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1. 18. 선고 2015재노20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압수된 'B' 1부(서울지방검찰청 1989압제3882호의 증 제7호)를 몰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이적단체 구성으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과 이적표현물 'C'의 소지, 'D'의 제작·반포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은 각 무죄.

위 무죄부분에 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사건의 경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은 서울형사지방법원 89고합574, 688(병합), 895(병합), 900(병합) 국가보안법위반 등 사건에서 1989. 9. 27. 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의 형을 선고받아, 위 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하였고, 검사는 위 판결에 대하여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나.

이 법원은 항소심인 89노3710 사건에서 1990. 2. 5. 양형이 과중함을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직권 파기하여 피고인을 징역 1년 및 자격정지 1년에 처하는 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고 한다)을 선고하였고, 이 판결은 그 무렵 상고기간의 경과로 확정되었다.

다.

그 후 피고인은 이 법원에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이 사건 재심청구를 하였고, 이 법원은 2015. 12. 31.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에 의한 재심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다. 검사는 위 재심개시결정에 대하여 재항고하였으나, 대법원이 2016. 6. 20. 재항고를 기각하여 (2016모158 사건), 위 재심개시 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1)

이적단체 구성으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 E단체(이하 'E단체'라 한다)는 인천·부천 지역 노동자들의 경제적·정치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결성된 단체로, 그 회칙에 규정된 단체의 목적이나 조직체계, 결성 이후의 실제 활동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공개된 대중조직으로서 순수한 노동단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임의성 없는 자백으로 증거능력이 없거나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신빙하기 어려운 F의 진술 등에 의하여, E단체가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론에 입각하여 북한의 통일선전론에 동조할 것을 숨은 목적으로 하여 조직된 단체로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의 이적단체 구성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이적표현물 소지·제작·반포 등으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 이 부분 각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이 제작·소지·반포하였다는 각 문건('C', 'D', 'B')은 모두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또는 동조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다는 고의나 목적을 가지고 위 표현물들을 제작·소지·반포한 것이 아님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노동쟁의조정법위반의 점

가)

피고인이 G 주식회사(이하 'G'라 한다)를 방문한 것은 사실이나,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일시인 1988. 6. 4.경 H, I, J, K 등과 함께 방문한 것이 아니라 1988. 6. 하순경 E단체 사무국장 L 및 부천지구 회원들과 함께 방문하였고, 격려의 말도 L가 하였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노동쟁의조정법상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은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연대투쟁의 방법으로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됨에도, 원심이 이 조항을 그대로 적용한 것은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범한 것이다.

나.

검사 원심의 선고형(징역 1년 6월 및 자격정지 1년 6월)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전제되는 법리 형사소송법 제438조 제1항은 '재심개시의 결정이 확정한 사건에 대하여는 제436조의 경우 외에는 법원은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심판한다는 것은 재심대상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새로 심판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재심대상판결이 상소심을 거쳐 확정되었더라도 재심사건에서는 재심대상판결의 기초가 된 증거와 재심사건의 심리과정에서 제출된 증거를 모두 종합하여 공소사실이 인정되는지를 새로이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재심사건의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취사와 이에 근거한 사실인정도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그것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으로서 재심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의 전권에 속한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4도2946 판결 등 참조).

나.

