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07. 6. 29. 선고 2007나9551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D은 2005. 6. 14. 17:00경 (차량번호 1 생략) 15톤 콘크리트 믹서트럭(이하 '가해차량'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충주시 E 소재 주식회사 F(이하 '회사'라 한다.) 진입로 앞에서 레미콘 운전기사들의 운송단가 인상을 위한 옥외집회 중이던 G단체 충주지역본부 충주지부장 H(이하 '피해자'라 한다.)과 회사 지입차주들을 비롯한 위 충주지역본부소속 노동조합원들(이하 '노동조합원들'이라 한다.)로부터 회사 정문 방향으로의 진입을 제지당하여 일시 정차하였다가, 노동조합원들 10 내지 20여 명이 가해차량의 전방과 운전석, 조수석 등 주변을 둘러싸고 차의 진행을 제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출발하여 가해차량 앞에서 등을 지고 서 있던 피해자를 앞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그 충격으로 가해차량 밑으로 굴러 넘어졌고, 두부가 가해차량의 우측 뒷바퀴 부분에 깔려 두개골골절로 인한 대뇌피혈로 즉사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나.

원고 A는 피해자의 처이고, 원고 B는 딸이며, 원고 C는 그 부친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호증의 1 내지 8, 갑 제5, 6, 7호증의 각 1, 2, 갑 제8호증의 1, 2, 3의 각 기재,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내지 10, 갑 제11호증의 1, 2, 갑 제12호증의 1 내지 12의 각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일반적으로 파업 및 집회를 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대체근로를 위해 회사에 진입하는 자와 직접 접촉하게 되면 충돌이 발생하여 인명피해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견이 가능한 것이므로, 첫째 이 사건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충주경찰서장과 충주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하 '경찰당국'이라 한다.)은 대체근로를 위하여 회사에 진입하는 가해차량을 제지하거나 진입을 금지하는 등 노동조합원들과 접촉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둘째 양측의 충돌이 10여 분 이상 계속되었으므로 가까운 거리에 출동하여 있던 교통경찰관들과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가해차량과 노동조합원들을 분리시킨 다음 가해차량이 집회현장을 안전하게 벗어나도록 하였어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셋째 가해차량 주위에 많은 노동조합원들이 엉켜 있었기 때문에 가해차량이 급출발할 경우 주위에 있던 노동조합원들의 생명·신체에 위해가 발생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경찰관 I는 가해차량이 급출발하도록 지시하고 나아가 부근에 있던 경찰관들은 피해자가 가해차량의 전방에서 매달려 겨우 지탱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도 가해차량의 급발진을 막기 위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이러한 경찰당국의 과실에 의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인정 사실

⑴ 현행법상 노동3권을 가진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소위 특수고용직인 충주지역 레미콘업체의 레미콘 운전기사들이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가 사측으로부터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당하자, G단체 충주지역본부 충주지부는 2005. 6. 10. 충주경찰서장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소를 회사 입구 공터 등, 개최일시를 2005. 6. 12. 09:00부터 2005. 7. 8. 19:00까지로 정하여 옥외집회 신고를 하였다.

⑵ 충주경찰서장은 사고 전날인 2005. 6. 13. 다음날 있을 집회에 대비하여 회사 측에 15:00 이후에는 대체차량을 운행하지 않도록 요청하였고, 집회 당일 집회 시작 무렵에는 집회장소 주변에 교통정리를 위한 교통경찰관을 배치하는 한편, 위 집회가 폭력집회로 변질될 경우를 대비하여 경찰력 2개 중대 및 형사기동대를 집회장소에서 500m 가량 떨어진 회사 입구 편도 1차로 건너편에 차량에 승차한 채로 배치하고, 불법행위 자제를 설득하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위 경찰서 정보계 소속 경찰관(이하 '정보관'이라 한다.) 5명을 집회장소에 배치하였다.

