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6. 7. 16. 선고 2023가합41846 판결

주문

1.

원고의 주위적,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

피고는 2019. 7. 4. 골프연습장, 스크린연습장 운영업 등을 영업 목적으로 하여 설립되었고, 대표이사 C가 그 발행주식 총수를 보유하고 있는 1인 주주인 회사이다. ○ 원고는 피고 대표이사 C의 제안으로 2021. 9. 1. 피고에 입사하여 비등기 임원인 재무 이사로 근무하다가 2022. 8. 31. 해임된 사람이다.

○

원고는 피고에 재직하는 동안 재무이사로서 피고 골프연습장 신축에 필요한 사채 차입, 금융 대출업무를 담당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2020. 12. 31. 사채 1억 원,2021. 1. 11. 사채 5억 원, 2021. 9. 13. 5개 D조합 대출 219억 원, 2021. 9. 23. E은행 대출 21억 원 등을 조달하였다.

나.

근무조건과 처우

○

원고가 피고에 재직할 당시 피고에는 대표이사 C, 사내이사 F, 사내이사 G, 감사 H(이상 등기임원), 시설관리이사 I(비등기 임원) 등 등기임원 4명, 비등기 임원 2명(원고 포함)이 재직하였다. 원고는 피고 대표이사 C와 함께 임원실을 공유하면서 근무하였다. ○ 원고는 피고로부터 매월 고정적인 급여로 6,168,680원(세후 500만 원)을 수령하였고, 원고는 피고에 입사한 때로부터 퇴직시까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매월 고용보험료를 납부하였다.

○

피고는 일반직원들의 출·퇴근 여부를 출입 단말기 카드 인식을 통해 확인하였으나, 원고는 출·퇴근 시에 위 단말기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

원고는 피고 재직 기간 중인 2021. 10. 19.부터 2022. 8. 18.까지의 기간 동안 업무시간에 총 416회 골프장 타석을 이용하였는데, 그중 1일 2회 이상 이용한 경우는 171일, 3회 이용한 경우는 22일, 4회 이용한 경우는 4일이었다. 또한 원고는 2022. 1.부터 같은 해 8.까지의 기간 동안 총 25회에 걸쳐 업무시간에 피고의 스크린 골프장을 이용하였다.

다.

피고의 해임 통보 및 그 이후 상황

○

피고는 2022. 8. 24. 원고에게 2022. 8. 31.자로 해임한다는 내용의 통보서(이하 '이 사건 해임'이라 한다)를 서면으로 발송하였다.

○

피고는 2022. 9. 30., 2022. 10. 28. 두 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총 1,000만 원을 해임위로금으로 지급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2022. 10. 11. C에게 "오랜만이다. 9월말에 해임조건으로 보내준 위로금 오백만 원 잘 받았다. 언제까지 지급이 될 것인지확인 부탁한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고, C는 "12월까지 보낼게"라고 회신하였다.

라.

원고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

원고는 2022. 11. 25.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해임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신청하였으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1. 17.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고, 위 판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관련 규정

피고의 내부 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 5, 11호증, 을 제1, 3, 11, 12,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1)

주위적 청구

가)

원고가 피고의 비등기 임원으로 근무한 것은 사실이나, 원고에게 부여된 임원 지위는 형식적이고 명목적인 것에 불과하여 실제로는 피고의 지휘 · 감독에 따라 담당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대가로 고정적인 보수를 수령하여 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상 소정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이 사건 해임을 통하여 원고를 해고하였다. 따라서 피고의 그러한 해고는 절차적·실체적 정당성을 모두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그 확인을 구한다.

