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적시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업무상횡령’이라는 단어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법적인 판단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이러한 말을 하였다고 하여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공소사실 제1항 기재 피고인 발언의 대상은 이 사건 사무소의 직원들이고, 공소사실 제2, 3항 기재 피고인 발언의 대상은 이 사건 사무소의 거래처 관계자이자 피해자와 친한 관계여서 이들이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말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다시 전파할 가능성은 없으므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피해자의 횡령 여부는 사무실 구성원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표현한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거나 피고인이 그것을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검사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3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 피해자 및 O은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약정에 대하여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 피고인의 사업용 계좌에서 피해자의 지시에 따라 금원이 수시로 입·출금된 것으로 보이나, 2019. 8. 21.경 피해자의 지시에 따라 O이 피고인의 사업용 계좌에서 2,000만 원을 O 명의 유안타증권 계좌로 송금하기 전까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사업용 계좌에서의 입·출금 등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점, ㉢ 피고인은 피고인의 사업용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은행이 발송하는 문자메시지를 통하여 실시간으로 통보받아 그 내역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근로기준법위반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으면서 ‘피해자와 동업 관계’에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2020. 7. 29.경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은 바 있는 점, ㉤ ‘횡령’은 그 단어 자체로 사실을 적시하는 것으로 이를 두고 단순한 법적 평가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모두 종합하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 약정의 사법상 효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피해자에게 횡령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려워 ‘피해자가 업무상횡령을 하였음’은 허위 사실로 인정되고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되는 점, ② ㉠ 판시 범죄사실 제1항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F, G, H, I, J 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업무상횡령으로 피해자를 해고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 F, G, H이 이 사건 사무소의 직원이라거나, K, L, N가 피해자와 업무상 상당 기간 알아온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위 사람들이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피해자와 관련된 발언을 다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 실제로 K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가 횡령을 하였다는 말을 듣고, 이 사건 사무소와 거래하던 R에게 이를 전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모두 종합하면,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명예훼손 행위의 공연성이 인정되는 점, ③ ㉠ 피고인이 이 사건 사무소의 경영자로서 내부 인사업무 및 거래처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경우 피해자의 해고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업무상횡령을 하였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점, ㉡ 피고인이 피해자가 횡령하고 ‘도망갔다’는 표현을 사용한 점 등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명예훼손 행위를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발언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허위사실 인식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은 검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증명하여야 하고, 단지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다. 그런데 위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어느 사실이 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증명은 물론, 그 사실의 부존재의 증명이라도 특정 기간과 특정 장소에서의 특정 행위의 부존재에 관한 것이라면 적극적 당사자인 검사가 이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하여야 할 것이지만, 특정되지 아니한 기간과 공간에서의 구체화되지 아니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사실이 존재한다고 주장․증명하는 것이 보다 용이하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그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하고, 따라서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하여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며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사실임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인데, 이 때 제시하여야 할 소명자료는 단순히 소문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허위임을 검사가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구체성은 갖추어야 하며, 이러한 소명자료의 제시가 없거나 제시된 소명자료의 신빙성이 탄핵된 때에는 허위사실 적시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91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앞선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기재한 글이나 발언은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진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은 그러한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형사재판에 있어서 관련된 민사판결의 확정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민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유력한 인정자료가 된다고 할 것인데(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3도7487 판결 등 참조), O이 피고인을 상대로 제기하여 2023. 10. 5. 판결이 확정된 임금등 청구소송(부산고등법원 2023. 9. 14. 선고 2022나57537 판결, 이하 ‘관련 민사사건’이라 한다)에서 위 법원은, 피고(A, 이 사건 피고인, 이하 ‘피고인’이라 한다)와 E(이 사건 피해자) 사이에 이 사건 사무소 운영과 관련하여 E가 피고인에게 월 1,000만 원의 수익을 보장하되 사무실 운영비용을 부담하고, 월 1,000만 원을 초과하는 수익 및 손해는 E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고, 이에 따라 E에게 이 사건 사무소의 자금에 관한 관리, 처분 권한이 위임되어 있었다고 보았다.<1> 이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 사건 사무소의 자금에 관한 관리, 처분권한을 위임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사업용 계좌에서 피고인의 결재 없이 자금을 출금하더라도 ‘횡령’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충분히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해자는 피고인에 의하여 업무상횡령으로 고소된 사건(부산지방검찰청 2020형제2934호)에서 ‘피고인의 사업용 계좌에서 O이나 피해자 명의 계좌로 인출한 돈은 전부 피해자의 소득으로 인정되어 원천징수되었고, 매년 소득신고 시 제출되는 손익계산서에 기재되었다’고 진술하면서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손익계산서, 계좌 거래내역, 입금내역서, 피고인 명의 부산은행 계좌의 입출금 내역과 카드 사용내역이 확인되는 문자메시지 등을 제출하였고, 부산지방검찰청은 위와 같은 자료 등을 종합할 때 피해자가 무단으로 돈을 인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혐의없음’ 의견으로 불기소결정을 하였다.
피고인도 해당 사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와 동업한 이후 매년 6월 소득신고 후 이 사건 사무소의 재무제표 등을 확인했다’고 진술하였고, 2014. 1. 1.부터 2019. 9. 30.까지 피해자 등이 인출한 내역이 피고인의 문자메시지로 전송되었는바, 특히 세무사인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 등의 이러한 인출행위 및 그 내용 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할 것임에도 수년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발언 당시 피고인이 진실로 피해자가 횡령하였다고 믿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피고인의 글이나 발언의 허위성에 관한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보건대, 피고인은 피해자가 횡령하였다고 주장하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횡령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구체성을 가진 소명자료를 제시하여야 할 것인데, 이를 뒷받침할만한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하였는바 피고인은 허위사실 적시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공연성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법리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도833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 피해자 및 각 대화 상대방의 관계가 이 사건 각 발언의 비밀을 보장할 정도의 친밀한 사적 관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각 대화 상대방들이 모두 피고인, 피해자와 같은 사무실 직원이거나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 ‘사무장인 피해자가 업무상 횡령하였다’거나 ‘횡령하고 도망갔다’는 사실은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중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발언은 각 대화 상대방으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고, 피고인 또한 그러한 전파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의사로 이 사건 각 발언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가 횡령하였다’는 내용이 허위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그와 같이 언급하였는바, 피고인에게는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한하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위법성조각에 관한 형법 제310조는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도234 판결,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0도2690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업용 계좌에서 돈을 횡령하였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피고인과 피해자간 갈등을 겪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점, ㉡ 피고인의 이 사건 발언의 동기와 경위, 그 전체적인 내용과 맥락 및 취지, 사용된 표현의 방법과 내용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이 횡령하였다는 취지의 발언이 세무회계사무소에 수임된 기장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쟁점이 되는 부분이었다거나 사무소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 오히려 피고인은 피해자의 명예나 사회적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위와 같이 발언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정당행위의 요건 중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및 보충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변경은 보이지 않고, 나아가 원심이 양형의 이유에서 밝힌 사정들과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경제적 형편,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경린(재판장) 김현희 계훈영
각주1) 피고인 및 변호인은 당심에서 가사 위와 같은 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3다35788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이러한 이익분배 약정은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러한 약정의 무효 여부는 피고인이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음을 인정하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E가 이 사건 사무소에서 세무사만이 할 수 있는 업무를 하여 세무사법을 위반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 또한 부족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