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9. 20. 선고 2018노141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공소사실 제1항 관련

피해자 K공사를 기망하여 납품계약을 체결하고 피해자 K공사로부터 납품대금을 받은 주체는 (사)D이고, 피고인은 (사)D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납품을 담당함으로써 (사)D의 G, L의 사기행위를 방조한 데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공동정범 및 방조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공동정범의 죄책을 인정하였다.

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적용 관련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 K공사를 기망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K공사의 처분행위 및 그로 인하여 피고인이 취득한 이익은 '납품대금'이 아니라 'K공사와의 수의계약 체결'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라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므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죄로 의율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죄에서의 이득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공소사실 제1항 관련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 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4도7511 판결 등 참조), 공동정범의 본질은 분업적 역할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정범은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음에 반하여 종범은 그 행위지배가 없는 점에서 양자는 구별된다(대법원 1989. 4. 11. 선고 88도1247 판결, 대법원 2013. 1. 10. 선고 2012도12732 판결 등 참조). 나아가 공모에 의한 범죄의 공동실행은 모든 공범자가 스스로 범죄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아니하고, 그 실현행위를 하는 공범자에게 그 행위결정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 결과에 대한 각자의 이해 정도, 행위 가담의 크기, 범행지배에 대한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도2905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본다.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① 내지 ⑤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범행에 관하여 다른 정범들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도와준 것에 그치지 않고, G 등과 함께 전체 범행에 대한 역할을 분담하여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충분하다.

따라서 방조범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①

G와 L은 2006. 7.경 피고인에게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이 전선관 등의 물품을 안성공장에서 생산하고, (사)D가 피해자 K공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위 협회가 물품을 직접 생산하여 납품하는 것처럼 하자'라고 제안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 K공사에 물품을 납품하게 되면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C 안성공장의 기계를 계속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위 제안을 수락하였다.

②

원심공동피고인 B(이하 'B'이라 한다)은 C의 영업이사로서 (사)D의 안성시 사업소의 재무, 생산, 영업을 관리하였고, F은 피고인의 외조카로서 피고인에게 채용되어 현장을 관리하였다. B과 F은 단순한 직원의 지위에 있었고, 피고인이 이들에 대하여 모든 업무지시를 하였다. 특히 B의 주된 업무는 위 안성시 사업소에서의 물품 생산과 관련한 것이었는바, 이는 결국 피고인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또한 위 안성시 사업소에서 생산된 물품에 대한 생산량, 생산공정, 납품 등은 일차적으로 B에게 보고되었고, 피고인이 최종결재를 하였다. 물품 생산에 관하여 피고인이 G 등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생산량, 생산공정 등의 사항 등을 정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③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중증장애인생산시설 제도가 시행되기 전이기는 하지만 위 제도와 마찬가지로 장애인단체가 직접 생산한 물품에 한하여 피해자 K 공사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물품을 납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위 안성시 사업소에 장애인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등록하고, 실제로는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장애인에게 급여 명목으로 명의 대여금을 지급하였다. 이는 시행 중인 제도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피해자 K공사를 기망하는 데 적극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 충분하다.

④

피고인은 G, L과 처음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하였을 당시에는 피해자 K공사로부터 받은 물품대금 중 8%의 목적사업비를 (사)D의 명의 대여금 명목으로 위 협회에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전선관 등 물품을 생산하고 남는 이윤이 적어 위 안성시 사업소의 운영이 어렵게 되자, 피고인은 B에게 지시하여 G에게 목적사업비를 5%로 낮춰줄 것을 요청하게 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5%의 목적사업비를 G 등에게 지급하였다. 피고인이 단지 하도급업자에 불과하다면 G 등에게 위 협회의 명의 대여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고, 명의 대여금을 감액해 달라는 요청을 하거나 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⑤

피고인은 (사)D와 피해자 K공사 사이에 수의계약을 체결할 당시 S 등으로 하여금 G, L에게 수의계약 체결에 필요한 서류들을 주는 등 협조하도록 하였다. 피고인 측에서 수의계약 체결에 필요한 서류를 G와 L에게 준비해주지 않았더라면 위 수의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피해자 K공사를 기망함에 있어 피고인이 핵심적이고 구체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나.

특정경제범죄법 적용 관련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사기죄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의 교부가 있으면 바로 성립하고,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이 정한 '이득액'이란 거기에 열거된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불법영득의 대상이 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지, 궁극적으로 실현된 이익의 가액이 아니다(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6도1614 판결, 2010. 5. 27. 선고 2007도10056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본다. 피해자 K공사에 대한 기망행위의 내용은, 공소사실 제1항에 관하여는 (사)D가 직접 전선관 등을 생산하여 납품한다는 것이고, 공소사실 제2의 나.항에 관하여는 (사)D의 안성시 사업소가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이고 그 시설에서 직접 생산한 전선관 등을 납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 K 공사는 관련 규정상 수의계약의 상대방이 (사)D가 아니거나 (사)D의 안성시 사업소가 실질적으로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이 아니었더라면 전선관 등을 납품받지 않고 납품대금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피고인이 피해자 K공사를 기망한 내용은 생산물품의 생산 주체 및 생산시설에 상시 근무하는 장애인근로자의 숫자 등으로 이는 수의계약에 따른 급부 이행을 할 능력과 관련된 사항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기망행위로 인한 피해자 K공사의 처분행위는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피고인에게 위 계약 체결에 따른 납품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결국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이 부분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G 등과 공모하여 피고인 운영의 C이 전선관 등을 생산, 납품하는 것임에도 마치 (사)D 안성시 사업소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처럼 피해자 K공사를 기망하여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물품대금 명목으로 합계 약 200억 원을 지급하게 하여 그 금액 상당을 편취하고, 이 사건 사기 범행 과정에서 관련기관에 허위의 서류를 제출하여 (사)D 안성시 사업소가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받도록 하고, 보건복지부 산하 R에서 안성시 사업소를 방문하자 B이 장애인 행세를 하여 마치 장애인이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것처럼 행동하여 R 직원을 기망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 사기 범행은 10여 년에 걸쳐 반복되었고, 편취 금액도 200억 원이 넘는 상당한 금액이다. 피고인은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직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여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도록 하여 그 죄책이 무겁다. 이상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 K공사에 공급한 물품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거나 실제 제조원가에 비하여 높은 가격으로 공급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고, 피고인의 기망으로 인하여 피해자 K공사가 입은 실제 피해는 명목상의 편취액에 크게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에게는 2004년경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벌금형을 받은 외에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 피고인은 다른 장애인복지단체의 조직적 비리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였다. 피고인의 가족과 C의 근로자들 및 동종업계 운영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해 보인다. 이상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한 양형요소들에다가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건강상태,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 및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 형량범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징역 3년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