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5. 8. 13. 선고 2024가합44491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957,960,000원 및 그중 157,960,000원에 대하여는 2024. 7. 15.부 터, 나머지 800,000,000원에 대하여는 2024. 7. 25.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12% 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등의 관계

원고는 부산 부산진구 C빌딩(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9층, 10층에서 'D외과성형외과'를 운영하던 의사이고,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E의 아들로, 위 건물의 11층, 12층(이하 '이 사건 호실'이라 한다)에서 'F성형외과'(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를 운영하다가 폐업한 후 G가 운영하는 'H성형외과'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던 의사이다.

나.

제1차 합의서 작성 및 근로계약 등의 체결

1)

원고와 피고는 2023. 12. 13. 원고가 이 사건 병원을 인수하고 피고 및 G 는 원고가 운영하는 병원의 봉직의로서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서(이하 '제1차 합의서'라 하고 그 내용은 '제1차 합의'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2)

원고는 2023. 12. 13. 피고 및 G와 근로기간을 2024. 4. 1.부터 2026. 4. 1.까지로, 임금을 해당 봉직의가 달성한 월 매출액의 30%로 정하여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3)

원고는 제1차 합의서를 작성한 무렵, 피고의 어머니인 E과 이 사건 호실에 관하여 차임 월 1,100만 원, 관리비 월 273만 원으로 정하여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인테리어 공사업자 I과 위 호실에 관하여 공사대금을 1억 5,796만 원으로 정하여 공사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4)

원고는 피고에게 제1차 합의에 따라 병원 인수대금으로 2024. 5. 17. 1억 4,000만 원, 2024. 5. 22. 1,400만 원을 송금하여 합계 1억 5,4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급하였고, 2024. 5. 29. I에게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중 일부로서 1억 원을 지급하였다.

다.

제2차 합의서 작성 등

1)

피고와 G는 자신들이 직접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기로 하여 2024. 6. 16. 원고에게 제1차 합의 및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해제를 요청하였고, 이에 원고, 피고, G, I은 2024. 6. 28.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서(이하 '제2차 합의서'라 하고 그 내용은 '제2차 합의'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2)

피고는 원고에게 2024. 7. 1. 제2차 합의 제2조 가.항에 따라 병원 인수대금 1억 5,400만 원을 반환하였고,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이후인 2024. 7. 24. 제2차 합의 제2조 라.항에 따른 지출비용 상당의 손해액 8,022,20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9 내지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제2차 합의서 제2조를 위반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해제절차를 이행하지 않았고, 원고에게 약정지급기일까지 지출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액 8,022,200원과 공사대금 상당의 손해배상액 1억 5,796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제2차 합의서 제2조 다.항(이하 '이 사건 제①조항'이라 한다), 라.항에 따라 공사대금 상당의 손해배상액 1억 5,796만 원 및 이에 대한 약정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제2차 합의서 제3조(이하 '이 사건 제②조항'이라 한다)에 따라 합의사항 위반을 이유로 한 위약벌 8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1)

공사대금 상당의 손해배상액 지급청구에 대하여

가)

이 사건 제①조항은 공사대금 지급의 상대방을 공사업자가 아닌 원고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피고는 세금계산서 발행을 통한 비용처리를 할 수 없는 반면, 원고는 비용처리가 가능하여 세금을 감경받을 수 있게 되는바, 위 제①조항은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행위 내지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나)

설령 이 사건 제①조항이 반사회질서행위 내지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 제①조항은 원고가 I에게 1억 5,796만 원의 공사대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인데, 피고가 I의 동의하에 원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내지 원고의 I에 대한 공사대금채무를 인수하였고, I을 피공탁자로 하여 공사대금 및 지연손해금 합계 174,058,936원을 공탁하였으므로, 원고는 더 이상 I에 대하여 공사대금채무를 부담하지 않게 되었는바, 피고는 위 제①조항에 따라 원고에게 1억 5,796만 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다)

설령 이 사건 제①조항에 따라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경우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비용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오하여 위 제①조항에 합의한 것이므로, 착오를 이유로 위 제①조항에 대한 합의의 의사표시를 취소한다.

2)

위약벌 청구에 대하여

가)

이 사건 제②조항은 이 사건 호실의 인테리어 공사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병원 운영을 시작할 수 없었던 피고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합의된 것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는바,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행위 내지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나)

제1차 합의서 제6항은 피고가 이 사건 병원에서 5년간 봉직의로 근무하지 않을 경우 원고에게 8억 원의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이라 한다)한 것으로,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 예정에 해당하는바, 근로기준법 제20조 내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제②조항은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이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위약금 면제 조건을 정한 위약금 면제 약정에 해당하므로, 위 위약금 약정이 무효인 이상 이 사건 제②조항도 무효이다.

