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사건의 경과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재심대상판결의 확정
피고인 A은 1989. 5. 17. 서울형사지방법원 89고합574호로, 피고인 B은 1989. 7. 26. 서울형사지방법원 89고합900호로 각 공소제기되었는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서울형사지방법원은 1989. 9. 27.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및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하였다(이하 다른 공동피고인들에 대한 부분까지 포함할 때에는 '원심판결'이라 하고, 이를 제외한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만 지칭할 때에는 '제1심판결'이라 한다).
피고인들 및 검사는 제1심판결에 대해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 89노3710호로 항소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1990. 2. 5. 제1심판결을 파기한 후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였으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그 무렵 재심대상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재심개시결정의 확정 피고인들은 2018. 1. 12. 이 법원에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이 법원은 2023. 3. 22.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그 무렵 위 재심개시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들
이적단체 가입에 의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피고인들) D단체는 인천 · 부천 지역 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 등을 위해 결성된 단체로, 그 회칙에 규정된 단체의 목적, 실제 활동 내용 등을 감안할 때 순수한 노동단체에 해당할 뿐,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행위를 목적으로 구성된 국가보안법 상의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의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피고인들)<1>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서 피고인들이 소지 등을 하였다는 문건들[1 피고인 A:「G」, 「H」, 「IU, 「J」, 2 피고인 B: 「K」,「L」,「M,「O,「P」,「Q」(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문건들'이라 한다)]은 비록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임의성이 인정되지 않고,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 등에 의하여 압수된 바도 없으므로, 결국 불법적으로 압수된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설령 이 사건 문건들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문건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존립 ·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이 아니므로, 국가보안법 상의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울러 피고인들이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였다거나, 피고인들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노동쟁의조정법위반의 점(피고인 A)
노동쟁의조정법 상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은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연대투쟁의 방법으로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
피고인 A은 열악한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하여 장기 파업 중인 인근 사업장의 노동조합을 방문하여 그 조합원들에게 격려, 연대의 표시로 짤막한 연설과 노래를 하였을 뿐, 다른 사업장의 노동쟁의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적극 개입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검사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피고인들: 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및 자격정지 1년 6개월' 등)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전제되는 법리 형사소송법 제438조 제1항은 "재심개시의 결정이 확정한 사건에 대하여는 제436조의 경우 외에는 법원은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심판한다는 것은 재심대상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새로 심판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재심사건에서는 재심대상판결의 기초가 된 증거와 재심사건의 심리과정에서 제출된 증거를 모두 종합하여 공소사실이 인정되는지를 새로이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재심사건의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취사와 이에 근거한 사실인정도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그것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으로서 재심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의 전권에 속한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4도2946 판결 등 참조).
이적단체 가입에 의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피고인들)
관련 법리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 제1항이 규정하는 이른바 '이적단체'라 함은 국가의 존립 ·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2>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 · 고무 ·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등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여 특정 다수인 이 결성한 계속적이고 독자적인 결합체를 가리킨다. 이와 같은 이적단체 구성 · 가입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할 때에는 유추해석이나 확대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의 기본 정신에 비추어서 엄격히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다만, 어느 단체가 표면적으로는 강령 · 규약 등에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 · 고무 · 선전 · 동조하는 등의 활동을 목적으로 내걸지 않았더라도 그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 활동 내용, 반국가단체 등과 의사연락을 통한 연계성 여부 등을 종합해 볼 때, 그 단체가 실질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그 단체의 목적으로 삼았고 그 단체의 실제 활동에서 그 단체가 국가의 존립 ·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된다면 그 단체는 이적단체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원심에서 채택 · 조사한 증거들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사정들을 감안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D단체가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 · 고무 ·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등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 상의 이적단체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D단체의 구성 목적
이 부분 공소사실은 D단체가 표면적으로는 '자주', '민주', '통일'을 그 구성 목적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반국가단체의 주장에 동조하여 X(이하 'Y'이라 한다)의 실현 등을 진정한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Y이 단순히 D단체의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 개인적으로 논의된 적이 있다거나, D단체의 일부 회원들이 소지하고 있던 문건들 중 Y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문건이 발견된 것에 그치지 않고, Y이 D단체의 공식적인 입장이었음을 알 수 있는 사정 등 D단체의 구성 목적이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 ·고무 ·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이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D단체의 활동 내용 D단체가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 등을 위한 활동을 한 사실이 인정되나, 나아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D단체가 형식적으로만 위와 같은 활동을 내세운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 · 고무 ·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등의 행위를 해 왔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 외의 사정들
D단체가 반국가단체와 연계하거나 그 노선과 전술에 입각하여 활동하였음을 알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기록상 발견되는 것도 아니다. D단체가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 활동'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D단체라는 단체가 '국가의 존립 ·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위험성 있는 활동'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검사도 재심개시 후 당심에서 'D단체가 이적단체로서의 성격도 일부 가지고는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을 위한 단체라고 볼 여지도 있는 점, 다른 D단체 회원(N)에 대한 재심판결에서 D단체의 이적단체성이 인정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 D단체의 이적단체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2024. 4. 22. 자 검찰 의견서 4쪽).
