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1. 11. 선고 2018노221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333,642,000원을 추징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위 추징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2년, 추징 1억 원)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징계 위원의 공명정대한 권한행사 의무를 규정한 B 주식회사(B 이하 'B'라고 한다) 인사위원회 운영규정 제5조의 규정, 피고인이 E으로부터 부탁받은 징계 선처 부탁의 편파적 특혜성 및 사후 사례와의 결부성, 피고인이 실제 징계절차에서 E에 관하여 한 발언 내용의 허위성, 피고인이 징계절차에서 한 발언이 징계절차에 미친 영향 및 징계해제와 관련된 정황, E이 피고인에게 2억 원 및 미화 3만 달러를 징계 선처 등에 대한 대가로 송금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2억 원을 수수한 후 E으로부터 미리 작성받은 2012. 8. 24.자 허위 현금수령증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징계 선처 등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에 대한 사례금 명목으로 2억 원 및 미화 3만 달러를 수수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위 형은 지나치게 가벼워서 부당하다.

2.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B 생산본부장으로서, 생산본부 소속 임직원에 대한 징계 여부 및 그 수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에 인사위원으로 참석하여 의결에 참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한편, 생산본부 소속 임직원에 대한 특별승진 또는 징계감면 등을 대표이사에게 건의하는 방법으로 생산본부 임직원의 인사에 관한 최종결정권자인 대표이사를 보좌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1)

'징계 선처 등 사례금' 명목으로 2억 원 수수 E은 2009년 11월경 사내 인턴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 사건으로 사내 감찰 조사를 받게 되었고, 그 후 B 인사팀에서는 E에 대한 징계 여부 및 그 수위를 의결하는 인사위원회에 '해고처분'을 건의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E은 그 무렵부터 정년퇴직까지 약 6년간에 걸쳐 매년 1억 원에 이르는 급여수령의 기회를 박탈당할 뿐만 아니라 B의 협력업체 내지 관련업체에 재취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등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처하게 되자, 위 인사위원회에 인사위원 자격으로 출석하여 자신의 징계 여부 및 그 수위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예정인 피고인에게 선처를 부탁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09년 11월경 내지 12월경 인사위원회 개최 전에 경남 사천시 소재 B 내 자신의 집무실에서 위와 같은 처지의 E으로부터 "성희롱을 한 것은 맞지만, 인사위원회의 징계절차에서 해고당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조속히 복직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 도와주시면 나중에 인사는 꼭 하겠다."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2009. 12. 14.경 E에 대한 징계를 심의하기 위해 개최된 인사위원회에 인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하여, "E과 피해 여성 간 신체적 접촉은 없었다고 들었다. 성희롱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 사건은 피해 여성이 자초한 것이다."라고 발언하는 등 허위 사실까지 거론하며 E의 입장을 적극 두둔하였고, 결국 피고인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E은 인사팀의 해고처분 의견과 달리 2009. 12. 21.자로 '무기정직(정직 개시일 : 2010. 1. 1.)' 처분으로 완화된 징계 처분을 받게 되었다. 나아가, 피고인은 2010년 2월경 E에 대한 복직을 B의 사장에게 건의하여 징계해제 조치를 거쳐 생산본부 부장으로 조속히 복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한편, 피고인은 사례를 약속한 E이 B의 협력업체로서 항공기 부품 등을 제조하는 F의 대표이사 G으로부터 설계 대가 등 명목으로 거액을 수수하였다는 사정을 눈치 채고는, 때마침 피고인의 처 S이 구상 중이던 커피숍 영업 투자를 빙자하여 E으로부터 징계 선처·조속한 징계 해제를 도와주거나 E이 F으로부터 설계 대가 등 명목으로 거액을 수수한 사실을 묵인해 준 데 대한 사례금을 받아내기로 마음먹고, 2011. 8. 10.경 E으로부터 커피숍 투자금을 빌미로 S 명의의 Z은행 계좌로 2억 원을 송금받은 직후 그 반환의무를 회피하고자 그 무렵 E에게 '대략 1년 후 날짜로 정하여 투자금 2억 원을 반환받았다'는 허위 내용의 현금수령증 작성을 요구한 다음, E으로부터 '2012. 8. 24. 투자금 2억 원을 반환받았다'는 내용의 현금수령증을 받아두어 마치 E이 2억 원의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것처럼 가장하는 외관을 작출하는 수법으로 E으로부터 징계 선처·조속한 징계 해제를 도와주거나 E이 F으로부터 설계 대가 등 명목으로 거액을 수수한 사실을 묵인해 준 데 대한 사례금 명목의 2억 원을 수수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취득하였다.

