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는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위반하여 근로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사용자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근로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당연한 법리이다.
다만 현행 노동쟁의조정법 제8조가 사용자는 동법에 의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와같이 동법이 동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대하여만 예외적으로 정당행위로 인정하여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배제하고 있는 이상, 근로자가 동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파업 등을 벌일 경우 위법행위가 되어 사용자가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사용자의 당연한 권리라 할 것이고, 근로자의 파업 등의 행위가 동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해당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정당행위로 인정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그로 인하여 입게 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사용자의 지위를 부당하게 약화시킴으로써 동법의 입법목적인 산업평화를 깨뜨려서 우리가 수호해야 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마저 위협받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불가피하게 이를 인정하게 된다 하더라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동법 제2조, 제3조는 쟁의행위를 임금, 근로시간, 후생, 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관한 노동관계 당사자 간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 즉 노동쟁의가 발생하고 있는 상태에서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는 바, 신청인이 주도한 이 사건 파업은 근로조건에 대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 요구의 상대방도 사용자가 아니라 국가이므로, 이 사건 파업은 어느모로 보더라도 동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해당되지 아니함은 명백하다.
이에 대해 신청인은 동인이 주도한 파업이 동법 소정의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헌정질서유지를 위해 위헌인 이 사건 법률들을 무효화 또는 재개정하기 위한 저항권의 행사로서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노동쟁의조정법이 정하는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근로자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인정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하여야 하고, 그 행위가 신청인이 내세우는 이른바 저항권의 행사에서 비롯되었다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 설사 신청인이 주장하듯이 이 사건 법률들이 위헌이라 하더라도 근로자들로서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하는 방법 등에 의하여 이를 시정하거나,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을 위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집회나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바, 신청인이 위와 같은 헌법상 보장된 적법한 구제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사용자와의 근로계약도 무시한 채 이 사건 파업을 벌일 수 밖에 없었던 예외적인 사정이 있었는가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만한 소명이 제출되어 있지 아니하다.
물론 신청인이 주장하듯이 근로자들이 근로조건에 관한 요구가 아닌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벌일 권리(이른바 정치파업권)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일부주장이 있음은 사실이나, 그러한 견해를 취할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 하에 제한적으로 인정하자는 것이지 무제한적으로 정치파업권을 인정하자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이는 바, 이 사건에 있어서는 그러한 일정한 요건에 관한 소명 또한 부족하다고 생각되므로 위와 같은 일부 견해가 있다 하여 달리 판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 사건 신청의 본안은 사용자가 신청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아니라 위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그 손해배상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가압류신청사건에 지나지 아니하는 바,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아닌 그 보전소송절차에서 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할만한 소명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추가 소명이 제출될 경우 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될지도 모른다는 희박한 가능성만으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여 가압류신청사건의 재판을 정지한다면(이는 보전처분의 성질상 사실상 가압류신청을 기각하는 것과 같다), 추후에 사용자가 신청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그 집행을 할 수 없게 되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는 반면에, 재판의 전제성을 부인하고 가압류신청사건의 재판을 속행하여 가압류결정을 받아들일 경우 나중에 사용자가 신청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신청인으로서는 가압류결정으로 인하여 입게 된 손해를 사용자가 제공한 담보에서 보전할 수 있게 되므로 이 점에서도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당한 처사가 된다 할 것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