 등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4조).

②

원고가 소속되어 있는 글로벌 부문 보고라인으로 M 이사, 글로벌 영업 총괄 이사 N(이하 'N'라 한다)가 있고, 최종적으로 C사의 글로벌 마린&중방식 부분 총괄책임자인 O(C사를 대표하여 원고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이다. 이하 'O'라고 한다)가 있다. 피고는 원고의 위반행위를 인지하고 동북아 지역 인사책임자인 P(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확인 서명을 한 사람이다. 이하 'P'라고 한다)에게 보고하였고, 위 담당자는 2024. 8. 22. '현지 회사의 법과 규정을 따르되, 원고의 행동은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 행위임이 명백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다. P는 해당 내용을 O에게 보고하였고, 2024. 8. 28. 피고의 인사 책임자 Q에게 그 내용을 알리면서 피고의 규정(local policy)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후 피고는 인사위원회 개최 및 해임 결정 등을 위 보고라인에 따라 보고하였고, 2024. 9. 25.경 O으로부터 원고에 대한 해임결정에 대한 최종 승인 확인을 받았다. 이러한 진행 과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해임에 관하여 C사로부터 지시 내지 위임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③

피고의 인사 책임자는 1차 및 재심 인사위원회 과정에서 피고가 원고의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C사와 논의하였고, C사에서 이를 이해충돌행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을 원고에게 알렸고, 원고는 피고의 1차 및 재심 인사위원회 과정을 비롯하여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에서 피고의 해고 권한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았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에서 근로계약 당사자가 C사라고 하면서도, 피고에 대하여 미지급 보수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④

법인과 이사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관계로 볼 수 있는데, 민법 제689조 제1항에서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41741 판결 참조), 일반적으로 이사해임절차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보다 완화되어 있다. 피고의 정관에는 이사의 해임 사유 및 그 절차에 관한 규정이 없고, 피고는 원고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기 위하여 피고의 취업 매뉴얼에 정해진 징계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2)

실체적 하자의 존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해임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는 C사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는 유급 또는 무급에 관계없이 다른 전문적인 활동에 가입하면 안 된다고 하여 겸직금지의무를 두고 있고(제3.3조), 이를 위반하는 경우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한다(제4.1.조). 피고의 취업 매뉴얼에서도 겸직금지의무를 두고 있고(제5.1.1.조 6항), 이를 위반하는 경우 징계해고 사유에 해당한다. 재직 중 동종업체를 경업을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근로계약 및 신의칙상 회사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불법행위에 해당된다(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도2339 판결 등 참조).

②

상법상 이사와 감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하고(상법 제382조 제1항, 제409조 제1항) 그 등기를 하여야 하며, 위와 같이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와 감사는 상법상 직무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법적으로는 주식회사 이사·감사의 지위를 갖지만 회사와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에 따라 이사·감사로서의 실질적인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이른바 명목상 이사·감사도 법인인 회사의 기관으로서 회사가 사회적 실체로서 성립하고 활동하는 데 필요한 기초를 제공함과 아울러 상법이 정한 권한과 의무를 갖고 그 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고, 회사에 대하여 보수청구권을 가진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236311 판결 참조). 이러한 이사 및 감사의 권한 및 의무 등에 비추어, 이사인 원고가 사전 동의 없이 다른 회사의 감사로 등재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직무상 충실 및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③

나아가 F은 페인트 도료업 등을 영위하는 H와 같은 사업장에 위치하고 두 회사 모두 G이 실질적으로 관리·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G은 C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하였는데 주된 영업 상대방들도 이를 알았던 것으로 보이고, C사의 핵심 거래처인 L사에 경쟁사인 J 제품을 홍보하는 등 영업을 시도하여 피고 측에서 경고를 한 점 등에 비추어, F의 이익은 C사의 이해와 상충되는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는 F에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원고는 2011년 입사 후총 13년가량 근무하였고, C사의 글로벌 영업을 총괄하는 핵심 임원의 지위에 있었음에도 사전 보고나 승인 없이 약 1년 4개월 간 F의 감사로 등재되어 있었던 점, 원고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G과 같은 아파트의 같은 동에 살면서 가족끼리도 친분이 있었고, G이 퇴사한 이후에 함께 골프를 치거나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친교를 나누는 사이였다는 것이고, 원고의 배우자가 F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점 등에 비추어, F 내지는 G의 구체적인 영업 내용 등에 관하여 전혀 알지 못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경험칙상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3)

따라서 이 사건 해임은 정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은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