2)

'징계 선처 등 사례금' 명목으로 미화 3만 달러 수수 피고인은 B에서 퇴직한 직후인 2013년 7월경 E에게 연락하여 만난 자리에서 "E부장(E)은 설계도 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좋겠다. E부장이 지금 B에서 계속 일하는 것도 성희롱 사건 때 해고당하지 않은 덕분이 아니냐? 내가 그때 도왔으니 나를 조금만 더 도와 달라.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의 유학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재차 2013. 7. 28.경 E에게 자신의 아들의 미국 은행 계좌번호를 문자메시지로 알려주어 징계 선처·조속한 징계 해제를 도와주거나 E이 F으로부터 설계 대가 등 명목으로 거액을 수수한 사실을 묵인해 준 데 대한 사례금을 추가로 요구하였다. 이에 E은 2013. 8. 2.경 자신의 딸(AL)을 통해 피고인의 아들인 AH 명의의 AM 은행 계좌로 미화 3만 달러를 송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취득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1)

'징계 선처 및 설계비 수수 묵인에 대한 사례금' 명목의 2억 원에 대한 판단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가)

E이 피고인에게 징계절차에서 선처를 받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은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정도를 넘어서 위법·부당한 청탁이라거나 금전적인 대가관계가 결부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러한 청탁이 사회상규에 어긋난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와 같이 판단하는 구체적인 근거는 1 E이 해고처분의 위기에서 직속 상사이자 징계위원이던 피고인에게 해고처분을 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징계절차에서 명백히 사실에 반하는 의견을 개진하거나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부당한 방법으로 해고처분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2 피고인은 위와 같이 인사위원회에서 주로 E과 피해자 사이에 신체적인 접촉은 없었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는데 이것이 피고인이 파악하고 있던 사실관계에 반하는 허위의 의견 개진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3 피고인이 징계절차에서 진술한 내용은 피고인이 직속 상사로서 부하직원을 위하여 개진할 수 있는 통상적인 범위 내의 의견으로 볼 여지가 큰 점, 4 징계절차에서 E의 상사인 피고인의 발언 등이 징계절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의견이 주로 반영되어 징계처분이 내려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징계절차에서 피고인이 발언한 내용 등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위법·부당한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5 피고인이 E에 대하여 무기정직 처분 후 약 2개월 만에 복직을 건의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E의 회사 내에서의 업무와 역할 등을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B 내에서 E 외에도 무기정직 징계를 받은 이후에 조기에 복직한 사례들이 존재하는 점, 6 E이 피고인에게 징계 선처를 부탁하면서 "은혜에 꼭 보답하겠다."고 말한 취지는 일이 잘 처리되면 그와 관련해서 어떤 형태로든 보답을 하겠다고 하는 포괄적인 의미에서 절박한 심정을 이야기한 것이지 피고인에게 금전적 사례를 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이다.

나)

피고인이 2011. 8. 10.경 E으로부터 지급받은 2억 원이 커피숍 투자금 명목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믿을 수 없고, E의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면 2억 원은 징계선처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E의 진술과 같이 2억 원이 징계 선처에 대한 대가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와 같이 판단하는 근거는 1 피고인이 E에게 단순히 커피숍 투자를 권유하였을 뿐인데 E이 징계 선처 등에 대가로 2억 원을 주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2 E은 피고인이 투자를 요청한 경위 및 2억 원이 결정된 경위에 관하여 구체적인 진술을 달리하고 있는 점, 3 2억 원은 징계 선처의 대가로 보기에는 그 금액이 지나치게 고액으로, E이 F으로부터 받았다는 3억 원 중 2억 원이나 되는 고액을 피고인에게 선뜻 지급하였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점, 4 피고인이 2억 원을 교부받은 시점은 징계 선처의 청탁을 받은 시점으로부터 약 1년 8개월 정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때로서, 피고인과 E이 뒤늦게 그와 같은 사례를 주고 받았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한 점, 5 E이 징계 처분이 있었던 직후인 2009년 12월말경 F으로부터 설계비 등의 명목으로 1억 9,500만 원을 지급받았음에도 피고인에게 전혀 사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 6 E이 F으로부터 그 진술과 같이 3D 한방의료기기 설계 대가가 아니라 F의 계약 수주 관련 청탁과 관련하여 3억 원을 수수한 다음 그 중 2억 원을 F의 계약 수주와 관련한 청탁과 결부하여 피고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볼 여지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이다.