나)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와 같은 해고는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22. 9.1.부터 2023. 2. 28.까지 37,012,080원(= 6,168,680원 × 6개월)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과 2023. 3. 1.부터 원고의 복직 완료일까지 매월 6,168,680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예비적 청구

가)

설령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피고의 재무이사로서 상법상 이사인바, 상법 제385조 제1항, 제434조에 따른 주주총회특별결의 없이 이루어진 이 사건 해임에는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해임이 무효이므로, 원고에게 재무이사로서의 지위가 있음에 관한 확인을 구한다. 또한 피고는 원고에게, 2022. 9. 1.부터 2024. 8. 31.까지의 원고 잔여 임기 동안의 보수140,824,79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에 따르면 원고의 계약기간은 15년이고, 위 계약내용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우선하므로, 피고가 위 민법 규정에 따라 원고와의 위임계약을 임의로 해지할 수 없다. 설사 위 민법 규정에 따라 피고가 원고와의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689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의 이 사건 해임은 위 규정에서 정하는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규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다)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이사는 언제든지 제434조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없이 그 임기만료 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해임에 위 규정에서 정하는 '정당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는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피고

1)

주위적 청구와 관련하여, 원고의 임원으로서의 지위나 권한, 피고 회사와의 관계및 처우의 내용이나 수준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에게 근로기준법상의 해고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2)

예비적 청구와 관련하여, 원고는 피고의 비등기 임원이므로 상법 제385조 제1항, 제434조 등 상법상 이사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바, 이 사건 해임은 위 규정에서 정한 절차와는 무관하게 유효하다. 또한 피고가 '부득이한 사유 없이 원고의 불리한 시기'에 원고와의 위임계약을 해지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민법 제689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고, 비등기 임원인 원고에게 상법 제38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위 규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볼 수도 없다.

3.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 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대규모 회사의 임원이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등기 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임용 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를 가려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나.

구체적 판단

1)

갑 제6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C와 F 등이 참여하는 업무용 단체 대화방을 통해 피고의 일일 매출현황 및 재무현황, 급여대장, 은행거래내역 등을 보고한 사실, 세무법인 담당자와 소통하면서 피고의 세무 업무에 관하여 질의하거나 관련 업무를 요청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 사실, 직원 채용 및 면접, 근로계약서 작성 등 인사·노무관리 업무를 수행한 사실, 피고로부터 매월 고정적으로 세후 500만 원의 돈을 지급받아 온 사실, 피고는 원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4대 보험 취득 및 상실 신고를 한 사실 등이 인정되기는 한다.

2)

그러나 주식회사의 이사 등 임원은 회사와의 신임관계 하에 중요 자산의 처분이나 양도 등 업무집행의 방향이나 내용을 결정하는 회사의 공식적인 기관이어서, 일반적으로는 소속 회사에 대한 종속적인 관계를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특정 주식회사의 임원으로서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으로는 회사의 지휘 · 명령하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은 당해 임원의 근로자성을 주장하는 측에서 이를 증명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갑 제2, 6, 23, 25, 27, 29호증, 을 제1, 9호증의1, 2, 제10호증의1, 2, 제12호증의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앞서 살펴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피고는 2020. 9.경 골프연습장 등 건물 신축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였고, 이를 위해 원활한 자금조달 업무를 수행할 재무 담당자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금융기관 재직경력이 있는 원고에게 재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기기로 하고 원고를 재무 이사로 영입하였다. 원고는 피고에 입사하여 재무이사로 근무하기 시작한 2020. 9. 이후인 2020. 12. 31.경 원고의 지인 조영숙으로부터 1억 원을, 2021. 1. 11.경 원고의 장모 J로부터 5억 원을 조달하여 총 합계 6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였고, 2021. 9. 13.경 5개 D조합으로부터 총 합계 219억 원, 2021. 9. 23.경 E은행으로부터 21억 원을 각각 조달하여, 합계 240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였다. 원고가 이와 같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그 내역이나 경과를 정리한 '재무현황', 'E은행거래내역' 파일 등을 업무용 단체 대화방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이를 공유한 사실은 있으나, 이와 관련하여 원고가 구체적인 지휘나 감독을 한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위 원고의 입사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주된 업무인 자금조달 업무에 관하여는 대표이사인 C가 원고를 지휘·감독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음을 알 수 있다. 그밖에도, 갑 제2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관련 형사소송 절차에서 '인사·노무관리 업무에 관하여 C에게 보고는 했지만 C가 이에 대해 문외한이었기에 관련 업무 지시를 받은 사실은 드물었다. C가 위 업무에 관하여는 포괄적으로 위임을 했고, 사전 또는 사후 보고를 하였을 뿐이다'는 취지로 주장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인사·노무관리 업무에 대하여 C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

