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선박의 건조, 판매 및 수출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대한민국 법인으로, 2006. 2. 16. 필리핀 수빅베이에 선박의 건조 및 수리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현지법인 N회사(이하 ‘N’이라 한다)을 자회사(주식 99.99% 보유)로 설립하였다.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들은 인력송출업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대한민국 법인인 O 주식회사(이하 ‘O’라 한다)와 사이에 N의 필리핀 사업장인 P 업무와 관련하여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O 소속 근로자들이다.
원고들은 소득세 등 과세부담의 문제로 O가 필리핀에 설립한 현지법인인 Q회사(이하 ‘Q’라 한다) 또는 R회사(이하 ‘R’라 한다)과 별도의 근로계약을 형식적으로 다시 체결한 뒤, P에서 아래 표 기재와 같은 근무기간 동안 선박건조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와 N 사이의 서비스 협정 체결 등
피고는 2007. 10. 30. N과 사이에, 피고가 N에게 경영노하우, 기술정보, 생산정보를 포함한 조선소 운영에 관한 지원과 협조를 제공하는 내용의 서비스 협정(이하 ‘이 사건 서비스 협정’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17년까지 매년 계약기간을 연장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아래 협정은 피고가 2013. 1. 1. N과 체결한 것이다).
제5조 서비스 제공 대가
피고와 O 사이의 생산지원 기술용역계약 체결 및 해지 통보
피고는 2010. 1. 31.<1> O와 사이에, O가 선박건조 관련 생산기술 및 현장관리기술을 피고 또는 피고의 관계회사인 해외신설법인과 관련회사에게 이전하는 용역을 제공하고, 피고로부터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생산지원 기술용역 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 이후에도 피고와 O는 매년 1월에 이 사건 용역계약을 연장하여 왔는데, 피고는 2017. 4.경 O에게 P의 생산물량 감소에 따른 인력 감축을 사유로 이 사건 용역계약의 조기 해지를 통보하였다.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한편 원고들 일부를 포함하여 P에서 근무한 O 소속 근로자들은 2017. 7. 14.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O 및 당시 O의 대표이사 AG이 O 소속 근로자들로 하여금 근로자파견사업의 대상이 아닌 필리핀 P의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에 종사하도록 하였고, 피고 및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 AH는 근로자파견사업의 대상이 아닌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파견근로자의 역무를 제공받았다’는 내용의 고소를 하였다.
이에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2019. 2. 19.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였고, 검찰은 2020. 4. 29. AG, AH, 피고에 대하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기소하였으나, 제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고소인들이 직접생산 공정업무를 담당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P는 N의 사업장으로 N의 법인격이 부인되지 않는 한 피고의 사업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위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21. 1. 28. 선고 2020고단1608 판결).
그러자 검찰은 위 판결에 대해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고, 그에 따라 현재 AG 등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산지방법원 2021노667)이 계속 중에 있다.
관련 법령
이 사건과 관련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9. 4. 30. 법률 제16413호로 개정되어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파견법’이라 한다) 규정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제6호증, 제8호증의, 1, 2, 제22호증, 을 제1 내지 8호증, 제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 주장의 요지
원고들은 O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실질적으로 O와 피고 사이의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는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P에서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였으므로, 원고들과 피고의 관계는 파견법에서 정한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의 관계에 해당한다.
한편 원고들은 P에서 파견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파견이 금지된 직접생산공정업무에 종사하였을 뿐 아니라, 원고들이 P에서 근무하게 된 것 또한 그 실질이 피고와 O 사이에 체결된 근로자파견계약에 기한 것임에도 피고가 파견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에 기인한 것인바, 이는 모두 파견법 소정의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파견법의 직접 고용 의무조항(제5조 제1항, 제6조 제2항, 제6조의2 제1항 제1호, 제3호)에 따라 원고들을 각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의 취업규칙 등에 비추어 현재 정년이 도과하지 않은 원고 A, B, C, D, E, G, H, I, K, L에 대하여 피고가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것을 구한다.
그리고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고용의무 발생시점 이후로서 원고들이 P에서 근로제공을 중단한 다음 달부터 피고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였더라면 받았을 임금 상당액에 대한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 주장의 요지
원고들은 필리핀 P에서 필리핀 법인인 N 또는 Q 또는 R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였으므로, 국제사법 제28조에 따라 이 사건 재판의 준거법으로 필리핀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한민국법인 파견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청구는 그 전제부터 잘못되었다.
