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재심의 소를 각하한다.
재심소송비용은 원고(재심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항소취지 및 재심청구취지
재심대상판결을 취소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2011. 8. 8. 원고(재심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유
재심대상판결의 확정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기록상 명백하다.
원고(재심원고, 이하 ‘원고’라 한다)는 2010. 10. 10.경부터 한약재 유통회사인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의 사내이사 겸 행정업무 총괄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1. 1. 15. 명령 불복종, 직권남용, 회사 명예실추 및 직원관리 부적절 등의 사유로 해고되었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신청을 기각하였고,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구제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C) 역시 2011. 8. 8. 원고의 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을 하였다.
원고는 피고(재심피고, 이하 ‘피고’라 한다)를 상대로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심인 서울행정법원(2011구합30656호)은 2012. 7. 5.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제2심인 서울고등법원(2012누29990호)도 2014. 3. 2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재심대상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가 다시 불복하였으나 상고심인 대법원(2014두6098호)은 2014. 8. 14.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을 하였고, 위 판결이 2014. 8. 20. 원고의 소송대리인(변호사 박종강)에게 송달됨으로써 그 효력이 발생하여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었다.
재심사유에 관한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가 제출한 2014. 11. 5.자 재심소장, 2015. 4. 20.자 재심청구이유서, 2015. 5. 21.자 준비서면 제출(1), 2015. 7. 13.자 변론재개 신청 및 증거자료 제출(2), 2015. 7. 17.자 탄원서, 2015. 7. 21.자 연기신청서의 각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재심사유에 관한 원고의 주장 요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사업주가 근로자를 해고함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사전에 서면으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통지하여 근로자로 하여금 해고사유를 미리 인지하고 해고사유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는 등 해고 이전에 근로자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참가인은 사전에 서면으로 통보한 바가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여 당연 무효인 것이고, 원고가 기존 1심과 2심 소송에서 그러한 주장을 하였으나 법원은 그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심대상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가 규정하는 재심사유(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때)가 존재한다.
이 법원의 판단
관련 법리에 대하여
재심은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판결절차 또는 소송자료에 중대한 흠이 있음을 이유로 당사자가 그 판결의 취소를 구함과 아울러 다시 변론과 재판을 해 줄 것을 구하는 특별한 불복신청의 방법이다.
일단 판결이 확정되어 소송절차가 종료된 이상, 당사자와 법원은 그 판단을 분쟁해결의 기준으로 존중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쟁의 종국적 해결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판의 확정력은 이와 같이 일단 해결된 재판에 주어진 구속력을 의미하고, 이 효력은 판결의 대상이었던 사건에 대하여 다시 소송으로 문제 삼는 것을 금지한다. 이는 분쟁의 종국적·강제적 해결이라는 소송제도에 불가결한 것일 뿐만 아니라 법질서의 안정을 위해 재판의 권위가 쉽게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는 요청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확정판결에 아무리 중대한 흠이 있다 하더라도 그 재판의 효력을 끝내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하면 적정이라는 재판의 이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재판의 권위와 신뢰를 해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확정판결의 소송절차, 소송자료 또는 소송의 판단에 중대한 흠이 있는 것이 판명된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그 재판을 시정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구체적 정의의 실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 재심제도이다.
이와 같은 판결의 확정력은 법적 안정성의 원리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강하게 배제하려는 것인 데에 대하여, 재심제도는 구체적 정의의 이름으로 판결의 구속력 자체를 파괴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합리한 판단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유지시킴으로써 얻는 법적 안정성의 요구와 불합리한 판단을 취소함으로써 얻는 구체적 정의의 요구와의 양면에서 조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재심제도에서는 재심의 허용 여부에 관한 판단에 신중이 요망된다. 이에 따라 현행법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재심사유를 한정하고 소의 제기에 일정한 시간적 제약을 두는 등의 방법으로 그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민사소송법은, 제451조 제1항 본문에서 “다음 각호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가 상소에 의하여 그 사유를 주장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하면서 제9호에서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누락한 때”를 규정하고, 제456조 제1항에서 “재심의 소는 당사자가 판결이 확정된 뒤 재심의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 재심의 소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재심대상판결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의 재심사유가 존재해야 한다.
원고가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하면서 위 재심사유를 주장하지 않았어야 하며,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되어서도 안 된다.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된 뒤 재심의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 사건 재심의 소가 제기되었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 해당 여부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가 정하는 재심사유인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판단을 유탈한 때’라고 함은 당사자가 소송상 제출한 공격방어방법으로서 판결에 영향이 있는 것에 대하여 판결 이유 중에 판단을 명시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하고, 판단이 있는 이상 그 판단에 이르는 이유가 소상하게 설시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당사자의 주장을 배척하는 근거를 일일이 개별적으로 설명하지 아니하더라도 이를 위 법조에서 말하는 판단유탈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47200 판결, 2006. 12. 8. 선고 2005재다20 판결, 2008. 11. 27. 선고 2007다69834, 6984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제1심판결에 의하면, 제1심은 ‘1. 재심판정의 경위’ 중 ‘징계일·내용’에 관하여 ‘2011. 1. 12. 임시주주총회에서 해고안건 의결’ 및 ‘2011. 1. 13. 위 의결에 따라 징계해고’라는 점(제2면), ‘재심판정’의 내용에 관하여 ‘이 사건 해고처분 당시 신설사업장으로서 취업규칙 등 징계절차 관련 규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원고에게 사전통고를 하지 않았고 변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징계절차 위반으로 볼 수 없으며 (중략) 이 사건 해고처분이 부당하지 않음’이라는 점(제2면), 이 사건 해고처분 당시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절차, 징계사유 등을 규정한 참가인의 취업규칙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제6면) 등의 사정을 각 인정한 다음, 이 사건 해고절차와 관련하여 해고결의가 무효라는 취지의 원고 주장을 배척하였다(제7면).