다)

한편, E의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면 E이 피고인에게 2억 원을 지급하게 된 데에는 설계비 수수 사실 묵인에 대한 대가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2억 원에 설계비 수수 사실 묵인에 대한 대가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 E의 내심의 의사였음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과 사이에 명시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대가에 관한 양해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검사의 공소장 기재에 의하더라도 이러한 청탁이 있었다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E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E과 피고인 사이에 묵시적으로라도 설계비 수수 사실을 묵인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라)

설령 2억 원에 징계 선처 등에 대한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E이 피고인에게 한 징계 선처 등의 부탁이 위법·부당한 청탁이라거나 처음부터 금전적인 대가를 결부시킨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상 사후에 그에 대한 사례를 지급하였다고 하여 소급하여 위 청탁이 부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2)

'징계 선처 및 설계비 수수 묵인에 대한 사례금' 명목의 3만 달러에 대한 판단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가)

E이 피고인에게 징계절차에서 선처를 받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러한 부탁이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정도를 넘어서 위법·부당한 청탁이라거나 금전적인 대가관계가 결부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러한 청탁이 사회상규에 어긋난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E이 징계 선처에 대한 감사로 3만 달러를 수수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피고인도 E이 감사인사로 3만 달러를 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3만 달러는 징계 선처 등에 대한 사례 내지 대가로 지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3만 달러를 전달한 시점은 징계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이상 지난 시점인 데다가, E이 피고인에게 징계 선처에 대한 사례로 2억 원을 교부한 후 B에서 퇴직한 피고인(2013. 6. 16. 의원면직)에게 또다시 징계 선처에 대한 사례로 3만 달러를 지급하였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E의 설계비 수수 묵인에 대한 대가로 돈을 요구하였다거나 E이 자신의 설계비 수수 묵인에 대한 대가로 돈을 교부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이지도 않으므로 3만 달러가 E의 설계비 수수사실 묵인에 대한 대가로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3만 달러가 징계 선처 등에 대한 대가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설령 3만 달러에 징계 선처 등에 대한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E이 피고인에게 한 징계 선처 등의 부탁이 위법·부당한 청탁이라거나 처음부터 금전적인 대가를 결부시킨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상 사후에 그에 대한 사례를 지급하였다고 하여 소급하여 위 청탁이 부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형법 제357조 제1항의 배임수재죄는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성립되고, 어떠한 임무위배행위를 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아니하나,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하는 사람과 취득하는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개재되지 않는 한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서 '부정한 청탁'이란 반드시 업무상 배임의 내용이 되는 정도에 이를 필요는 없고,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면 족하며, 이를 판단할 때에는 청탁의 내용 및 이에 관련한 대가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부정한 청탁을 받고 나서 사후에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이 청탁의 대가인 이상 배임수재죄가 성립되며, 또한 부정한 청탁의 결과로 상대방이 얻은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일부를 상대방으로부터 청탁의 대가로 취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도11174 판결). 형법 제357조 제1항의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청렴성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수수함으로써 성립하고 반드시 수재 당시에도 그와 관련된 임무를 현실적으로 담당하고 있음을 그 요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은 이상 그 후 사직으로 인하여 그 직무를 담당하지 아니하게 된 상태에서 재물을 수수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재물 등의 수수가 부정한 청탁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도2042 판결).

2)

구체적 판단

가)

