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08. 12. 26. 선고 2007나45229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 및 당심에서 추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2.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고용계약의 체결 등

(1)

피고 은행은 업무 경험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의 확보를 통한 프로젝트파이낸싱 업무의 취급체제 조기 구축과 시장 진입능력 확보를 위하여 원고를 국제금융특채 인력으로 고용하기로 하고, 1997. 4. 28. 원고와 사이에 1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3년간 고용하되, 그 기간 만료시 쌍방 합의하에 고용기간 연장 또는 정식직원으로의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는 내용의 고용계약을 체결하였다.

(2)

이에 따라 원고는 1997. 7. 1. 피고 은행의 국제금융부 프로젝트 파이낸스 담당팀장으로 입사한 후 피고 은행과 매년 고용계약 만료일을 전후하여 4차례에 걸쳐 고용계약을 갱신하여 심사부 론리뷰팀장, 전략혁신부장, 신용감리부장, 리스크관리부장, 신용감리팀장 등으로 근무하여 왔는데, 위 4번째의 고용계약을 갱신할 때 계약기간을 2001. 7. 1.부터 2002. 6. 30.까지로 정하였다.

(3)

원고와 피고 은행이 위 각 고용계약 갱신 당시 작성한 고용계약서에는 고용기간의 만료와 함께 고용계약의 중도해지를 고용계약의 소멸사유로 정하고 있었고, 고용계약의 중도해지 사유는 원고의 업적기여도가 목표에 현저히 미달한 경우, 원고의 고의 · 과실로 피고 은행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원고가 고용계약의 제반 약정사항을 위반한 경우 등으로 정해졌고, 최초 고용계약일부터 3년이 지난 이후 체결된 2000년도 및 2001년도의 각 고용계약 당시 작성한 고용계약서에는 원고가 피고 은행의 내규(계약인력관리지침)에서 정하는 계약직 전문인력으로 고용되는 것임을 명시하였다.

나.

위 계약인력관리지침의 관련 조항의 내용

계약인력이라 함은 은행의 필요에 따라서 특정한 업무 수행을 위하여 기한을 정하여 고용된 인력을 말한다(제2조 제2항). 계약인력은 고용 목적에 따라 전문인력, 사무인력, 임시사용인력, 용역인력으로 구분하고(제4조), 전문인력은 의사, 고문, 기타 국제금융업무 등 특정업무분야에 전문지식이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어 고용된 자로 구분한다(제6조). 전문인력은 소관부서장이 은행장의 승인을 얻어 고용한다(제7조). 전문인력의 근무조건은 고용대상자와 별도로 체결하는 고용계약에 의하여 정한다(제9조 제1항). 계약인력 중 사무직원의 해고는 의원해고, 당연해고 및 직권해고로 구분 처리하고(제38조), 그 중 의원해고와 당연해고는 인사부장이 해당 부점장으로부터 사직원 또는 해고사유를 통보받아 행하며(제42조 제1항), 직권해고는 인사부장이 해당 부점장의 의견을 참조하여 해고사유를 명기한 해고결정서를 작성하고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행한다(제42조 제2항).

다.

원고에 대한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과 구제신청 결과

원고는 2001. 12. 19. C에서 금융기관 직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던 중 당시 구 B과 D 사이의 합병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합병에 따른 두 은행의 통합 노력이나 효과를 깎아내리는 등으로 피고 은행의 신용과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는 이유로 2002. 1. 30. 피고 은행으로부터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구제신청 결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2002. 6. 7.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므로, 피고 은행은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키며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구제명령을 받았고, 이는 중앙노동위윈회의 2002. 11. 12.자 재심판정 및 서울행정법원 2003. 8. 29. 선고 2002구합41548호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4. 7. 9. 선고 2003누17049호 판결을 거쳐 확정되었다.

라.

고용계약 소멸통보

피고 은행은 2002. 5. 31. 원고에게 2002. 7. 1.자로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고용계약이 소멸한다는 내용의 통보를 하였고, 그 통보서는 2002. 6. 3. 원고에게 송달되었는데, 다만 위 정직 6월의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2002. 6. 7.자 구제명령 및 중앙노동위원회의 2002. 11. 12.자 재심판정에 따른 공법상 의무의 이행을 위하여 2002. 12. 20. 위 징계처분을 그 처분일인 2002. 1. 30.자로 소급하여 취소하고 원고를 같은 날짜로 리스크관리본부 조사역으로 인사발령하였다.

마.

