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0. 1. 15. 선고 2019나53297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0,000,1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1. 9.부터 2020. 1. 15.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금융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전국의 금융, 서비스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C노동조합 산하의 피고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지회이다.

나.

2014. 8. 27.자 합의서와 2013. 12. 31.자 단체협약의 내용

1)

피고는 2013. 11.경 기존 대주주인 D 주식회사(주식양도인)의 법정관리로 인해 매각절차를 밟게 되었고, 2014. 4.경 피고의 현 대주주인 주식회사 E(주식양수인, 이하 'E'라고 한다)가 인수자로 나섰다.

2)

피고는 회사 매각 및 중앙동 지점의 폐쇄를 이유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였고,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에게도 퇴사 및 재입사, 임금삭감, 명예퇴직 실시 등을 요구했다.

3)

이에 원고는 피고 및 E와 3자간 교섭을 진행하여 2014. 8. 27.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를 했다.

제1조 명예퇴직

1.1. E는 피고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하되, 그 대상 인원은 7명에 한정된다.

1.2. 명예퇴직은 직급별로 차장 이상(임원 제외) 4명, 과장 1명, 대리급 이하 2명을 대상으로 하며 대리급 이하 직원 중 노동조합의 집행부는 명예퇴직 대상에서 제외한다.

1.3. 명예퇴직 대상자 선정은 원칙적으로 E가 결정한다.

다만, 대리급 이하 2명에 대하여서는 원고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충분히 협의하여 결정한다.

제3조 직원의 신규 채용

3.1. 명예퇴직 이후 피고가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 3명까지는 E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직원의 선정, 채용 여부 등을 결정한다.

단, 임원의 채용은 정상적인 경영권의 일환임을 고려하여 E의 독자적 판단과 결정에 의한다.

3.2. 기존 근로자들의 퇴사 등의 사유로 기존 직원들의 수가 감소하는 경우 그 감소분에 해당하는 수만큼의 신규채용을 할 수 있다.

3.3. 3.1.조 3.2.조 이외의 신규직원 채용의 경우에는 원고와 합의한다.

3.4. 상기 3조의 모든 항목은 피고, 원고 및 근로자들간 체결한 임금협상, 단체협약보다 우선 적용된다.

제4조 전직, 전보 등

4.1 대상회사의 근로자들에게 부산, 울산, 경남 이외의 지역으로 근무지 변경을 명하는 경우 양수인은 노동조합과 사전에 합의를 하여야 한다.

4.2 상기 4.1조는 대상회사, 노동조합 및 근로자들간 체결한 임금협상, 단체협약보다 우선 적용된다.

제8조 본 합의서의 효력 발생

본 합의서는 각 당사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본건 거래가 종결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는 경우 본 합의서 역시 그 효력을 상실한다.

제10조 확인사항

양수인, 노동조합, 근로자들 모두는 본 합의서의 내용을 충분히 인지함에 따라 본 합의서를 체결하는 것으로서, 향후 어떠한 이유로든 본 합의서의 내용을 임의로 부정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다.

제11조 위약벌

어느 당사자(개인 근로자들은 제외)가 본 합의서에 기재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귀책당사자는 다른 당사자(들)에게 위약벌로 오억 원(₩500,000,000원)을 각 지급한다. 의문의 여지를 피하기 위하여 부연하면, 본건 합의서의 당사자들 중 개인 근로자들은 위약금 지급의 의무가 없으며, 양수인이 귀책당사자인 경우 양수인은 노동조합과 대상회사에게 각 위약벌을 지급하고, 노동조합이 귀책당사자인 경우에는 노동조합과 대상은행이 각 독립적으로 양수인에게 위약벌을 지급하기로 한다.

또한, 주식 양수도 계약체결 이후 대상회사가 귀책당사자인 경우 양수인과 대상회사가 노동조합에게 각 위약벌을 지급하기로 한다.

단, 본 조항은 계약종결일까지만 유효한 것으로 한다.

