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 A에게 35,000,000원, 원고 E에게 20,000,000원, 원고 B에게 7,000,000원, 원고 F, C, D에게 각 3,500,000원, 원고 G, H에게 각 2,000,000원과 원고 A, B, C, D에 대하여는 각 2018. 6. 14.부터, 원고 E, F, G, H에 대하여는 각 2018. 8. 10.부터 각 2020. 8. 20.까지는 연 5%, 2020. 8. 21.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3/5은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1969. 10. 17. J로 설립하여 1977. 2. 23. K 주식회사로 법인전환되어 1999. 12. 29.경 현재의 상호로 변경한 회사로서, 1969. 10.경 부산 동래구 L동(후에 연제구 L동으로 변경, 이하 같다) M 지상에 석면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하 ‘이 사건 석면공장’이라 한다)을 신축하여 1969. 12.부터 이 사건 석면공장에서 석면사, 석면포, 석면테이프, 석면로프 등 석면제품을 제조하다 1990. 3. 26. 이 사건 석면공장을 폐쇄하였고, 그 후 양산으로 공장을 이전하여 2006. 말까지 석면제품을 생산하다가 이를 중단하였다.
원고 A은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약 7년간 이 사건 석면공장에서 백석면을 취급하며 직포작업을 수행하였고, 원고 E은 1973년부터 1974년까지 약 2년간 이 사건 석면 공장에서 석면 등치를 기계에 담아 가는 실가닥을 뽑아내는 작업으로 주로 청석면을 취급하는 정박작업을 수행하였다.
원고 B는 원고 A의 배우자, 원고 C, D은 그 자녀들이고, 원고 F은 원고 E의 배우자, 원고 G, H은 그 자녀들이다.
석면과 그에 의한 질환
일반적으로 석면이란 자연계에 존재하는 섬유상의 광물성 규산염을 총괄하여 일컫는 용어이다. 석면은 직경이 0.02~0.03㎛으로 아주 미세한 결정을 가지는 섬유 모양의 규산화합물로, 길고 가늘고 강한 섬유로서 쉽게 갈라지고 천으로 직포할 수 있으며, 내열성, 불활성, 절연성이 있어 불연소성, 내전도성, 화학적 불활성이 요구되는 곳에 흔히 쓰인다. 석면의 종류가 다양하여 30가지가 넘는다고 하나 일반적으로는 사문석(Serpentine) 계통인 백석면과 각섬석(Amphibole) 계통인 청석면과 갈석면 등 3가지가 상업적으로 중요하며, 세계적으로 백석면이 생산량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석면은 한번 노출되면 그 후에 다시 노출되는 일이 없어도 장기간의 잠복기(보통 5년 내지 30년 정도)를 거쳐 폐암, 석면폐, 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석면으로 인한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석면폐와 폐암, 늑막암의 일종인 중피종암이 있다. 그 외에 확실히 알려진 건강장해로는 기관지염, 폐기종, 기관지 확장증, 폐렴, 장관계 암인 위암과 소장암, 대장암, 직장암 등이 있다. 이외에도 일부 연구자들에 따르면 석면은 유방암, 난소암, 췌장암, 인후두암 등의 암 발생을 비롯하여 기관지 확장증,기관지염, 폐렴, 무기폐, 늑막염 등의 비악성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로 보고되고 있다.
석면폐증(Asbestosis)은 석면을 취급한 적이 있는 환자나 그 가족 또는 석면을 취급하는 작업장 부근의 주민 등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미만성, 간질성 폐질환으로, 공기 중에 노출된 다량의 석면 섬유가 폐포 내에 침착되어 생기는 폐선유증(肺線維症)을 가리키며, 석면 분진과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이다. 석면폐증은 석면의 성상 외에도 피폭된 양과 기간, 그리고 작업장의 환경에 따라서 발생율이 달라지는데, 석면을 채굴하는 광부보다는 석면을 가공하고 섬유화시키는 과정에 종사하는 사람에게서 더 많이 관찰된다. 석면폐증의 감별진단으로는 폐 섬유화를 유발하는 모든 질환을 고려하여야 하고, 심한 석면폐증에서는 호흡부전, 폐성심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석면에 한 번 노출되면 그 후에 노출되는 일이 없어도 질병은 계속 진행되므로 석면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석면 노출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적절한 내화학성 보호의와 안전장갑을 착용할 것, 위 공단의 검정을 필한 호흡용 보호구(여과효율 99.97% 이상의 고효율 필터가 부착된 방진 마스크 등)를 착용할 것, 분진발생을 억제할 것, 석면 취급시 환기장치를 가동할 것 등을 권장하고 있다. 또, 위 공단은 석면을 제조하거나 취급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건강관리수첩을 발급받아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석면의 유해성 인식 및 석면 관련 규제
독일이 1943. 석면폐로 인한 폐암을 석면으로 인한 직업병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라 석면노출 근로자들에게 보상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의 경우 1970년대부터 석면제 조업자들을 상대로 한 제조물책임소송이 증가하여 1980년대에는 많은 소송이 제기되었고 1989년부터 석면에 대한 단계적 규제가 이루어졌으며, 북유럽 국가에서는 1980년대부터 석면사용을 법률로 금지하기 시작하였다.
