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산 부산진구 B건물 C호에서 'D'라는 상호로 상시 2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여성복판매업을 영위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퇴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6. 3. 15.부터 2017. 9. 23.까지 사이에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E의 2016. 3. 임금 1,096,774원을 비롯하여 별지 체불금품내역서 기재와 같이 임금 28,470,107원 및 퇴직금 2,991,065원 합계 31,461,172원을 당사자간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E에게 월 200만 원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음을 전제로 기소되었으므로 우선 위와 같은 약정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E는 경찰 1회 진술 당시 '월 300만 원의 임금을 지급받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7. 6. 이후에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표준근로계약서를 확인한 후 이루어진 경찰 2회 진술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월 200만 원의 임금을 지급받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데,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E가 피고인 운영의 옷가게에서 1년 6개월 이상 근무하였음에도 자신의 임금을 착각하였다고 쉽게 믿기 어려운 점, 피고인으로부터 시간당 5,000원으로 계산한 시급으로 산정한 임금을 계속하여 지급받아온 점(이에 대해 피고인에게 이의를 제기하였는지에 관하여도 E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 근무형태 역시 1주일에 3일 정도 F, G과 번갈아 출근하는 등 E가 주장하는 정규직의 근무형태로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E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한편, 피고인과 E가 작성한 표준근로계약서(수사기록 17쪽)의 임금란에는 '월급 2,000,000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위 표준근로계약서의 경우 부산시시설관리공단에서 무단 전대 여부에 대한 현장 조사를 나올 경우를 대비하여 E가 퇴직할 무렵 형식상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E도 경찰 1회 진술시 '근무 중 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으나 퇴사후 보여주기식으로 작성한 것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피고인의 위 주장과 부합하는 점, ② 표준근로계약서 사업주란에 기재되어 있는 'H'의 경우 E가 퇴직 이후 자신이 운영한 옷가게의 상호이고, 주소란에 기재되어 있는 피고인의 주소 역시 피고인이 2017. 6. 12.에 전입한 주소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위 표준근로계약서의 경우 E가 퇴직할 무렵 피고인과 E가 형식상 작성한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위 표준근로계약서만으로 피고인이 E에게 월 200만 원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다.
증인 F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E에게 월 300 ~ 400만 원 정도 지급하기로 했다고 E가 취직할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위와 같은 임금 액수는 E의 주장과도 배치되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인 피고인과 F의 소송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증인 F의 위 진술 역시 그대로 믿기 어렵다.
한편, 피고인이 검찰에서 '계약서 작성 당시 급여를 200만 원으로 정하였던 것은 맞는데 차후 시급제로 변경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표준근로계약서가 E 퇴직 무렵에 작성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진술이 착오에 기한 것임을 배제할 수 없다.
(5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E에게 월 200만 원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음을 전제로 체불금품내역서 기재와 같이 임금 28,470,107원 및 퇴직금 2,991,065원 합계 31,461,172원을 미지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음으로 가사 피고인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지급하여 E에게 일부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거나 최저임금으로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임금 ·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고의가 부정된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은 'E와 이 사건 옷가게에 관한 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대신 E로부터 권리금을 받지 않기로 약정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E가 피고인을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월 200만 원의 임금을 전제로 한 과도한 임금 및 퇴직금을 청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피고인이 응소하여 민사소송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점, ②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실제로 E가 퇴직할 당시 피고인이 E에게 이 사건 옷가게를 전대해 주었고, E가 'H'이라는 상호로 옷가게를 운영하였던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E에 대한 임금·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서창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