다)

설령 이 사건 제②조항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위 제②조항은 피고가 제2차 합의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위약금을 면제하여 주기로 하는 조건부 위약금 면제 약정에 해당하는데, 피고는 제2차 합의에서 정한 사항 중 이 사건 제①조항에 따른 공사대금의 지급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을 모두 이행하였고,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에는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이 사건 제②조항에서 정한 위약금 면제의 조건이 성취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위약금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라)

설령 이 사건 제②조항에 따른 위약금 면제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제②조항은 결국 위약금의 지급을 약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데, 위약금 8억 원은 과다하여 부당하므로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그 금액을 대폭 감액하여야 한다.

마)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이 사건 제②조항이 위약벌 약정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약벌을 8억 원으로 정한 것은 의무의 강제로 얻을 수 있는 원고의 이익에 비하여 피고에게 극심한 부담이 되는 벌을 일방적으로 약정한 것에 해당하여 공서양속에 반하므로 그 전부가 무효이다.

3.

판단

가.

공사대금 상당의 손해배상액 지급청구에 관한 판단

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와 피고가 2024. 6. 28. 제2차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피고가 2024. 7. 14.까지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1억 5,796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되(이 사건 제①조항), 피고가 이행기를 지키지 않을 경우 위 돈에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하기로(제2조 마.항) 정한 사실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1억 5,796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약정지급기일 다음 날인 2024. 7.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원고의 위 청구는 이유 있다.

2)

피고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제①조항이 반사회질서행위 내지 불공정 법률행위로 무효라는 주장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제①조항은 원고가 제1차 합의 및 이 사건 근로계약의 존속을 신뢰하여 지출하거나 부담하게 된 공사대금 상당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인 점, ② 원고는 이미 I에게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전액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는 제2차 합의서를 작성하기 전까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상의 도급인 지위를 승계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세금계산서 발행 및 비용처리 방법을 간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그러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제①조항이 반사회질서행위 내지 불공정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계약인수 내지 채무인수 및 변제공탁에 의한 채무 소멸 주장

갑 제14, 32호증, 을 제2, 5, 14, 15호증의 각 기재에 따르면, 원고, 피고, G, I 사이에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피고 또는 G가 인수하기 위한 협의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33, 34호증, 을 제16, 17호증의 각 기재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24. 6. 25.까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인수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2024. 6. 28. 작성된 제2차 합의서에는 여전히 원고가 I에 대하여 공사대금 지급의무를 부담하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공사대금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을 뿐 피고가 위 공사도급계약 내지 원고의 공사대금채무를 인수하였다는 취지의 기재는 존재하지 않는 점, ② I은 제2차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피고와 G로부터의 공사대금 수령을 거부하면서 공사대금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대응하여왔으므로, I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인수에 대해 동의 내지 승낙하였다고 볼 수도 없는 점, ③ 원고는 2024. 5. 29. 이미 I에게 공사대금 중 1억 원을 지급하였고, 제2차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I에게 잔금 5,796만 원도 모두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는 2024. 7. 17. 원고에게 약정지급기일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빠른 시일 내에 공사대금을 지급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송하였던바, 피고로서도 제2차 합의에 따른 공사대금 지급의 상대방을 원고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제2차 합의 당시 원고, 피고, G, I 사이에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내지 공사대금채무의 인수에 관하여 합의가 성립되지 않자

피고가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서 공사대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일 뿐,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위 공사도급계약 내지 공사대금채무를 인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다)

착오에 따른 취소 주장

표의자가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법률행위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그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는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42635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착오하였다고 주장하는 세금계산서 발행 및 비용처리 가능성 여부는 동기에 대한 착오에 해당하는데,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제2차 합의 당시 세금계산서 발행 및 비용처리 가능성이 표시되어 제2차 합의의 내용으로 되었다거나 이 사건 제①조항에 대한 합의의 의사표시 여부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위약벌 청구에 관한 판단

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제②조항의 성질

(1)

관련 법리

(가)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5다207044 판결 등 참조).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다232226 판결 등 참조).

(나)

당사자 사이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계약서 등 처분문서의 내용과 계약의 체결 경위,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의사해석의 문제이다.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지만, 당사자 사이의 위약금 약정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이나 전보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 특히 하나의 계약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에 관하여 손해배상예정에 관한 조항이 따로 있다거나 실손해의 배상을 전제로 하는 조항이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금 조항을 두고 있어서 그 위약금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하게 되면 이중배상이 이루어지는 등의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위약금은 위약벌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제②조항은 제1차 합의와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 사건 위약금 약정과 별개의 위약벌 약정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제②조항에는 '제1차 합의서 제6항에서 정한 위약금 8억 원'이라는 표현과 구별하여 '피고가 제2차 합의에 따른 채무 불이행 시 원고에게 8억 원의 위약벌을 지급하기로 한다'고 기재되어 있는바, 채무 불이행 시 지급하기로 약정한 8억 원이 '위약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나)

제2차 합의서에는 피고의 요청으로 인해 제1차 합의 및 이 사건 근로계약이 해제에 이르게 된 점이 명시되어 있고, 원고가 제1차 합의에 따라 피고에게 지급한 병원 인수대금의 반환 및 원고가 제1차 합의가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지출하거나 부담하게 된 비용 내지 채무 상당액의 배상을 정하고 있으므로, 제2차 합의는 제1차 합의 및 위 근로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전제로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내지 손해배상의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을 정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