고용계약 소멸통보 등과 관련된 소송의 경과

(1)

행정소송

원고는 위 2002. 6. 3.자로 송달받은 고용계약 소멸통보가 부당한 해고라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2002. 11. 1.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피고 은행은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키며 해고기간 동안 근로에 종사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구제명령을 받았고, 이에 의하여도 피고 은행으로부터 위와 같이 2002. 12. 20. 피고 은행의 리스크관리본부 조사역으로 일단 복직되는 내용의 복직발령을 받은 바 있으며,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2003. 4. 21. 피고 은행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을 받았는데, 피고 은행은 위 2003. 4. 21.자 중앙노동위원회의 구제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결과 서울행정법원 2003. 9. 19. 선고 2003구합16983호의 중앙노동위원회 구제재심판정 취소의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4. 8. 19. 선고 2003누18226호의 항소기각 판결, 대법원 2004. 10. 29. 선고 2004두10012호의 상고기각 판결을 거쳐 '계약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어, 원고와 피고 은행 사이의 고용계약은 2002. 7. 1.자 계약기간 만료로 종료되었으니, 원고가 부당하게 해고되었음을 전제로 한 중앙노동위원회의 구제재심판정은 위법하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2)

민사소송

(가)

2002. 6. 3.자 고용계약 해지 무효확인을 청구취지로 하는 청구

원고는 위 (1)의 행정소송 제2심의 항소기각 판결 선고 직후인 2004. 8. 23. 피고 은행을 상대로 하여 '① 피고 은행이 1997. 4. 고용 합의 당시 원고에게 3년간의 고용기간을 보장하고 고용계약에 정한 중도해지 사유나 당연면직 사유가 없는 한 그 기간 만료시 계약기간을 계속 연장하거나 정식직원으로 채용해 주기로 약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약정에 위반하여 2002. 6. 3.에 기간 만료를 이유로 고용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위법하고, ② 2001년까지 4차례에 걸쳐 1년 단위의 고용계약이 반복 갱신됨으로써 고용기간은 형식에 불과한 것이 되어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된 원고에게 기간 만료를 이유로 고용계약을 해지한 것은 효력이 없으며, ③ 고용계약을 해지할 경우 피고 은행의 계약인력관리지침 제42조에 따라 피고 은행 인사위원회의의결과 은행장의 결재를 거쳐야 함에도 그 절차 없이 피고 은행 인사부장이 단독으로 결정하여 고용계약을 해지하였으니 무효이고, ④ 2002. 6. 3.에 고용계약이 2002. 7. 1.자로 해지된다는 통보를 할 때 근로기준법에 의한 30일 전의 예고 통보가 없었으니 2002. 6. 3.자 고용계약 해지(소멸통고)는 무효이다'라는 내용의 고용계약해지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그 소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3. 17. 선고 2004가합67863호의 청구기각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5. 11. 9. 선고 2005나31486호의 항소기각 판결,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6다975호의 상고기각 판결을 거쳐 '① 위 가.항에서 본 내용 등에 의하면, 피고 은행이 1997. 4. 원고를 처음 고용할 때 보장한 3년의 고용기간이 지난 이후 체결한 고용계약에 대하여는 원고와 합의 없이 그 고용기간의 만료를 사유로 계약을 소멸시킬 수 있고, ② 전문인력 고용제도의 운영취지, 고용계약 체결의 동기 및 경위, 1년 계약기간이 종료될 때마다 퇴직금이 정산 · 지급된 점, 3년의 고용기간 후 피고 은행 내규상의 계약직 전문인력으로 기한을 정하여 고용된 점 등에 비추어 원고와 피고 은행이 4차례에 걸쳐 고용계약을 갱신하였다고 하여 계약기간을 정한 것이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으니 원고가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않으며, ③ 원고와 같이 고용기간이 정해진 계약직 전문인력의 경우 기간 만료로 별도의 절차 없이 고용계약이 종료되고, 계약인력관리지침 제42조는 계약직 사무인력의 해고에 관한 규정으로 원고와 같은 계약직 전문인력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설령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기간 만료로 인한 고용계약 당연 종료의 경우 위 지침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인사부장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고, ④ 근로기준법의 30일 전 예고 규정은 해고의 예고에 관한 규정으로 기간이 정해진 고용계약의 기간 만료로 인한 계약 종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2003. 9. 30. 고용 해지의 의사표시 무효확인을 청구취지로 하는 청구

