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17. 11. 2. 선고 2016가단313362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부산 해운대구 E에 본점 소재지를 두고 의료용구, 침구, 의복 등을 전문적으로 세탁하는 업무를 주로 하는 회사로 양산시 F에 양산지점을 두고 있다. 망 G(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4. 4. 7. 피고회사에 입사하여 피고의 양산지점에서 기계식 스팀 건조기{제조사 : H, 모델명 : CLG 100, 용량 : 250kg, 지름 1.41m, 깊이 1.84m, 팬모터동력 : 10W, 내부원통의 회전동력 : 5W, 내부원통 회전속도 : 32rpm(1분에 32회), 내부원통에는 길이 약 184cm의 회전날개 6개가 설치되어 있음, 이하 '이 사건 건조기'라고 한다} 등 5개의 건조기를 사용하여 의료용 침구 등을 건조하는 작업을 담당하였다.

나.

망인은 2015. 12. 17. 08:20경 이 사건 건조기를 사용하여 이불 건조작업을 하던 중 건조기의 회전이 멈추자 건조기 안으로 들어갔고, 그 직후 이 사건 건조기가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하여 망인은 이 사건 건조기 내부의 회전날개 등에 충격당하여 두피, 이마, 턱, 어깨, 손등, 등, 복부, 골반, 다리 등 전신의 다발성 좌열창 및 내부 장기 파열 등의 상해를 입었고, 같은 날 08:55:50경 다른 회사 소속 화물차 기사에 의하여 발견되어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다발성 손상 등으로 인하여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다.

피고회사 양산지점의 지배인이자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I, 양산지점의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인 J 및 피고회사는 울산지방법원 2016고단1548호로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공소 제기되었으나, 2017. 1. 12.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제1심 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울산지방법원 2017노95호로 항소하였으나, 2017. 9. 8. 제1심과 같이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으며,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원고 A는 망인의 처, 원고 B, C은 망인의 자녀들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2, 5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건조기를 이용한 세탁물 건조작업은 그 업무의 특성상 위험한 업무에 해당하므로 망인의 사용자인 피고는 2인 1조로 근로자를 작업에 투입하거나 CCTV 또는 순찰 등을 통하여 망인의 작업 상황을 상시적으로 주의 깊게 살펴보았어야 하고, 건조기의 문을 열면 건조기 내부의 회전날개가 회전하지 않는 설비를 갖추거나 망인에게 안전모를 착용하고 작업하도록 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였어야 하며, 건조기의 사용에 따른 안전교육 역시 철저히 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피고는 위와 같은 망인과 사이의 근로계약에 따른 신의칙상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잘못을 저질렀고 망인은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를 당하여 사망하였으므로,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에게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등 참조),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

인정되는 사실관계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은 2015. 12. 17. 08:10경 회전 중인 이 사건 건조기에 이불을 집어넣기 시작하였고, 이후 위 건조기가 계속 돌아가다가 같은 날 08:11:35경 갑자기 회전을 멈추었는데도 망인은 같은 날 08:11:55경까지 계속 이불을 집어넣은 후 건조기 문을 닫고 건조를 시도하였으며, 그런데도 위 건조기가 돌아가지 아니하자 다시 건조기 문을 열어 위 건조기 안에 있는 이불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2)

망인은 위와 같이 이불을 꺼내다가 같은 날 08:14:06경부터 08:25:01경 사이에 위 건조기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직후 위 건조기가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하였고, 이로 인하여 망인은 위 건조기 내부의 회전날개 등에 충격당하였다.

3)

이 사건 사고 직후 목격자들이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위 건조기 안쪽 끝 부분에 이불이 끼어있었고, 내부에 망인이 착용했던 신발과 장갑이 있었으며, 망인의 혈흔이 묻어있는 채로 위 건조기가 계속 회전하고 있었다.

4)

이 사건 건조기를 이용한 작업방식은 건조기의 전원을 차단한 상태에서 건조기의 문을 열고 난 후 세탁물을 투입하고, 건조기의 전원을 켜 건조작업을 마친 후 틸팅(건조기를 기울여 세탁물을 꺼내기 쉽게 하는 것)을 통하여 세탁물을 앞으로 떨어뜨려 수거하는 방식이다. 망인과 현장부장 K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전날 및 사고 당일에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하였는데, 망인은 사고 당시에는 이 사건 건조기의 전원을 차단하지 않아 내부의 회전날개가 회전하는 상태에서 세탁물을 투입하였고 그로 인하여 세탁물이 내부원통과 외부원통 사이에 끼이게 되어 건조기의 작동이 멈추자 건조기밖에서 세탁물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도 건조기가 작동되지 않자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 건조기 안으로 들어가 세탁물을 꺼내려다가 사고를 당하였다.

5)

피고는 이 사건 사고 직전까지 정기적인 정비, 점검 등을 통하여 이 사건 건조기를 관리하여 왔고 사고 당시 이 사건 건조기에 기계적 결함이 존재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6)

이 사건 건조기 바로 옆의 컨트롤박스에는 회전 · 정지, 도어개폐, 틸트(건조기를 기울이는 기능) 등의 조작버튼과 상태확인창이 설치되어 있었다.

7)

피고는 회사 총무부에서 안전 · 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J을 통하여 근로자 전원을 대상으로 월 1, 2회의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별도로 실시하였고, 망인도 대부분의 교육에 참석하였다.

라.

판단

위의 법리와 앞서 인정한 사실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이 사건 건조기의 규모, 작동원리, 끼임현상이 발생하는 원인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건조기에 내부 세탁물에 의한 일시적인 끼임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기계 자체에 변형이 오거나 결함이 발생한 것은 아니어서 반드시 수리업자에 의한 전문적인 수리를 요하는 것은 아니고, 해당 근로자가 적절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끼임의 원인이 된 세탁물을 건조기 외부에서 간단히 제거하기만 하면 그 기능 및 안전에 문제없이 건조기를 다시 작동시킬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점, 비록 위 현상으로 끼임의 정도가 심하여 부득이 건조기 내부에 신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집어넣어 끼임의 원인이 되는 세탁물을 제거하여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작업자로서는 반드시 사전에 건조기의 동력을 차단하여 내부 원통이 회전하지 않도록 조치하여야 한다는 점은 굳이 따로 교육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일 뿐더러, 망인은 피고회사에 입사한 이래로 10년 이상 이 사건 건조기를 이용한 건조 작업에 종사해온 숙련공으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장부장 등으로부터 이에 관한 안전수칙을 별도로 주지받아 그 미조치에 따른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건조기의 전원스위치는 건조기 바로 옆에 있어 전원을 차단하는 것이 매우 용이하였던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로서는 망인이 정지된 이 사건 건조기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가동된 건조기 내부의 회전날개에 충격 당하는 사고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거나 피고에게 위와 같은 불측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비록이 사건 건조기의 문이 열려 있을 때에는 전원을 켜더라도 건조기가 작동되지 않는 기계적 설비를 갖추었다면 이 사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으며, 달리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있어서 피고의 과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형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