⑶ 피해자는 2005. 6. 14. 16:53경 노동조합원들과 함께 회사 입구에 도착하여 "2005년도 운송단가 인상 및 단체협약 체결 승리를 위한 레미콘 연대 총력 투쟁" 집회를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⑷ 비조합원으로 회사의 지입차주도 아닌 D은 회사로부터 대체작업 요청을 받고 사고 당일 5회에 걸쳐 콘크리트를 지정장소로 운반한 후, 17:00경 세차를 위하여 회사 입구의 편도 1차로에서 회사 안으로 들어가려다 회사 입구가 회사 측이 배치한 페이로더 2대와 소방차로 봉쇄되어 있고 피해자 및 노동조합원들이 진입을 저지하자 집회장소에서 200m 가량 떨어진 곳에 멈추었다.

피해자를 비롯한 노동조합원들 10 내지 20여명은 D에게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도와주지도 않고 무엇하는 것이냐"고 말하며 협조를 요구하였고, 이 과정에서 D과 피해자 및 노동조합원들과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D은 가해차량을 수m 전진시켰으나 노동조합원들의 제지로 다시 멈추었다. 피해자와 노동조합원들은 가해차량 운전석 문을 열고 D의 발을 잡고 끌어내리려 하고 D도 페트병을 던지거나 발길질을 하는 등 이에 저항하고, 현장에 있던 정보관 J, I, K 등은 운전석 쪽에서 양측을 제지하면서 가해차량의 운전석 쪽 문을 닫는 상황이 수분 가량 지속되었다.

⑸ 가해차량의 운전석 문이 닫히자 D은 위 장소에서 빠져나올 목적으로 가해차량을 재차 출발하였고, 그 과정에서 운전석 쪽에 있던 조합원들과 정보관들 중 일부가 운전석 쪽 차량돌출부 등에 부딪혀 넘어지거나 밀리게 되었고, 가해차량 좌측 앞부분에 있던 조합원들 및 교통경찰관 1인, 가해차량 앞부분 및 조수석 쪽에 있던 조합원들도 밀려나가게 되었다.

⑹ 피해자는 위와 같은 실랑이가 시작될 무렵에는 가해차량의 운전석 쪽에 있다가 D이 가해차량을 출발할 때에는 가해차량 전방에서 가해차량에 가깝게 붙은 채 차량을 등지고 서 있었는데, D이 대형차량인 가해차량의 사각지대에 있는 피해자를 보지 못하고 가해차량을 진행하자,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고 왼손으로 범퍼를 잡은 상태로 넘어졌다가, D이 정지하라는 주변 사람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계속 전진함에 따라 가해차량 밑으로 빨려 들어가 우측 뒷바퀴 부분에 두부가 깔려 사망하게 되었다. 그 당시 D이 가해차량을 다시 출발한 때부터 피해자가 우측 바퀴 부분에 두부가 깔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7, 8초 가량이다(이에 반하여 피해자가 차량에 깔린 후 차량이 정지하였다가 5 내지 10초 후 방향을 틀면서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바람에 두개골이 파열되었으며 가해차량이 다시 움직이고 나서 피해자가 사망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15초에서 20초 정도라는 제1심 증인 L의 일부 증언은 갑 제1호증의 영상에 비추어 믿지 아니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6호증의 1, 2, 갑 제10호증, 을 제3, 6호증의 각 기재, 갑 제3호증의 1 내지 8, 갑 제4호증, 갑 제7호증의 1, 2, 을 제2호증의 1, 2, 3, 을 제4, 5, 7, 8호증의 각 일부 기재,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내지 10, 갑 제11호증의 1, 2, 갑 제12호증의 1 내지 12, 을 제1호증의 1 내지 10의 각 영상, 제1심 증인 L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⑴ 경찰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의 보호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 등을 그 직무로 하고 있고(경찰관직무집행법 제1조, 제2조), 그 직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법령에 의하여 여러 가지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므로(같은 법 제3조 내지 제8조, 제10조, 제10조의2, 제10조의3, 제10조의4)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 중 어떠한 권한을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경찰권한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한 재량을 가진다 할 것이다. 다만 위 법이 경찰관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한 행위로 될 수 있다.