원고는 위 (가)의 고용계약해지무효확인의 소 제기 후 2개월이 지난 2004. 10. 29. 다시 피고 은행을 상대로 하여 '위 (1)의 행정소송 제1심 대상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이 여전히 유효한데, 피고 은행이 2002. 7. 1.자 고용계약 소멸 통보 후 위 (1)의 행정소송의 제1심만 승소한 상태에서 2003. 9. 30. 원고에 대한 2002. 12. 20.의 복직발령을 취소하고 다시 고용계약해지 의사표시를 하였으니 2003. 9. 30. 고용 해지의 의사표시는 무효이다'라는 내용의 고용해지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4. 22. 선고 2004가합88129호의 청구기각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5. 9. 30. 선고 2005나40053호의 항소기각 판결,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다65548호의 상고기각 판결을 거쳐 '위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은 위 대법원 2004두10012호 판결을 거쳐 취소되는 것으로 확정되었고, 피고 은행의 2003. 9. 30. 고용계약 해지 의사표시는 2002. 7. 1.자의 계약 종료를 재확인하는 의미인데다가 계약 종료로 원고를 복직시킬 이유가 없는데도 잘못 발령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2002. 11. 1.자 부당해고 구제명령 때문에 부득이 2002. 12. 20. 복직발령을 하였던 것을 바로잡은 행위에 불과하여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다)

2002. 5. 31.자 고용계약 소멸통보의 무효확인(주위적), 2002. 7. 3.부터 그 소 멸통보가 효력 있음의 확인(예비적), 2002. 1. 30.자 부당 정직 6개월 징계처분 취소 및 그 징계처분 이전의 원직으로의 복직 이행 등을 청구취지로 하는 청구

원고는 위 (가)의 고용계약해지무효확인의 소에 대한 제1심의 청구기각 판결 선고 직후인 2005. 4. 7. 또 피고 은행을 상대로 하여 '① 1997. 4. 최초 고용계약에서 기간 만료시 쌍방의 합의하에 고용기간의 연장 또는 정식직원으로의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약정하였고, 2001년까지 4차례에 걸쳐 1년 단위의 고용계약이 반복 갱신됨으로써 고용기간은 형식에 불과한 것이 되어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되었거나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있는 원고에게 피고 은행이 원고와 합의 없이 2002. 5. 31. 원고에게 계약기간 만료에 의하여 2002. 7. 1.자로 고용계약이 소멸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한 것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해고이고, 그 해고 통보 역시 고용계약의 당사자인 리스크관리본부장이나 최종 인사권자인 은행장이 아닌 피고 은행 인사팀장에 의하여 정당한 위임 없이 이루어졌으니 무효이므로, 주위적으로 위 2002. 5. 31.의 고용계약 소멸통보의 무효확인을 구하고, ② 그 통보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민법상 고용계약의해지 통고는 통고 수령일부터 1월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하므로, 예비적으로 위 2002. 5. 31.의 고용계약 소멸통보는 원고가 이를 수령한 2002. 6. 3.부터 1월이 지난 2002. 7. 3.부터 그 효력이 발생한다는 확인을 구하며, ③ 피고 은행이 2002. 1. 30. 원고에게 한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원직 복직 구제명령을 거쳐 법원의 판결로 부당함이 확정되었으니 피고 은행은 위 정직처분을 취소하고 원고를 복직시킬 의무가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고용계약소멸통보효력확인 등의 소를 제기하였다.

그 소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7. 1. 선고 2005가합29110호의 청구기각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6. 6. 30. 선고 2005나59804호의 위 주위적 · 예비적 청구와 정직 취소 및 복직 이행 청구에 관한 항소기각 판결(다만, 위 소송에서 원고는 부당 정직 기간의 미지급 보수로서 2002년 7월분 보수, 상여금과 2002년 6, 7월분 자가운전보조비의 지급도 함께 구하였는데, 그 부분 청구 중 2002년 2월분부터 2002년 6월분까지의 자가운전보조비에서 미지급된 1개월치의 자가운전보조비 40만 원은 지급되어야 한다고 인정되었다)을 거쳐 '① 위 (가)항의 판결 내용과 마찬가지로 원고와 피고 은행이 4차례에 걸쳐 고용계약을 갱신하였다고 하여 원고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설령 3년의 고용기간 만료시 쌍방의 합의하에 고용기간의 연장 또는 정식직원으로의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1997. 4.의 최초 고용계약의 효력이 존속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만으로는 피고 은행이 원고의 고용기간을 연장하거나 원고를 정식직원으로 채용할 의무를 지거나 그와 같은 합의를 위한 교섭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될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없어 원고에게 재고용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2002. 5. 31.의 고용계약 소멸통보는 고용계약 갱신의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하거나 위와 같이 최초 고용계약에서 정한 쌍방의 합의를 결렬시킨다는 의미일 뿐 원고를 해고하거나 원고와 사이의 근로관계를 해지하는 의미의 통보가 아니고, ② 또한 해고나 근로관계 해지의 통보가 아닌 이상 원고와 피고 은행 사이의 고용관계는 기간의 만료로 종료될 뿐 위 2002. 5. 31.의 통보 도달일 후 1개월이 지나야 종료되는 것이 아니며, ③ 2002. 1. 30.자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은 법원의 판결로 부당하다고 확정됨으로써 그 효력이 소멸되었으니 효력 존속을 전제로 다시 취소를 구함은 이유 없고, 원고와 피고 은행 사이의 고용계약이 2002. 7. 1.자로 종료됨에 따라 위 부당 정직과는 별개의 원인으로 고용관계가 끝난 이상 피고 은행이 부당 정직에 대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원직 복직 구제명령을 이행할 의무는 이미 소멸하였으니 원고를 복직시킬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증거] 갑 제1, 4, 6, 12, 14, 16호증, 을 제2,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청구원인