징계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의 유무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이 인정된다. 이에 따르면, B 소속 E 부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인 인턴사원 BQ은 그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하여 회사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B 인사담당 인사팀은 사실관계를 조사한 후 E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고 노무법인의 의견조회결과를 참작하여 사안의 엄중함을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E에 대한 징계해고를 건의하였다. 당시 B 생산본부장으로서 징계 심의절차에 참여하게 된 피고인으로서는 B 인사위원회 운영규정 제5조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징계 심의절차를 진행할 임무가 있었고, 특히 위와 같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더욱 중립적이고 공정한 자세로서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 BQ의 참여가 배제된 자리에서 사적으로 E을 만나 그로부터 금전적·비금전적 형태를 불문하고 보답을 하겠으니 최대한 선처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징계 심의절차에 임하였다. 이러한 취지의 부탁을 받는 것은 징계절차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건전한 우리 사회의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실제로 피고인은 당시 징계 심의절차에서 피해자 BQ에 대한 적절한 보호는 도외시한 채 일방적·편파적으로 가해자 E을 두둔하고 옹호하는 발언만을 하였고, E에 대한 징계가 무기정직으로 결정되자 그로부터 약 2개월 후 그 징계의 해제조치를 건의하여 E이 조속히 복직되게 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중립적인 업무처리라고 보기 어렵고, 이로 인하여 직장 내 남녀가 동등하게 존중받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장환경의 조성이 저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였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1 B 생산종합팀 인턴사원 BQ은 2009. 11.경 BE 부장으로부터 수차례 성희롱을 당하였다며 회사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BQ이 요청한 조치의 내용에는 E의 공식적 사과 및 처벌, 자신이 받은 정신적, 물리적 피해의 보상이 포함되어 있었다. 2 B 인사담당 인사팀은 2009. 11.경 BQ과 E을 조사한 후 노무법인에 대한 의견조회결과를 참조하여 2009. 12.경 인사위원회 심의안을 작성하였다. 위 심의안에는 「"언어적 행위: 남자친구와의 관계질문 및 출장 중 대화내용(가슴성형/속옷 이야기)", "시각적 행위: 부인 가슴성형 나체사진을 보여줌" 부분은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고, "육체적 행위: 사고당일 신체접촉(머리 만짐, 목을 잡고 볼에 키스" 부분에 대하여는 BQ과 E의 진술이 상반된다. E의 성희롱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취지의 징계사유가 기재되어 있다. 또한 위 심의안에는 「E 부장의 경우는 사고조사 결과 직장 상사로서 인턴사원 신분을 가진 여직원과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보편적인 수준을 넘어선 언행을 행함으로써 직장 내 동료 간 믿음과 건전한 조직질서를 저해하였으며, 출장 중 인턴사원을 동반한 채 업무와 무관한 개별행위(영화관람, 쇼핑)를 하여 복무규율 위반과 근무기강을 저해한 사실이 명백함. 아울러 상대방인 BQ씨의 경우 자신이 입은 피해에 상응하는 회사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고, 동 사건의 경우 대부분의 사원들이 인지하고 당사자에 대한 인사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므로, 향후 회사 내 건전한 조직질서 확립과 회사의 조치결과에 대한 객관성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더 이상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되므로, "징계해고" 조치 건의함」이라고 징계양정안이 기재되어 있다. 3 당시 시행되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에는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2항에는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한편, B 인사위원회 운영규정 제4조(기능) 제1항 제5호에는 인사위원회의 심의사항으로 '징계 심의'가 규정되어 있고, 제5조(위원의 임무)에는 "위원은 위원회의 원만한 운영을 도모하고 공명정대하게 권한을 행사하여야 하며..."라고 규정되어 있다. 4 피고인은 B 생산본부장으로서, E에 대하여 개최된 2009. 12. 14.자 인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석하였고, 위 회의에는 피고인 외에 위원장으로 경영지원본부장 AP, 위원으로 경영기획실장 AO, 수출본부장 BR, 군수본부장 AN, 간사로 인사담당 BS이 참석하였다. 위 인사위원회에 참여한 인원 및 피고인의 상서열자로서의 지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E에 대한 인사처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5 E은 피고인을 방문하여 자신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 논의한 정황에 관하여,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성희롱 사건 발생 다음날 피고인을 찾아가 인사위원회에서 선처해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후 인사위원회 개최일 이전에 한 차례 더 피고인을 방문하여 자신의 억울함을 설명하고 선처를 부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도 검찰 제1회 조사를 받을 때 "E 부장은 당시 생산본부 생산종합팀 소속 부장이었는데, 2009년 10~11월경 자동차 안에서 같은 팀 소속이던 인턴 여사원(당시 25세)의 얼굴에 입맞춤을 하고, 속옷 선물을 하는 등 성희롱을 하여 2009. 12.경 무기정직 처분을 받은 것입니다. 무기정직 처분은 기한이 없는 정직처분으로 징계해제가 될 때까지 복직을 할 수 없는 중징계처분입니다. 제가 인사위원회 개최 전 E 부장과 면담을 할 때, E 부장은 저에게 '피해자 얼굴에 뽀뽀를 했다'라고 말을 하면서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을 했습니다."라고 진술하여 인사위원회 개최 전 E을 만난 사실을 인정하였다(증거기록 1482면). 