4)

한편,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2013. 12. 31.자 단체협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제29조(공정한 인사제도의 확립 및 인사의 일반원칙)

피고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제도를 확립, 운영함으로써 직원의 채용, 이동, 승격, 전환, 징계 등 인사관리 전반에 객관성, 공정성, 타당성이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

1.

피고는 인사관리에 있어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2.

피고는 조합원의 인사에 있어 성별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지 않으며 신규채용 시에는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사전에 원고와 협의하여야 한다.

3.

피고는 조합원에 대한 비정상적인 대규모 인사이동·휴직·해고 등의 경우에는 사전에 원고와 합의하여야 한다.

4.

피고는 원고 임원의 지점간 이동에 관하여는 사전에 원고와 합의하여야 한다.

다.

2015. 6. 25.자 회의록(이하 '이 사건 후속 협의'라고 한다)의 내용

피고가 2015. 6.경 4명의 근로자를 추가 체용하여 2015. 6. 25. 원고와 사이에 회의록이 작성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1.

인력충원

-

신규채용 인원은 4명으로 확정하여 상호 동의한다.

-

'근로자들' 의 범위에는 신규채용 인원을 포함한다.

[이 사건 합의서 제3조, 제4조와 연결내용]

-

기존 근로자의 전체 인원수는 17명으로 확정한다.

4.

보수협약 개정 반영 [이 사건 합의서 제5조 제2항 연결내용]

-

보수협약 개정 부분 반영을 위한 협의는 당행 이전 완료 후 협의하기로 상호 동의

(협의내용: 총연봉급여표, 성과급 5% 지급방법 등)

라.

피고는 2016. 9.경 서울강남지점을 개설하면서 직원 8명을 신규 채용했고, 2017. 9. 1. 2명, 2017. 10. 30. 1명을 추가 채용했다.

마.

원고와 피고가 수락한 2016. 11. 10.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신청사건(부산 2016조정54) 조정안(이하 '이 사건 조정'이라 한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2016년도 임금은 2015년도에 삭감된 임금 15% 중 7%를 회복한다.

・임금협약의 유효기간은 2016. 7. 1.부터 2017. 6. 30.까지 1년간으로 한다.

・피고는 조합원에 대하여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며 조합원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부산지역 외 지역으로 발령하지 않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23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제1심 증인 F, G의 각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1)

피고는 이 사건 합의 및 후속 협의를 위반하여 원고와 합의하지 않은 채 2017. 10. 30.까지 총 3회에 걸쳐 11명의 신규채용을 일방적으로 진행했으므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2)

피고는 서울강남지점 개설 계획 및 신규채용 예정 사실을 숨기고 그 사실을 모르는 원고 측을 기망하여 7명의 명예퇴직을 강행했으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3)

피고의 원고에 대한 노골적인 노동조합 탈퇴요구, 원고 노조 적극 가담자를 명예퇴직 시키려는 시도, 신규지점 개설 및 신규채용 예정 사실을 숨기고 원고 노조 주요. 관여자들 6명을 명예퇴직 시킨 행위, 원고 노조와의 합의를 무시하고 11명을 신규채용하여 원고 노조의 조직을 약화시킨 행위 등 피고의 일련의 행위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의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부당노동행위(노조 파괴행위)의 불법행위에도 해당하므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피고의 주장

1)

채무불이행책임 관련

가)

이 사건 합의서가 인수와 관련 있는 업무들이 종결된 후에는 그 효력을 상실하거나 단체협약 또는 단체협약 유사계약으로서 관계법령에 따라 그 유효기간이 2년에 해당하는바, 이 사건 합의 일자인 2014. 8. 27. 로부터 2년이 지난 2016. 8. 27.부터 그 효력을 상실했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이 없어진 이후에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의무를 불이행하더라도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합의서 중 3.3조에서 '합의'의 의미는 '협의'의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 만약 문언 그대로 '합의'라고 본다면, 피고 경영권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권한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으로서 무효이다.