제2차 합의서 제2조 마.항은 피고가 제2차 합의를 통해 약정한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급을 약정한 각 돈에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하기로 정함으로써 이 사건 제②항의 위약벌과 별도로 피고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예정하고 있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제②조항 중 '원고는 제2차 합의서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는 것을 조건으로 피고에게 이 사건 위약금 약정에 따른 위약금 8억 원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재를 근거로 위 제②조항이 위약벌을 정한 것이 아니라 조건부 위약금 면제 약정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제②조항 후문에 피고가 채무를 불이행할 시 원고에게 8억 원의 위약벌을 지급하여야 함이 명시되어 있는 이상 위 기재는 제1차 합의 및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해제와 제2차 합의에 따라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원상회복 내지 손해배상 의무가 존재함을 확인하는 취지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위 기재만으로 이 사건 제②조항이 조건부 위약금 면제 약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마)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제②조항 중 '이 사건 위약금 약정(제1차 합의서 제6항)에서 정한 바와 같이 8억 원의 위약벌을 지급하기로 한다'는 기재를 근거로 위 8억 원은 손해배상의 예정으로서 위약금 약정이라고도 주장하나, 위 기재는 위약벌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을 이 사건 위약금 약정과 동일한 액수로 정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뿐, 위 기재만으로 위 위약금 약정상의 금원과 동일한 성질의 금원임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

소결론

이 사건 제②조항이 피고의 제2차 합의에 따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위약벌(8억 원) 약정에 해당함은 앞서 살핀 바와 같고, 기초사실,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해제절차를 제때 이행하지 않아 원고에게 이 사건 호실에 관한 관리비가 부과되었던 사실(제2차 합의서 제2조 가.항), 피고가 지출비용 상당액의 약정지급기일을 위반하고(제2차 합의서 제2조 라.항)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상당액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사건 제①조항)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는 제2차 합의에서 정한 사항을 위반하였다 할 것이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제②조항에 따라 위약벌로서 8억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이 피고에게 송달된 날의 다음 날인 2024. 7. 2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원고의 위 청구는 이유 있다.

2)

피고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제②조항이 반사회질서행위 내지 불공정 법률행위로 무효라는 주장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I이 2024. 6. 21. 무렵 이 사건 호실의 인테리어 공사를 중단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피고와 G가 원고에게 제1차 합의 및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해제를 요청하였음에도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인수절차에 신속히 응하지 않아 계약인수 여부 및 인수 주체가 불분명하였기 때문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제②조항은 피고의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위약벌 약정인바 그 자체만으로 8억 원의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피고로서는 채무를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위약벌 지급의무를 면할 수 있었던 점, ③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의 인수 및 운영을 위한 각종 계약을 체결하고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 상황이었음에도 피고와 G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1차 합의 및 이 사건 근로계약을 해제하는 데 동의하여 주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제②조항이 반사회질서행위 내지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무효인 이 사건 위약금 약정에 따라 이 사건 제②조항도 무효라는 주장, 위약금 면제조건 성취 주장 및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주장

이 사건 제②조항은 제1차 합의와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 사건 위약금 약정과 별개의 위약벌 약정에 해당함은 앞서 살핀 바와 같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위 주장들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제②조항의 위약벌이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는 주장

(1)

관련 법리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하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없고, 다만 의무의 강제로 얻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 그런데 당사자가 약정한 위약벌의 액수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개입하여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고, 스스로가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겠다며 계약의 구속력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하여야 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 일방이 독점적 지위 내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체결한 것인지 등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위약벌 약정을 하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위반 과정 등을 고려하는 등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단순히 위약벌 액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무효라고 판단할 일은 아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7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와 G는 원고를 배제한 채 직접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제1차 합의 및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해제를 요청하였던 점, ② 원고는 제1차 합의 및 이 사건 근로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할 것을 신뢰하여 공사도급계약, 임대차계약, 물품구입 등 이 사건 병원의 인수 및 운영을 위한 부가적인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합계 3억 2,000여 만 원 상당의 비용 내지 채무를 부담하였던 점, ③ 피고와 G로부터 제1차 합의 및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해제를 요구받은 원고로서는 위 합의 및 근로계약의 이행을 위해 지출한 비용이나 부담하게 된 채무를 보전받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제1차 합의 및 이 사건 근로계약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원고, 피고, G, I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의 인수절차를 협의하여 왔으나 피고와 G가 위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원고뿐만 아니라 원고의 배우자와 처남도 피고의 어머니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이 사건 건물에서 병원을 운영해 왔는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제1차 합의 및 이 사건 근로계약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하면서 원고와 원고의 배우자 및 처남이 다른 건물을 임차하여 병원을 이전하게 된 점, ⑥ 원고와 피고의 관계, 제1차 합의 및 이 사건 근로계약의 체결 경위와 해제 경위, 제2차 합의서의 작성 경위와 전후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피고에게 위약벌 조항을 강요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제②항의 위약벌 약정을 통해 원고가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각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호철(재판장) 김부성 김수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