6 E은 원심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사례를 하겠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고 '이 경우가 잘 마무리되면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다'라는 표현을 한 것 같습니다(공판기록 854면).", "그때 경황이 없었고 어쨌든 '직장생활을 계속 영위할 수 있도록 선처를 해주시면 이 은혜에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공판기록 880면), "구체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고 어떤 형태로든 간에 이 은혜에 대해서 보답을 하겠다고 하는 마음은, 감사하는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형편이 되면 돈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일로 도와드리면 일로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공판기록 897면)라고 진술하였다. E이 '사례를 하겠다'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지위, 피고인과 E의 관계, 당시 청탁 내용의 중대성과 그 성격 및 사후적인 정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등의 발언은 피고인이 자신이 성희롱 사건에 대해 선처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준다면 금전적·비금전적 형태를 불문하고 보답을 하겠다는 취지였음이 충분히 인정되고, 피고인 또한 당시 그와 같은 의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7 이후 실제로 피고인은 인사위원회 징계 심의 과정에서 "신체적 접촉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피해자는 신종플루라고 했었고 상반된 진술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Fact 위주로 사건을 접근해야 합니다."고 진술하였고, 타 위원이 신체적 접촉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외의 사실만으로 성희롱에 해당하며 성희롱 판단 여부는 보고서에 나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성희롱 단정은 무리입니다."라거나 "성희롱도 정도차가 있습니다."라고 진술하여(증거기록 1343면), 반복적으로 이 사건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거나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하였다. 또한 타 위원이 이 사건은 성희롱 규정 및 판례에 해당하며, 성희롱 관련 사건은 피해자 진술 중심으로 판단한다고 발언한 데 대하여도 "정황이 틀린 것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진술함으로써(증거기록 1344면), 사실관계에 대한 피해자와 E의 진술 내용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특별한 근거 없이 피해자의 진술이 실체적 정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의 요구사항의 적절성 여부에 관하여는 "서울 애인과 대화 중 나온 것이겠죠."라거나 "본인이 자초한 것입니다."라고 진술한 반면, E에 대한 징계 양정 심의 과정에서 "E부장의 기여도, 맡고 있는 업무의 중요도를 감안 시 징계에 따른 손해도 고려돼야 합니다.", "역량이 탁월합니다."라고 진술하였다. 한편 E에 대하여 인사팀에서는 징계해고 조치를 건의하였고 위원장은 무기정직(6개월)을 제안하였는데, 피고인은 E에게 현저히 유리한 유기정직(30일)을 제안하는 한편, 무기정직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과정에서도 "본인은 감봉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E부장이라 고민이 많이 됩니다."라고 진술하는 등 E의 입장을 일방적·편파적으로 적극 두둔하였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발언 내용 및 태도, 그와 같은 발언 등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루어진 것인 점,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해가 상충되므로 가해자에 대한 징계절차에 더욱 공정하고 중립적인 태도가 요구됨에도 이와는 정반대로 E만을 위한 일방적·편파적인 옹호행위를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일련의 언행은 B 인사위원회 운영규정 제5조가 규정하는 징계 위원으로서의 공명정대한 권한행사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8 실제로, 인사팀 차장 K은 검찰에서 "정상적으로 징계 심의 시 관련 본부장 등 해당 조직 관련자는 대상자의 징계심의를 경청하고 선처를 희망하는 수준에서 발언하는 것이 관례이나, 본 건의 경우는 업무상 중요성을 사유로 통상적이고 정상적인 범위를 지나친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증거기록 1427면). K은 원심 법정에서 "통상적으로 인사위원회에 해당 본부장님이 들어오시면 그렇게 말씀은 많이 안하십니다. 논의하는 과정은 그냥 지켜보시고 마지막에 '이런, 이런 사정도 있었을 것이다. 잘 좀 선처를 해달라' 이렇게 일반적으로 하시는데, 회의록을 보니까 처음부터 생산본부장의 말씀이 많은 것 같아서 저희가 그런 의견을 말씀드렸던 것입니다(공판기록 333면)."고 진술하고, "본부장들은 대상자가 자기 부하직원일 경우에는 발언을 자제해야 된다거나 의견을 자제해야 된다는 것 정도는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었지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변하였다(공판기록 348면). L 또한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인사위원회에서 E 부장을 적극적으로 두둔한 것이 그 회의 분위기상 E 부장이 해고처분을 면하게 된 결정적인 사유가 된 것은 맞는가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부분은 맞습니다."(공판기록 354면)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9 위 징계 심의결과 인사팀의 징계 해고처분 의견과 달리 2009. 12. 21.자로 E에 대하여 '무기정직(정직 개시일 : 2010. 1. 1.)' 처분이 내려졌고, E은 위 무기정직 기간 동안 F에 나가서 일을 하다가 적발되어 2010. 1. 25.경 추가 경고를 받았으나, 피고인은 2010. 2.경 E에 대한 징계해제를 B 사장에게 건의하였다. 이에 따라 2010. 3. 1.자로 E에 대한 징계해제가 이루어져 E은 생산본부 부장으로 복직하였다. 한편, BQ은 2010. 1. 1. 인턴사원에서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되었으나, 2010. 1. 18. "상기 본인은 자의적인 의사에 따라 퇴직을 신청하며, E 부장 관련 건에 대해서는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사직원을 B에 제출하고 사직하였다.

