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D는 프리랜서로서 피고인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였을 뿐이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가사 D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D를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인식하였는바 근로조건 명시 서면 미교부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한 고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조건 명시 서면 미교부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검사(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D는 피고인이 사전에 합의한 조건을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한 것이고, 편의상 위 조건이 성취될 것을 대비하여 미리 진정취하 및 고소취소장을 작성하여 둔 것이다. D의 진정하고 명백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없었음에도 이와 달리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 및 금품청산의무불이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한 공소를 각 기각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쌍방(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30만 원)은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D의 업무와 관련하여 일정 수준의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 있고, D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인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보험회사와 현장출동서비스 대행계약을 체결하고 'C'라는 상호를 운수업을 운영하는 자인데, D는 2020년 5월 중순경 피고인과 구두로 약정을 하고, 2020.5. 25.경부터 2022. 7. 25.경까지 피고인에게 현장출동서비스 등 노무를 제공하였다.
D는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노무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보수를 대부분 고정된 기본급 명목으로 매달 일정한 날짜에 지급받았다.
D는 위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 피고인 소유의 견인차를 사용하였고, 위 차량의 유류비, 보험료, 수리비와 도로비 등은 피고인이 부담하였으며, 별도로 사업자등록을 한 바가 없다.
피고인은 D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카카오톡으로 어느 지역으로 이동하여 대기하거나 특정 출동업무를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하였고, 현장상황을 보고받고 조치내용을 지시하거나 사후조치 내용을 보고받기도 하였다. 또한 D가 피고인에게 카카오톡으로 퇴근을 보고하거나, 피고인이 D에게 퇴근을 지시하기도 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들과 함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D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근로조건 명시 서면 미교부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한 고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카카오톡을 통해 D에게 "제가 갈께요 바로 반여동가세요", "재송동꺼 J한테 넘기세요", "타이어 K보내고 / 연산동 바로이동하세요", "반송에 현출 J 보내세요", "J 좌동으로 올라왔으니까 재송동으로 복귀하세요" 등의 메시지를 발송하고, "벤츠건 우리가 피해면 렌트 필요한지 확인하고 안내하세요", "구난하고 견인하면 구난추가 접수하세요", "상대편에 청구하면 되니까 견인 취소잡으세요", "점수 올려야되서 제 이름으로 콜받아주세요" 등의 메시지를 발송하였다. D는 피고인에게 출동한 지역의 사고 내용, 조치 내역 등을 보고하며 사진 및 동영상을 보냈다(증거기록 69 내지 126면). 피고인은 단지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현장출동서비스 의뢰(콜)를 D에게 전달하는 것 외에도 D로 하여금 특정 사고 현장으로 출동할 것을 지시하거나 D와 다른 현장출동자들의 업무를 조율하였으며, 구체적인 업무내용도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
D는 업무기간 동안 부산 동래구에 거주하였고, 주로 부산 해운대구 및 수영구 부근에서 현장출동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56 내지 58, 69 내지126면). D의 2022년 2월 및 3월 통화내역에 의하면 D는 주로 8:00경부터 20:00경까지 근무 장소인 부산 해운대구 부근에서, 그 외 시간에는 주거지인 부산 동래구에서 통화를 하였던 것으로 확인되는 점(증거기록 127 내지 270면), D가 6:30경 전후 피고인에게 출근하였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한 내역이 다수 확인되는 점, 피고인은 D에게 "부장님 집에서 주무시고 일찍 나와주세요", "막콜하시고 집에서 주무시고 일찍 출근카톡 올리세요", "아닙니다 내일 명절이니까 출근시간에 나오세요" 등 출·퇴근을 지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던 점 등을 종합하면, D는 피고인이 지정한 근무시간 및 장소에 구속되었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은 D에게 매월 25일 기본급 180만 원을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D가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는 기본급은 근무내용이나 시간과 관계없이 고정되어있었고, 근무기간 및 경력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적으로 증액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4 내지 7면), 이와 같이 D가 사고지역 출동 업무를 수행한 대가는 일단 피고인에게 교부된 다음 D에게 수당의 형태로 지급되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보아 D의 업무수행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은 피고인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D는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거나 별도의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D와 함께 현장출동 업무를 수행하였던 E, L, M 등은 개인 사업자등록을 하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공판기록 23 내지 27면). 이에 관하여 E 등은 '피고인이 월급제의 경우 4대 보험 가입을 시켜주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고, E은 원심법정에서 'D가 피고인을 고소한 사실을 알게 되어 D에게 왜 사업자등록도 하지 않고 4대 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D는 모르겠고 퇴직금은 받아야겠다고 대답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E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6면).