원고들이 근로를 제공한 P는 N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장으로, N과 별개의 독립된 법인격을 갖고 있는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파견법상의 사용사업주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원고들에 대하여 지휘·명령을 한 사실도 없으므로, 원고들과 피고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지 아니 하다.
설령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원고 B, D,E, G, I, J, K은 피고에게 명시적으로 직접 고용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위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직접고용의무는 소멸하였다.
준거법의 결정
이 사건은 원고들이 O에 고용되어 필리핀 현지법인과 별도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필리핀 소재 P에서 제공한 근로의 실질이 피고와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의무의 이행 및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으로, 근로 장소 및 근로계약 등에 외국적 요소를 갖고 있으므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하여야 한다.
채권에 관한 법률관계에 외국적 요소가 있을 경우에 당사자가 그 준거법을 선택한 바 없고, 국제사법에도 당해 법률관계에 적용할 준거법을 정하는 기준에 관한 직접적 규정이 없다면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하여야 한다(국제사법 제26조 등).
그런데 근로자파견관계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고용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파견사업주가 사용사업주와 체결한 근 로자파견계약에 의해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근로를 제공한 경우에 ‘근로자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형성되는 법률관계’에 대한 것으로서, 국제사법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근로자파견관계의 준거법을 정하는 기준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므로, 피고의 주장과 같이 근로계약에 관한 준거법 규정인 국제사법 제28조가 적용될 수는 없다), 이 사건에 있어서는 결국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준거법이 되어야 한다.
한편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하여 직접고용의무 등을 부담하게 되는 원인이 파견근로자와 파견사업주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 및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체결된 근로자파견계약에 기초하여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사용사업자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도록 한 법 규정이 존재하는 것에 기인한 것이므로,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 여부 및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구체적인 책임의 범위와 내용은 위 근로계약 및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정해지게 되는바, 위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외국적 요소가 있는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그 기초가 되는 근로자와 파견사업주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 및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체결된 근로자파견계약에 적용되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바, 그 국가의 법이 준거법으로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원고들이 O와 체결한 이 사건 근로계약 및 O와 피고가 체결한 이 사건 용역계약에는 대한민국의 법이 준거법으로 모두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결국 이 사건에 적용될 준거법은 대한민국의 법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근로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갑 제6호증, 제8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대한민국 국민인 원고들은 대한민국 법인인 O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서에 “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O가 정하는 제반 규정 및 관례에 따르되 본 근로계약서에 반하는 사항은 적용하지 아니한다. 또한 대한민국 근로기준법과 관계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O의 해석을 우선 적용한다.”라는 규정(제19조)을 명시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는 원고들과 O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 대한민국의 법이 적용되는 것을 당연히 전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들과 O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준거법으로 대한민국의 법을 묵시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대한민국의 법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준거법이 된다.
이 사건 용역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
갑 제1, 2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O와 피고는 모두 대한민국 법인으로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용역계약서에 준거법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는 않았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O는 기술지원 요원에 대한 고용주와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직업안정법, 사회보험법령 기타 계약 수행자에 대한 법령상의 책임을 부담하고 노무관리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면서(제9조 제1항), “본 계약에 명시되어 있지 않거나 조문의 해석에 관하여 당사자간에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관계법령 및 상관례에 준하여 상호 협의하여 결정한다.”(제16조 제2항), “본 계약서에 관한 일체의 분쟁해결은 서울중 앙지방법원을 전속관할법원으로 한다.”라는 규정(제16조 제3항)을 명시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용역계약의 해석·적용 및 분쟁 해결에 있어 대한민국의 법이 적용됨을 예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O와 피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의 준거법으로 대한민국의 법을 묵시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과 마찬가지로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대한민국의 법이 이 사건 용역계약의 준거법이 된다.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 여부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①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ㆍ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 원고용 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ㆍ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ㆍ기술성이 있는지, ⑤ 원고 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93707 판결 등 참조).
