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3. 6. 선고 2013나75221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가.

피고는 냉각탑 설계 제작·설치 및 수리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1982. 11.경 피고에 입사하여 1987. 10.경 기술과장으로 퇴직하였고, 1991. 2.경 피고에 2차 입사하여 2000. 5.경 기술부장으로 퇴직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08. 3. 26. 피고에 3차 입사하여 기술팀장으로 발령받고 1년 후 기술영업팀장으로 발령받아 피고의 지시 하에 근로를 제공하였고, 3차 입사 당시 급여는 월 300만 원을 지급받기로 구두로 약정하여 2008. 6. 25.경부터 2011. 10. 25.경까지 총 1억 3,697만 원을 급여로 지급받았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의 처우개선 요구에 대해 '같은 조건으로 근무하든지 아니면 그만두라'는 해고통보를 하여 원고는 2011. 11. 26.부터 출근하지 못하게 되었는바, 위와 같은 해고통보는 일방적인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

나.

피고의 주장

1)

본안전 항변

원고가 2011. 11.경 자발적으로 퇴사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과거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목적은 퇴직금지급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이 사건 소를 거치지 않고 직접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지급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분쟁해결을 위한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므로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

2)

본안에 관한 주장

피고는 2008. 3.경 원고와 사이에 원고가 피고 의뢰의 설계(CAD)작업을 수행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용역비로 세후 월 300만 원(2009. 5.부터는 세후 월 330만 원으로 인상)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는 설계업무를 하다가 1년 정도 후부터는 피고가 제3자와 냉각탑 거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소개·알선해 주는 업무를 하던 중 2011. 11.경 일방적으로 피고에게 용역업무를 그만두겠다고 통보를 한 것이므로 원고를 근로자로 볼 수 없다. 원고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지 않았고, 직원 급여일인 10일이 아닌 23일 내지 25일에 용역비를 지급받았으며, 피고의 복무규정에 따를 필요 없이 자유로이 출퇴근하였다.

3.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원고가 2011. 11.경 자발적으로 피고로부터 퇴사하였다거나 원고가 오로지 퇴직금지급을 구하기 위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을뿐더러, 근로자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는 임금, 퇴직금 등 근로자의 지위에서 발생하는 개별 권리에 관한 분쟁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므로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있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갑 제1 내지 4, 6 내지 14, 16호증(가지번호 포함), 갑 제5호증의 5, 을 제3호증, 을 제7호증의 1, 3의 각 기재 및 당심 증인 D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2008. 3. 26.부터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을 제1, 2, 4 내지 18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이를 통하여 인정되는 사정들, 즉 피고가 원고에게 4대 보험을 제공하지 않았고 원고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기타소득세를 원천징수한 점, 원고가 2008. 4. 25. '원고 인건비 지급(설계용역비)'라고 기재된 지출품의서에 서명하였고, 피고의 직원들은 매월 10일에 급여를 지급받았으나 원고는 매월 25일경 피고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은 점, 피고의 직원들은 매년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고 연차휴가수당을 지급받았고, 원고 역시 1, 2차 입사 당시 매년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고 연차휴가수당을 지급받았으나 2008. 4.경부터 2011. 11.경까지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거나 연차휴가수당을 지급받은 적이 없었고 다른 직원들이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거나 연차휴가수당을 지급받을 때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점 등의 사정들만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 부족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원고는 피고의 업무수요에 따라 2008. 3. 26.부터 피고 생산기술부의 기술팀장으로 채용되어 근무하면서 냉각탑에 대한 설계 및 기술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하였고, 2009. 3.경부터는 피고가 정한 바에 따라 기술영업부의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위와 같은 업무뿐 아니라 피고의 냉각탑을 제3자에게 공급하는 영업업무를 수행하였다(구체적으로 2011년의 경우 피고의 영업본부에 기술영업1부와 기술영업2부가 속해 있었고, 기술영업1부와 기술영업2부에는 각각 3개의 팀이 속해 있었는데, 원고는 기술영업2부 2팀의 팀장이었고, 원고를 제외한 기술영업1부와 기술영업2부의 직원들은 모두 피고의 근로자들이었다). 원고는 위와 같은 업무처리를 위하여 피고의 업무회의에 참석함은 물론 피고의 전자·전산시스템에 등재되어 피고의 업무문서에 결재를 하였다. 또한, 피고는 원고로 하여금 '생산기술부', '기술영업부'라고 표시된 사원증과 '기술팀/팀장', '기술영업부/팀장'이라고 기재된 명함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원고가 수행한 위와 같은 업무는 피고의 고유하고도 본질적인 업무이고, 원고가 제3자를 고용하여 대행하게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2)