다)

설령 위 3.3조가 유효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조정을 통해 제1, 2차 신규채용에 대한 원고와의 합의 절차를 실질적으로 경유한 것이다.

라)

원고가 이 사건 합의에 따른 합의 권한을 남용하여 무작정 피고의 신규채용에 반대한 것이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2)

불법행위책임 관련

가)

피고가 서울강남지점 개설을 미리 계획하고 원고 지회와 근로자들을 기망하여 명예퇴직을 강행한 적이 없다.

나)

피고가 원고 조합원들에게 원고 지회를 탈퇴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고, 명예퇴직 대상자 선정과 절차는 원고 지회 및 당사자들과 모두 합의한 내용이었다. 또한 피고가 11명을 신규채용한 사실만으로 원고 지회의 세력을 약화시킨 것으로 볼 수 없고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3.

판단

가.

채무불이행책임 성립 여부

1)

이 사건 합의와 후속 협의의 성격 및 유효기간

가)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협정(합의)을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협정(합의)이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살피건대, 이 사건 합의서와 회의록에는 명예퇴직 시행 및 위로금 지급, 신규 채용 및 전직 전보, 임금 감액 및 퇴직금 누진제 폐지 등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사실, 원고 지회의 대표자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이 사건 합의서와 회의록에 각 서명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와 후속 협의는 정기적인 단체협약에 비하여 그 중요성이 결코 덜하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 합의와 후속 협의는 피고의 대주주가 변경되고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특별한 상황에서 노사가 타협하여 쌍방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서면의 형식을 갖춘 것으로 보이고, 원고나 피고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사로써 이 사건 합의와 후속 협의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와 후속 협의를 곧바로 단체협약으로 볼 수는 없고 단체협약에 준하는 개별협정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합의와 후속 협의의 유효기간에 대해 살펴본다.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중 노사 간에 유효기간의 정함이 없는 개별협정이 체결된 경우, 개별협정이 단체협약에 부수하거나 그것과 일체를 이루는 때에는 본 협약과 유효기간을 같이 하지만 본 협약과 별개인 것인 때에는 그 자체가 독자적인 단체협약으로서 별도의 유효기간을 가질 수 있다. 한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32조에서 단체협약에는 2년을 초과하는 유효기간을 정할 수 없고(제1항),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 또는 2년의 기간을 초과하는 유효기간을 정한 경우에 그 유효기간은 2년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제2항), 이와 같이 노동조합법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것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너무 길게 하면 사회적·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당사자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어 단체협약을 통하여 적절한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노사관계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목적에 어긋나게 되므로, 유효기간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함으로써 단체협약의 내용을 시의에 맞고 구체적인 타당성이 있게 조정해 나가도록 하자는 데에 그 뜻이 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다71138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와 피고는 원래 존재하는 단체협약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별도로 개별협정인 이 사건 합의와 후속 협의를 한 것이고, 이 사건 합의서에는 단체협약과의 관계에 관하여 이 사건 합의서의 내용이 우선 적용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단체협약에는 그 유효기간을 2년으로 하되, 협약 만료기간 30일 전까지 개폐의 의사가 없을 경우에는 자동 갱신된 것으로 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는 종전의 단체협약이 계속 효력을 갖는다는 부칙 조항이 포함된 반면, 이 사건 합의와 후속협의에는 단체협약과 같은 자동갱신조항이나 효력 지속조항을 두지 않았다. 이 사건 합의서 제8조 단서에는 효력상실 조항이 있으나, 이 사건에서는 거래가 종결되었으므로 적용될 여지가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과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입법취지를 함께 고려하면, 단체협약과 달리 개별협정의 경우 2년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이 종료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합의서는 2014. 8. 27., 이 사건 후속 협의를 다룬 회의록은 2015. 6. 25. 각 그 효력이 발생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후속 협의에서도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하다는 점을 전제로 신규채용 인원과 전체 인원수를 확정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후속 협의가 이루어진 2015. 6. 25.부터 2년 후인 2017. 6. 25.이 경과함으로써 이 사건 합의와 후속 협의의 효력은 상실되었다고 봐야 한다.