파견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본 판례 및 근로자파견에 관한 파견법의 위 정의 규정을 고려하면 위 판례가 들고 있는 위 ① 요소는 근로자파견을 인정함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 할 것이고, 위 ② 요소는 위 ① 요소와 관련한 개별적 사정들을 평가할 때 사용사업주로서 행하는 지휘ㆍ명령과 도급인으로서 행사하는 지시를 구분하는 일응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위 ① 요소와 함께 근로자파견관계의 핵심적인 징표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위 ③, ④, ⑤ 요소는 도급관계에 관한 적극적 징표이자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한 소극적 징표인 부차적·보완적인 고려요 소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③, ④, ⑤ 요소를 갖추었다고 하여 곧바로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고, 위 ①, ② 요소를 갖추었는지 및 그 정도를 형량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위 ③, ④, ⑤ 요소를 갖추지 못하거나 미흡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위 ①, ② 요소에서 근로자파견에 부합하지 않는 사정들이 현저하게 나타난다면,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인정사실
일부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 제4호증의 1, 2, 제5호증, 제9호증의 1 내지 4, 제10, 11, 12, 14, 15, 18 내지 21, 23, 24호증, 을 제1 내지 4, 7, 8, 14호증, 제15호증의 1 내지 3, 제16호증, 제17호증의 1 내지 3, 제18,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N의 설립 경위 및 조직 등
피고는 부산 영도구에 AI를 운영하며 선박의 건조, 판매 및 수출업 등을 영위하여 온 회사로서, 저임금 노동력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2006. 2. 16.경 자본을 투자하여 필리핀에 자본금 미화 79,456,853 달러인 현지법인 N을 설립하였다.
N은 설립 이후 필리핀 P를 사업장으로 하여 선박 건조 및 수리 업무 등을 하였고, 2013년경에는 독자적인 선박 수주가 가능할 정도의 영업능력을 갖추었다. N은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관리지원본부, 생산본부, 기술본부를 두고 그 아래 관리팀, 대외업무팀, 회계팀, 자재팀, 유지보수팀(O&M), 기술영업팀, 영업기획팀, 영업 관리팀(이상 관리지원본부), 생산기획팀, 공정관리팀, 생산지원팀, 의장품생산팀, 철골생산팀, 선장팀, 전장팀, 기관팀, 도장팀, 조립팀, 선행팀, 탑재팀(이상 생산본부), 품질팀, 선체설계팀, 의장설계팀(이상 설계본부)의 조직을 두었다.
N의 P에는 한국인, 필리핀인, 루마니아인 등이 근무하였는데, 그 근로자 수는 한 때 약 25,613명에 이르기도 하였다. 당시 P에서 근무한 근로자들 중의 대부분은 필리핀 근로자들(위 당시 25,108명)로서 선박 제작, 조립, 탑재 등 직접생산공정과 관련된 업무에 주로 종사하였으며, 한국인 근로자들(위 당시 473명)은 임원, 관리자, 외주직장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관리·감독 업무 등을 주로 수행하였다. 원고들이 P에서 근무하던 시기 동안 피고의 건설부분 부사장을 역임한 AJ(2006. 9. 8. ~ 2009. 2. 28.), AK(2009. 3. 1. ~ 2010. 7. 20.), AH(2010. 7. 21. ~ 2015. 2. 10.), AJ(2015. 2. 11. ~2016. 11. 3.), AL(2016. 11. 4. ~ 2016. 12. 4.) 등이 N의 법인장을 맡아 왔다.
한편, 현재 N은 필리핀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아 회생절차 진행 중에 있다.
이 사건 서비스 협정에 따른 피고의 업무 수행 내용 등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2007. 10. 30. N과 이 사건 서비스 협정을 체결하면서부터 선박건조 Know-How 이전, 생산기술지원서비스, 영업지원서비스, 선수금 환급(지급)보증서비스, 원자재구매지원용역서비스, 전산기술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하기로 약정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N로부터 이 사건 서비스 협정에 따른 로얄티 및 수수료 등을 지급받았다.
선박건조 Know-How 이전
피고가 보유한 선박 건조 및 수리 기술/설계 관련 특허, 기술, Know-How 등 무형자산을 N이 사용하도록 하였다.
생산기술지원서비스
피고는 피고의 소속 직원 중 일부를 N로 보내어 P에서 선박 건조와 관련된 공정관리, 품질검사업무 등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해당 직원은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휴직 상태에서 N로 적을 옮겨 N의 관리자 등으로 위 업무를 종사하였다.
영업지원서비스
피고는 2009년경부터 2012년경까지 N의 선박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을 지원하였다.
선수금 환급(지급)보증서비스
N이 선박을 수주하고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을 경우 금융기관과 선수금 환급(지급)보증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기관이 발급한 선수금 환급(지급)보증서를 선주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이에 피고는 N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선수금 환급(지급)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금융기관에 지급보증을 제공하였다.
원자재구매지원용역서비스
피고는 N이 선박 건조와 관련한 원자재를 AM, AN, AO 등의 공급업체들로부터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업무를 지원하였다.
