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선정당사자)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선정당사자)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2호증의 1 내지 5, 갑 3호증의 1 내지 4, 갑 6호증, 갑 7호증의 1, 2, 갑 8호증의 1 내지 6, 갑 9호증의 1 내지 4, 갑 11호중의 1, 2, 갑 12, 15, 16호증, 을 1 내지 4호증, 을 5호증의 1 내지 10, 을 7, 8호증(갑 12호증은 을 1호증과, 갑 15호증은 을 8호증과 같다)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레미콘 제조 및 판매 등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들 및 선정자들(이하, '피고 등'이라 한다)은 원고와 사이에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맺고 원고가 제조한 레미콘을 수요자에게 운반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레미콘 운송차주들이다.
피고 등과 같거나 비슷한 계약조건을 가진 전국의 레미콘 운송차주들은 2000. 9.경 E노동조합을 설립하였고, 피고 등을 비롯하여 원고와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한 운송차주들도 같은 해 10, 12. 위 노동조합 인천지부 소속 A분회를 설립하고, 위 노동조합으로부터 인준을 받았다.
피고 등은 위 노동조합 A분회의 명의로 원고에게 운반비에 대한 협상을 요구하여 2003. 6. 3. 원고와 사이에 회전당 운반비를 29,800원으로 하고 거리수당을 1km 당 450원으로 하되 경유 시판가격에 연동하여 거리수당을 증감하기로 합의하였고, 그 후 위 합의에 따라 원고에게 2003. 10. 분부터 경유가격 인상에 따른 거리수당의 인상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감소 등을 이유로 피고 등의 요구를 거절하였다.
원고는 2004. 2.경부터 피고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2004년도 운반단가 인상 등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받았으나, 피고 등이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위 단체교섭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그러자 위 E노동조합(대표자 F)이 원고를 상대로 중앙노동위원회에 2004조정8호로 노동쟁의조정신청을 하였는데 원고는 위와 같은 이유로 위 조정에도 응하지 아니하였으며, 결국 중앙노동위원회는 2004. 3. 5. 조정안을 제시하지 아니하고 조정 종료결정을 하였다. 또한, 위 F가 원고의 대표이사인 G을 경인지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였으며, 피고 등은 2004. 3.경 원고 사업장 내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도 하였고, 원고가 다른 레미콘차량을 임시로 사용하는 것을 실력으로 저지하기도 하였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인천지방법원 2004카합302호로 피고 등이 원고의 레미콘 운반을 방해하거나, 원고 임직원 등의 원고 공장 출입을 방해하거나, 60 데시벨(db) 이상의 소음을 발생시켜 원고의 업무를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여 인용 결정을 받았다.
원고와 피고 등 레미콘 운송차주들은 2004. 6.경 레미콘 운송차주들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관한 분쟁은 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에 따르기로 하고 그 무렵부터 정상적인 레미콘 운송을 재개하였다.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피고 등은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송사업을 하는 사업자일 뿐이고,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또는 근로기준법 소정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 등은, 피고 등이 원고로부터 레미콘 차량을 불하받아 개인사업자의 형태로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은 원고의 노무관리제도의 변경에 따른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피고 등은 원고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위 법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다툰다.
판단
인정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2호증의 1 내지 5, 갑 3호증의 1 내지 4, 갑 4, 5호증의 각 1 내지 3, 갑 10호증의 1 내지 11, 갑 15호증, 을 3호증의 각 기재와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1996. 9.경부터 피고 등 레미콘 운송차주들과 개별적으로 기간을 1년으로 하는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고(피고 등 중 원래 원고의 정식직원이었다가 퇴사한 21명에 대하여는, 원고 소유의 차량을 불하함과 동시에 레미콘운송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레미콘불하도급계약서'라는 명목의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위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체결하거나 묵시의 갱신을 하여 왔다.
원고는 피고 등 운송차주들에 관한 별도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인사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위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 등은 ① 원고의 레미콘운반지시에 따라 성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여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② 계약을 수행함에 있어 레미콘 타설장소의 현장조건, 장거리 출하 등 특별히 부득이한 경우라도 성실히 수행하여야 하며, ③ 항시 원고가 지정한 시간 20분 전까지 공장에 대기하여 원고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운행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원고의 승인 하에 퇴근 또는 운휴하여야 하고, ④ 직접 차량을 운전하여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에는 원고로부터 2일 전에 승인을 받고 일정기간 대리운전을 할 수 있으며, ⑤ 차량에 대하여 원고로부터 지시받은 마크 및 색상을 원고의 승낙 없이 변경 또는 훼손하여서는 아니 되고, ⑥ 모든 건설현장의 감독자 지시에 따라 안전모, 안전화 착용, 기타 안전복장을 필히 착용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는 피고 등 운송차주들을 4개조로 편성한 뒤 조별 출근시간을 지정하여 원고 공장 경비실 공고판에 게시하거나 피고 등에게 통보하였고, 피고 등은 지정된 출근시간에 맞추어 원고 공장에 출근하여 대기하다가 원고로부터 출하 물량을 배정받으면 각자의 레미콘차량에 적재하여 원고가 지정한 건설 공사 현장까지 운반하였으며, 원고 공장으로 복귀한 뒤 원고 공장 내에서 대기하다가 원고로부터 다시 물량을 배정받으면 레미콘을 운반하는 업무를 반복하여 왔다. 피고 등은 실제 근무시간이 아닌 운반횟수에 따라 운송비를 받으므로 그 복귀 시간이 정하여져 있는 것은 아니나, 피고 등이 스스로 운행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원고의 승인을 얻은 후 퇴근하였고, 승인 없이 결근하거나 퇴근할 경우에는 배차정지나 배차물량 감소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피고 등은 원고가 지급하는 근무복을 입고, 원고의 로고와 전화번호가 새겨진 레미콘 차량으로 원고가 지정하여 준 장소로 레미콘을 운송하였고, 레미콘 운송 도중에도 원고의 영업부 직원들로부터 공사현장의 타설 상황 등에 대한 연락을 받기도 하였다.