소결 그렇다면 제1심판결에는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국가보안법 상의 이적단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의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피고인들)
관련 법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위반하여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다만,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 ·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때 수사기관이 절차에 위반하여 수집한 증거임에도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것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임의수사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바,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에서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 동행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증명된 경우에 한하여 동행의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도6717 판결, 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 등 참조).
임의제출물을 압수한 경우 압수물이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실제로 임의 제출된 것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에는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증명할 것이 아니라,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해야 한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0도9431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이 부분 쟁점(즉, 이적표현물인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문건들)
이 사건 문건들 중 1 피고인 A이 소지 등을 하였다는 문건들은「G」, 「H」,「I」,「J」이고, 2 피고인 B이 소지 등을 하였다는 문건들은 「K」,「L」,「M」, 「O」,「P」,「Q」이다.
이 사건 문건들 중 '검사가 재심개시 후 당심에서 여전히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하는 문건'은 1 피고인 A이 소지하였다는 「I」(이하 '이 사건 제1문건'이라 한다), 2 피고인 B이 소지하였다는「O」(이하 '이 사건 제2문건'이라 한다) 뿐이다(2024.4. 22. 자 검찰 의견서 4쪽, 나머지 문건들에 대하여는 검사가 재심개시 후 당심에서 이적표현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이 사건 문건들 중 이 사건 제1, 2문건을 제외한 나머지 문건들'(이하 '나머지 문건들'이라 한다)에 관하여 보면, 후술하는 바와 같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나머지 문건들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는 점 등에 대한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다. 따라서 이하에는 이 사건 제1, 2문건을 위주로 검토한다.
피고인들로부터 압수된 이 사건 제1, 2문건의 증거능력
피고인 A으로부터 압수된 이 사건 제1문건 원심이 채택 · 조사한 증거들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포함한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을 감안하면, 이 사건 제1문건은 불법적으로 압수된 위법수집증거로서(불법적으로 압수된 압수물 자체로서 인과관계가 희석, 단절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 A은 '1989. 4. 1. 강제로 연행되어 불법 체포되었다'고 주장하는바(2021. 9. 10. 자 변호인 의견서 2쪽, 2022. 12. 23. 자 변호인 의견서 2쪽 등), 이에 관하여 피고인 A은 이 법원에 "체포 당시 Z이라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체포 당일 10:00경 사복 경찰 3명이 회사에 찾아와 '너 D단체 회원이지'라고 말하더니 갑자기 팔을꺾어 수갑을 채웠고, '잔말 말고 순순히 따라와'라고 하면서 강제로 차에 태우고 연행하였다"는 내용의 본인 사실확인서를 작성 · 제출하였다(증 제10호증). 