가.

피고 은행의 2002. 7. 1.자 고용계약 갱신거절의 의사결정은 피고 은행의 내부문서에서도 면직이라고 하고 있고, 면직은 피고 은행의 상벌지침 제15조에서 징계의 하나로 정해져 있는바, 위 면직처분은 ① 피고 은행의 경영지원본부장 E이, 피고 은행이 원고를 특별채용할 때 계약기간 만료시 쌍방간의 합의에 의하여 기간 연장 또는 정규직원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약정을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2000년 및 2001년 고용계약이 명시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이 아님에도 마치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인 것처럼 간주하여(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위 약정에 의하여 갱신에 대한 원고의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계약이거나 갱신약정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에 해당하고, 한편 피고 은행은 1997. 4. 최초 고용계약시나 그로부터 3년 경과 후인 2000년 및 2001년 고용계약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이라는 근로조건을 고지, 설명하지도 않았으므로, 기간 도과로서의 효력이 없다) 2002. 1. 30.자 원고에 대한 6월의 부당 정직처분에 대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복직 구제명령을 이행하는 대신에 상벌지침 제15조 소정의 면직사유도 없음에도 부당하다고 인정된 정직 6월의 징계처분의 사유와 사실상 동일한 사유로 감행한 이중징계로서 위법하여 무효이고, ② 피고 은행 대표자만이 적법하게 할 수 있는 면직처분에 관한 피고 은행 대표자의 위임 또는 승인도 없었고, 계약인력관리지침 제42조에 정해진 절차를 거침도 없었으며, 직원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되어 있는 피고 은행 인사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치지도 않았고,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거나 30일 전의해고 예고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점에서도 무효인바, 피고 은행이 이를 다투고 있으므로, 원고로서는 2002. 7. 1.자 면직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나.

피고는 1997. 4. 원고를 특별채용할 당시 고용계약조건으로 고용계약기간의 기간 만료시 쌍방간의 합의하에 기간 연장 또는 정규직원으로의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약정하였고, 이는 여전히 유효하므로, 피고는 그 약정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피고 은행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1)

피고 은행은 원고의 이 사건 청구와 2002. 7. 1.자로 계약기간이 소멸된다는 통보와 관련된 위 각 소송상의 청구의 소송물이 동일하므로 이 사건 청구는 위 각 소송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적법하지 않고, 고용관계 존속 이행을 구하는 취지의 약정 이행 청구가 유지되는 이상 그 고용관계 소멸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취지의 면직처분 무효확인 청구는 위 이행 청구로 목적이 달성되는 관계에 있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의 본안 전 항변을 하므로 이를 먼저 본다.

(2)

위 기초사실에서 본 전 소송 중 행정소송의 소송물과 이 사건 청구의 소송물이 다름은 명백하다. 나아가 전 소송 중 민사소송의 각 청구와 이 사건 청구에 이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함은 위 기초사실에서 인정되는 바이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고처분 등 어떠한 의사표시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심판의 대상(소송물)은 해당 소송의 청구취지에 표시된 특정 의사표시의 무효 여부 그 자체로 보아야 하고, 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확정되는 사항도 심판의 대상으로서 판결 주문에 포함된 위 특정 의사표시의 무효 여부에 관한 법률적 판단의 내용이며(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20149 판결 등 참조), 일반적으로 두 개의 소의 소송물이 동일한 법률사실에 기하고 있더라도 청구원인이 다르다면 그 소송물은 서로 별개라고 할 것인바(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5다9760, 9777 판결, 1989. 3. 28. 선고 88다1936 판결 등 참조), 위 전소송 중 민사소송의 각 청구취지 및 원인을 보면, 이 사건 소송의 청구취지 및 원인과 다름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청구가 전 소송에서 확정된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없다.

