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작업의 경위
피고는 1,293톤의 ‘C’ 바지선(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소유자인데, 이 사건 선박은 준설토 등을 갑판에 적재하여 운반하는 토운선으로서 선박 좌우현에 달린 실린더 유압 장치를 이용하여 갑판을 개폐할 수 있는 구조이다.
피고는 평수구역을 운항하는 용도인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연해구역 등을 운항할 수 있도록 변경 인증을 받기 위하여 2019. 5. 25. D(주)(이하 ‘D’이라 한다)에 선급검사를 위한 수리 작업을 도급하여 2019. 6. 20. 그 수리를 완료하였는데, D은 당시 원고에게 위 선급검사 항목 중 씨밸브 개방 검사를 하도급하여 그 작업을 완료하였다. (3) 피고(담당자 E 차장)는 위 선급검사를 위한 수리작업 도중 선급검사관으로부터 ‘선미 하우스 뒤에 덮개가 없이 설치되어 있는 선내 전력공급용 경운기 발전기에 기름 유출 등의 위험이 있으니, 하우스 안 빈 공간으로 이동 설치하라’는 지시를 받고, D의 추천으로 2019. 6. 17.경 원고에게 위 발전기의 이설 및 노후 유압파이프 교체 작업을 의뢰하였다.
사고의 발생
원고는 망 F(이하 ‘망인’이라 한다)과 함께 2019. 6. 18.부터 같은 달 20.까지 위 작업 중 경운기 발전기 이설 작업을 완료하였다.
원고는 2019. 6. 21. 07:30경 망인과 함께 트럭을 타고 부산 사하구 G에 있는 D 안벽에 도착하여 LPG가스통과 산소용접기 등 장비를 내리는 등 작업 준비를 마친 후, 망인과 함께 이 사건 선박 내 실린더 실에 진입하여 LPG가스와 산소용접기를 이용한 유압호스 교체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을 하던 중, 같은 날 08:25경 위 작업 현장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망인이 사망하고, 원고가 ‘화염화상 심재성 2~3도 60%(전신)’(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산업재해 불승인 처분
원고는 2019. 6. 24. 근로복지공단에게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요양신청을 하였는데, 근로복지공단은 2020. 5. 28.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가 위 처분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0. 11. 4. 위와 같은 이유로 기각되었고,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1. 6. 3. 마찬가지로 기각되었다.
관련 사건
원고는 2021. 9. 10.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원고는 피고의 일용직 근로자로서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원고가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요양을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부산지방법원 2021구단21532)을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22. 8. 24.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제1 내지 8호증, 을제1 내지 1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주장 및 판단
청구원인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와 일당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로서 원고가 안전하게 유압호스 교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안전배려 의무가 있었음에도, 그 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② 예비적으로, 설령 원·피고 사이에 근로계약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유압호스 교체 작업을 함에 있어 피고(E)에게 ‘유압호스에 압력이 많이 걸려 있어 작업이 위험하므로 압력을 낮추어 달라’고 요청하였음에도, 피고(E)가 단순히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원고의 요청을 거절함으로써, 산소 용접기에 의해 가열된 유압호스에서 뿜어진 유압유 비말이 용접기 불꽃에 반응하여 폭 발한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하였으므로, 도급인의 불법행위 책임(민법 제757조 단서)을 부담한다.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실질이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 도구를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해 스스로 이윤을 창출하거나 손실 등 위험을 부담하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등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사용자가 정한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두50168 판결 등).
우선, 원·피고 사이에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을제3 내지 9호증, 갑제1, 2, 4, 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각 사실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하는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보기 어려우므로(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작업을 도급받은 것으로 보일 뿐이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않더라도, 이유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작업 전인 2019. 6. 17. 이 사건 선박의 수리에 필요한 구체적인 작업내역, 소모자재 비용 20만원 및 공임 180만원[9공수 = 3인 × 3일] 등의 내용을 자필로 기재한 후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하여 피고 측에 전송한 바 있고, 피고가 그 내용을 확인한 후 이 사건 작업이 진행되었다. 원고가 작성한 위 서류의 기재 내용과 그 작성 시기와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서류는 이 사건 작업에 대한 일종의 견적서로 보인다.
원고가 피고에게 전송한 위 서류에 의하면 이 사건 작업의 대금은 자재비 20만원, 인건비(9공) 180만원의 합계 200만원으로 되어 있고 인건비 180만원은 3인이 3일간 투입되는 것을 전제로 1일 20만원으로 계산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투입인력에 관계없이 작업이 완료되면 인건비 180만원은 지급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의하면 위 인건비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선박수리에 필요한 구체적인 작업내용, 인력규모, 인건비 등을 원고 자신이 결정하였고, 작업에 필요한 인력도 원고가 직접 연락하여 조달하였다(망인은 원고의 20년 지기 친구로서 원고가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작업에 사용된 산소용접기, 환풍기, 전기용접기, 그라인더, 스패너 등의 작업공구도 원고 소유였다.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수리에 관하여 원고에게 구체적인 지휘나 감독을 하지 않았다(원고 측은 피고가 발전기를 이동시킬 위치를 구체적으로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도급계약 상의 계약 내용에 관하여 언급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피고는 원고의 작업시간을 정하거나 지시한 바가 없으며, 이 사건 작업 당시 원고의 작업시간은 선박수리업계의 통상적인 관례에 따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D은 ‘피고가 원고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이나, D 스스로가 원고와 도급계약 관계를 맺었던 점 등에 비추어,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피고가 2019. 5.경 이 사건 선박을 수리하면서 수리전문업체인 H에 도급하여 작업한 적은 있으나, 선박 수리를 위하여 일용직을 고용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1회성 작업을 의뢰받았을 뿐이고, 따로 4대 보험 등도 가입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가 이 사건 작업 당시 피고에게 ‘유압 호스에 압력이 많이 걸려 있어 작업이 위험하므로 압력을 낮추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① 만일 원고가 피고(E)에게 위와 같은 요청을 하였고, 피고(E)가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원고가 수사기관에 그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을 것이고, 이에 따라 피고(E)가 처벌을 받았을 것임에도, 수사 과정에 원고도 이에 관한 진술을 한 사실이 없고, 피고(E)가 처벌을 받은 사실도 없는 점, ② 이 사건 유압호스 교체 작업은 유압호스 연결 부위에 있는 볼트를 풀어 새로운 유압호스로 교환하면 되는 것이고, 볼트는 몽키, 스패너, 전동드릴장비 등의 장비로 푸는 것이지 산소용접기로 가열해서 이를 해체할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설령 원고가 당시 산소용접기를 이용해야 할 상황이었더라도, 이 사건 선박의 실린더실이 개방형 구조일 뿐만 아니라 유압유의 특성상 폭발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이고, 오히려 원고의 가스통이나 산소용접기의 결함으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제출하는 각 증거들만으로는 위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도 어려우므로,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따라서 원고의 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