재심대상판결에 의하면, 제2심은 위와 같은 제1심판결을 인용한 다음, 원고가 새로이 제기한 주장, 즉 참가인은 원고를 해고함에 있어서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구체적인 사유를 특정하여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참가인이 2011. 1. 12. 임시주주총회에서 원고에 대한 해고안건을 의결하고, 같은 날 오후에 원고에게 구두로 해고통지를 한 다음, 2011. 1. 13. 원고가 입사 당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주소지로서 당시 원고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였던 전남 화순군 J로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특정한 서면으로 해고통보를 하여 그 무렵 원고가 이를 수령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 142호증, 을나 27, 3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 138호증의 3의 기재는 믿기 어렵다. 이러한 사실관계에다가 원고 역시 모친으로부터 해고통보서를 전달받아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인정하고 있는 점 및 원고는 초심판정 신청 당시에 이미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알고 있었던 점(을가 6호증)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해고처분은 그 해고사유가 서면으로 통지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고,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다. 그 취지는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사용자가 해고 여부를 더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해고사유를 통지받은 근로자가 정당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의 내용과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사전에 미리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위 규정을 해석할 것은 아니다.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취지가 ‘해고 이전에 근로자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점’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나, 이는 해고 이전 단계에서 취업규칙 등에 변명의 기회를 부여하는 해고절차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별도의 문제일 뿐이고, 이 점에 관하여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물론이고 재심대상판결이 인용한 제1심판결에도 ‘이 사건 해고처분 당시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절차, 징계사유 등을 규정한 참가인의 취업규칙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구체적 사정이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판단유탈의 법리 및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재심대상판결에는 원고가 내세우는 바와 같은 판단유탈의 재심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점에서 이 사건 재심의 소는 부적법하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 해당 여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소송대리인(변호사 박종강)을 통하여 대법원에 제출한 2014. 5. 16.자 상고이유서에서 아래와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참가인 회사에서는 원고에게 서면통지를 한 사실이 없습니다. (중략) 2011. 1. 12.
16:00경 적법한 위임장 제출 없이 이사회에서 논의된 바도 없는 안건으로 하여 성원미달의 주주총회에서 해임결의를 하였는데 아무런 소명의 기회 없이 업무 중에 있는 원고를 경찰관을 동원하여 참가인 회사에서 퇴출시켰던 것입니다. 원고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원고의 모친 집으로 참가인 회사에서 우편으로 보내서 원고의 모친이 위 통지서를 받았던 것이고 직접 원고에게 해고통지서가 전달된 사실도 없습니다. (중략) 원심은 이러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법리를 오해하여 원고의 모친에게 전달된 부분을 원고에 대한 통지로 간주한 위법이 있는 것입니다.”
또한 원고가 위 소송대리인을 통하여 대법원에 제출한 2014. 7. 29.자 참고자료 제출서(2) 및 참고자료 제출(3) 등에도 같은 취지의 주장이 기재되어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는 이 사건에서 재심사유로 내세우는 주장과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을 이미 상고에 의하여 주장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판단유탈과 같은 재심사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가 판결정본의 송달에 의하여 이를 알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여,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면서 상고이유에서 판단유탈을 주장한 바가 없었다면 민사소송법 제451조 단서에 의하여 재심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이므로(대법원 2010. 4. 29. 2010다1517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상고에 의하여 위 주장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보더라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위와 같은 사정 및 법리를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재심의 소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에 해당하여 재심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도 이 사건 재심의 소는 부적법하다.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 위반 여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재심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이 2014. 8. 20. 원고의 소송대리인(변호사 박종강)에게 송달되어 그 효력이 발생함으로써 확정되었다. 또한 원고가 내세우는 판단유탈과 같은 재심사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판결정본의 송달에 의하여 이를 알게 된다는 법리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로서는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에 따라 2014. 8. 20.부터 30일 이내에 재심의 소를 제기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소가 제기된 날이 위 30일을 훨씬 도과한 2014. 11. 5.임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 사건 재심의 소는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을 위반하여 재심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서도 이 사건 재심의 소는 부적법하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재심의 소는 어느 모로 보나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병하(재판장) 유헌종 김관용
각주1) 그러므로 원고의 변론재개신청과 선고연기신청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