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14. 9. 18. 선고 2014노81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압수된 증 제3, 5, 9, 10, 12 내지 17호를 피고인으로부터 몰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①

(주)에스엘케이국보(이하 '에스엘케이'라 한다)는 피고인에게 중요자료를 반납하거나 또는 유출하지 않아야 할 임무를 부여한 사실이 없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자료와 관련하여 사무처리를 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② 피고인이 퇴사 과정에서 반납하지 아니한 에스엘케이의 자료들이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라 볼 수도 없으며, ③ 피고인이 위 자료들을 이용하여 이익을 얻은 바도 없고 에스엘케이가 손실을본 바도 없을 뿐 아니라, ④ 피고인이 G와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한 사실 또한 없음에도, 피고인에게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먼저 피고인에게 중요자료를 반납하거나 또는 유출하지 않아야 할 임무가 있는지 여부 및 피고인이 원심 판시 기재 자료와 관련하여 에스엘케이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말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필요는 없으며,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업무의 근거는 법령, 계약, 관습의 어느 것에 의하든 상관없고 사실상의 것도 포함된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75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각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에스엘케이와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이 계약서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되어 있고, 취업규칙 제42호에는 "퇴직 또는 해고된 직원은 재직 중 업무와 관련된 제반 서류 및 회사 소유 비품, 대여금품 등을 즉시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 피고인이 반납하지 아니한 에스엘케이의 자료들은 피고인이 에스엘케이의 D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업무상 취득한 자료들인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에게는 에스엘케이와의 관계에서근로계약, 취업규칙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중요자료를 반납하거나 또는 유출하지 않아야 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업무상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나.

다음으로 피고인이 퇴사 과정에서 반납하지 아니한 에스엘케이의 자료들이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회사 직원이 경쟁업체 또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의사로 무단으로 자료를 반출한 경우에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고, 그 자료의 보유자가 자료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도7962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43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R의 당심 법정진술 등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이 퇴사 과정에서 반납하지 아니한 에스엘케이의 자료들은 원심이 자세히 설시한 바와 같은 거래내역서, 거래 회사들의 인보이스, 각종 손익 및 실적 분석자료 등으로서 그 영업체, 물품내역, 매출, 이익, 운송내역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에스엘케이는 복합운송 주선업무를 하고 있어 그 영업체, 물품내역, 매출, 이익, 운송내역 등이 주요한 자료로 보이는 점,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는 위 자료들을 영업에 참고하기 위하여 반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는 파일과 문서 중 일부는 영업상 비밀인 것도 있다는 취지로 일부 시인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자료는 피고인 및 일부 직원들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피해 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위 자료의 사용을 통해 운송주선업 등을 함에 있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피고인의 재산상 이익 및 에스엘케이의 손해 유무에 관하여 보건대,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는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할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반납하지 아니한 에스엘케이의 자료들이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고 피고인 스스로도 이를 영업상 참고용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반출하였다고 수사기관에서 시인한 이상 피고인에게 재산상 이득이 없다고 볼 수는 없고, 또한 에스엘케이가 주장하는 영업손실 전부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에스엘케이에 영업상 주요자산이 무단 반출됨으로 인하여 에스엘케이에 재산상 손해의 위험이 발생하였음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피고인과 G 사이에 이 사건 범행에 대한 공모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범행으로 유출된 자료들 중 대부분(문서 2개, 파일 245개)이 G가 퇴사 과정에서 가지고 나온 자료인 점, 피고인과 G는 그 동기 내지 목적에 대하여는 다소 다르게 변소하고 있으나 위 자료들을 반출할 것을 피고인이 G에게 지시 내지 부탁하였다는 부분은 대체로 시인(리치밀 그룹의 거래내역서 2부 제외)하고 있는 점, 피고인과 G는 2012. 2. 25. 에스엘케이를 함께 퇴사하였고 G는 그 직후인 2012. 3. 1. 피고인이 실사주인 F에 입사한 점, 피고인과 G는 특히 리치밀 그룹의 거래내역서 2부 반출 부분에 대하여는 범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볼 때 피고인의 변소 및 G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G에게 위 자료들을 유출할 것을 지시 내지 부탁하였고 G가 이를 실행함으로서 기능적 행위를 분담하였음을 넉넉히 추인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과 G 사이에 공모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장기간 근무하였던 회사의 신임관계를 저버리고 상당한 양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자신이 사실상 설립한 동종 영업을 영위하는 해운회사의 영업에 참고하기 위하여 유출한 것으로 그 죄질을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그러나 피고인이 전과 없는 초범이고 이 사건 이전까지는 에스엘케이에서 비교적 성실히 근무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서울 본사 측에 장기간 열악한 근무조건과 환경 개선을 요구하였지만 회사대표가 그러한 고충을 외면한 채 도리어 인원을 감축하는 바람에 심리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다가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여 이 사건 범행의 배경 및 경위에 참작할만한 사정이 많은 점, 리치밀그룹과의 거래 중단을 포함한 에스엘케이의 영업상 손실이 오로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리치밀그룹이 피고인과의 거래를 선택한 데에는 다년간의 현장경험을 통해 탄탄하게 축적된 피고인의 전문 지식과 영업 노하우 및 거래처 담당자와의 유대관계 등 인적요소가 더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엿보이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및 경위,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은 너무 무거워 보인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이유 중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부분은 이유 없지만 원심의양형이 무겁다는 부분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