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다음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범죄일람표 순번 2 기재 금원에 관하여
범죄일람표 순번 2 기재 금원인 1억 3,000만 원은 피고인과 F 주식회사(이하 '"이라고 한다)사이에 체결된 철 스크랩 공급계약에 따른 선급금으로 지급받은 것에 불과하다.
기망의 고의 부존재
피고인은 2015. 5.경부터 철 스크랩 가격이 폭락하는 등 사정으로 피고인 운영의 'C' 운영이 어려워지자 피해자에게 돈을 빌리게 되었으나 위와 같이 하락한 철 스크랩 시세가 회복되지 않아 변제를 하지 못하게 된 것에 불과하고, 피해자 역시 위와 같은 경기악화 및 피고인의 경영상 어려움 등의 사정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시세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돈을 빌려준 것이다.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충분한 자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고, 이에 원심은 그 판결서 2~3쪽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살피건대, 원심이 든 판시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을 기망하여 돈을 편취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범죄일람표 순번 2 기재 금원이 선급금으로 지급된 것인지 여부
우선 범죄일람표 순번 2 기재 1억 3,000만 원이 선급금으로 지급된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위 돈은 선급금이 아니라 피해자가 피고인의 대여 요청에 따라 빌려준 대여금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F과 피고인 사이에, F이 피고인에게 2015. 9. 8. 선급금으로 1억 3,000만 원을 지급하고 피고인으로부터 납품받게 될 철 스크랩 1차당 100만 원씩을 위 선급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위 선급금을 정산하기로 하는 내용의 '선급금 상환에 관한 계약서'가 작성된 사실, F이 2015. 9. 8. 피고인의 처 E(C의 사업자등록상 사업주이다) 명의의 계좌로 1억 3,000만 원을 이체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 피해자는 이미 2015. 2. 25. 피고인과 F 사이에 체결된 철 스크랩 매매계약을 승계하여 피고인으로부터 그가 생산하는 철 스크랩 전부를 납품받기로 하였고, 위 계약의 효력에 관하여는 피고인도 다투고 있지 않은 점, ㉡ 피해자는 위와 같이 철 스크랩 매매계약을 승계한 이후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철 스크랩을 납품받지 않고 피고인으로 하여금 F에 철 스크랩을 납품하도록 한 후 F이 이를 재판매하면 그 수익금 중 일부를 F으로부터 지급받아 온 점, ㉢ 위와 같은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 거래방식은 위 '선급금 상환에 관한 계약서'가 작성된 이후에도 동일하게 유지되어 온 점, ㉣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요청받자 2015. 9. 8. F 명의 계좌로 1억 3,000만 원을 이체하여 주고, F은 위 돈을 수령 즉시 다시 E 명의 계좌로 이체하여 준 것으로, 위 돈의 출처는 피해자인 점, ㉤ F을 운영하는 G 역시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돈을 직접 지급하면 변제 받기가 힘드니, F을 거쳐서 피고인에게 1억 3,000만 원을 지급하고 피고인이 납품하는 철 스크랩 1차당 100만 원씩을 공제해서 (피해자에게) 달라"는 피해자의 요청을 받아 위와 같이 1억 3,000만 원을 피고인에게 지급하여 준 것이라고 증언한 점 등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과 F 사이에 2015. 9. 8. '선급금 상환에 관한 계약서'가 작성되고 이에 기한 선급금 명목의 돈이 지급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위 돈이 피고인과 F 사이에 새로이 체결된 철 스크랩 매매계약에 기한 선급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이 2016. 2. 3.경 피해자에게 작성해 준 차용증에는 "C(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차용금 중 3,900만 원을 변제하였음을 확인함"이라는 내용의 기재가 있다. 그런데 위 3,900만 원에는 위 ①항 기재 '선급금 상환에 관한 계약서'에 따라 정산된 2,900만 원이 포함되어 있다. 만약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F과 사이에 새로이 철 스크랩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기하여 F으로부터 위 1억 3,000만 원을 선급금으로 수령한 후, F에 철 스크랩을 납품하고 선급금 1억 3,000만 원 중 2,900만 원을 피고인이 F으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납품대금에 충당함으로써 F의 선급금이 2,900만 원만큼 줄어든 것으로 처리한 것이라면, 위 2,900만 원을 피해자에 대한 채무 변제금으로 처리한 것을 설명할 수 없다.
한편 위 1억 3,000만 원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체결된 철 스크랩 매매계약에 기한 추가 선급금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위 돈이 피고인에 대한 대여금이라고 진술한 점, 피고인 역시 피고인에게 2015. 9. 8. 회사운영자금 명목으로 1억 3,000만 원을 빌려달라고 요청하였다고 진술한 점(수사기록 제413쪽), 피고인은 위와 같은 요청을 한 날 곧바로 1억 3,000만 원을 수령하였으므로 위 돈의 출처가 피해자이고 그 명목 역시 대여금인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달리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선급금 증액에 관한 계약서 등 처분문서가 작성되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돈을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체결된 철 스크랩 공급계약의 추가 선급금으로 보기도 어렵다.
기망의 고의가 없었는지 여부
관련 법리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사기죄는 성립한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3583 판결 등 참조).
또한 금전차용에 있어서 단순히 차용금의 진실한 용도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다는 것만으로 사기죄가 성립된다 할 수 없으나, 이미 과다한 부채의 누적으로 변제의 능력이나 의사마저 극히 의심스러운 상황에 처하고서도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피해자들에게 사업에의 투자로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속여 금전을 차용한 후 이를 주로 상환이 급박해진 기존채무 변제를 위한 용도에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금전차용에 있어서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도2588 판결 등 참조).
한편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그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배치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8도10096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피고인은 2017. 2. 9. 부산지방법원에서 배임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위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되었는데, 위 판결에 의하면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고 있던 업체(주식회사 L, C)들이 적자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고 채무가 64억 원 상당에 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2년경부터는 그 직원들의 급여 및 퇴직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 ② 피고인은 2016. 8. 26.에도 같은 법원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는데, 위 판결에 의하더라. 도 피고인은 자신의 명의로 운영하던 'M' 소속 근로자 14명의 2014년도 임금 및 퇴직금 합계 6,700만 원 가량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점, ③ 위 관련 판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 이전에 철 스크랩 공급계약을 체결한 업체로부터 받은 선급금 등을 모두 사용한 상태에서 추가 운영자금이 필요하자, 다른 업체와 새로이 철 스크랩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종전 공급계약에서 받았던 선급금보다 증액된 돈을 선급금으로 수령하거나 추가로 운영자금을 차용하여 돌려막기하는 방법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 점, ④ C의 공장건물 등에 관한 공매가 2015. 2. 11. 개시되었고, 피고인이 체납 세액 4,500여만 원 중 2,000만 원을 납부하여 위 공매가 일시 보류되기는 하였으나 결국 공매절차가 재개되어 2016. 11. 17. 매각까지 이루어진 점 등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미 과다한 부채의 누적으로 인해 변제의 능력이나 의사가 극히 의심스러운 상황에 처해있으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기망의 범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살피건대, 피고인이 양형요소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원심의 변론과정에 현출되어 충분히 고려되었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에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사유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기각.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홍준(재판장) 김미진 박병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