한편 치안본부 소속 수사관들은 '1989. 3. 30. 검거된 다른 D단체 회원(T)을 신문하던 중 피고인 A의 인적사항 및 범죄사실 등을 확인하게 되어 피고인 A을 그의 근무지인 Z 주식회사에서 검거동행 인지하였다'는 내용의 '1989. 4. 2. 자 범죄인지 동행보고'를 작성하였다(기록 21-2권 47~49쪽). 그런데 1 위 '1989. 4. 2. 자 범죄인지 동행보고'에는 정확한 동행 일시는 물론 '수사관이 어떠한 법적 근거에 따라 피고인 A을 동행한 것인지' 등이 전혀 나와 있지 않고, 2 위 보고서는 피고인 A이 강제로 연행되었다고 주장하는 날(1989. 4. 1.)의 바로 다음 날(1989. 4. 2.)에 작성된 것임에도 "4. 범죄사실: 별지 범죄사실과 같음", "6. 첨부: 범죄사실 1부"라고 기재되어 있는 등 범죄사실이 완전히 작성된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은 물론 "본 건 수사한바 피의자(피고인 A)는 범죄사실 자백하고, 다른 D단체 회원(T)의 진술, 압수한 증거물 등으로 보아 범증 충분하므로, 검사의 지휘를 받아 구속 수사하고자 한다"는 수사결과까지 기재되어 있는 등 피고인 A이 연행된 법적 근거 등이 불분명한데다가 체포 시점과 작성 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격에 비추어 석연치 않은 부분도 발견된다. 여기에 1 검사가 '당시 수사기관이 피고인 A을 강제적으로 동행할 수 있었던 법적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강제적으로 동행한 것이라면) '그 체포 등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점'에 관하여도 구체적으로 주장 ·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 2 이와 달리 당시 수사기관이 피고인 A을 임의동행한 것이라면, 검사가 '피고인 A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동행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주장 · 증명해야 함에도 이를 주장·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까지 감안하면, 결국 '피고인 A은 1989. 4. 1. 10:00경 수사관들에게 강제로 연행되어 불법 체포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치안본부소속 수사관들은 '1989. 4. 1. 16:00경 피고인 A의 자취방에서 피고인 A으로부터 이 사건 제1문건을 포함한 다수의 문건들을 임의제출받아 이를 압수하였다'는 내용의 '1989. 4. 1. 자 압수조서'를 작성하였다(기록 21-2권 50~51쪽). 그런데 전술한 바와 같이 피고인 A은 위 압수 시점(1989. 4. 1. 16:00경)으로부터 불과 6시간 전(1989. 4. 1. 10:00경)에 강제로 연행되어 불법 체포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렇게 불법 체포된 상황에서 피고인 A이 자신의 자취방에 있던 이 사건 제1문건을 포함한 다수의 문건들을 임의로 제출하였다는 '1989. 4. 1. 자 압수조서'를 그대로믿기는 어렵다. 여기에 피고인 A은 이 사건 제1문건을 포함한 다수의 문건들을 임의제출한 적이 없다고 다투고 있음에도(2023. 9. 7. 자 변호인 의견서 4~5쪽 등),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못하고 있는 사정까지 감안하면, 결국 '치안본부 소속 수사관들은 1989. 4. 1. 16:00경 피고인 A의 자취방에서 이 사건 제1문건을 포함한 다수의 문건들을 (임의제출이라는 형식만 취하면서) 사실상 강제로 압수한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 B으로부터 압수된 이 사건 제2문건 원심이 채택 · 조사한 증거들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포함한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을 감안하면, 이 사건 제2문건 역시 불법적으로 압수된 위법수집증거로서(불법적으로 압수된 압수물 자체로서 인과관계가 희석, 단절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 B은 '1989. 2. 8. 강제로 연행되어 불법 체포되었다'고 주장하는바(2021. 9. 10. 자 변호인 의견서 2쪽, 2022. 12. 23. 자 변호인 의견서 3쪽 등), 이에 관하여 피고인 B은 이 법원에 "체포 당일 늦은 오후에 D단체 사무실에서 귀가하려고 나왔을 때 사무실 주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3~4명의 건장한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차량 안으로 밀어 넣었고, 그 차량 안에서 머리가 눌린 채 무엇인가 씌워져 앞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어딘가로 끌려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끌려간 곳은 치안본부 대공분실이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 · 제출하였다(증 제11호증). 