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은 C 주식회사(이하 'C'이라고 한다)을 I에게 매각하였으나 인수대금이 없던 I이 피고인에게 C에 머무를 것을 제안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인은 C에 이름을 빌려주는 역할 정도만 하였을 뿐 피고인은 C의 실질적인 대표자가 아니다. 따라서 C과 피해자 G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 사이의 공사재개로 인한 편취 범행에 피고인이 관여한 바가 없다.
가사 피고인이 C의 실질적인 대표자라고 하더라도, 피해자 회사가 2011. 12. 초순경 구조물, 패널 등의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재개할 당시 그 도급인인 C은 건축주인 D로부터 지급받을 공사대금이 남아있는 상태였으므로, 피해자 회사에게 나머지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편취 범의가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C의 실질적인 대표이사였던 사람으로, 2011. 5. 13.경 D로부터 공사대금 6억 2,700만원에 부산시 북구 E에 있는 F마트 신축 공사를 도급받아 공사를 진행하던 중, 2011. 9. 29.경 공사기간 2011. 9. 30.부터 2011. 10. 30., 공사대금 2억 8,600만원에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인 H에게 위 F마트의 구조물, 패널, 창호 공사 등을 하도급 주었다. 그런데 피해자 회사가 2011. 11. 말경까지 공정율 약 60%의 공사를 진행하였으나 위 공정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공사를 중단하자, 공사대금을 주겠다고 기망하여 공사를 재개시키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1. 12. 초순경 부산 북구 E에 있는 피해자 회사 사무실에서 H에게, 중단한 공사를 재개하면 건축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는 즉시 공사대금을 지급해 주겠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런데 사실은 피해자 회사가 구조물 등 공사를 시작하기 전 완료된 옹벽 및 토목 공사대금 1억원도 지급하지 못했고 추후 천장, 전기, 조경 등 마무리 공사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건축주인 D로부터 이미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받아 더 이상 지급받을 공사대금은 없고 그 외 별다른 재산이나 수익이 없어 피해자 회사가 공사를 재개하여 완료하더라도 그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그 무렵부터 2012. 12. 24.경까지 공사를 하게하고 그 공사대금 8,510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피고인이 C의 실질적 운영자인지 여부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C을 I에게 매각하려 하였으나 I에게 인수대금이 없어 피고인이 C을 계속하여 운영하고 있었다고 보이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C의 실무진인 J, K, I이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C의 실질적인 사장이었다고 진술하거나 실무진들이 피고인에게 C의 공사진행사항을 보고하고, 그에 따라 피고인이 공사대금의 관리와 지출을 최종적으로 결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피해자 회사가 공사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하자 C의 기술이사인 J이 피고인에게 '사장님(피고인)이 가서 피해자 회사에 말씀 한 번 해주시면 공사가 재개되겠습니다.'라고 부탁하기도 한 점, 피고인이 2012. 4. 25. C의 실경영자임에도 C의 업무를 한 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범죄사실로 부산지방법원 2012고약4826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 1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한 점, 피고인이 다른 사기 피의사건의 경찰 피의자신문 시 스스로 C의 실질적인 사장이라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205면)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C의 실질적 운영자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에게 편취 범의가 존재하였는지 여부
공사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도급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도급계약 이후 경제사정의 변화로 차용금이나 공사대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 하여 이를 사기죄로 논할 수는 없는바(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도249 판결 등 취지 참조). 이는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공사재개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이는 사기죄의 주관적 요소인 범의를 인정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회사는 건축주 D가 C에 대하여 지급할 공사대금이 남아있다는 말과 함께 약속어음 7,300만 원을 지급하자 이를 믿고 이 사건 공사를 재개한 것으로 보이고, C도 이 사건 공사재개 당시 건축주로부터 지급받을 공사대금이 남아있다고 인식한 상태에서 피해자 회사에게 공사를 재개해 달라고 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 없이 공사를 재개하도록 하여 그 공사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검사 제출의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아도,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C은 D로부터 공사대금 6억 2,700만 원의 이 사건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피해자 회사에게 공사대금 2억 8,6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 이하 같다)의 철골 구조물, 패널, 창호공사 등에 대한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하였다. 이후 2011. 11. 20.경 이 사건 공사대금을 2억 9,810만 원으로 증액하였다.
피해자 회사는 2011. 11. 말경 이 사건 공사의 60%를 진행하였음에도 그에 미치지 않은 1억 4,000만 원 상당의 공사대금만을 지급받자 공사를 중단하게 되었다.
이에 이 사건 신축공사의 건축주인 D, 피해자 회사의 H, C의 J은 2011. 12. 초순경 공사재개에 대해 논의하였는데, 건축주인 D는 당시 C에 지급할 공사대금이 남아있다고 하면서 실제로 2011. 12. 7. 피해자 회사에게 액면금 7,300만 원의 약속어음을 직접 공사대금으로 지급하여 공사가 재개되었는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재개 당시 피해자 회사를 기망할 의사가 있었다면 D로 하여금 기존의 공사대금 7,300만 원을 피해자 회사에게 지급하도록 할 이유는 없을 뿐 아니라,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당시 건축주인 D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공사대금 중 일부를 피해자 회사에게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 회사는 공사를 완성하였음에도 C으로부터 공사대금 2억 9,810만 원 중 8,510만 원을 지급받지 못하자 건축주인 D에게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이에 대해 건축주인 D는 이 사건 범행 이후인 2011. 12. 말경 C과 총결산을 하면서 여기에 이후 C으로부터 받은 약속어음, 전자어음, 당좌수표 합계 1억 7,800만 원 상당이 지급거절된 것을 계산하여 자신이 C에 지급할 공사대금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게 되자 피해자 회사에게 자신이 C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은 이미 지급하였다며 나머지 공사대금의 지급청구를 거절하였던 것으로 이 사건 공사재개 당시에 지급할 공사대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건축주인 D는 이 사건 신축공사가 진행되지 아니하자 직접 2011. 12. 말경 5,000만 원과 344만 원 상당의 공사를 진행하고 C으로부터 그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기도 하였는바, C이 이 사건 신축공사를 제대로 이행하였다면 최소한 합계 5,344만 원(= 5,000만 원 + 344만 원) 상당의 공사대금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C은 이 사건 신축공사 이후 2012. 6.경 대구광역시 교육청으로부터 8억 원에 달하는 교육청 급식시설 증축 및 개보수공사를 수주하기도 하였는데(증거기록 232면), C이 이 사건 이후에도 계속하여 공사를 수주하고 공사를 하였던 이상 이 사건 공사대금이 일부 미지급되었다는 것만으로 이 사건 공사재개 당시 피해자 회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C은 L에게 이 사건 신축공사의 옹벽과 토목공사를 하도급하였다가 공사대금 1억 원을 지급하지 못하였으나, 이후 공사대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건축면허증을 빌려주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58면).
결론
그렇다면 사실오인을 이유로 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위 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정철민(재판장) 김두홍 강윤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