2)

'합의'와 '협의'의 의미

앞서 본 바에 따르면, 단체협약에는 피고의 신규채용에 대해 원고 측과 사전 '협의'를, 조합원에 대한 비정상적인 인사 등, 원고 조합 임원에 대한 지점간 이동에 대해서는 원고 측과 사전 '합의'를 하도록 용어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합의는 단체협약보다 우선 적용되는 것으로서 명예퇴직 대상자 선정시 대리급 이하 2명에 대해서는 원고 측과 사전 '협의'를, 이 사건 합의 중 3.1조, 3.2조를 제외한 신규채용의 경우, 부산·울산·경남 이외의 지역으로 근무지 변경을 명할 경우에는 원고 측과 사전 '합의'를 하도록 용어를 달리 사용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후속 협의에서는 사정변경을 고려하여 신규채용 인원 4명, 총 인원 17명으로 합의한 사실이 명백하다.

위와 같이 이미 단체협약에서도 '합의'와 '협의'를 구분하여 원고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에 더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피고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 '합의'라는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면,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할 당시 '합의'로 기재한 사항의 경우에도, 사용자가 인사권의 신중한 행사를 위하여 단순히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라는 뜻의 사전 '협의'와는 달리, 피고가 원고 측과 의견을 성실하게 교환하여 노사 간에 '의견의 합치'를 보아 인사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뜻에서 사전 '합의'를 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점 원고의 주장이 이유 있고,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합의 조항의 무효 여부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도 노사는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다만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되어 사용자에게 그 단체협약의 이행을 강요한다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결과에 이르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단체협약에 의한 제한에서 벗어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두20406 판결 등 참조). 또한 이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에 대하여 단체협약에 준하는 개별협정을 체결한 경우 그 합의에 관하여도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살피건대, 이 사건 합의서 중 3조는 신규채용에 관한 사용자의 경영권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내용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일 뿐이어서 경영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밖에 이 사건 합의서의 내용, 그 체결 경위나 전후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가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4)

피고가 합의 절차를 실질적으로 이행했는지 여부

사용자가 인사처분을 할 때 노동조합의 사전 동의나 승낙을 얻어야 한다거나 노동조합과 인사처분에 관한 논의를 하여 의견 합치를 보아 인사처분을 하도록 단체협약 등에 규정된 경우 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인사처분은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아야 하지만, 이처럼 사전합의 조항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인사권이 어떠한 경우라도 노동조합의 동의나 합의가 있어야만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노동조합이 사전합의권을 남용하거나 스스로 사전합의권 행사를 포기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러한 합의 없이 한 인사처분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노동조합이 사전합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노동조합 측에 중대한 배신행위가 있고 이로 인하여 사용자 측의 절차 흠결이 초래되었다거나, 인사처분의 필요성과 합리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사용자가 노동조합 측과 사전 합의를 위하여 성실하고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노동조합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제시도 없이 무작정 인사처분에 반대함으로써 사전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등 사정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38007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① 이 사건 합의서는 피고의 인사권 전반에 대하여 모두 '합의' 조항을 둔 것이 아니라, 회사 매각,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사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근로자들의 퇴출이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원고 측이 예상하지 못한 신규채용을 하는 경우 합의를 요하는 조항을 포함시킨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만일 이 사건 합의서의 '합의'의 의미를 단순히 '협의'로 해석한다면, 원고 지회의 정당한 합의권이 침해되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할 수 있고 신규채용 인원과 근로자 전체 인원수를 정한 이 사건 후속 협의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점, ③ 갑 제23호증(조정신청서), 을 제3호증(부산지방노동위원회 조정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측이 명예퇴직자 재고용을 요구하며 신규채용자 입사 취소를 요구한 내용이 포함된 임금·단체협약 요구안에 대하여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고, 2016. 11. 10. 원고와 피고가 조정안을 수락한 사실이 인정되나, 위 조정의 성립으로 이 사건 합의나 후속 협의를 대체하거나 폐지한 것이라고 볼 만한 객관적 정황도 없는 점<1>, ④ 사용자인 피고가 이 사건 합의나 후속 협의를 할 당시 원고 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을 만큼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변호사·노무사 등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얻어 합의서나 회의록 조항에대해 검토하고 변경할 수 있었음에도, 피고의 신규 채용에 대해 원고가 이 사건 합의조항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서야 피고의 경영권이 침해되는 조항이라고 주장한 점, ⑤ 피고가 원고 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갑자기 2016. 9.경 서울강남지점을 개설하고 8명의 신규채용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의 변경에 대해 제대로 소명한 바 없는 점, ⑥ 이 사건 신규채용으로 인한 교섭절차에서 원고 측에 중대한 배신행위가 있고 이로 인하여 사용자인 피고 측의 절차 흠결이 초래되었다거나, 인사처분의 필요성과 합리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피고가 원고와 사전 합의를 위하여 성실하고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원고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도 없이 무작정 인사처분에 반대함으로써 사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등 사전합의권을 남용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합의와 후속 협의가 유효한 기간까지는 합의 조항에 따라 일부 신규채용에 관하여 원고 측과 사전에 합의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합의 및 후속 협의 조항을 위반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와 후속 협의의 유효기간 종기인 2017. 6. 25.이 전임이 명백한 2016. 9.경까지 피고가 원고 측과 사전에 합의하지 않고 8명을 신규 채용한 점에 대해서는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한다(따라서 2017. 6. 26. 이후에 있었던 3명의 신규채용에 대해서는 이 사건 합의와 후속 협의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므로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