이적단체 구성으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3항이 규정하는 이른바 '이적단체'라 함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1>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이하 '반국가단체 등'이라 한다)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여 특정 다수인이 결성한 계속적이고 독자적인 결합체를 가리킨다. 이와 같은 이적단체 구성·가입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한다.'는 국가보안법의 목적(같은 법 제1조 제1항)과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이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는 국가보안법 해석·적용의 기본원칙(같은 법 제1조 제2항<2>), 유추해석이나 확대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정신에 비추어서 엄격히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다만, 어느 단체가 표면적으로는 강령·규약 등에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등의 활동을 목적으로 내걸지 않았더라도 그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 활동 내용, 반국가단체 등과 의사 연락을 통한 연계성 여부 등을 종합해 볼 때, 그 단체가 실질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그 단체의 목적으로 삼았고 그 단체의 실제 활동에서 그 단체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된다면 그 단체를 이적단체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E단체의 이적단체 해당 여부 위 1)항의 법리를 기초로 살피건대, 기록상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E단체는 인천·부천 지역 노동자들의 경제적·정치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대중적 노동단체로서 그 구성 목적이나 활동 내역, 외부와의 연계 정도 등을 감안할 때,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활동을 단체의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고 보이고,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할 행위를 목적으로 구성된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단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

가)

E단체의 구성 목적

(1)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는 E단체의 구성 목적에 관하여 "E단체의 정치적 이념은 NLPDR(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 이하 'NLPDR'이라 한다)에 바탕을 두되, NLPDR을 전면에 내세우면 노동자들이 거부 반응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자주·민주·통일로 해야 한다. 여기서 '자주'란 한국이 미제의 식민지 사회로서 민족의 자주성을 박탈당하고 있으므로 이 땅의 자주화는 미 제국주의의 축출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며, 자주화의 완성은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중소자본가 등이 힘을 합쳐 민족해방투쟁을 완수하는 것을 뜻하고 민족해방투쟁의 승리는 민중민주주의 정권의 수립이며, 사회주의국가의 건설을 지향하는 것이다. '민주'란 미제와 결탁한 독재정권과 매판자본에의해 대다수의 노동자, 농민 등이 자신들의 민주적 권리를 박탈당한 상태를 회복시키는 반독재 투쟁을 말하며 이 민주적 권리의 회복은 민족의 자주화를 이루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통일'이란 현재 남북분단 상태가 미군의 주둔을 합리화할 뿐 아니라 반공이념의 확대 재생산을 낳는 주요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으며 대다수 민중의 민주적 권리인 노동 3권, 사상, 출판,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억압하는 구실로 작동하고 있다. 더구나 분단으로 인한 막대한 국방비 지출은 민족자립경제의 수립을 저해하고 있고, 한민족 간의 단절을 심화시키고 있으므로 통일운동의 확산이 절대 필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주, 민주, 통일'의 이념은 한국을 미국의 신식민지로 파악하고, 미 제국주의 세력과 한국 민중과의 대립을 기본적인 모순으로 인식하고, 미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억압받는 민중이 동력이 되어 미 제국주의 세력을 축출하고 민족해방을 달성했을 때만이 통일은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이다."라고 기재함으로써, E단체가 외부적으로는 '자주, 민주, 통일'을 구성 목적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여 NLPDR의 실현을 진정한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2)

그러나 원심에서 채택·조사한 증거들만으로는 E단체의 목적을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즉, 원심에서 증거로 제출된 서울형사지방법원 89고합285, 292(병합) 국가보안법위반 등 사건의 제2회 공판조서에 기재된 F의 일부 진술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위 사건의 제2회 및 제3회 공판조서를 전체적으로 보면, F은 'E단체는 노동자의 생존권 보호와 자주·민주·통일조국 건설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로서 노동자들에 대한 상담 정도의 활동만 하였을 뿐 특별히 활동한 것이 없어 이적단체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는 한편, 'NLPDR의 노선은 E단체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고, 다만 개인적으로 피고인과 이에 관해 논의한 적이 있었다.'고 하였는바, F의 위와 같은 법정진술만으로 E단체의 목적에 관한 공소사실의 기재가 진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이나 이 사건 원심의 공동피고인들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E단체의 목적이 NLPDR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지 아니하였고, 전반적으로 이를 부인하는 입장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압수된 문건 중에서 'B'에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NLPDR에 관한 기재가 있으나, 그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위 문건의 내용이 E단체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 없다. 그밖에 E단체의 목적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여 NLPDR의 실현에 있음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할만한 증거를 기록상 찾을 수 없다.