원고는, 회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운송차주의 대기상태가 불량하거나 작업을 회피할 때에는 그에 따른 대체차량을 외부용차로 사용할 수 있고, 그 사용료를 해당 월 운반도급금에서 우선적으로 공제하도록 하여 레미콘 출하지장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영업상의 손실을 운송차주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고, 피고 등이 출근하지 아니하여 레미콘 운반 업무에 종사하지 아니하더라도 배차정지나 계약 해지 등의 불이익을 받을 뿐 이를 이유로 한 징계처분을 받는 것은 아니다.
피고 등이 이용한 레미콘 차량은 피고 등의 소유이나, 피고 등은 위 차량을 원고가 지정하는 레미콘 운반업무에만 사용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다른 레미콘 회사의 레미콘 운송을 위하여 사용할 수는 없다.
피고 등은 차량운행에 따른 유류대, 타이어 교체비용 및 기타 차량 정비비, 보험료 등 제반비용을 자신의 계산으로 부담하여 왔다.
위와 같은 레미콘 운반 업무의 대가로, 피고 등은 미리 정하여진 계약운반단가에 따라, 자신들이 매달 운반한 회전수를 집계하여 그 운반비를 청구하면, 원고는 이를 확인, 검토한 후 그 운반비를 익월 5일에 지급하여 왔을 뿐, 위 운반비 외에 원고가 운송차주들에게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금품이나 기본급, 퇴직금 등은 없다.
피고 등에 대하여 원고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아니하고, 피고 등이 일반 사업자들과 같이 별도의 사업자 등록을 하여 사업소득세 및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고 있다.
판단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계약의 형태가 고용계약이든 도급계약이든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여기서 사용종속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에 있어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이 있는지 여부,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다57959 판결,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누1343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을 돌이켜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등의 업무가 레미콘 운반 업무로 정해져 있고, 피고 등이 원고의 운반 지시와 출·퇴근 등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에 대한 지시에 따라야 하며, 위 지시를 어기는 경우 배차정지 등 사실상의 불이익을 받고, 복장이나 차량 관리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점검을 받으며, 운행차량을 다른 레미콘 회사의 운송업무에 이용할 수 없는 등 피고 등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일정 부분 원고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마치 고용관계에 유사한 외양을 형성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 등 운송차주들이 원고의 근로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① 피고 등의 업무가 레미콘 운반업무로 한정되어 있고, 원고의 운반 지시에 성실히 응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피고 등이 체결한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의 성질상 당연히 요구되는 것으로서 이를 두고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점, ② 레미콘을 필요로 하는 건설현장으로부터 공급주문을 받는 주체가 원고인 이상 원고가 운반도급계약의 상대방인 피고 등에게 운반장소를 지정하여 운송을 위탁하는 것은 운반도급계약의 기본적인 내용이 될 수밖에 없고, 레미콘 제조회사는 레미콘의 타설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없고 수요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야 하며 운송차주들은 수요자가 원하는 시간을 개별적으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레미콘회사의 출하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점에 비추어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에 관한 원고의 지시는 불가피한 점, ③ 원고가 피고 등의 복장이나 차량관리를 통제하는 것은 공사현장에 상시로 출입하는 피고 등의 안전을 위한 것이거나, 레미콘 제조회사인 원고의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와 제조회사의 식별을 위한 것으로서 레미콘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서로 간에 양해된 사항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가 제조한 레미콘만을 운반하도록 하여 운송차주들의 사업상 독립성을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하는 것은 레미콘 제조회사로서는 생산 후 90분이 경과되면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는 레미콘의 특성상 신속한 운송이 절실하기 때문에 상시 안정적인 운송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운송차주들인 피고 등 또한 레미콘 제조회사와의 전속적이고 장기적인 운반계약을 통하여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안정적으로 유지, 증대시킬 수 있다는 이로운 면이 있어 그와 같은 운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이는 점, ⑤ 운송차주들의 복귀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그 복귀여부도 자유로운 점, ⑥ 운송차주들이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은 점, ⑦ 레미콘 운송차량의 소유권이 운송차주들에게 있고 그 차량의 관리를 운송차주들 스스로 하여 온 점, ⑧ 운송차주들이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아니 하고,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지 아니한 점, ⑨ 근로소득세를 원고가 원천징수한 것이 아니라 운송차주들이 각자 사업자등록을 하여 사업소득세 및 부가가치세를 납부한 점 등 변론에서 드러난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운송차주들인 피고 등은 원고에 대하여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또는 근로기준법 소정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 등은 각 원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 할 것이고, 원고와 피고 등 사이에 노동조합 및 근로자의 지위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분쟁이 있는 이상, 그에 대한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헌(재판장) 최재혁 노경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