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된다.
원고는 육제품 등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B(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서 사내 이사로 있으면서 밀가루반죽 제조 총괄관리업무를 수행해 왔는데, 2023. 7. 11. 반죽생산설비를 관리하다가 반죽 컷팅기에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걸려 절단됨으로써 우측 수부 무지 원위지골 기저부 완전 절단상(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입게 되었다.
원고는 2023. 7. 21.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사고로 인한 업무상 재해임을 이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23. 9. 4.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상병이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한 것임은 인정되지만, 원고의 경우 ① 이 사건 회사 설립 당시 법인등기부상에 사내이사로 등재되었고, ② 근로계약의 내용과는 다르게 회사의 재무적 상황에 따라 임금 지급일과 지급받는 금액이 달랐으며, ③ 작년 회사 이전에 필요한 일부 자금을 마련하여 회사 법인 통장으로 이체하였고, ④ 대표이사가 회사 경영상 중요사안들을 이사들 간에 함께 상의하고 결정한 바 있다고 진술한 점 등으로 보아,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경영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사용자로 확인되어 근로기준법상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의 경우 이 사건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바 있고, 그 근로계약서에는
근무 요일과 월급 및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이에 따라 회사에 출근하여 사용자의 업무지시를 받아 일을 해 왔고, 이른바 4대 보험까지 가입되어 있는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이와 달리 보아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또한 회사나 법인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 · 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 · 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 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등 참조). 또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37,2006다5464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을1 내지 8, 11,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서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원고의 경우 그 제출의 증거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회사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그렇다고 볼 만한 충분한 증거나 사정이 없다.
이 사건 회사는 축산물 제조, 가공 및 판매업, 식품가공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그 임원으로는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 C, 사내이사 원고 및 D, 감사 E이 있고, 발행주식 총수 50,000주 중 26,000주는 C가, 12,000주는 원고가, 나머지 12,000주는 D가 보유하고 있는데, 원고의 사내이사나 주주의 지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으로 볼 만한 사정에 관하여 원고의 뚜렷한 주장·증명이 없다.
이 사건 회사에는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회사정관에는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및 이사는 대표이사를 보좌하고, 회사의 업무를 분장, 집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이사의 직책으로 밀가루 반죽 제조 총괄관리를 주 업무로 하면서 일용직 직원 관리 및 배송 등 모든 분야를 관리하여 왔고, 대표이사 C는 평소 회사 경영상 중요한 사안에 대해 대표이사 및 원고 등 이사 2인간에 구두로 상의하여 결정하고, 사업 확장 문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출 문제, 회 사이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상의하여 회사이전소요자금을 함께 부담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
원고와 이 사건 회사 사이에 작성된 2023. 1. 2.자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의 정함 없이 담당업무는 밀가루 반죽 제조업, 근로시간은 09:00~18:00, 임금은 연봉 7,400만 원인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원고가 평소 회사에 출근하였다 하더라도 수시로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는 등으로 출·퇴근 관계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고, 대표이사 C는 정직원 3명의 경우 임금 지급일은 매월 20일이고 계좌이체 형식으로 지급되지만, 원고 등 이사 2명의 경우 급여 지급일은 실제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세전 월 600만 원으로 책정된 급여가 회사의 재무적 상황에 따라 지급 여부가 정해지는 것으로 임원 간에 합의된 바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
원고는 국민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 사건 회사에서 원고에게 지급된 월 급여가 고정적으로 위 책정금액만큼 지급된 적은 한 번도 없으며, 이 사건 회사의 2024. 2. 29.자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에 따르면 원고의 2023년도 급여는 총 6,166,700원으로 신고 되어 있다.
원고의 배우자가 2022. 7.경 3,000만 원을 대출받아 이 사건 회사에 회사이전 시설자금 용도로 융통해 주고, 수시로 개인신용카드를 사용하여 식자재 등을 구입하는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출하고서는 나중에 보전 받은 바 있으며, 밀가루 반죽 완제품 배송용 탑차는 위 배우자 소유로 되어 있는 상태에서 위 회사에서 그 할부금을 부담하여 왔고, 2023. 1.경부터 2023. 8.경 사이에는 매달 위 회사의 법인 통장에서 위 배우자의 통장으로 여러 명목의 자금이 많게는 1~3백만 원, 적게는 수십만 원씩 수시로 이체되었다(원고는 위 기간 동안에 위와 같이 수수된 자금 중에서 원고의 급여 1,570만 원 정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원고의 주장대로 이 사건 회사가 그동안 원고의 근로계약서상의 임금 지급을 지체하여 미지급 급여에 대하여 여전히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자료가 없고,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회사의 다른 직원과 마찬가지로 사용자 측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나온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민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