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3. 12. 15. 선고 2023나47091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의류 및 잡화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나.

피고는 2018. 10. 20.경 원고 회사에 입사해 2021. 10. 23.경까지 근무하였는데, 퇴사 이후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다.

원고의 대표자인 C는 피고에게 퇴직금 7,758,427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범죄사실 등에 관하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 등으로 약식 기소되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2022고약3504)으로부터 2022. 9. 28. 벌금 1,5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2,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와 피고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퇴직금을 받지 않는 대신 퇴직금 선지급 명목의 추가지급금과 1일 9,000원의 식대를 받기로 약정하였고, 원고는 위 약정에 따라 피고에게 추가지급금 합계 25,521,000원, 식대지원금 합계 8,190,000원을 지급하였다. 위 금전 지급이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이 없다면, 피고는 위 추가지급금과 식대지원금 상당액만큼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은 것이므로 이를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7다290613, 290620 판결 등 참조).

2)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아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위 대법원 2017다290613, 29062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살피건대, 갑 제3호증, 갑 제6호증의 1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2020. 1. 20. 원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계약서 제7조는 ‘퇴직금은 지급하지 않는다. 대신 원고는 피고에게 식대, 월차, 시용기간 3개월 뒤 첫 급여인상 10만 원을 지급한다. 피고가 퇴직금 지급을 원할 시 식대, 월차, 시용기간 3개월 뒤 첫 급여인상 10만 원을 받지 않으면 퇴직금을 피고에게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는 같은 날 ‘원고 회사 근로자는 퇴직금 대신에 대체급여인 식대, 월차, 시용기간 3개월 뒤 첫급여인상 10만 원을 받는 것을 동의한다.’는 내용의 퇴직금 미지급 동의서에 서명한 후 이를 원고에게 교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근로계약 체결 당시 매월 지급하는 월급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하는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5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위 퇴직금 분할 약정은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실질이 임금이나 기타 근로조건을 정한 것이면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직금 미지급 약정의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위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지급한 돈을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부당이득으로 볼 수도 없다.

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위 약정을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원고가 제출한 임금지급내역(갑 제5호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에게 적정급여 외에 ‘급여인상’이라는 항목으로 월 100,000원을, ‘대표님 지급금액’이라는 항목으로 월 200,000원 내지 1,070,000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가 매월 지급하는 위 돈을 산정함에 있어서 피고의 평균임금을 고려하여 퇴직금 상당액을 계산한 후 산정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갑 제5호증의 위 기재만으로 원고가 주장하는 추가지급금이 다른 명목의 임금과 구별되어 퇴직금 선지급 명목으로 지급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②

원고는 회사 직원들로부터 일률적으로 퇴직금 미지급 조항이 포함된 근로계약서와 퇴직금 미지급 동의서를 교부받아 온 것으로 보이는데, 월급의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는 원고의 처지에서 퇴직금으로 지급되는 부분과 그렇지 아니한 부분을 명확히 구별하여 지급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③

근로계약서(갑 제6호증의 1)와 퇴직금 미지급 동의서(갑 제3호증)에 퇴직금 미지급의 대가로 언급된 ‘식대, 월차, 시용기간 3개월 뒤 첫 급여인상 10만 원’은 그 표현에 의하더라도 ‘퇴직금 미지급에 따른 추가지급금’이라기보다는 ‘임금 또는 기타 근로조건’의 일부를 정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따라서 이를 대가로 피고가 퇴직금 미지급을 감수한다는 것은 근로관계법령에 따라 그 약정이 무효가 됨은 물론이고 그 자체로 근로자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으로 보인다.

3)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재희(재판장) 정성호 최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