그러나 D는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에게 4대 보험 가입을 요청하였으나 다른 사람들의 월급이 적어진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아 무산되었다고 진술하였고(D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15 내지 16면), E은 원심법정에서 "통상적으로는 저희가 4대 보험을 가입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24시간 보험 출동이다 보니까 월급제를 두게 되면 근로기준법위반에 속합니다. N도 그렇게 해서 고용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E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8면). 그렇다면 사용자인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위와 같은 4대 보험이나 취업규칙 등의 적용 여부를 정하였을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D가 업무수행과정에서 피고인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상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앞서 본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D가 근로자에 해당하는 표지를 갖추고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고 피고인이 근로계약서 등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D에게 교부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다는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사유를 내세워 근로조건 명시 서면을 교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면책한다면, 그것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반하여 부당하다.그렇다면 피고인에게 미필적이나마 근로조건 명시 서면 미교부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D가 2023. 1. 11.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동부지청에서 피고인과 체불 임금 및 퇴직금에 관하여 합의를 하고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한 '진정 취하서/고소 취소장'을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며, 이로써 피고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진실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비록 D가 위 서면 작성일 다음날 위 서면의 작성을 취소하겠다고 하였더라도 위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위 합의금의 지급을 조건으로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상 그 취소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 및 금품청산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한 공소를 각 기각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하나, 그러한 의사가 한번 명시적으로 표시된 이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하여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이는 효력이 없어 이제 행위자를 벌할 수 없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도3405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D가 합의금의 지급을 조건으로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취소는 효력이 없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며, 거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D는 2023. 1. 11.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동부지청에 제출한 '진정 취하서/ 고소 취소장'(증거기록 315면)에는 D가 피고인과의 합의를 이유로 진정을 취하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뿐, 이와 같은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위 합의의 이행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라는 점은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위 '진정 취하서/고소 취소장' 하단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에 따른 유의사항 고지사실 확인서」 가 부기되어 있다. 위 확인서에는 "체불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귀하의 의사표시는 철회될 수 없습니다." 등 처벌불원 의사표시에 관한 유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다. D는 "(질문1) 귀하는 위와 같은 내용에 대해 근로감독관으로부터 통보 받았습니까?", "(질문2) 귀하는 앞으로 동일 사안에 대해 다시 사건을 제기할 수 없으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철회할 수도 없음을 충분히 이해하였습니까?", "(질문3) 귀하는 어느 누구로부터 강요를 받지 않고 자발적인 결정으로 취하서를 제출한 것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모두 긍정하는 취지의 자필 서명·날인을 하였다. 그렇다면 D는 자신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진정하고 명백한 의사에 기하여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D는 위 '진정 취하서/고소 취소장'을 작성한 바로 다음날인 2023. 1. 12. 오전 10시경 담당 근로감독관 F에게 피고인과의 합의 내용을 무효화하고 위 서면의 작성을 취소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증거기록 32 내지 33면). D는 원심법정에서 "현장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감독관님이 오셔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피고인이 들고 온 게 자기차량 파손된 것, 나는 언제든지 내용증명서 띄울 수 있다고 얘기했었고. 솔직히 제가그때 당시에는 변명이지만 정신이 없었어요. 둘이서 같이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니까.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사인을 했던 거예요. 내용도 솔직히 못 봤습니다. 그러고 난 다음에 집에 와서, 저하고 같이 사는 집사람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얼토당토 않는 얘기냐면서, 그래서 바로 정신 차리고 다시 생각해보고 그 다음 날 바로 취소했던 겁니다."라고 진술하였다(D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17 내지 18면). D는 피고인과의 합의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자신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취소하겠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피고인 및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근로조건 명시의무 등의 근로기준법 규정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 향상시키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서 이를 위반한 사용자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따라야 함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동종 전력이 없는 점 등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소민.(재판장) 박민준 이소연
증거목록1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