(3)

E단체 회칙상 E단체의 목적은 '1 노동 형제와 조국을 위하여 의로운 삶을 살며 상부상조하고 노동자로서의 올바른 품성을 함양한다. 2 회원 나아가 노동 형제들의 생존권과 민주적 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앞장선다. 3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통일조국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한다. 4 모든 노동자 단체와 단결하며 각계각층의 민주단체와 협력한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1988. 7.경 작성한 'E단체란 어떤 단체일까요?'라는 문건에서는 위와 같은 E단체의 목적을 그대로 기재하는 한편, E단체의 성격을 '1 인천·부천 지역의 노동자들이 모인 단체이다. 2 임금인상 투쟁, 민주노조 건설투쟁 등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위해 모인 단체이다. 3 조국의 현실을 바로 보고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의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노동자들이 모인 단체이다.'라는 취지로 밝혔으며, E단체의 활동에 관하여는 'E단체의 4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회원 및 주변 동료들에게 홍보물을 작성·배포하고, 교양강좌를 개설하며, 중·소규모의 토론회, 각종 단체와 연대해서 집회나 시위를 개최한다. 국민운동본부 등과 같이 제반 민주단체에 가입하여 공개적인 활동을 한다.'라고 기재하였다. 또한 E단체가 추구하는 '자주·민주·통일'에 관하여는 "'자주'란 외세 특히 미국의 정치·경제·군사·문화적 지배와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진정한 자주독립국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즉, 미국에 빼앗긴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되찾는 것이며, 시장개방 압력, 환율절상 압력 등 모든 미국의 경제적 침략으로부터 민족의 자립경제를 지키는 것입니다. '민주'란 노동자·농민 등 전 민중의 생존권과 민주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것입니다. 노동자는 8시간 노동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월급을 받으며 사람대접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며, 농민들은 농산물의 제값을 받아 빚 안지고 웃으며 농사지을 수 있는 것이며, 대책 없는 강제철거로 도시빈민은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며, 중소기업들은 악덕재벌들로부터 불평등한 대우를 받지 않는 것입니다. 또 언론·출판·집회·시위·결사·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며 최루탄과 고문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통일'이란 자주통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원칙에 의거하여 남북 쌍방의 합의 하에 반드시 이룩해야할 우리 7천만 겨레의 염원인 통일을 이루는 것입니다."라고 하여 그 의미를 분명히 하였다.

(4)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E단체가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동조하여 NLPDR을 실현하려는 목적이나 노선을 가진 단체라고 보기 어렵다.

나)

E단체의 활동 내용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E단체의 활동 내역을 살펴보면, 1 주요 행사로 1988. 4. 인천·부천 지역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 초청 간담회, M일자 E단체 창립잔치, 1988. 10. 23. 가을 체육대회, 1988. 12. 15. 인천지역 노동자 송년잔치 등이 있었고, 2 발행 문서로 1988. 4. 중순경 'N' 제하의 임금인상 촉구 유인물, 1988. 7. 하순경 'E단체는 어떤 단체일까요?' 제하의 회원가입안내문, 1988. 10. 30. '노동악법 개정은 1천만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이다.' 제하의 노동법 개정촉구 유인물, 1988. 11. 13. '애국시민 여러분께 드립니다.', '5공 비리 척결 및 O 정권 퇴진투쟁으로 총 궐기하자.' 제하의 유인물, 1988. 12. 18. 'P 구속 및 O 정권 규탄' 제하의 유인물이 있었으며, 3 노동현장 지원 등 연대활동으로 1988. 4. 중순경 인천 Q 소재 R의 'S대회' 참가, 1988. 6. 10.T단체 인천본부 주최 'U대회' 참가, 1988. 6. 중순경 V단체 주최 'W대회' 참가, 1988. 6. 중순경 X대책위 주최 'Y대회' 참가, 1988. 6. 하순경 인천 Z 소재 AA 임투대회 참가, 1988. 8. 중순경 부천 AB공단 소재 AC 파업노동자 격려방문, 기타 G, AD 등 인천·부천지역 임투관련 집회 및 파업현장 지원활동 등이 있었다. E단체의 위와 같은 활동은 대부분 회원 간의 친목 도모, 임금인상 및 노동법 개정 등 노동자들의 권익향상, 당시 정치상황에 따른 5공 비리 척결 등을 위한 것으로 그 중에는 노동쟁의에 관한 제3자 개입금지 위반 등 일부 불법적인 행위도 있었지만, 그 자체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만한 위험성 있는 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반국가단체 등과의 연계 여부 피고인을 비롯한 E단체 구성원들이, E단체가 결성된 1988. 3.경부터 사실상 와해된 1989. 초경까지 사이에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북한 등 반국가단체 또는 그 구성원과 연계하거나 그 노선과 전술에 입각하여 활동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정황을 기록상 찾아 볼 수 없다.

