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 갑 2호증, 갑 3호증, 갑 5호증, 갑 6호증, 을 1호증, 을 2호증, 을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는 1997. 7. 1. 피고와 사이에 계약기간 1년의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 입사하여 매년 1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갱신하며 근무하던 중, 2002. 6. 3. 피고로부터 계약기간 만료로 인하여 2002. 7. 1.자로 고용계약이 소멸된다는 통보(이하 '이 사건 소멸통보'라 한다)를 받았다.
원고는 이 사건 소멸통보가 부당한 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02. 11. 1. "피고는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근로에 종사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구제명령(이하 '이 사건 구제명령'이라 한다)을 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구제명령에 따라 2002. 12. 20. 원고를 피고의 리스크관리본부 조사역으로 복직발령하였다.
한편, 피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도 2003. 4.21. 피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내용의 재심판정을 하였다.
그 후 피고는 서울행정법원 2003구합16983호로 위 재심판정 취소의 소(이하 '이 사건 행정소송'이라 한다)를 제기하여 2003. 9. 19. 위 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았는데, 그 판결은 원고가 피고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기간이 만료되어 피고와의 근로계약관계가 당연히 종료되었으니 원고가 부당 해고되었음을 전제로 한 위 재심판정은 위법하고 따라서 이를 취소한다는 내용이었고, 위 판결은 서울고등법원 2004. 8. 19. 선고 2003누18226호 판결과 대법원 2004. 10. 29. 선고 2004두10012 판결을 거쳐 확정되었다.
피고는 위 1심판결 후인 2003. 9. 30. 원고에 대한 복직명령을 취소하고, 원고에게 고용계약해지의 의사표시(이하 '이 사건 고용해지'라 한다)를 하였다.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관련 법률의 규정
행정소송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처분등'이라 함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하 '처분'이라 한다)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
제3조(행정소송의 종류) 행정소송은 다음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
항고소송: 행정청의 처분등이나 부작위에 대하여 제기하는 소송
제18조(행정심판과의 관계) ① 취소소송은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당해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거치지 아니하고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당해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9조(취소소송의 대상) 취소소송은 처분등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재결취소소송의 경우에는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한다.
제23조(집행정지) ① 취소소송의 제기는 처분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2조(구제신청) 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하여 그 권리를 침해당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그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제83조(조사등) ① 노동위원회는 제82조의 규정에 의한 구제신청을 받은 때에는 지체없이 필요한 조사와 관계 당사자의 심문을 하여야 한다.
제84조(구제명령) ① 노동위원회는 제83조의 규정에 의한 심문을 종료하고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정한 때에는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발하여야 하며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판정한 때에는 그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③ 관계 당사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이 있을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
제85조(구제명령의 확정) ① 지방노동위원회 또는 특별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 또는 기각결정에 불복이 있는 관계 당사자는 그 명령서 또는 결정서의 송달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그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대하여 관계 당사자는 그 재심판정서의 송달을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1항 및 제2항에 규정된 기간 내에 재심을 신청하지 아니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구제명령·기각결정 또는 재심판정은 확정된다.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기각결정 또는 재심판정이 확정된 때에는 관계 당사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
제86조(구제명령등의 효력)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기각결정 또는 재심판정은 제85조의 규정에 의한 중앙노동위원회에의 재심신청이나 행정소송의 제기에 의하여 그 효력이 정지되지 아니한다.
원고의 주장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이 사건 구제명령은 공정력 있는 행정처분으로서 중앙노동위원회에의 재심신청이나 행정소송의 제기에 의하여 그 효력이 정지되지 아니하며, 사용자는 이에 따라야 할 공법상의 의무가 있다.
이 사건 구제명령에 대한 재심신청에 대하여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를 기각하는 내용의 재심판정을 한 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행정소송이 제기되어 위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위확정판결에 의하여 중앙노동위원회가 재심판정을 취소하고, 이에 따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이 사건 구제명령을 취소하기 전까지, 이 사건 구제명령은 여전히 효력을 가지고 있다.
피고가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이 사건 행정소송의 제1심에만 승소한 상태에서 이 사건 해지처분을 하였으므로, 이는 위법하며 무효이다.
판단
살피건대,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3조 제1호는 행정심판재결을 행정처분과 함께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원처분과 이에 대한 재결은 모두 행정청의 공권력적 행위로서 다 같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할 것인데, 아무런 제한 없이 양자를 모두 소송의 대상으로 허용할 경우 판결의 저촉이나 소송경제에 반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행정소송법 제19조는 원처분과 재결에 대하여 다 같이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되, 원처분의 위법은 원처분취소(무효)소송에서만 주장할 수 있고, 재결취소(무효)의 소에 있어서는 원처분의 하자가 아닌 재결에 고유한 하자에 대하여만 주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원처분주의 원칙). 다만, 행정소송법상의 원칙에 대한 예외의 하나로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5조에 의하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관한 지방노동위원회의 재결(원처분)은 소송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그에 대한 행정심판재결에 해당하는 재심판정만이 소송의 대상이 되도록 하고 있고, 여기서는 재결(재심판정) 자체의 위법뿐만 아니라 원처분의 위법도 주장할 수 있다(재결주의).
또한, 행정소송의 취소판결에는 이른바 형성력이 있으므로,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면 쟁송의 대상이 된 당해 행정처분의 취소나 취소통지 등 별도의 절차를 요하지 아니하고 당해 행정처분은 소급적으로 소멸되어 그것이 당초부터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과 같은 상태로 된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0누5443 판결 참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5조에 의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면, 그 심리과정에서 재결 자체의 위법과 원처분의 위법이 모두 주장되고 심리되었던 것이므로, 그 형성력에 의하여 쟁송의 대상이 된 당해 재심판정(재심재결)뿐만 아니라 원처분(구제명령 등)도 각급 노동위원회에 의한 취소나 취소통지 등 별도의 절차를 요하지 아니하고 소급적으로 소멸되거나 또는 사실상 소멸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할 것이다(또한 현실적으로 관련 법령상 행정소송의 취소판결 확정 후 각급 노동위원회가 이에 따라 스스로 재심판정이나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별도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이 사건 구제명령에 대한 재심신청에 대하여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를 기각하는 내용의 재심판정을 한 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이 제기되어 위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위 재심판정뿐만 아니라 이 사건 구제명령도 각급 노동위원회에 의한 취소나 취소통지 등 별도의 절차를 요하지 아니하고 소급적으로 소멸되거나 또는 사실상 소멸되는 효과가 발생된다 할 것이고, 원 ·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사실상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근로계약관계와 같은 것이 아니라 계약 문언대로 기간제근로계약관계여서 2002. 7. 1. 그 기간의 만료로 당연히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며, 이 사건 소멸통보와 이 사건 고용해지가 모두 이와 같은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원고에게 알려주거나 재확인하는 의미의 것이고, 더구나 이 사건 고용해지는 결과적으로 원고와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이미 소멸되어 원고를 복직시킬 이유가 없는데도 피고가 잘못 발령된 이 사건 구제명령 때문에 부득이 복직발령을 하였다가 그것을 바로잡은 행위에 불과하여 이를 사법적으로 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안영률(재판장) 김성수 여운국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