○

피고의 취업규칙은 '직원'이라 함은 제6조에서 정한 소정의 절차를 거쳐 회사와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를 의미한다고 정하고(제3조), 채용절차에 관하여는 '회사는 경력 및 자격을 갖추고 소정의 서류심사 및 면접시험에 합격한 자를 채용한다'고 정하고 있다(제6조). 그런데 원고는 2020. 9.경 C의 제안에 따라 피고에 입사한 것으로 보일 뿐,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 재무이사로 입사할 때 피고의 취업규칙 제6조가 정한 채용절차를 거쳤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피고는 피고 소속 직원들의 연차휴가, 출·퇴근 시간 등 근태상황을 집계하여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근태상황을 집계 및 관리하고 있지 않고(원고와 같은 비등기 임원에 해당하는 시설관리이사 I에 대해서는 근태상황을 집계 및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근로시간이나 휴가의 사용 등과 관련하여 일반 직원들을 그 대상으로 예정한 취업규칙상의 규율을 별도로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연장근로수당이나 연차휴가수당 등 특정의 근로시간이나 휴가를 전제로 한 수당 등을 일체 지급받은 바 없다). 위와 같은 점을 감안해보더라도 원고가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원고가 피고에 재직할 당시 원고는 대표이사 C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거나, 원고가 업무시간 중에 피고 골프연습장을 빈번하게 이용하였다는 점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피고로부터 원고의 개인적인 소송 업무와 관련한 변호사 비용을 지원받기도 하였다.

○

원고가 피고 재직기간 중에 피고로부터 세후 월 500만 원의 돈을 지급받은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갑 제2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직원들의 통상적인 임금은월 150만 원 내지 300만 원가량이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점에다가 원고가 담당하였던 자금조달 업무가 종료된 이후인 2021. 9.경부터는 원고의 업무량이 현격히 감소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의 위 보수는 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라기 보다는 위임업무 처리에 대한 보수 또는 자금조달과 관련한 보상의 의미로서 지급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

원고의 근로계약서가 증거(갑 제2호증 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로 제출되었으나, 피고는 원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는 점,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23. 1. 17.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 출석하여 '피고와 사이에 별도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원고는 이와 같이 진술한 이유에 관하여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피고를 관할 노동청에 고소하겠다고 하여 합의 과정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함이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성사 여부가 불확실한 합의 진행을 위하여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그 계약기간이 15년으로 기재되어 있거나 퇴직위로금 관련 규정이 포함되어 있는 등 통상적인 근로계약 내용에 비해 이례적인 내용으로 작성되어 있는 점(이와 관련하여 피고의 근로계약서 작성 업무를 담당했던 노무사 K는 관련 형사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원고의 위 근로계약 내용이 통상적이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원고의 근로계약내용 중 계약기간 부분은 '직원의 근로계약기간은 1년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한 피고 취업규칙 제9조 제3항에도 위반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작성 과정은 다소 통상적이지 않은 절차를 거쳤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

○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피고로부터 피고의 일반 직원들과는 다른 처우를 받고 있었던 점은 충분히 인정되고, 이러한 점에다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원고의 경력, 입사 경위, 원고에게 부여된 권한과 업무수행 실태, 다른 임직원보다 현저하게 우대받은 원고의 보수 및 처우, 해임 과정 및 그 후 원고가 보인 태도 등에 관한 여러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가사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서가 진정하게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피고 대표이사 등의 지휘 · 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였다기보다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이를 총괄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

한편, 원고는 C, F 등에게 업무용 단체 대화방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업무와 관련한 보고를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업무용 단체 대화방에 '재무현황', '급여대장', '신한거래내역' 등의 파일들을 반복적으로 공유하면서 이에 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사실, 원고의 위와 같은 파일 공유에 대하여 C가 특별한 응답을 하지 않은 사실, 위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던 F 또한 피고 직원들에 대한 퇴사 통보 경과를 공유하거나 특정 직원에 대한 임금 인상 방안을 제안하고(이에 대해 원고는 '검토해보시죠'라고 응답한 바 있다), C나 원고에게 회사 운영과 관련한 의견을 묻기도 한 사실 등이 인정되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업무용 단체 대화방은 C, F, 원고 등 피고의 주요 임원진들만이 참여하면서 피고의 운영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거나 관련 자료를 공유하기 위한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였을 뿐, 위 대화방을 통해 원고가 지속적인보고 업무만을 수행하거나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

다.