3)

소결론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잘못을 범하였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반포 등으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하고, 표현물에 이와 같은 이적성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8도2912 판결 등 참조). 한편,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죄는 제1, 3, 4항에 규정된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목적범임이 명백하다. 목적범에서의 목적은 범죄성립을 위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고의 외에 별도로 요구되는 것이므로, 행위자가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고 제5항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그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행위자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며, 행위자가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제5항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해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행위자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있음을 증명할 직접증거가 없는 때에는 앞에서 본 표현물의 이적성의 징표가 되는 여러 사정들에 더하여 피고인의 경력과 지위, 피고인이 이적표현물과 관련하여 제5항 소정의 행위를 하게 된 경위, 피고인의 이적단체 가입 여부 및 이적표현물과 피고인이 소속한 이적단체의 실질적인 목표 및 활동과의 연관성 등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C' 소지 부분 피고인이 E단체 회원 소식지인 'C'를 E단체 사무실 자료철에 보관하여 소지한 사실, 그 기재 내용 중 일부는 8·15 해방 이후 미군의 한반도 진입과 미군정 체제, 그로 인한 남북 분단과 민족적 이질감의 심화, 미 제국주의와 친미매국정권 등을 비판하면서 1988. 5.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반미자주화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인 사실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된다. 그러나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 특히 남북의 분단, 남한의 미국 중심 자본주의 체제로의 편입, 1980. 5. 광주민주화 항쟁 당시 미국의 소극적 역할 등에 관해서는 진보적인 학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비판이 제기되어 왔고, 이는 주장 자체로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한다고 볼만한 북한의 다른 주장들, 즉 주체사상, 선군정치, 강성대국론 등과 달리 대한민국 내에서 자유로운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이는 점, 'C'에서 밝힌 '통일, 자주'의 원칙은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우리 사회에서 이에 관해 일반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이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E단체는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하여 결성된 정치적·대중적 노동단체로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적단체라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C'의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공격적인 것으로서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D' 제작·반포 부분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1988. 10.경 E단체 교육선전반 반원으로서 회원교양자료인 'D' 제하의 문건을 작성하여 이를 일부 회원들에게 배포한 사실, 이 문건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이나 통계자료 등을 근거로 당시 남한이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미국에 예속되어 있다는 점, 남한이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점, 우리나라가 처한 분단의 현실 등을 설명하거나 논증하는 내용인 사실이 인정된다. 위 문건에는 8·15 해방 이후 미국이 남한을 신식민지로 지배하기 위하여 경제, 군사,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예속관계를 심화시켜 왔다는 내용이 다수 기재되어 있으나, 이러한 비판은 종전부터 진보적인 학자들에 의해서도 제기되어 온 것으로 무장 봉기나 민중민주주의 혁명론을 직접 언급하거나, 의회 제도·선거 제도·시장경제 질서 등을 부정하고 계획 경제를 주장하는 등으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적극적·공격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이러한 점에서 위 문건도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4)