⑵ 이 사건으로 돌아와 당시 경찰당국이 취한 조치가 구체적인 사정에 비추어 위법한 행위이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 먼저, 경찰당국이 가해차량의 진입을 금지하지 않고 경찰병력을 출동시켜 가해차량과 피해자를 포함한 노동조합원들을 분리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사고 당시 단체행동을 하던 노동조합원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위 법'이라 한다.) 소정의 노동관계당사자가 아닌 이상 회사가 조합원이 아닌 제3자에게 대체작업을 시켰다고 하더라도 대체고용금지를 규정한 위 법 제43조를 위반한 것은 아니므로 당시 경찰당국에게 가해차량의 진입을 그 자체로 금지할 권한은 없다고 할 것이고, 또한 회사가 비조합원들을 동원하여 대체작업을 할 경우 폭력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경찰당국이 집회 하루 전 회사 측에게 집회 당일 대체작업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한 점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작업 차량이 집회장소에 나타남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리라고는 경찰당국으로서도 쉽사리 예견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경찰당국이 가해차량을 미리 발견하여 회사 입구로의 진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 직무집행에 현저한 불합리가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

또한,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가해차량이 회사 입구에 정차한 때부터 가해차량이 급출발할 때까지 현장에 있던 정보관들이 D을 끌어내리려는 10 내지 20여 명의 노동조합원들의 행동을 저지하는 등 양측의 충돌을 막으며 질서유지를 위해 노력하였다고 보이는바, 가해차량 주변의 조합원들과 정보관들의 수, D과 노동조합원들 간에 발생하였던 다툼의 정도, 그 다툼이 지속된 시간, 대규모의 경찰력을 동원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요 등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볼 때, 경찰당국이 위 정보관들이 사태를 수습하기를 기다리면서 부근에 있던 중대병력을 투입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직무 집행에 현저한 불합리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 다음으로, D이 가해차량을 재차 출발할 당시 경찰관 I의 출발지시에 따라 진행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이에 부합하는 갑 제3호증의 1 내지 8, 갑 제4호증의 각 기재는 갑 제7호증의 2, 갑 제10호증, 을 제2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에 비추어 선뜻 믿기 어렵고, 갑 제10호증의 기재,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내지 10, 갑 제11호증의 1, 2, 갑 제12호증의 1 내지 12의 각 영상만으로는 가해차량 운전석 쪽에 있던 경찰관이 D에게 출발지시를 하여 이에 따라 D이 차량을 출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마지막으로, 당시 사고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이 피해자가 출발하려는 가해차량 앞에 매달려 있는 것을 목격하고도 급발진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 즉 ① D이 조합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가해차량을 재차 출발시켜 피해자가 바퀴에 역과되기까지의 시간이 8초 정도에 불과하였던 점, ② 피해자가 애초부터 가해차량의 앞에서 차량진행을 막고 있었던 것이 아닌 점이나 사고 당시의 피해자 위치로 보아 가해차량의 운전석 부분에서 운전자와 노동조합원들의 다툼을 막고 있었던 정보관들은 피해자가 가해차량에 깔릴 위험에 처하였음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당시 상황에 비추어 현장에 있던 정보관이나 교통경찰관들이 D에게 정지신호를 보냈다고 하더라도 D이 이를 인지하고 정지하였을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갑 제1호증의 영상, 을 제4, 5, 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D이 가해차량을 움직이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정지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가해차량을 두드렸으나 D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진행한 것으로 인정되는 점으로 보아 더욱 그러하다.) 등을 종합하면,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이 D의 진행을 저지하지 못한 점에 현저한 불합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⑶ 따라서,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경찰당국의 직무 수행에 있어 어떠한 고의나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경찰당국의 직무 수행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지대운(재판장) 김복형 진상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