나)

2억 원의 대가관계에 대한 판단

(1)

2억 원이 커피숍 투자금 명목으로 수수된 것인지 여부 피고인은 2011. 8. 10.경 E으로부터 송금받은 2억 원은 징계 선처 등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커피숍 투자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우선,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2억 원을 커피숍 투자금으로 받은 것이라는 피고인의 위 주장은 믿을 수 없다. 1 피고인과 E 사이에 커피숍 운영에 관한 투자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개업시기, 수익분배 조건 등에 관한 약정 등을 한 바 없고, 2억 원 수령 당시 피고인은 구체적인 커피숍 운영계획도 세우고 있지 않았다. E과 그의 처 M이 평소 커피숍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나 사정도 없다. 2 피고인은 E으로부터 자신의 처인 S 명의의 계좌로 2억 원을 송금받은 후 만기 1년의 신규계좌를 개설하여 예치하다가 그 중 일부를 상가 분양 계약금으로 사용하였을 뿐, 커피숍 운영비용으로 사용한 바 없다. 3 피고인은 E이 위 2억 원을 돌려받았다는 내용으로 작성한 현금수령증(2012. 8. 24.자)을 근거로 E에게 투자금 2억 원을 반환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ᄀ E은 위 현금영수증에 관하여 피고인이 돈을 받고 나서 10일가량 후에 1년 뒤에 돈을 갚는 것으로 해서 현금수령증을 작성해주면 좋겠다고 요구하여 작성해 준 것으로 실제로 피고인으로부터 2억 원을 반환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는 점, ᄂ 현금수령증 작성일인 2012. 8. 24. 당시에는 E은 영국에 출장 중이었던 점, ᄃ 피고인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2억 원을 실제로 반환받았다는 날이 언제인지에 관한 반복적인 질문에 대하여, 현금수령증을 작성한 날에 2억 원을 돌려받았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다가(증거기록 1487면), E의 출입국 현황이 제시되자 '2012년 7월 말경 2억 원을 반환하였고 2012년 8월 말 내지 9월 초경 현금수령증을 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한 점(증거기록 2553면), ᄅ 피고인은 진주 평거동의 카페에서 2억 원을 반환하고 현금수령증을 작성받았다고 주장하나, 현금수령증의 수령장소는 '사천'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E의 주거지가 사천이 점에 비추어 자신의 집에서 현금수령증을 작성하였다는 E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 ᄆ 통상적인 거래에서는 현금수령증에 요일까지 기재하지 않으나 위 현금수령증에는 '2012. 8. 24.' 옆에 '금(요일)'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이에 대하여 E은 1년 뒤인 해당 날짜를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요일을 기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ᄇ 피고인은 피고인의 아버지가 1996년 11월경 사망하면서 유산으로 남긴 10억 원을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그 중 2억 원을 E에게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반환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10억 원이라는 거액을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더욱이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거액의 현금을 상속받은 것이었다면 굳이 E으로부터 2억 원을 투자받아야 할 만한 이유도 없다), ᄉ E이 피고인으로부터 2억 원을 반환받았다면 E의 계좌에 입금된 내역이나 E이 이를 사용한 내역이 있어야 함에도 위와 같은 내역은 보이지 않는 점, ᄋ M은 E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된 후인 2016. 1. 15.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어 E이 2억 원을 지급한 점을 언급하며 도움을 청한 사실이 있는데 피고인이 2억 원을 반환하였다고 주장하자 M이 이를 따지며 통화내용을 녹취까지 한 점 등을

'으로 반환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10억 원이라는 거액을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더욱이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거액의 현금을 상속받은 것이었다면 굳이 E으로부터 2억 원을 투자받아야 할 만한 이유도 없다), ᄉ E이 피고인으로부터 2억 원을 반환받았다면 E의 계좌에 입금된 내역이나 E이 이를 사용한 내역이 있어야 함에도 위와 같은 내역은 보이지 않는 점, ᄋ M은 E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된 후인 2016. 1. 15.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어 E이 2억 원을 지급한 점을 언급하며 도움을 청한 사실이 있는데 피고인이 2억 원을 반환하였다고 주장하자 M이 이를 따지며 통화내용을 녹취까지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 현금수령증은 실제로 2억 원을 돌려받으면서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없다.

(2)