'B' 제작·소지 부분

가)

원심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1988. 12. 초순경 남한 사회에 대한 설명 및 남한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취지에서 E단체 조직국 간부들에 대한 교양자료를 작성하기로 하여 'B(부제: AE)' 제하의 문건을 작성하고 이를 소지한 사실, 이 문건의 내용은 '남한사회의 성격과 혁명의 성과에 대한 이해(1)'[이하 '(1)항'이라 한다]과 '남한사회의 성격과 혁명의 성과에 대한 이해(2)'[이하 '(2)항'이라 한다]로 나뉘는데, 별지1 제1항 기재와 같이, 위 (1)항에서는 이른바 '식민지 반자본주의론'의 견해를, 위 (2)항에서는 이른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견해를 설명하고 있는 사실, 위 (2)항 부분에는 '남한의 민족해방혁명 후에 즉시 고려연방제를 실시하여 임시로 연방정부를 수립하고 장기간에 걸친 통일노력에 의해 남한과 북한의 사회, 경제, 문화의 완전한 동질화, 정치의 일체화를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이라는 우리의 당면 목표는 사회주의와 통일의 실현이요, 나아가 더 높은 단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당면한 혁명,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현대 남한 혁명은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의 단계와 통일·사회주의 혁명의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민중정권을 수립하고 민주주의적 제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한 이후에는 지체 없이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사회주의적 개조를 개시해야만 한다는 것을 프롤레타리아트의 지도자들이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민중이 정권을 장악하고 민중정권을 수립하는 과정이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의 정치혁명 과정이다. 새로운 민중정권을 중심으로 민중이 제국주의를 축출하고 독점재벌을 해체하며 그들의 계급적, 민족적 억압을 위한 제 장치들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개혁을 행하는 것이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의 사회혁명 과정이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나)

1980년대 후반 이른바 운동권 진영에서 주체사상이 널리 확산되면서 북한의 주장을 좇은 남한혁명이론으로서의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론(NLPDR)이 득세하였는데, 위 이론은 남한을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보고, 미국의 사주를 받은 군사독재정권과 매판자본가들이 남한의 민중을 억압, 착취하고 있으므로, 남한의 노동자·농민·애국적 청년·학생·지식인 등이 연합하여 미제를 축출하고 민중의 정권 이른바 민주정부를 수립하여야 한다는 이론이었고, 아울러 통일에 관하여도 남한에서 위와 같은 민주정부를 수립한 후 북한과의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이론이 주장되기 시작하였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5도117 판결 참조).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인이 작성한 위 'B' 제하의 문건에서는 남한 사회의 성격을 식민지 반자본주의 사회 또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로 규정하는 한편, 특히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입장에서 남한 사회의 내적·외적 모순을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1단계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 2단계 사회주의와 연방제 통일의 실현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이는 결국 피지배계급이 파쇼독재정권과 매판자본가 등 지배계급을 타도하는 민중민주주의 혁명을 일으켜 연방제통일을 실현한다는 북한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고, 여기에 위 문건이 학술적 연구가 아닌 E단체 조직국 간부들을 교육하기 위한 자료로 작성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문건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으로서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

한편, 피고인은 위 'B' 제하의 문건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고무 또는 동조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다는 고의나 목적을 가지고 위 문건을 제작ᆞ소지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위 나)항에서 본 위 문건의 이적성을 징표하는 여러 사정들에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위 문건의 제작 당시 피고인은 E단체 교육선전반원으로서 회원들에 대한 교양사업을 주도하는 지위에 있었던 점, E단체 자체의 목적과는 별도로<3> 당시 피고인은 F과 NLPDR 노선에 관해 논의하였던 점[서울형사지방법원 89고합285, 292(병합) 국가보안법위반 등 사건의 제2회 공판조서에 기재된 F의 진술 참조], 그밖에 피고인의 경력과 위 문건의 작성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위 문건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함을 인식함과 아울러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찬양·고무·동조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위 문건을 제작·소지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5)

소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C', 'D' 제하의 각 문건 관련 부분에 관하여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는 잘못을 범하였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나 'B' 제하 문건 관련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유로 이유 없다.

