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금융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전국의 금융, 서비스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C노동조합 산하의 피고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지회다.
피고의 지점 폐쇄와 구조조정 등의 합의
피고는 2013. 11.경 기존 대주주인 D 주식회사(주식양도인, 이하 'D'이라 한다)의 법정관리로 인해 매각절차를 밟게 되었고, 2014. 4.경 피고의 현 대주주인 주식회사 E(주식양수인, 이하 'E'라고 한다)가 인수자로 나섰다.
피고는 회사 매각 및 중앙동 지점의 폐쇄를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였고,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에게도 퇴사 및 재입사, 임금삭감, 명예퇴직 실시 등을 요구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 및 E와 3자간 교섭을 진행하여 2014. 8. 27.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를 하였다.
제1조 명예퇴직
1.1. E는 피고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하되, 그 대상 인원은 7명에 한정된다.
1.2. 명예퇴직은 직급별로 차장 이상(임원제외) 4명, 과장 1명, 대리급 이하 2명을 대상으로 하며 대리급 이하 직원 중 노동조합의 집행부는 명예퇴직 대상에서 제외한다.
1.3. 명예퇴직 대상자 선정을 원칙적으로 E가 결정한다. 다만 대리급 이하 2명에 대하여서는 원고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충분히 협의하여 결정한다.
제3조 직원의 신규 채용
3.1. 명예퇴직 이후 피고가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 3명까지는 E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직원의 선정, 채용 여부 등을 결정한다. 단, 임원의 채용은 정상적인 경영권의 일환임을 고려하여 E의 독자적 판단과 결정에 의한다.
3.2. 기존 근로자들의 퇴사 등의 사유로 기존 직원들의 수가 감소하는 경우 그 감소분에 해당하는 수만큼의 신규채용을 할 수 있다.
3.3. 3.1.조 3.2.조 이외의 신규직원 채용의 경우에는 원고와 합의한다.
3.4. 상기 3조의 모든 항목은 피고, 원고 및 근로자들간 체결한 임금협상, 단체협약보다 우선 적용된다.
명예퇴직 후 신규채용 실시 및 서울지점 개소
이 사건 합의 후 2015. 1. 15. 피고가 선정한 7명의 근로자들이 명예퇴직(이하 '이 사건 명예퇴직'이라 한다)을 하였다.
피고는 2015. 6.경 4명의 근로자를 추가 채용하였는데, 2015. 6. 25. 원고와 사이에 "신규채용 인원은 4명으로 확정하여 상호 동의하고, '근로자들'의 범위에 신규 채용 인원을 포함하며(이 사건 합의서 제3조, 제4조와 연결내용), 기존 근로자의 전체 인원수는 17명으로 확정한다"는 내용으로 협의(이하 '2015. 6. 25. 자 협의'라고 한다)하였다.
피고는 2016. 9.경 서울강남지점을 개설하면서 직원 8명을 신규 채용하였고, 2017. 9. 1. 2명, 2017. 10. 30. 1명을 추가 채용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2016. 11. 10. 부산지방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신청사건(부산2016조정54)에서 아래와 같이 조정을 성립하였다.
피고는 조합원 중 3명을 2017년 1월말 이전에 승진시키고, 차기년도 정기인사 시에도 조합원의 승진을 위해 노력한다.
피고는 조합원에 대하여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며 조합원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부산지역 외 지역으로 발령하지 않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23호증의 각 기재, 을 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증인 F, G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원고의 주장
채무불이행책임
피고는 이 사건 합의 및 2015. 6. 25.자 협의를 위반하여 원고의 동의 없이 기존 퇴직자들을 배제한 채 2017. 10. 30.까지 총 3회에 걸쳐 11명의 신규채용을 일방적으로 진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 배상책임이 있다.
불법행위책임
피고는 이미 서울강남지점을 개설 계획으로 많은 인원의 채용을 예정하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합의 당시에는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원고 및 근로자들에 대하여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만을 주장하며 7명을 퇴사시키는 합의를 얻어내었고, 근로기준법 제25조의 취지에 따라 퇴사자들을 우선 재고용하기 위한 '신규채용시 노사합의 조항'까지 위반하며 일방적인 신규 채용을 추진하였으므로, 피고의 일련의 행위는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피고의 노골적인 원고에 대한 노동조합 탈퇴요구, 원고 노조 적극 가담자를 명예퇴직 시키려는 시도, 신규지점 개설 및 신규채용 예정 사실을 숨기고 원고 노조 주요 관여자들 6명을 명예퇴직 시킨 행위, 원고 노조와의 합의를 무시하고 11명을 신규채용하여 원고 노조의 조직을 약화시킨 행위 등 피고의 일련의 행위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의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부당노동행위(노조 파괴 행위)의 불법행위에도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의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는 금전으로 산정이 불가능한 것인바, 원고는 위자료로서 우선 30,000,100원의 지급을 구한다.