국제보건기구(WHO)의 부속기관인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1977년 석면의 발암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1980년 산재보상에 관한 조약 중 보상 가능한 질병목록에 석면으로 인한 암을 포함하도록 개정하고, 1986년 석면에 관련한 조약을 제정하였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 중후반부터 석면취급 사업장의 유해환경 등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산업안전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석면사업장의 작업환경 및 근로자의 건강실태에 대한 조사를 하여 왔으며 그 무렵부터 석면 관련 종사자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루어지고 석면폐와 석면폐의증 환자가 발견되기도 하는 등 석면 취급 사업장 근로자의 질병에 관한 연구는 199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국내에서 석면과 관련된 최초의 법령은 1982. 10. 29.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으로, 위 시행규칙 제39조 제4호가 정한 특정화학물질에 석면이 포함됨으로써, 석면을 취급하는 작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었고, 시행규칙 제43조 제3항에 의하여 석면을 취급하는 근로자들에 대하여 특수건강진단이 실시되게 되었다.
그 후 1990. 7.경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사용허가대상 유해물질에 석면이 추가되었고, 1991. 2.경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이 제정되어 대기오염물질, 특정대기유해물질에 석면이 포함되었으며, 1991. 9.경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특정 폐기물에 석면이 추가되었다. 1997. 5.경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으로 제조 등 금지 유해물질에 청석면, 갈석면이 추가되었고, 1998. 1.경 지하생활공간 공기질관리법 시행규칙이 제정되어 지하생활공간 공기오염물질에도 석면이 포함되었으며, 1999. 6.경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제조 등 금지 유해물질에 청석면, 갈석면이 함유된 중량 비율이 1% 이상인 제품이 추가되었다. 2003. 6.경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금지석면종류를 악티노, 안소필, 트레모라이트석면(각섬석계 석면의 일종) 및 위 석면이 함유된 중량 비율이 1% 이상인 제품으로 확대하였고, 2003. 7.경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어 석면함유 건축물에 대한 철거허가제도가 시행되었으며, 2009. 1.경부터 노동부 고시로 석면의 중량이 제품 중량의 0.1%를 초과하는 건축자재 등 석면함유제품을 제조, 수입,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2009. 2. 6.에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의 철거·해체 전 석면함유를 조사토록 하는 석면조사제도를 도입하는 등으로 국내에서의 석면규제가 진행되어 왔다.
석면 허용농도는 산업장 근로자를 위한 산업보건기준과 일반 대중을 위한 기준이 있는데,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일반 대중에게는 모든 석면에 대해 허용농도를 0.01개/㎤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고, 산업장 근로자에 대해서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에서는 모든 석면에 대해서 허용농도를 0.1개/㎤로 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허용기준은 석면의 종류에 따라 2.0개/㎤(백석면)부터 0.2개/㎤(청석면)까지 기준을 달리하다가 2008. 9. 18.에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노동부령 제308호)을 개정하여 석면 노출에 관한 허용기준을 0.1개/㎤로 정하였다.
원고 A의 석면 관련 질환
원고 A은 2018. 5. 28.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석면폐증’ 진단을 받아 2018. 5. 29.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 양산지사는 2018. 6. 14. 원고 A에게 ‘2018. 6. 14. 실시한 석면폐증 특별진찰 결과에 대해 석면심사회의를 개최하여 심의한 결과 석면폐증으로 인한 장해등급 7급으로 판정되어 장해급여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통보하였고,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8. 12. 14. “원고 A의 ‘석면과 관계있는 흉막판’의 상병 상태가 인정되고, 위 장해가 석면 노출로 인한 상병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 제2호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고 결정하였다.