라.

노동쟁의조정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1)

면소 여부

가)

관련 법리 구 노동쟁의조정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부칙 제3조에 의하여 폐지, 이하 같다)은 제13조의2에서 제3자가 쟁의행위에 개입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 제45조의2에서 제13조의2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였다. 그 후 1997. 3. 1.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제정)은 제40조 제2항에서 같은 조 제1항 각 호 외의 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간여하거나 이를 조종·선동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제89조 제1호에서 제40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함과 아울러 그 부칙 제3조에서 구 노동쟁의조정법을 폐지하면서도 그 부칙 제11조에서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였다. 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1997. 3. 13. 시행된 법률 제5306호로 폐지되었으나, 그 부칙 제2항에서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였다. 한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1997. 3. 13. 법률 제5310호로 다시 제정되어 시행되었는데, 제40조 제2항에서 당해 노동조합이 가입한 산업별 연합단체 또는 총연합단체 등 같은 조 제1항 각 호 외의 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간여하거나 이를 조종·선동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후, 제89조 제1호에서 제40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부칙 제10조에서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였다. 위 법률은 2006. 12. 30. 법률 제8158호로 개정되면서 제40조가 폐지되었으나 그와 같이 개정된 법률의 부칙 제5조 본문은 '이 법 시행 전에 행한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제정되어 시행되면서 구 노동쟁의조정법이 폐지되었으나 새로운 법률에서도 제3자 개입금지를 규정한 조항 및 그 위반의 경우에 처벌하는 규정이 내용만 변경되어 존치되었고, 다시 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폐지된 후 동일한 명칭의 법률이 새로이 제정되어 시행되다가 결국 제3자 개입금지를 규정한 조항이 폐지되었다. 그러나 위 각 법률의 제정 및 개정 당시 그 부칙들에서 각 법률의 시행 전에 행한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1997. 3. 1. 이전에 제3자가 쟁의행위에 개입한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45조의2, 제13조의2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범죄 후 형을 폐지하거나 형을 종전보다 가볍게 형벌법규를 개정하면서 그 부칙으로 폐지 또는 개정된 법의 시행 전의 범죄에 대하여는 종전의 형벌법규를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법률 제5244호의 부칙제11조, 법률 제5306호의 부칙 제2항, 법률 제5310호의 부칙 제10조, 법률 제8158호의부칙 제5조 등이 구 노동쟁의조정법상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을 위반한 사람들을 부당하게 탄압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도2787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피고인은 노동쟁의 행위에 대한 제3자 개입을 금지하였던 구 노동쟁의조정법이 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폐지되어 현재 처벌규정이 없는 이상,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

법규를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법률 제5244호의 부칙제11조, 법률 제5306호의 부칙 제2항, 법률 제5310호의 부칙 제10조, 법률 제8158호의부칙 제5조 등이 구 노동쟁의조정법상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을 위반한 사람들을 부당하게 탄압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도2787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피고인은 노동쟁의 행위에 대한 제3자 개입을 금지하였던 구 노동쟁의조정법이 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폐지되어 현재 처벌규정이 없는 이상,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취소함과 아울러 면소가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위 가)항의 법리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의 제3자 개입에 의한 노동쟁의조정법위반의 점에 관해서는 범죄 후 법령개폐를 이유로 형이 폐지되었음을 원인으로 한 면소판결을 할 수 없고, 여전히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45조의2, 제13조의2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어서, 이 법원으로서는 실체 판단을 통해 이 부분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를 가려야 한다.