또한, 원고의 청구 중 약정 이행 청구 부분의 해당 약정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 은행으로서 반드시 원고를 정식직원으로 채용하거나 원고에 대한 고용기간을 연장하여야 된다는 내용이 아니어서 위 이행 청구로 면직처분 무효확인 청구의 목적이 달성되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면직처분 무효확인 청구가 그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피고의 항변도 이유 없다.

나.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단

(1)

면직처분 무효확인 청구

먼저, 과연 피고 은행이 원고에 대하여 2002. 7. 1. 징계로서의 면직처분을 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피고 은행은 2002. 5. 31. 원고에게 2002. 7. 1.자로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고용계약이 소멸한다는 내용의 통보를 하였고, 그 통보서는 2002. 6. 3. 원고에게 송달되었는데, ① 원고가 위 2002. 6. 3. 송달받은 고용계약 소멸통보가 부당해고라는 취지의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한 피고 은행과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사이의 행정소송에서 위 재심판정을 취소한다는 피고 은행 승소 판결이, ② 위 2002. 5. 31.자 고용계약 소멸통보의 무효확인을 구한 원고와 피고 은행 사이의 민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이, ③ 위 2002. 6. 3. 송달받은 고용계약해지(소멸통고)의 무효확인을 구한 원고와 피고 은행 사이의 민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 등 위 2002. 7. 1.자로 계약이 종료된다는 통보와 관련된 여러 소송의 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위에서 보았다.

어떠한 민사재판에서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는바(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5다56315 판결, 1991. 1. 15. 선고 88다카19002, 1901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확정된 여러 관련 민사사건의 인정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에서 면직처분이라는 징계라고 주장하는 위 2002. 7. 1.자 통보는 계약기간 만료로 원고와 피고 은행 사이의 고용관계가 종료되었음을 알린 통지에 불과하지 피고 은행 상벌지침상 징계의 하나로서의 면직처분이 아님은 명백하다.

원고가 드는 갑 제21호증은, 피고 은행의 경영지원본부장이 2002. 7. 8.경 리스크관리본부장 앞으로 보낸 '계약인력 보수 추가 지급'이라는 제목의 문서로서 그 사유란에 2002. 7. 1. 면직된 원고에 대한 부당정직 구제명령 이행에 따른 보수 추가 지급이라고 기재되어 마치 2002. 7. 1. 면직처분이 있었던 것으로 오해될 소지도 없지 않으나 위 사유란 밑의 인적사항란에 '계약기간: 2001. 7. 1. ~ 2002. 6. 30.(고용해지일: 2002. 7. 1.)'이라는 기재도 있음에 비추어보면, 갑 제21호증의 기재를 가지고 위와 같이 관련 민사사건에서 위 2002. 7. 1.자 계약 종료가 면직처분이라는 징계는 아닌 것으로 확정된 사실관계가 번복될 수는 없고, 달리 면직처분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정도의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는 없으므로, 위 2002. 7. 1.자 계약 종료가 면직처분임을 전제로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약정 이행 청구

피고 은행이 1997. 4. 28. 원고와 사이에 원고를 1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3년간 고용하되, 그 기간 만료시 쌍방 합의하에 고용기간 연장 또는 정식직원으로의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는 내용의 고용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사실, 원고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거나 재고용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가지는 근로자라고 볼 수 없고, 피고 은행이 2002. 5. 31. 원고에게 2002. 7. 1.자로 계약기간 만료에 의해 고용계약이 종료된다는 통보를 한 것에 하등의 무효사유가 없어 피고 은행과 원고 사이의 고용계약은 2002. 7. 1. 종료되었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위에서 보았는바, 설령 3년의 고용기간 만료시 쌍방의 합의하에 고용기간의 연장 또는 정식직원으로의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1997. 4.의 최초 고용계약의 효력이 최초 고용시부터 3년이 지난 2000년 고용계약 이후에도 존속한다고 하더라도, 피고 은행이 2002. 5. 31.에 2001년 고용계약이 2002. 7. 1.자로 종료된다는 통지를 함에 따라 고용기간 연장 또는 정식직원의 채용 여부를 합의로 결정한다는 최초 고용계약의 약정은 고용기간 연장이 아닌 만료의 의미로 실현된 것이고, 위 약정이 피고 은행으로서는 반드시 원고를 정식직원으로 채용하거나 원고에 대한 고용기간을 연장하여야 된다는 내용도 아니므로, 위 약정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 및 당심에서 추가한 면직처분 무효확인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철(재판장) 진철 김도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