소결

따라서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지급을 구하는 주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4.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해임무효확인 및 재무이사 지위 확인 청구에 관하여

1)

이 사건 해임의 효력 유무 및 원고의 재무이사 지위 존부

위 제3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에게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의 비등기 임원으로서의 원고의 지위는 위임계약상 수임인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언제든지 원고와의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루어진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임은 유효하고, 원고는 더 이상 피고의 재무이사로서의 지위를 갖지 않는다.

2)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상법 제385조 제1항에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아 이 사건 해임이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

(1)

관련 규정 및 관련 법리

(가)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이사는 언제든지 제434조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 없이그 임기만료 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상법 제434조는 "제433조 제1항의 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나)

상법상 이사와 감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하고 그 등기를 하여야 하며, 이사와 감사의 법정 권한은 위와 같이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와 감사만이 행사할 수 있을 뿐이고 그러한 선임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다만 회사로부터 이사라는 직함을 형식적·명목적으로 부여받은 것에 불과한 자는 상법상 이사로서의 직무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2)

구체적인 판단

상법은 제382조 이하에서 이사에게 수반되는 여러 권한과 의무 및 책임뿐만 아니라 선임절차, 임원 수, 임기, 보수 등에 관하여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사의 지위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등기임원에게만 인정될 뿐이고 비등기 임원에게는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피고의 정관도 위와 같은 상법의 규정을 바탕으로 한 등기임원의 지위에 관하여만 규정하고 있을 뿐, 비등기 임원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살피건대, 원고가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지 아니한 비등기 임원에 해당함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각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의한 당사자 간의 약정이 민법 제689조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주장에 관하여

(1)

관련 규정 및 법리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라고 정하여 위임의 상호 해지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민법은 위임을 원칙적으로 무상계약으로 정하고 있는데(제680조, 제686조 제1항), 위임인과 수임인이 위임계약에 계속 구속되어 있지 않도록 하고자 위와 같이 해지의 자유를 인정하는 규정을 둔 것이다. 위임은 결과채무가 아닌 수단채무이므로 당사자 간 신뢰관계가 매우 중요하고, 위임인이 수임인을 신뢰할 수 없게 된 이상 자유롭게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에 부합하므로, 위임인의 임의해지권을 포기하는 약정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2)

구체적 판단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원고의 근로계약기간이 15년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계약관계의 실질이 근로계약이 아니라 위임계약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상,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위 기재내용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임계약상으로도 원고의 이사로서의 임기 또는 위임계약기간을 15년으로 정하였다거나, 그에 의하여 피고가 민법 제689조에 따른 위임인으로서의 임의해지권을 포기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의하여 민법 제689조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소결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각 확인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나.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1)

민법 제689조 제2항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민법상의 위임계약은 그것이 유상계약이든 무상계약이든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이를 해지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다만 상대방이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때에는 그 해지가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나, 그 배상의 범위는 위임이 해지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생기는 손해가 아니라 적당한 시기에 해지되었더라면 입지 아니하였을 손해에 한한다. 그리고 수임인이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던 중 사무처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임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위임인이 그 사무처리의 완료에 따른 성과를 이전받거나 이익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별도로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계약에서는 시기 여하를 불문하고 사무처리 완료 이전에 계약이 해지되면 당연히 위임인이 그 사무처리의 완료에 따른 성과를 이전받거나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계약 당시에 예정되어 있으므로, 수임인이 사무처리를 완료하기 전에 위임계약을 해지한 것만으로 위임인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나)

구체적 판단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임계약이 피고의 임의해지권 행사로 종료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 사건 해임 통보와 관련하여 다른 적당한 시기가 있었는지 여부, 그 적당한 시기에 해지하였더라면 원고가 입지 아니하였을 손해가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원고의 구체적인 주장·증명이 없으므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특별히 원고에게 불리한 시기에 이 사건 근로계약을 해지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상법 제385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위 2) 가)항에 기재한 바와 같이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적법하게 임명되어등기된 이사만이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는바, 원고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지 아니한 비등기 임원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소결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도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상윤(재판장) 정희림 민지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