나.

불법행위책임 성립 여부

살피건대, 갑 제10, 13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F, G의 각 일부 증언에 의하면 E가 피고 회사 인수 당시부터 노동조합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를 기망하여 7명의 명예퇴직을 강행했다거나 원고 지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원고 조합원들을 골라서 명예퇴직시키려고 했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 밖에 피고가 서울강남지점을 개설하여 신규채용한 인원이 모두 원고 지회에 가입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이를 두고 원고 지회를 파괴하려는 부당노동행위의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1)

위약벌 약정의 효력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합의서 제11조에는 위약벌 5억 원이 명시되어 있으나 본 조항은 계약종결일(본건 거래를 위하여 양도인과 양수인 간에 체결된 주식양수도계약에 따라 양수인이 잔금을 지급한 날)까지만 유효한 것으로 되어 있는바, 그 유효기간이 이미 지난 점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어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원고는 이 사건 합의서 제11조 단서가 민법 제104조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

2)

위자료 산정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 조합의 활동이 위축되고 그에 따라 조합의 단결력이나 교섭력이 약화되는 무형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이고, 이는 수량적으로 산정할 수 없으나 사회통념상 금전평가가 가능한 손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가 이 사건 후속 협의를 한지 1년 후에 급작스럽게 신규 지점 설치계획을 발표하고 신규채용을 강행한 점, 피고가 원고 측의 반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중 원고의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이 있자 어쩔 수 없이 조정에 응하는 등 노사분쟁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성의를 보이지 않은 점 등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해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40,000,000원(= 8명 × 5,000,000원<2>)으로 인정함이 상당하다. 다만 원고가 청구하는 범위를 넘어 위자료의 지급을 명함은 처분권주의에 위반되므로 원고의 청구 범위 내에서 위자료를 30,000,100원으로 정한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00,1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임이 기록상 분명한 2018. 1. 9.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20. 1. 1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당심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하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금석(재판장) 강윤진 김유성

각주1) 피고는 조정 절차에서 원고도 서울강남지점 신규채용 인원에 대해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을 고수하지 않기로 하고 '조합원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부산지역 외 지역으로 발령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각주2) 사전합의조항을 위반한 신규채용 1명당 원고 지회에게 5,000,000원 상당의 정신적 손해를 가했다고 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