전산기술지원서비스
피고는 N이 사용하는 전산프로그램에 대한 유지보수서비스를 제공하였다.
P 업무의 진행 과정 및 작업 관리
N이 선주로부터 선박을 수주하면, 선박을 설계하고 P에서 가공, 조립, 탑재, 의장, 도장 등을 하는 선박 건조 공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선주는 P에 감독관을 파견하여 선박 건조 공정을 감독하는데, 요구사항이 있는 경우 N의 임원 및 관리자에 이를 전달하여 선박 건조 과정에 반영되도록 지시하였다.
그에 따라 N의 관리자 등은 원고들을 포함한 P 근로자들에게 이와 같은 요구사항을 이메일, 카카오톡 그룹채팅 등의 방법으로 공지하고, 필요한 업무사항을 점검하고 지시하였다.
P 근로자들에 대한 근태 관리 등
원고들과 같이 O 소속 직원으로 P에 근무한 근로자들은 한국인 외주직장으로 불리었는데, N의 관리자는 한국인 외주직장을 대상으로 월간 근무계획 및 초과근무현황을 공지하고,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을 관리하고 근무태도를 점검하였다. 또한 N에서는 P에 근무하는 근로자 중 O와 근무기간을 2년으로 계약한 계약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2년의 기간이 만료하기 전에 타 사업장에서 근무한 후 P에 복귀하여 근무하게 하도록 지시하기도 하였다.
P 근로자들에 대한 급여 지급 방식
이 사건 서비스 협정에 따라 P에서 근무한 피고 소속 직원들에 대한 급여는 과세 문제 등으로 N이 필리핀에서 일부를 지급하였고, 나머지는 피고가 N로부터 이 사건 서비스 협정에 따른 생산기술지원 서비스료를 수령하여 국내에서 이를 지급하였다.
원고들과 같이 P에 근무한 O 소속 직원들에 대한 급여의 경우 과세 문제 등으로 O가 설립한 필리핀 현지법인인 Q, R 등이 필리핀에서 일부를 지급하였고, 나머지는 N이 이 사건 서비스 협정에 따른 생산기술지원 서비스료를 피고에게 지급하고, O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료를 수령하여 국내에서 이를 지급하였다.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O는 인력 송출 이외에 원고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과 관련된 독립적인 설비나 고유한 기술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② O는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들과 같이 용역제공장소에 상주하는 기술지원요원(앞서 본 바와 같이 P에서는 한국인 외주직장으로 불린다)의 수, 상주시기, 기한을 피고와 사전협의하기로 하고, 피고에게 기술지원 요원의 적격여부를 검토하기 위하여 O에 자료를 요청하거나, 기술지원 요원이 피고의 근무규칙이나 업무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준수하지 아니하고 직무에 충실하지 아니한 경우 그 요원의 교체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약정을 하였고, O가 원고들과 같이 P에서 근무하는 소속 직원들에 대한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등을 관리하지 않은 점, ③ 원고들이 근로를 제공한 P는 피고의 자회사인 N의 사업장으로 피고 소속 직원들이 N의 관리자로서 근무하고 있고, N의 관리자로부터 업무 수행에 관한 지시를 받으며 관련 업무를 수행한 점, ④ 원고들이 P에서 수행한 선박제조와 관련한 생산기술지원업무와 피고가 이 사건 서비스 협정에 따라 제공하는 생산기술지원서비스의 업무내용이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는 점 등에 의하면, 원고들이 P에서 근무하는 기간 동안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편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위 1)항에서 인정한 사정 및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들의 사용사업주로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 것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N과 피고의 관계
모회사와 자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개의 독립된 법인격을 갖는다. 그러므로 피고와 N이 모자회사 관계에 있고, 피고의 건설부문 부사장이 N의 법인장을 역임하였다거나 피고 소속 직원이 이 사건 서비스 협정에 따라 N의 사업장인 P에서 근무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와 N은 법인격, 임직원, 주주 구성 등이 다른 별개의 회사로서 P에서 이루어진 근로관계의 실질을 파악함에 있어서도 피고와 N은 별개로 보아야 한다.