2015. 1. 15.자 근로자 7인의 퇴직이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살피건대, 위에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합의서에 '명예퇴직 대상자 선정은 원칙적으로 E가 결정한다. 다만 대리급 이하 2명에 대하여서는 원고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충분히 협의하여 결정한다, E는 피고로 하여금 명예퇴직 대상자에게 각 통상임금 24개월분을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점, 위 24개월분 중 4개월분은 원고가 제시하는 안을 수용하여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한 점, 명예퇴직 대상자 선정이 원고 및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 회사의 인수 경위, 이 사건 합의서의 체결 경위와 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2015. 1. 15.자 근로자 7인의 퇴직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채무불이행책임의 인정 여부
합의서의 효력 상실 여부
피고는 이 사건 합의서가 인수와 관련 있는 업무들이 종결한 후에는 그 효력을 상실하거나 단체협약 또는 단체협약 유사계약으로 합의서 체결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합의서의 내용에 비추어 인수 업무가 종결한 경우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합의서를 단체협약 또는 단체협약 유사계약으로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합의서 조항의 무효 여부
피고는 이 사건 합의서 중 제3.3조가 피고 경영권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권한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합의서의 내용 및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위 조항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합의의 성격
사용자가 경영권의 본질에 속하여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에 관하여 노동조합과 '합의 '하여 결정 혹은 시행하기로 하는 단체협약의 일부 조항이 있는 경우, 그 조항 하나만을 주목하여 쉽게 사용자의 경영권의 일부 포기나 중대한 제한을 인정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당시의 상황, 단체협약의 다른 조항과의 관계,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노동조합이 경영에 대한 책임까지도 분담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 조항에 기재된 '합의'의 의미를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99도5380 판결, 2010. 11. 11. 선고 2009도4558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합의서 제1.3.조에서 '명예퇴직 대상자 중 대리급 이하 2명에 대하여서는 원고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충분히 협의하여 결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것과 달리 이 사건 합의서 제3.3.조에서 '3.1.조 3.2.조 이외의 신규직원 채용의 경우에는 원고와 합의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위에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피고의 자본이 완전 잠식 상태에 이를 정도로 재정 상태가 좋지 아니하였던 점, ② E와의 협상 이전에 H 주식회사와의 우선협상이 결렬되었던 점, ③ 피고가 2016. 9. 경 서울강남지점 직원을 신규 채용한 후, 2016. 11. 10. 원고와 피고 사이에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이 성립되었는데, 조정신청서에는 명예퇴직자 재고용에 관한 노조요구안(갑 23호증의 38쪽)이 있었으나, 조정안(서)에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존 조합원의 승진 및 타지역으로의 발령 제한만을 그 내용으로 하였을 뿐 신규 채용 또는 명예퇴직자 재고용에 대한 내용은 없었던 점, ④ 이 사건 신규채용은 모두 서울강남지점에서 이루어진 것인데 부산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있는 원고 및 소속 근로자들에게 이해관계가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직원의 선정 및 채용 여부는 경영권의 본질에 속하는 사항으로 이 사건 합의서와 같이 구체적인 기준이나 범위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의 합치를 요하는 사전동의의 의미로 해석한다면 피고의 경영권을 상당히 제한하게 되는 점, ⑥ 원고가 피고의 경영에 대한 책임까지 분담하고 있지는 아니한 점, 그 밖에 피고 회사의 인수 경위, 이 사건 합의서의 체결 경위와 당시의 상황, 이 사건 합의서의 전체적인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서 제3.3.조는 피고가 신규 채용을 하기 위하여 반드시 원고의 사전동의를 요건으로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사전에 원고에게 신규 채용의 기준, 범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고 피고는 원고의 의견을 성실히 참고하게 함으로써 신규 채용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자 하는 '협의'의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합의의 성격이 원고의 사전 '동의' 또는 의사의 합치를 요하는 '합의'임을 전제로 구하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불법행위책임의 인정 여부
살피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 및 증인 F의 증언만으로 피고가 원고를 기망하여 명예퇴직을 강행하였다거나 원고에게 일련의 부당노동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동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