2)

제3자 개입금지 위반 여부

가)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중 먼저 위 2.가.3)항의 가)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일관되게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일시인 1988. 6. 4. I, H, AF, J, K, AG 등 E단체 회원 20여명과 함께 G의 파업농성장에 간 사실은 없고, 다만 1988. 6. 하순경 E단체 사무국장인 L 및 부천지구 회원 6, 7명과 함께 위 파업농성장에 간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고, 원심에서 조사한 검사 작성의 H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등본에 의하면, 당시 E단체 회장이었던 H은 '1988. 6. 4. 19:00경 G 파업농성장에 E단체 회원인 I, AF, J, K, AG 등 20여명과 함께 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을 뿐 당시 피고인이 동행하였다는 내용의 진술은 없으므로, 기록상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1988. 6. 4. H 등 E단체 회원 20여명과 함께 G에 직접 가서 제3자 개입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저지른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공동으로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고,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람 사이에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는바, 이러한 공모가 인정되면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사람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며, 위 공모에 대하여는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사실과 경험법칙에 따라 이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3도432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원심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H 등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G의 파업농성장에 찾아가 제3자 개입행위를 함에 있어 피고인도 위 현장에 직접 방문한 H 등과 사이에 순차적, 암묵적 의사결합에 의한 공모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 대 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

E단체는 인천·부천 지역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호 및 경제적·정치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결성된 노동단체로서, G 뿐 아니라 R, AA, AC, AD 등 인천·부천 지역 기업 근로자들의 임금투쟁 및 파업현장에 대한 지원활동에 다수 참여하였다.

○

피고인은 1988. 3.경 H, I 등과 함께 E단체의 설립을 주도하였고, E단체 설립 이후에도 교육선전부 부장, 대의원회 의장 등의 직책을 역임하면서 E단체 회원에 대한 교양 사업, 신입회원 유치, 대외홍보물 및 교양자료 작성 등의 주요한 업무를 담당하였고, 회장 H, 부회장 I, 사무국장 L 등과 긴밀히 협조하여 회무를 진행하였다.

○

G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등을 목표로 한 노동쟁의는 1988. 4. 하순경부터 시작되었고, E단체에서는 이러한 사정을 파악한 후 늦어도 1988. 5. 하순경에는 내부 회의를 거쳐 G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활동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1988. 6. 4. 경에는 회장 H, 부회장 I을 비롯한 E단체 회원 20여명이, 같은 달 하순경에는 사무국장 L, 교육선전부장 피고인을 비롯한 E단체 회원 6, 7명이 G 파업농성장을 방문하여 구 노동쟁의조정법상 제3자 개입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다.

○

위와 같은 E단체의 2차례에 걸친 G에 대한 제3자 개입행위는, 각 방문시마다 대표자에 해당하는 회장 H이나 사무국장 L가 자신을 소개하면서 농성 중인 근로자들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E단체 회원들이 파업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구호를 선창하며, 노동가요를 근로자들과 함께 부르고, 미리 준비한 쌀 10kg을 노조원들에게 전달하는 등으로, 사전에 미리 계획한 바에 따라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다음으로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중 위 2.가.3)항의 나)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가 규정한 제3자 개입금지는 헌법이 인정하는 노동 3권의 범위를 넘어 분쟁해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일 뿐, 노동자가 단순한 상담이나 조력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므로, 노동자 등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헌법재판소 1990. 1. 15. 선고 89헌가103 결정 참조),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 주장도 이유 없다.

4.

직권판단 당심에서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1995. 6. 29. 서울고등법원에서 국가보안법위반죄로 징역 8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1995. 7. 7. 위 판결이 확정되었고, 1996. 5. 25. 서울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법위반죄로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6월을 선고받아 1996. 9. 23.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가 인정되는 이 사건 각 범죄는 판결이 확정된 위 각 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에 따라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 점에서도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5.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에는 위와 같은 파기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피고인에 대한 부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