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1. 9. 선고 2014나31334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축산물 도·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2012. 10. 31. 피고와 영업소사장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

피고는 원고로부터 축산물(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고 한다)을 공급받아 이를 다시 소매상들에게 공급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중 위 업무를 그만두었는데, 위와 같이 피고가 소매상들에게 공급한 이 사건 물품 대금 중 74,279,731원(G 21,135,837원 + H 2,149,640원 + I 50,994,254원)이 회수되지 않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일응 이 사건 계약 제4조 제5항에 따라 거래처인 위 소매상들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회수되지 않은 이 사건 물품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영업활동을 함에 있어서 피고는 원고로부터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았고, 원고 소유의 탑차를 이용하여 영업을 하는 등 실질적으로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피용자에 불과한데, 이 사건 계약은 계약 해지시 피고의 손해배상액을 예정하고 있어 근로기준법상 위약예정금지에 반하는 조항에 해당한다.

2)

이 사건 계약 내용은 약관에 해당하고, 그 내용이 피고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인 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피고에게 떠넘기는 조항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 제6조 제2항 제1호 또는 법 제7조 제2호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피고는 미수금 채무에 대한 연대지급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나.

판단

1)

피고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 해당 부분 기재(제1심 판결문 제5쪽 제4행부터 제6쪽 제11행까지)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이 사건 계약 내용이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먼저 이 사건 계약 내용이 약관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하는바(약관규제법 제2조 제1호), 갑 제2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일정 구역을 지정하여 해당 구역을 담당하는 영업소를 두고 영업소 사장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반적으로 이 사건 계약의 계약서와 같은 양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위 계약서는 계약의 상대방 및 계약기간만 공란으로 되어 있을 뿐 피고가 원고와 대등한 지위에서 이 사건 계약의 개별적 조항의 변경을 요구하거나 이에 대하여 교섭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계약의 각 조항은 약관규제법 제2조 제1호 소정의 약관에 해당하여 약관규제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계약 제4조 제5항의 미회수 채권에 대한 피고의 연대책임 규정이 약관규제법에 위반되는 불공정한 약관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앞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가 지정한 구역 내에서 원고의 명의와 계산으로 물품을 판매하는 영업활동을 하고, 피고가 판매한 물품의 대금은 원고가 본인명의 계좌로 송금받아 피고에게 영업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였는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피고의 지위는 기본적으로 원고로부터 상품 판매, 운송 및 거래처 관리에 관한 위임을 받아 거래의 대리 또는 중개를 하는 일종의 대리상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인데, 위 약관조항은 거래의 대리 또는 중개를 하는 대리상으로서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 상법이 위탁매매인에 대하여 제105조와 같은 이행담보책임 규정을 두면서도 대리상에 대하여는 이러한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위탁매매에 있어서는 거래행위의 법률적 효과가 오직 위탁매매인(수탁자)에게만 귀속되고 위탁자는 거래상대방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관계에 서지 못하므로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이행을 시키기 위해서는 위탁매매인을 통하여 이행을 최고하거나 위탁매매인으로부터 채권을 양도받아 최고를 할 수밖에 없는 점을 참작하여 위탁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위탁매매인에게 이행담보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음에 반하여, 거래의 법률적 효과가 직접 본인에게 귀속되는 대리상에 대하여는 이러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없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이다(대법원 2003. 4. 22. 선고 2000다55775, 55782 판결 참조).

그런데, ① 피고는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과 판단 하에 영업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에게 판매처 및 품목, 수량에 관하여 통보하도록 정하고 있어 원고가 영업활동 및 물품판매에 개입할 수 있고, 피고의 물품 판매로 인한 거래대금도 원고에게 모두 입금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영업의 결과에 관하여 피고가 전적으로 손해를 전보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수는 없어 피고에게 거래에 따른 채권 미회수의 위험을 거래처와 연대하여 전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피고에게 지나치게 과중한 채무부담을 지우는 결과가 되는 점, ② 원고는 직접 거래처를 상대로 채권을 추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실제로 이 사건 거래처들을 상대로 대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는 등 채권을 직접 행사하고 있는바(갑 제5호증의 5 내지 8), 자신의 이름으로 거래처에 대하여 독자적인 추심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피고로 하여금 원고와의 거래 종료시까지 발생한 거래처의 미수금 채무를 전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원고에게 그 효과가 귀속된 거래관계로 인하여 자신이 회수하거나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피고에게 부당하게 떠넘기는 것으로서, 피고의 영업활동에 따라 거래가 이루어진 미회수 채권에 관하여 일정 부분 피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위험을 모두 피고에게 전가하는 것은 결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피고는 원고로부터 매출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판매 수수료 명목으로 받았으나 거래처의 미수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을 지급받았고, 그 중 상당부분을 비용으로 지출하는 등 실제로 피고 가 얻은 이익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여 피고가 지급받은 수수료 속에 피고가 원고를 대신하여 채권 미회수의 위험을 부담하는 것과 관련한 대가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④ 위 약관내용에 따르면 피고의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영업행위에 대한 책임을 모두 피고가 부담하는 결과가 되어, 피고의 과실 없이 발생한 손해까지 피고가 그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 아니할 수 없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계약 중 거래 종료시까지 발생한 미회수 채권 등에 대하여 피고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위 약관조항은 피고가 수령하는 판매수수료율이나 실제 수령한 수 수료 액수에 비하여 거래처의 무자력으로 인한 위험부담이 너무 커 피고에게 부당하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사업자인 원고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상당한 이유 없이 피고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 제4조 제5항은 피고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하거나, 사업자인 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상당한 이유 없이 피고에게 떠넘기는 것으로서,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 또는 제7조 제2호에 해당하여 무효라 할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고, 결국 무효인 위 약관조항에 기하여 피고에 대하여 미수금 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 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인겸(재판장) 한소영 신종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