피고는 원고와 2008. 3. 26.부터 세후 월 300만 원씩을 보수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2009. 5.경부터는 세후 월 330만 원으로 보수를 인상해 주었으며, 피고는 그에 따라 2008. 4. 25.부터 2011. 11. 25.까지 매월 원고에게 고정적인 보수를 지급하였다. 피고가 원고에게 고정적인 보수를 정기적으로 지급하였다는 것은 원고의 노무 제공을 통하여 발생한 이윤과 손실 등의 위험이 피고에게 귀속됨을 의미하고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설사 원고가 냉각탑 매출에 따른 성과금을 추가로 지급받기로 하였더라도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또한, 피고는 위 기간 동안 피고의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원고에게 설날·(하계)휴가·추석·김장·연말 상여금 등의 명목으로 50만 원 내지 100만 원의 상여금을 계속적으로 지급하였다. 한편, 피고는 피고의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원고의 보수에서 피고 직원의 경조사 부조금, 피고의 직원 돕기 성금,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을 공제하고 원고에게 보수를 지급하였다.

3)

원고는 피고의 다른 근로자들과 같은 시간동안 피고가 제공·지정한 피고의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였다. 설사 원고가 기술부장으로 오래 근무한 이력이 있어 세세한 업무지시를 받지 않고 어느 정도의 업무재량이 있었다 하더라도 원고의 노무 제공으로 인한 이윤과 손실 등 위험이 피고에게 귀속되는 이상 피고로서는 원고에 대한 지휘감독의 필요성이 크다. 피고의 직제상으로도 원고는 피고의 영업본부 책임자인 전무 C과 기술영업부 책임자인 이사 E(원고가 속한 기술영업2부의 책임자는 F이었으나 그가 퇴직한 후 기술영업1부의 책임자인 E가 기술영업2부도 지휘감독한 것으로 보인다)로부터 지휘감독을 받는 지위에 있었고, 실제로도 그들의 지휘감독을 받았다(원고가 전무 C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은 피고의 기술영업부장인 G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확인된다).

4)

피고는 '원고가 2010년 2년차로 15일의 연차가 부여되었는데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2010년 년차사용 현황보고'(갑 제7호증)라는 문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는바, 원고에게 연차가 부여되었다는 것은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다.

5)

피고는 2009. 5. 6. 원고에게 'NEP 및 조달청 우수제품 지정을 통한 회사의 대외 이미지 향상 및 영업의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되므로 이에 표창함'이라는 취지의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하였다.

6)

비록 원고가 3차 입사 당시 피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나 이는 원고가 1, 2차로 피고의 근로자로 채용되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고, 그렇다고 해서 피고가 원고와 별도의 용역계약서를 작성한 것도 아니었다. 당시 피고의 지시나 필요에 따라 노무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용역계약의 목적으로 삼기에 적합한 업무 또는 업무의 완성이 뚜렷하게 특정되어 있지도 않았다.

다.

소결론

원고가 2008. 3. 26.부터 피고의 근로자였는데, 을 제7호증의 1의 기재만으로는 이후 원고가 자의로 퇴직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는 여전히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우진(재판장) 이수영 홍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