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5. 21. 선고 2015노329 판결

주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은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입하였으나 매매대금 중 11억 원을 지급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출 편의상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넘겨받음과 동시에 매매잔대금채무에 대한 담보로 채권최고액 13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한 것으로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잔존 담보가치가 11억 원 이상임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기로 한 것임에도, 원심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피해자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담보할 가치가 잔존한다는 점과 피해자와의 약정 이후 이에 위배한 각 등기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간과함으로써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은 H병원의 원장, 피고인 B는 위 병원의 부원장으로 재직하면서 2008.경부터 파주시 G에 있는 피해자 K이 소유한 건물에서 위 병원을 운영하여 왔다.

피고인들은 2010. 4. 30.경 피해자로부터 위 병원이 소재한 건물 및 토지(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를 대금 55억 원에 매수하면서, 위 매매대금은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당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담보로 부담하고 있던 채무 36억 5,000만 원 및 미지급 건축비채무 7억 5,000만 원을 인수하고 나머지 대금 11억 원은 2016.경까지 피해자에게 매년 2억 원 혹은 3억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약정하였고, 같은 날 위 각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후 피고인들은 2011. 7. 15.경 피해자에게 위 잔금 11억 원에 대한 담보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3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서면으로 약정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임무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2011. 10. 10.경 주식회사 국민은행과 주식회사 삼신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주식회사 국민은행에 채권최고액 53억 원의, 주식회사 삼신상호저축은행에 채권최고액 32억 5,000만 원의 각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고, 2012. 5. 29.경 피고인들이 이사로 재직하는 의료법인 I재단에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으며, 2012. 10. 19.경 L으로부터 5억 원을 차용하면서 채권최고액 6억 5,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에게 제공하기로 한 담보가치인 11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금액에 상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

3.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장 기재 근저당권 및 소유권이전등기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은 아래 표 기재와 같고, 검사는 아래 표 순번 제4 내지 7번을 배임죄로 공소제기하였다.

4.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 표 순번 제4, 5, 6, 7번의 근저당권설정 및 소유권이전등기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2011. 10. 10.자 국민은행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행위

1)

피고인들과 피해자 사이에 2011. 7. 15.자로 작성된 약정서에 의하면 피해자가 피고인들이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음에 있어 편의를 제공하기 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먼저 마쳐주는 방식을 택하였음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어 중소기업은행 명의의 근저당권 설정은 피해자의 양해 하에 이루어진 것이 분명한 점, 피고인들은 2011. 7. 13. 삼신상호저축은행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면서 중소기업은행 명의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53억 원으로 감축하였고, 그 이후인 같은 해 10. 10. 동일한 금액을 채권최고액으로 하여 국민은행 명의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면서, 같은 날 중소기업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을 해지하여 말소한 점 등 근저당권이 설정된 시기와 순서, 동일한 채권최고액으로 설정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국민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은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소위 '대환대출'을 위하여 설정된 것으로 보이고, 실제 새로운 대출로 인하여 자금의 이동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여 피고인들이 위 근저당권 설정으로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인식 하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거나 피해자에게 실제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들로부터 2012. 9.경까지 약정한 월 1,000만 원의 이자를 지급받았고, 피고인들로부터 차량 리스비로 매달 150만 원을 지원받았으며 무상으로 치료를 받기도 하였고, 피해자의 딸인 M이 당시 H병원 총무과에서 근무하면서 회계를 담당하고 있어, 피해자는 당시 피고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병원의 재정상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바, 중소기업은행 명의 근저당권 설정에 동의했었던 피해자로서도 다른 금융기관으로 근저당권자를 변경하는 것에 불과한 국민은행 명의의 근저당권 설정에 동의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피고인들의 입장에서도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2010. 10. 10.자 삼신상호저축은행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행위

1)

피고인들은 2011. 7. 13. 이 사건 각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32억 5,000만 원, 채무자 피고인 A, 근저당권자 삼신상호저축은행인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2011. 10. 10.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민은행에 대환대출을 위한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면서 위 2011. 7. 13.자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다시 같은 내용으로 국민은행 다음 순위로 삼신상호저축은행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는바, 근저당권 설정 시기와 그 순위, 국민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2011. 10. 10.자 삼신상호저축은행명의의 근저당권은 실질적으로 2011. 7. 13.자 근저당권과 동일한 것으로서 단순히 국민은행과의 관계에서 근저당권 순위 유지를 위한 것으로 보이고 2011. 7. 13.자 근저당권 설정 이후 새로운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2)

한편, 2011. 7. 13.자 삼신상호저축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위는 피고인들이 2011. 5. 27. 병원에 MRI 기계를 리스 방식으로 설치하면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13억 원, 채무자 피고인 A, 근저당권자 신한캐피탈인 근저당권을 설정한 바 있는데(당시 피해자는 신한캐피탈에 피고인들의 위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하지만 위 신한캐피탈 명의의 근저당권에 관하여는 설정에 동의한 바 없다며 항의한 바 있다), 2011. 7. 13. 삼신상호저축은행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면서 앞서 본 바와 같이 2010. 4. 30.자 중소기업은행 명의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65억 원에서 53억 원으로 변경하고, 위 신한캐피탈 명의의 근저당권을 말소하였는바, 피고인들은 삼신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신한캐피탈 및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채무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보여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위 근저당권 설정행위에 나아간 것으로 보기 어렵다.