근로복지공단 양산지사는 2019. 1. 10.경 원고 A에 대하여 산재보험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상병명을 ‘석면 및 기타 광섬유에 의한 진폐증, 석면과 관계 있는 흉막판’으로, 장해등급을 ‘7급 5호’로 인정한다고 결정하였고, 위 원고에게 장해급여 1,573,830원을 지급하였다.
원고 E의 석면 관련 질환
원고 E은 2018. 6. 25.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석면과 관계있는 흉막판’, ‘석면폐증’ 진단을 받아 2018. 6. 25.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 양산지사는 2018. 8. 10.경 원고 E에게 ‘2018. 8. 10. 실시한 석면폐증 특별진찰 결과에 대해 석면심사회의를 개최하여 심의한 결과 병형 : 1형(1/2)으로 장해등급 13급으로 판정되어 장해급여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통보하였고,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8. 12. 14. “원고 E의 ‘석면과 관계있는 흉막판’의 상병 상태가 인정되고, 위 장해가 석면 노출로 인한 상병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 제2호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고 결정하였다.
근로복지공단 양산지사는 2019. 1. 10. 원고 E에 대하여 산재보험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상병명을 ‘석면과 관계있는 흉막판’으로, 장해등급을 ‘13급’으로 인정한다고 결정하였으며, 위 원고에게 장해급여 12,997,53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 11, 12, 15, 1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3 내지 9, 10, 11, 16, 1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양산부산대학교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의 각 사실조회 회신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들의 주장
원고 A, E은 이 사건 석면공장 등 피고의 석면제품 생산시설에 근무하며 석면에 노출되어 석면과 관련된 질병을 얻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근로계약에 부수한 안전배려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채무불이행책임 내지 사용자로서 산업재해 발생방지의무를 소홀히 한 불법행위책임이 있으니 위 원고들 및 그 가족들인 나머지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
피고의 주장
피고에게 요구되는 근로계약상 보호의무의 내용은 원고 A, E이 근무한 1973년부터 1983년까지의 산업계 현실과 그 당시 석면에 대한 위험성 인식 수준 및 관련 규제 등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피고는 그 무렵 위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마스크, 작업복 등을 제공하고 공장 내부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고, 조회시간을 이용하여 마스크와 스카프를 착용하도록 교육하는 등 당시 산업계에 요구되는 통상의 보호의무와 산업재해발생저지의무를 모두 이행하였으므로, 안전배려의무 혹은 산업재해발생방지의무 위반이 인정된다 할 수 없다.
원고 A은 2015. 10.경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석면폐증 진단을 받고 의사에게 석면피해구제신청 계획을 밝힌 사실이 있다. 따라서 위 원고는 위 시점에 이미 피고의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하여 석면 관련 질병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5년의 상사소멸시효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3년의 단기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하여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위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
설령 원고 A, E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원고들은 이 사건 소로 위자료청구만 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이 주장은 따로 판단하지 아니하되 다만 위자료를 정함에 있어 참작사유로 삼기로 한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관련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경우 사용자는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주의의무위반 여부
살피건대 앞서 본 기초사실에 거시한 증거들, 을 제3, 17, 18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는 원고 A, E에게 방진 마스크·장갑·작업복 등을 제공하여 석면 노출 정도를 최소화하고 석면 분진 집진 시설을 갖추는 등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위 원고들에게 석면 노출로 인한 질병의 내용과 예방법 등에 관한 구체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원고들이 석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가 이 사건 석면공장에서 석면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할 무렵인 1970년대 이전부터 외국에서는 석면의 위험성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나라별로 석면에 대한 규제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우리나라도 1970년대부터 언론에서 석면제조업 종사자의 발암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도를 하였다. 또한 일본에서는 1940년대 후반부터 석면폐 등의 질병의 발생과 석면 노출 사이의 상당관계에 관하여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1950년대 후반에는 석면폐에 관한 의학적 견지가 확립되었고, 1960년대에는 관련 규제 법안이 제정되었는데, 피고는 일본 소재 회사로부터 1970. 6.경 석면방직제품의 설비 및 기술을 이전받기도 하였다. 1969년부터 국내 최대 규모였던 이 사건 석면공장을 운영한 피고는 위와 같은 보도 혹은 일본 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하여 석면에 반복하여 노출될 경우 근로자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정을 추상적으로나마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1970년경부터 원고 A, E을 비롯한 이 사건 공장 근로자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하였으나, 필터가 부착되지 않은 면마스크로 석면노출 방지에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며, 작업복도 방진 작업복이 아닌 일반 천으로 만들어진 일반 작업복만을 제공하였고, 작업장의 방진 및 집진시설을 제대로 설치하거나 가동하지 아니하여 작업장에 항상 석면 분진이 비산되어 있었다.