2억 원이 징계 선처 청탁에 대한 대가인지 여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E이 2011. 8. 10.경 피고인에게 지급한 2억 원은 징계 선처 및 조기 징계해제에 도움을 준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 E은 2억 원을 지급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검찰에서 "2011. 7.경 F에 의료기기 설계를 해주고 몰래 3억 원이라는 돈을 받기로 하였고, 한편으로 이로 인해 마음이 많이 부담스럽던 상황이었는데, 2011. 7.경 피고인이 갑자기 "E부장! 요즘 설계를 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서. 나에게 커피숍 투자나 좀 하지?"라고 말을 했다. 회사 몰래 협력업체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마음에 고민스러운 상황에서 A이 마치 모든 비밀을 다 아는 것처럼 말을 하여 2억 원 정도를 A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즈음 A 본부장실에 가서 '제 성희롱 사건에 대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투자금은 아닙니다. 드리는 돈이니 본부장님이 그냥 쓰시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이에 피고인은 'E부장! 고맙소. 이 계좌번호로 보내주면 감사하겠소'라고 대답을 하면서 자신의 처(S)의 계좌번호를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처(M)를 통해 피고인의 처(S)의 Z은행 계좌로 2억 원을 송금하게 하였던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후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도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2 한편, E은 2억 원의 지급 명목 및 액수에 관하여 원심 법정에서, "2억 원에 대한 가치는 그 당시 제 생각은 제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준 금액치고는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라고까지도 생각했습니다(공판기록 212면)", "2억 원을 건네주면서 명확히 저를 위기에서 구해준 감사의 표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공판기록 232면)."고 진술하였고, 당심 법정에서도 "예전에 또 그런 큰일에 은혜를 보답하는 차원에서 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공판기록 857면)."고 진술하였다. E으로서는 당시 인사팀에서 제출한 징계해고안대로 인사위원회 의결이 이루어졌다면 직장을 잃게 되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을 면하고 조기에 생산본부 부장으로 복직하는 데에는 피고인이 지대한 역할과 기여를 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E이 피고인에게 징계 선처 등에 대한 한 대가로 F으로부터 설계 대가 등으로 수수한 3억 원 중 2억 원을 지급한 것이 지나치게 고액을 지급한 것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할 수는 없다. 3 E이 피고인에게 인사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선처해 줄 것을 부탁하면서 금전적·비금전적 형태를 불문하고 보답을 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하였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커피숍 투자금이라는 피고인의 현저히 신빙성이 결여된 주장을 제외하고는 당시 E이 피고인에게 2억 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으며, 그 액수가 매우 거액인 점에 비추어 그것이 의례적인 감사인사로서 수수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4 E은 2011. 7. 25. A에게 "수고 많으시죠? 휴가 다녀와서 8월 10일경 찾아 뵙고 인사 보고 드리겠습니다. 추진하는 일은 순조롭게 잘 되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 배상"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E이 실제로 커피숍에 대한 투자 및 그에 따른 이윤 배분 등의 목적으로 2억 원을 지급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고, 위 문자를 전후하여 실제로 커피숍 운영에 관한 연락은 전혀 주고받은 바 없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E의 진술 내용과 같이 위 '추진하는 일'은 피고인이 언급한 2억 원이 순조롭게 마련될 것이라는 취지로 보인다. 5 피고인이 징계결의가 있은 후 약 1년 8개월 가량이 경과한 시점인 2011. 8. 10.경 E으로부터 2억 원을 지급받았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앞서 본 징계선처 등 부정한 청탁과의 관련성이 감쇄된다거나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피고인 스스로 위 2억 원의 수수 시점보다 약 1년 11개월 뒤인 2013. 7. 28. E으로부터 3만 달러를 송금받은 이유에 관하여 "E의 성희롱 사건을 제가 무마해주었고, E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따돌림 당할 때 제가 E을 믿어주었다는 데 대한 감사인사를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증거기록 1499면)."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도 그러하다. 이는 피고인과 E 사이에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징계 선처가 E의 인생에서 큰 도움을 준 일로서 피고인 스스로도 징계결의가 있은 후 약 3년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그에 대한 사례로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길 정도로 각인되었음을 보여준다. E의 직급 및 그에 따른 연봉 등 경제상황에 비추어 보면, E은 징계결의 후 피고인에게 징계 선처에 상응하는 정도의 금전적인 사례를 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B의 협력업체로서 항공기 부품 등을 제조하는 F 대표이사 G으로부터 2011. 7. 28.경 3D 한방의료기기 설계 대가 등 명목으로 3억 원을 수수하게 되자, 비로소 이 돈 중 2억 원을 징계 선처에 대한 사례조로 피고인에게 지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위 3억 원이 F의 계약 수주 청탁과 관련된 것으로 그 중 2억 원이 다시 피고인에게 계약 청탁과 결부되어 전달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원심의 추론은 합리적인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및 E 어느 누구도 그러한 사실을 진술하거나 인정한 바 없다). 한편, E은 당심 법정에서 2009. 12. 30.경 F 대표이사 G으로부터 합계 1억 9,500만 원을 수수하고도 바로 피고인에게 사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그 중 1억 5,000만 원은 소유했던 아파트를 판매한 매매대금이고, 나머지 4,500만 원 정도는 3D 설계비로 받은 것입니다. 당시 G 사장이 산천에서 사천으로 공장이전을 하는데 아파트가 필요하다고 해서 제가 BT 아파트를 내놓고 BU 아파트로 이사 가려 한다고 말하니까, G 사장이 이를 팔라고 하여 31평 BT 아파트를 G 사장에게 1억 5천만 원에 팔았습니다. 그 아파트 매매대금 1억 5,000만 원은 BU 아파트 분양대금으로 사용하였고, 큰딸이 호주에 대학원 유학을 가 있었는데 거기에 연간 4천만 원 정도 필요하였으며, 작은 딸이 당시에 캐나다 유학을 가서 BV에 와 있을 때 원룸 보증금 등등 돈이 도리어 부족했었습니다. 그래서 사례금에 대한 생각은 그때 당시에는 추호도 못했습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객관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 1억 5천만 원의 자금출처, 상대방 및 거래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E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이에 따르면, E이 2009. 12. 30.경 F 대표이사 G으로부터 받은 돈을 곧바로 피고인에게 징계 선처에 대한 사례조로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충분히 수긍할만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E이 2009. 12. 30.경 1억 9,500만 원의 자금이 있었음에도 이를 피고인에게 징계 선처에 대한 사례조로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2011. 8. 10.경 2억 원 지급과 징계 선처 등과의 대가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라 할 수 없다.