3)

또한 피해자는 앞서 본 것처럼 당시까지 피고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피고인들로부터 2012. 9.경까지 매달 이자를 수령하기도 하였으나 다만 병원의 재정 악화로 그 이후의 이자나 매매 잔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을 뿐이고, 피고인들로서도 이미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담보가치의 잔존 여부가 불확실한 이 사건 각 부동산(2009. 12. 7. 기준으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가치는 51억여 원으로 감정평가되었는데, 당시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채권최고액 65억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에 관하여 피해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지 않을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서도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범의가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2012. 5. 29.자 증여행위

1)

피고인들은 H병원의 경영난을 타개하고 수익의 다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방안으로 I재단을 설립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위 재단에 출연하였는데, 피고인들의 입장에서는 부동산 출연의 목적이 병원의 수익구조 향상을 통한 채무 변제 등 경영난 타개에 있었고, 피고인들은 2012. 9.경까지 계속하여 피해자에게 약정한 이자를 지급하였고, 피해자에게 담보를 설정해주지 않을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증여함에 있어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2)

또한 피해자도 I재단으로의 전환에 대하여 Q으로부터 언뜻 들은 사실이 있고, 피고인들로부터는 천안에서 부지를 매입하여 병원을 키워볼 생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고, 2009.경부터 2012. 9.경까지 3년여의 기간 동안 총무과에서 근무한 피해자의 딸을 통하여도 위 재단 설립 진행에 관하여 알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2011. 7. 15.자 약정서를 작성한지 10개월여의 기간이 경과하는 동안 담보설정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

3)

당시 이 사건 각 부동산에는 국민은행 명의의 채권최고액 53억 원의 근저당권(2012. 10. 19. 기준 피담보채무액은 56억 7,300여만 원에 이르고 있다), 삼신상호저축은행 명의의 채권최고액 32억 5,000만 원의 근저당권(2012. 10. 19. 기준 피담보채무액은 18억 4,000여만 원에 이른다)이 설정되어 있었는바,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증여로 인하여 실제로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2012. 10. 19.자 L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행위

L 명의의 근저당권 설정은 당시 H병원 행정부원장이었던 Q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이 위 근저당권 설정에 관여하였다거나 설정 당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각 부동산에는 2012. 10. 19. 당시 총 71억 4,000여만 원 [국민은행 명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53억 원(실제 피담보채무액은 채권최고액을 초과한다)과 삼신상호저축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채권최고액 32억 5,000만 원)의 실제 피담보채무액 18억 4,000여만 원을 합한 금액이다]의 담보가 설정되어 있어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5.

당심의 판단

이 사건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검토해 보면, 원심이 위와 같은 증거판단을 토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조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덧붙여 살피건대, 원심은 2011. 10. 10.자 각 근저당권설정이 대환대출을 위한 것이라 설시하였는바, 대환대출은 자금의 실질적 이동 없이 단순히 장부상으로만 신규대출을 하는 것처럼 정리하는 형식적 대출을 말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새로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기존 근저당권을 말소한 것은 대환대출로 볼 수 없으나, 이 사건의 경우 기존의 물적 부담을 제거하고 새롭게 동일한 액수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고(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도2919 판결 참조), 또한 2012. 10. 19.자 근저당권설정행위는 I 재단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후의 것으로서 그 처분행위자는 I재단이고, 설령 피고인들이 이에 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은 I재단의 이사로써 재단을 대표하여 행위한 것에 불과한바, I재단과 피해자 사이에 근저당권설정 약정이 이루어진 바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단지 I재단의 이사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전히 피해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줄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검사가 당심에서 추가로 제출한 감정평가서에 의하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임의경매절차(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Y)가 진행 중인데 2013. 1. 25. 기준으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감정평가금액이 6,864,125,71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위 제4의 라.항에서 보듯이 이 사건 각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이 71억 4,000만 원 이상으로서 위 감정금액을 훨씬 초과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원심판결에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6.

결론

따라서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빈(재판장) 조용래 박정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