피고는 이 사건 공장 근로자들에게 아침조회 등의 시간을 이용하여 마스크와 스카프 등의 착용을 권하는 내용의 안전교육을 시행하였으나, 석면 노출로 인하여 유발될 수 있는 질병이나 위험성, 그에 대한 예방방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초반 이 사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는 “석면 분진이 다량 발생되고 있어 기존 배기 시설의 정비 점검 및 송풍량의 증가가 요망된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같은 보고서에 의하면 이 사건 공장의 일부에서는 석면 분진 농도가 규제 기준을 초과하고 있는바, 피고가 석면 관련 규제를 제대로 준수하는 등 이 사건 공장 근로자들의 석면노출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집진장치·시설 등을 갖추는 데 필요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의 주의의무위반과 원고 A, E의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
살피건대 앞서 살펴 본 기초사실 및 거시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석면은 한 번 노출되면 그 후에 다시 노출되는 일이 없어도 장기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석면폐, 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석면폐증 등은 석면을 취급하는 근로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원고 A, E의 석면에 대한 노출과 위 원고들의 각 상병과의 인과관계는 충분히 인정된다.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나아가 피해자 등이 언제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석면 관련 질환의 진단만으로 그 원인되는 위법행위를 쉽게 추단해내기 어렵고, 이로 인하여 바로 석면제조업체 등의 주의의무위반이 확인되거나 그로 인한 피해라는 점이 확인되는 것은 아닌 점, ②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부터 석면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였으나, 2009년에 이르러서야 석면의 제조․수입․사용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였고, 특히 국내에서 석면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석면피해구제법은 2010. 3. 22.에야 제정되어 2011. 1. 1.에 이르러서야 시행된 점, ③ 원고 A이 피고의 주의의무위반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 행위와 석면 관련 질환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 사실이나 제조업체를 상대로 민법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까지 인식하기는 어렵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 A이 양산부산대학교병원으로부터 석면폐증을 확진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최초요양신청을 한 무렵인 2018. 5. 29. 무렵에야 비로소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현실적,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달리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 A이 그 이전부터 위와 같은 사실을 현실적,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소는 위 인식시점으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손해배상의 범위(위자료)
원고 A, B, C D
원고 A의 나이, 근로기간, 재해 경위, 장해부위와 그 정도, 원고 A의 책임 정도, 다른 피해자들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동종의 소송에서 인정된 위자료 수준, 석면피해구제법 시행령에 따른 요양급여지급기준 및 위 질병의 발견 가능성, 원고 A과의 관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위 원고들에게 지급할 위자료 액수는 원고 A에 대하여 35,000,000원, 원고 B에 대하여 7,000,000원, 원고 C, D에 대하여 각 3,5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원고 E, F, G, H
원고 E의 나이, 근로기간, 재해 경위, 장해부위와 그 정도, 원고 E의 책임 정도, 다른 피해자들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동종의 소송에서 인정된 위자료 수준, 석면피해구제법 시행령에 따른 요양급여지급기준 및 위 질병의 발견 가능성, 원고 E과 나머지 원고들의 가족관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위 원고들에게 지급할 위자료의 액수는 E에게 20,000,000원, 원고 F에게 3,500,000원, 원고 G, H에게 각 2,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위자료로, 원고 A에게 35,000,000원, 원고 E에게 20,000,000원, 원고 B에게 7,000,000원, 원고 F, C, D에게 각 3,500,000원, 원고 G, H에게 각 2,500,000원과 원고 A, B, C, D에 대하여는 원고 A의 질병 발생일 이후로서 위 원고들이 각 구하는 2018. 6. 14.부터, 원고 E, F, G, H에 대하여는 원고 E의 질병 발생일 이후로서 위 원고들이 각 구하는 2018. 8. 10.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20. 8. 2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인 2020. 8. 21.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각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금덕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