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5. 10. 28. 선고 2025노2206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소송의 경과

가.

원심판결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독자적인 책임과 계산으로 주류 판매업을 영위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환송 전 당심판결

검사는 원심판결에 대하여 아래 제2항 기재와 같은 내용의 사실오인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환송 전 당심은 검사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하였다.

다.

환송판결

피고인은 환송 전 당심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주류 판매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장악하였다거나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주류를 판매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환송 전 당심판결을 파기하고이 사건을 이 법원에 환송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은 합자회사 C(이하 'C'라 한다)와 별개의 독자적인 책임과 계산으로 주류 판매업을 영위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6. 6월경부터 2017. 5월경까지 부산 강서구 B에 있는 주류도매업을 영위하는 C의 지입업자(무면허 주류판매업자)였다.

누구든지 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주류, 밑술·술덧을 제조(개인의 자가소비를 위한 제조는 제외한다)하거나 판매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C에서 일을 한 기간 동안 주류를 공급받아 본인이 관리하는 거래처 'D' 외 42개 업체에 금576,448,649원의 주류를 판매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주세법에 따른 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주류 판매업을 영위하였다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C와 별개로 독자적인 책임과 계산으로 C로부터 주류를 공급받아 거래처에 판매하였음을 전제로 하는데,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독자적인 책임과 계산으로 주류 판매업을 영위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①

C는 피고인이 판매한 총 매출금액에서 매출원가를 공제한 총 마진액 중 매출원가의 9%를 제외한 나머지 금원에서 4대 보험료와 배달 및 영업 관련 각종 비용으로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액 등을 공제한 금액을 피고인에게 지급하여 온 사실, 피고인이 2016. 6월경 C에 입사하면서 본인이 관리하던 거래처가 C로부터 주류를 공급받기 시작하였고, 피고인이 C에서 퇴사한 후 2017. 5월경 E에 입사하면서 피고인이 관리하던 거래처가 E로부터 주류를 공급받기 시작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런데 거래처는 판매회사보다는 영업사원을 신뢰하여 주류 공급처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과 C 사이에 임금이나 성과급의 지급 방식에 관하여 위와 같은 내용으로 약정할 수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독자적으로 주류 판매업을 영위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

②

피고인은 거래처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거래처별 일일 판매일보를 작성하여 C에 제출하고, C의 회계담당 직원은 이를 기초로 매출처별 원장을 작성하여 전산에 입력하며, C의 출고 담당 직원은 매출처별 원장에 따라 피고인에게 주문량만큼의 주류를 출고해 주어 피고인이 거래처에 배달하였고, 거래처에서는 대부분 주류대금을 주류전용카드로 결제하여 C의 법인 계좌로 대금이 입금되었고, 피고인이 일부 현금으로 지급받는 경우에도 그 수금액을 C에 지급하였으며, C는 거래처별 채권대장을 작성하여 판매대금과 수금내역 등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미수금을 관리하였는바, 이와 같이 C는 거래처별 주류의 출고 현황이나 수금내역 등을 관리하고 그 판매대금을 회수하였다.

③

피고인이 독립적 지위에서 주류 판매업을 영위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피고인과 C 사이의 내부적 계약관계 외에 대외적인 거래관계에서도 독립적인 판매업을 영위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거래처의 주류 공급 상대방이 C가 아닌 피고인 개인이라는 점을 입증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앞서 본 주류의 주문 및 납품 과정이나 주류대금의 수금 방식, C와 영업사원 사이에서 영업사원이미수금의 부담을 종국적으로 책임지는 것으로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미수금채권의 채권자가 영업사원 개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거래처에 대한 주류공급의 상대방, 즉 미수금채권의 채권자는 피고인 개인이 아닌 C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④

주세법에서 주류 판매업에 대한 면허제도를 둔 취지는 주세 수입을 효과적으로 확보하여 국가의 재정수요에 충당하고 국민보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류의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것인데, 주류 판매업 면허를 가진 C가 피고인과 같은 영업사원에게 거래처 관리에 관한 일체의 책임을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주류 판매 영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주세를 탈루하거나 주류 유통과정을 불투명하게 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상 주류 판매업 면허제도에 관한 주세법 관련 규정을 잠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당심의 판단

1)

환송판결의 기속력

법원조직법 제8조는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후문도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은 하급심을 기속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법률심을 원칙으로 하는 상고심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또는 제384조에 따라 사실인정에 관한 원심판결의 당부에 관하여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조리상 상고심 판결의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의 판단도 기속력을 가진다. 따라서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 등 참조).

2)

관련 법리

조세범처벌법 제6조가 처벌하는 '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주류를 판매한 자'는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주류를 판매한 자를 가리킨다.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주류를 판매하였는지는 거래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판촉, 주문, 배달 및 정산 등 주류 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행위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 · 장악하고 있는지 여부를 포함하여 거래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약사법상 의약품 판매에 관한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4도13656 판결 등 참조).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조세범처벌법상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5도3483 판결 등 참조).

3)

구체적인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주류판매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 · 장악하였다거나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주류를 판매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

가)

피고인은 C의 주류를 C 명의로 거래처에 공급하였고, 거래처에 대한 주류대금채권은 C에 귀속되었다. 거래처는 C에 주류대금을 지급하였고, 거래처가 C가 아닌 피고인을 거래의 상대방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거래처와 주류공급계약의 당사자는 명의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C라고 볼 여지가 있다.

나)

C는 피고인으로 하여금 당일 주류를 주문한 거래처, 주문한 주류의 수량, 결제액과 방법, 수거한 공병과 용기의 수량 등이 기재된 일일판매일보를 제출하도록 하였고, 이를 기초로 거래처별 채권대장 등을 작성하여 판매대금과 수금내역 등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미수금을 관리하였다. 또한 거래처가 주류구매전용카드로 결제한 대금도 C의 법인 계좌로 입금되어 C가 이를 관리하였고, 거래처가 현금으로 결제한 주류대금도 C에 전달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C의 다른 영업사원은 거래처로부터 받은 현금을 C에 전달하지 않고 임의로 소비함으로써 이를 횡령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그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기도 하였다.

다)

다만 C는 피고인에 대한 급여 정산 과정에서 영업비용을 공제하였고, 피고인의 급여명세서에는 다른 영업사원의 급여명세서와 달리 거의 매월 '미수' 명목의 금원이 반영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영업비용을 공제한 것은 C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서 취한 조치에 불과할 여지가 있다. 급여명세서상 '미수' 부분 기재 금액 중 절반 이상은 액수가 음수(-)로 이를 그대로 미수금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위 '미수' 명목 금원의 산출 근거도 분명하지 않다. C는 피고인 외에 다른 영업사원과 급여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미수' 명목의 금원을 고려하면서도 미수금 전부를 공제하지 않고 일정 액수 이상을 급여로 지급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급여명세서의 일부 기재만으로 피고인이 미수금을 실질적으로 책임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피고인이 주류 재고, 파손 및 반품으로 인한 책임 등 주류판매로 인한 각종 위험을 부담하였다거나 주류 공급가격의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지는 등 C와 별개로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

마)

조세범처벌법 제6조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과 C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다거나 그 밖에 피고인과 C의 관계를 통상적인 근로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주류 판매에 이르는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 · 장악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형철(재판장) 이진아 김혜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