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들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유
향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제1원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은 2023. 7. 6.경 피해자에게 '2023. 7.말까지 피고인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피해자 소유의 곡면인쇄기를 매도하여 피고인의 임금채권 변제에 충당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하였고, 피해자도 이에 동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곡면인쇄기를 처분한 것을 절도로 인정한 제1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제1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제2원심판결에 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횡령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갖고 피해회사 명의인 이 사건 차량을 피해회사에 반환할 것을 거부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에 대한 횡령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2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각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의 제1원심판결에 대한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제1원심에서도 이 부분 주장과 동일한 주장을 하였으나, 제1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구체적인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절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제1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제1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발견되지 않고, 당심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이 법원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났다거나 원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뒤집을 만한 근거가 발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당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B은 수사기관에서와 동일하게 "이 사건 곡면인쇄기를 매각하여 그 돈을 피고인의 체불임금에 충당하는 데 동의하거나, 피고인과 그와 같은 합의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따라서 제1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법리오해 등의 잘못은 인정되지 않는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다.
검사의 제2원심판결에 대한 주장에 관한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3. 1. 1.경부터 2023. 12. 17.경까지 피해회사 주식회사 D에서 이사로 근무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3년 8월경 위 피해회사 명의의 (차량번호 1 생략) I30 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을 개인 용도 및 업무용 차량(출·퇴근) 등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교부받아 보관하던 중, 2023. 12. 17.경 차량을 반환하지 않고 퇴사하였고, 2023.12. 26.경 피해회사로부터 위 차량의 반환 요청을 받았음에도 피해회사로부터 미지급 임금 2,500만 원 상당을 받을 때까지 반환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2024. 1. 25.경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차량을 회수하여 위 피해회사에 돌려줄 때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그 반환을 거부하여 횡령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피해회사로부터 인도받아 사용하던 이 사건 차량은 취득가액 9,000,000원인 2012년식 차량으로, 피해회사에서 이사직함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2023년경부터 출퇴근 등 용도로 사용한 점, ② 피고인은 2023. 12. 17.경 피해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였는데, 당시 피해회사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던 점, ③ 피고인이 피해회사 소유 물건에 관한 법원의 가압류결정을 받고, 그 가압류 집행 당일인 2024. 1. 26.경 이 사건 차량을 반환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이 이 사건 자동차의 반환을 거부한 행위는 피고인의 피해회사에 대한 미지급 임금 등 채권을 지급받기 위한 사실상 담보 내지 상계권 행사로 볼 여지가 있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위 자동차의 반환을 거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횡령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의 반환을 거부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불법영득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행위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하는바,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 피해회사는 2012년경 이 사건 차량을 매수하여 피고인 및 피해회사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업무 및 출·퇴근 등의 용도로 사용하게 하였고, 피고인은 피해회사에서 이사로 근무하게 된 2023년경부터 이 사건 차량을 주거지인 부산에서 기장군 소재 공장으로 출·퇴근하는 용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 사건 차량의 매수및 사용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회사가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차량을 사용하도록 위탁한 것에는 피고인이 위 차량을 업무 또는 업무상 지위와 관련하여 사용하다가 피해회사의 업무를 더 이상 수행하지 않게 되거나 피해회사로부터 반환을 요구받은 경우에는 위 차량을 피해회사에 반환하기로 하는 합의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 피고인과 피해회사 사이에 이 사건 차량으로 피고인의 임금채권에 대한 변제에 충당하기로 한다거나, 피고인이 임금을 정산 받을 때까지 이 사건 차량을 사용하기로 하는 등의 합의를 한 사실은 없다. 오히려 피해회사는 피고인이 해고되기 전인 2023. 11. 10.경부터 피고인에게 이 사건 차량을 반환하고 사용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에 걸쳐 요청하였으나, 피고인은 이를 계속 거부하였고, 이에 피해회사는 2023. 12.27. 이 사건 차량에 대해 자동차 사용자가 아닌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운행한다는 이유로 자동차관리법 제24조의2에 따른 운행정지명령을 받았다.
㈐ 피고인은 더 이상 피해회사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게 되고 피해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차량의 반환에 관한 다툼이 발생한 이후로도 이 사건 차량을 계속 사용하였고, 운행 중 속도 제한 위반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이 사건 차량의 소유자인 피해회사에 과태료가 부과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은 당초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이 사건 차량을 피해회사의 업무 등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하면서 그 반환을 거부하였는바, 피고인의 행위는 단순히 피해회사로부터 임금을 지급받기까지 이 사건 차량을 담보 등의 목적으로 유치하는 것을 넘어서, 이 사건 차량에 대한 피해회사의 소유권을 배제하고 이 사건 차량을 피고인의 소유인 것처럼 사용하려는 의사로 피해회사의 의사에 반하여 운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이 사건 차량에 관한 횡령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었음이 인정된다.
㈑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회사로부터 합계 7,033,333원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피해회사 대표 B에 대해 확정된 부산지방법원동부지원 2024고정373 근로기준법위반 사건 참조), 위에서 본바와 같이 피해회사의 계속된 반환 요구를 거부하면서 이 사건 차량을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으로 사용해온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것이라거나 그 반환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해회사가 2024. 1. 25.경 이 사건 차량을 되찾은 것 으로 보이기는 하나, 당시 피해회사 직원의 112신고 내용 및 그에 대한 경찰의 조치내용, B의 당심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자진해서 피해회사에 이 사건 차량을 반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직권판단
피고인이 제1원심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제2원심판결에 대하여 각 항소하였고, 당심은 위 각 항소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원심판결들의 각 죄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모두 유죄이고,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점에서 원심판결들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결론
피고인의 제1원심판결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검사의 제2원심판결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고, 원심판결들에는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제1원심판결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들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