(3)

2억 원이 설계비 수수 묵인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 E은 "피고인이 커피숍 투자 요청 당시 '밖에서 설계도 하고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라고 말하여 설계비 수수 사실 묵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이 자신이 밖에서 설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사원이 월급을 모아서 커피숍에 2억 원이나 투자를 할 정도의 여유가 없는데 투자 권유를 하는 것으로 봐서 설계비 수수 묵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E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E은 피고인에게 2억 원을 지급하기로 할 당시 "징계와 관련하여 위기에서 구해 주신 데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드린다."라는 취지로만 말하였을 뿐 설계비 수수 사실을 묵인해 주는 데 대한 대가로 2억 원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말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억 원에 설계비 수수 사실 묵인에 대한 대가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 E의 내심의 의사였음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과 사이에 명시적으로 언급된 바 없고,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는 E과 피고인 사이에 묵시적으로라도 설계비 수수 사실을 묵인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2억 원이 설계대금 수수 묵인의 대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미화 3만 달러의 대가관계에 대한 판단

(1)

미화 3만 달러가 징계 선처 청탁에 대한 대가인지 여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E이 피고인에게 지급한 미화 3만 달러 또한 E의 징계 선처 청탁에 대한 대가로 사후적으로 지급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1 E은 미화 3만 달러를 지급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검찰에서 "A이 2013. 6.경 B에서 퇴직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저에게 연락이 와서 함께 만났습니다. 당시 A은 저에게 '사천 BY 안에 있는 건물 내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해서, 그 사무실에서 A을 만났습니다. A은 2013. 6. 하순경 ~ 7. 중순경 위 사무실에서 저와 만나 '나는 이제 퇴직하고 당장 수입도 없으니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의 유학자금이 걱정이다. E 부장은 설계도 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좋겠다. 그리고 내가 멀지 않아 B 임원으로 다시 갈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내가 당신을 전폭적으로 도와주겠다. 지금은 내가 B에서 나왔지만 반드시 재기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은근히 돈을 더 요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1878면), 이후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도 이와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2 실제로 피고인은 2013. 7. 28. E에게 "저번에 얘기 나눈 은행 AM 은행 swift code BW와 Account number BX입니다. AH 이름입니다. 항상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8월 10일 한국에 들어갑니다. 저번에 얘기 나눴듯이 또 B에서 일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님 다른 곳에서 모두 가능한 일이구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증거기록 1277면). 이는 E의 위 진술 내용과도 부합한다. 3 피고인 스스로도 검찰에서 미화 3만 달러가 성희롱 사건에 대한 감사인사 명목으로 수령한 것임을 인정한 바 있다. 즉 피고인은 검찰에서 가 "조금 많은 액수라고 느끼긴 했으나, E이 평소 저에게 고마웠다고 하면서 준 돈이라서 부담 없이 받았습니다. 2013년 10월인지 11월인지 명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E이 B에 있을 때 고마웠다고 하면서 '본부장님, 그동안 저를 돌봐주신데 대한 감사인사를 좀 하고 싶습니다. 저를 오해한 사람도 있었는데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돈을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회사를 그만 둔 상태였기 때문에 크게 부담 갖지 않고 '알았다. 고맙게 잘 받겠다'라고 하면서 당시 미국 달라스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제 아들 AH의 계좌로 3만 불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라고 진술하고, 나 검사의 "E이 이미 B에서 퇴직한 피고인에게 3만 불이라는 상당한 액수의 돈을 자진하여 송금할 정도로 감사할 만한 특별한 일이 있었는가요"라는 신문에 대하여, "특별히 도와준 것은 없습니다. 다만, E의 성희롱 사건을 제가 무마해주었고, E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따돌림 당할 때 제가 E을 믿어주었다는 데 대한 감사인사를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증거기록 1499면)."고 진술하였다.

(2)

미화 3만 달러가 설계비 수수 묵인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 피고인이나 E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미화 3만 달러 수수 당시 E이 F으로부터 설계비를 수수하는 것을 피고인이 묵인해 주는 대가로 피고인에게 미화 3만 달러를 교부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고인이 위와 같은 대가로 E에게 미화 3만 달러를 요구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달리 미화 3만 달러가 E의 설계비 수수 사실 묵인에 대한 대가로 수수되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미화 3만 달러는 설계대금 수수 묵인의 대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라.

소결 이 부분 공소사실은 부정한 청탁의 존재 및 수수한 금원과의 대가관계가 각 인정되어 모두 유죄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항소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관한 항소이유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