다만 피고가 N의 독자적인 법인격을 주장하는 것이 법인격의 남용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달리 볼 여지가 있으나, 이 사건은 피고가 N의 주식을 99.9% 보유하여 친자회사에 유사한 경우인데, 친자회사는 상호간에 상당 정도의 인적·자본적 결합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자회사의 임직원이 모회사의 임직원 신분을 겸유하고 있었다거나 모회사가 자회사의 전 주식을 소유하여 자회사에 대해 강한 지배력을 가진다거나 자회사의 사업규모가 확장되었으나 자본금의 규모가 그에 상응하여 증가하지 아니한 사정 등만으로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독자적인 법인격을 주장하는 것이 자회사의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인격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적어도 자회사가 독자적인 의사 또는 존재를 상실하고 모회사가 자신의 사업의 일부로서 자회사를 운영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 요구되며, 구체적으로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재산과 업무 및 대외적인 기업거래활동 등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고 양자가 혼용되어 있다는 등의 객관적 징표가 있어야 하며, 자회사의 법인격이 모회사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하는 등의 주관적 의도 또는 목적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4다2611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와 N 사이의 재산과 업무, 대외활동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다거나, 피고가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N을 설립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N의 사업장인 P를 피고의 사업장과 동일한 것으로 보거나, P에서 근무하는 N 소속 근로자들을 피고 소속 직원인 것으로 동일시 하여 근로관계를 파악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의 상당한 지휘·명령 여부
원고들은, 피고가 P에 파견한 피고 소속 직원을 통해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직·간접적인 지시를 받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주장하는 피고 소속 직원은 피고가 이 사건 서비스 협정에 따른 생산기술지원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휴직을 하고 P에서 N의 관리자로 근무하게 된 자로서, N에 소속되어 N이 필리핀에서 영위하는 선박 건조 및 수리 등 사업을 위해 근로를 제공한 자이다. 그러므로 N의 관리자가 원고들에 대하여 한 지시를 피고의 지시로 볼 수는 없고, 달리 피고가 원고들을 비롯하여 P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 어떠한 지시를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또한 N의 관리자가 된 피고의 직원들이 원고들에게 지시하였다고 하는 내용은, ① 입고된 자재의 사용, ② 시운전 관련 검사, ③ 공사파트별 업무시작방법(목의장UNIT은 호선 앞에 체조 후 작업장 이동 등), ④ 안전사고 예방관련 지시, ⑤ “(지시사항) 작업 후 메니폴더 벨브 전체 잠금 및 확인 바랍니다(특히 야간작업 후)”와 같은 구체적 업무 지시, ⑥ 각 작업장 정리 등과 같이 N의 고유 업무인 선박 제조 업무에 관한 것일 뿐 그것이 이 사건 서비스 협정에 따른 피고의 고유 업무 그 자체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피고의 업무에 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
원고들은, P에서 근무하면서 피고가 파견한 관리자, 직장들과 동일한 조직에 편입되어 함께 업무를 수행하였음을 이유로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동일하게 편입되었다고 주장하는 조직은 피고의 조직이 아닌 N의 조직이다. 피고가 이 사건 서비스 협정에 따라 P에 근무하도록 한 직원들과 원고들을 비롯한 O 소속 직원들이 N의 조직도에 동일하게 편성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N의 사업에 함께 편입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인사권 등 행사의 주체
O는 독립적 기업조직을 갖추고 모집공고 절차를 거쳐 소속 직원의 채용여부, 직원의 자격조건, 채용 면접 등을 스스로 정해서 시행했으며, 소속 직원과 근로계약도 독자적으로 체결했다. O가 원고들을 비롯된 소속 직원을 P로 송출한 이후 원고들 등이 P에서 근무하는 동안 N에서 근로시간, 근무태도 관리 등을 하였으나, 피고가 해당 부분에 개입하지는 않았다.
원고들의 주된 수행 업무
원고들이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 용역계약은 O 소속 직원인 원고들이 피고 또는 피고의 관계회사의 해외신설법인(이 사건에서 N로 보인다)에게 선박건조와 관련된 고유한 생산기술 및 현장관리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고들 스스로 이 사건 소 제기시부터 직접생산공정에 해당하는 선박을 건조하는 작업을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실제 원고들은 N 관리자(주로 피고에 소속되었던 직원들이었다)의 지시 등에 따라 N의 고유업무인 선박건조 등의 업무에 종사한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점에서 원고들의 실제 수행업무를 기초로 한 사용자는 N임이 명백하다. 또한 원고들이 수행한 구체적인 업무는 N과 원고들의 소속 현지법인인 Q, R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에 따라 정하여졌고, 이러한 계약에 피고가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즉 원고들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이 사건 용역계약이 아닌 원고들과 O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 원고들이 소속된 현지업체인 Q, R와 N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직접 고용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고용의 의사표시 및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헌기(재판장) 유주현 박광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