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3. 5. 25. 선고 2022가합43432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부산 동래구 C에 소재한 D의원이라는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다. 원고는 2021. 8. 1. 피고와 근로계약기간을 2021. 8. 1.부터 2022. 7. 31.까지로 정하여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위 병원에서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한 사람이다. E은 원고와 함께 피고의 근로자로 고용되어 근무했던 사람이다.

나.

원고와 피고는 평소 자주 언쟁을 벌이는 등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원고와 E은 2021. 10. 15. 피고가 원장실에서 통화를 하면서 “저거(원고와 E)가 못한 걸 나한테 씌우는 거지”라고 말하는 것(이하 ‘이 사건 통화’라고 한다)을 듣게 되었다. 이에 원고와 E은 원장실에 들어가 피고와 항의성 면담(이하 ‘이 사건 면담’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이 사건 면담은 주로 피고와 E 사이에서 이루어졌는데, E이 그 자리에서 “원장님(피고)께서 그렇게 오해를 하신다면 저는 같이 할 마음이 없습니다”라고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자, 원고는 “그래, 이런 식으로 하면 같이 일 못하지”라고 말하였다. 다. 피고는 위 면담 직후 피고와 병원 직원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채팅방에 『원고와 E이 2021. 10. 15.자로 자진퇴사 의사를 밝혔으므로 퇴사를 수리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올렸다(이하 ‘이 사건 사직 수리 메시지’라고 한다). 원고는 2021. 10. 16. 근무를 마지막으로 위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2, 4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면담 과정에서 피고에게 사직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 사건 면담 직후 병원 직원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채팅방에 이 사건 사직 수리 메시지를 올리고 그 다음 날인 2021. 10. 16. 원고를 해고하였다. 이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부당해고이고, 예고 없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무효이다. 설령 원고가 사직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 있더라도 이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서 무효이다. 그러므로 원고는, 피고가 2021. 10. 16. 원고에게 한 해고가 무효라는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말일에 월 2,6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것을 구한다.

3.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직권판단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무효임의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근로를 제공할 수 있었던 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하는 경우,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근로계약상 지위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임이 명백하므로, 사실심 변론 종결 당시 다른 사유로 해당 근로관계가 종료되어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해고의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 참조). 한편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 만료로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퇴직 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5374 판결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원고의 근로기간이 2022. 7. 31.까지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 기간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3. 4. 20.에 이미 만료되었다.

그러므로 설령 해고무효확인의 판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다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21. 10. 16.자 해고의 존부는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 청구의 전제가 되므로 그 범위에서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된다.

4.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가.

해고의 존부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부당해고를 당하였음을 전제로 피고가 원고에게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므로, 해고의 존부에 관하여 본다.

2)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와 관계없이 근로자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근로계약관계 종료를 의미하는데, 근로계약관계가 이와 같은 해고 때문에 종료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서울고등법원 2013. 10. 16. 선고 2012누23904 판결, 대법원 2014. 2. 28. 선고 2013두23904 판결 등 참조).

3)

살피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피고의 일방적 해고에 의하여 종료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 갑5호증, 을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은 피고의 일방적 해고가 아니라 원고의 묵시적 사직 의사표시 또는 원·피고의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임금지급청구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는 피고의 병원 경영방침이나 광고·홍보 등에 관여하였는데 피고와 뜻이 맞지 않아 자주 언쟁을 벌이는 등 평소 피고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통화 내용을 듣고서 E에게 “너는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거냐”라고 말하였다. 이에 E이 그만둘 생각이라고 말하자, 원고는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이다”라고 말하였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E이 피고에게 “원장님(피고)께서 그렇게 오해를 하신다면 저는 같이 할 마음이 없습니다”라고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자, 원고 역시 “그래, 이런 식으로 하면 같이 일 못하지”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한편 이 사건 면담 과정에서 피고가 먼저 원고와 E을 해고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는 없다.

③

피고가 이 사건 면담 직후 병원 직원들이 참여한 카카오톡 채팅방에 이 사건 사직 수리 메시지를 올리고 원고와 E에게 “두 분은 퇴사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데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 직원 2인에 대한 구인광고를 올리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면담 다음 날인 2021. 10. 16. 피고가 원고에게 ‘늦어도 내일까지 개인 짐을 빼라’는 취지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데 대하여 ‘원장님 짐 다 가지고 나왔어요’라고 답하였을 뿐, 별다른 항의나 이의를 한 바 없다.

④

원고는 위와 같이 피고에게 구인광고를 올리겠다고 말한 사실은 자인하면서도, 피고의 언행을 해고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와 같이 말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주장에 의하면 당시 원고는 전혀 사직할 뜻이 없었다는 것이므로 자신의 뜻과 전혀 다른 이 사건 사직 수리 메시지를 받은 원고로서는 피고에게 ‘원고의 처사는 일방적인 해고이므로 부당하다’는 취지로 다투거나, 적어도 자신이 사직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는 원고가 평소 사용자인 피고와 자주 언쟁을 벌인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에게 직원 구인광고를 올리겠다고 하였고, 피고가 2021. 10. 17.까지 짐을 정리하라는 취지로 보낸 문자메시지에 대하여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은 믿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에게도 사직의 의사 또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대한 합의해지의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그와 같이 행동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⑤

원고는 2021. 10. 20. 피고에게 ‘같이 그만두기로 했던 E은 붙잡고 오해 풀고, 저는 오해도 풀지 않고 잡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러니 저는 그대로 그만둔다고 할 수밖에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⑥

원고는, 피고가 2021. 10. 16. 원고를 일방적으로 해고하면서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로 피고를 고소하였다. 그러나 검찰은 2022. 3. 10. 피고에게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나.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서 무효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설령 자신이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2)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고, 단지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무효이다(민법 107조).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서 말하는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0다47361 판결 참조). 또한 어떠한 의사표시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는 경우에 그 증명책임은 무효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다51626 판결 참조).

3)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위 4. 가. 3)에서 본 사실 내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내심 진정으로 사직 또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언행에 의한 의사표시가 사직 또는 합의해지의 의사표시임을 알면서도 그와 같은 의사를 표시한 것이므로, 민법 107조에 정한 진의 아닌 의사표시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설령 원고의 의사표시를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보더라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의 의사표시를 두고 진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남재현(재판장) 여한울 이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