한편 치안본부 소속 수사관들은 '1989. 2. 8. 18:10경 피고인 B을 D단체 사무실 앞 노상에서 동행(검거)하였다'는 내용의 '1989. 1. 10. 자 범죄인지 및 동행(검거) 보고'를 작성하였다(기록 21-14권 110~112쪽). 그런데 위 '1989. 1. 10. 자 범죄인지 및 동행(검거) 보고'에는 1 '동행(검거)일시'가 '1989. 2. 8. 18:10경'으로 기재되어 있는바, 그 작성(1989. 1. 10.) 당시에는 아직 동행(1989. 2. 8.)이 이루어지기도 전이었다는 것이어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발견되는 점, 2 그 '동행(검거) 경위'란에는 '1989. 1. 27. 다른 D단체 회원들(AA, AB)로부터 D단체가 결성되어 있음을 밝혀내고 신원이 확인된 피고인 B을 검거하게 되었다'고 기재되어있는바, 그 작성(1989. 1. 10.) 당시에는 아직 피고인 B의 신원확인(1989. 1. 27.)조차 이루어지기 전이었다는 것이어서 이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할 때, 위 보고서의 작성일자(적어도 작성완료 일자)는 '1989. 1. 10.'이 아니라 '1989. 2.경'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3> 또한 치안본부 소속 수사관들은 '1989. 1. 8. 18:10경 D단체 사무실 앞 노상에서 피고인 B을 불심검문하여 피고인 B으로부터 이 사건 제2문건을 포함한 21종에 달하는 다수의 문건들을 임의제출받아 이를 압수하였다'는 내용의 '1989. 1. 10. 자 압수조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는바(기록 21-14권 150~152쪽), 위 압수조서만을 놓고 보면 그 기재된 날짜들 사이에서 모순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 '1989. 1. 10. 자 범죄인지 및 동행(검거) 보고' 및 '1989. 1. 10.자 압수조서'에 기재된 내용들[특히, 위 범죄인지 및 동행(검거) 보고의 동행(검거)일시 (1989. 2. 8. 18:10경), 위 압수조서의 압수일시(1989. 1. 8. 18:10경) 부분]을 그대로 받아 들여 이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피고인 B은 '1989. 1. 8. 18:10경' 불심검문을 받아21종에 달하는 다수의 문건들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당하였고, 공교롭게도 '정확하게 1개월 후의 같은 시각(1989. 2. 8. 18:10경)'에 '같은 장소(D단체 사무실 앞 노상)'에서 연행되었다는 것이 되는바, 이러한 사실관계는 매우 이례적이므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기에 1 피고인 B은 수사기관에서 "1989. 2. 8. D단체 사무실에서 자료를 찾던 중 (이 사건 제2문건 등과 같은) 문건들이 있어서 집에 가서 자세히 보려고 가방에 넣어가지고 나오다가 경찰에 붙들려 압수당했다"고 진술하였는바(기록 21-15권 613,619쪽), 피고인 B도 '체포'와 '압수'를 전체적으로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할 정도로 그 시간적 간격이 (1개월이 아니라) 매우 짧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2 피고인 B이 스스로 체포되었다고 주장하는 날(1989. 2. 8.)은 단순히 기억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D단체 탄압백서라는 문건(증 제15호증)' 및 '관련 기사의 보도일자' 등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고[더욱이 'D단체 탄압 백서라는 문건(증 제15호증)'에는 D단체 회원 2명(AA, AB)이 1989. 1.26. 연행되어 1989. 1. 27. 구속 발표가 있었던 것으로 나오는데, 전술한 바와 같이 '1989.1. 10. 자 범죄인지 및 동행(검거) 보고'의 '동행(검거) 경위'에도 위 2명(AA, AB)에 관한 내용이 거의 그대로 나온다], 굳이 피고인 B이 체포일자(1989. 2. 8.)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할 이유도 없어 보이며, 이는 피고인 B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체포일자(1989. 2. 8.)와 도 일치하는 점(기록 21-15권 613, 619쪽) 등을 종합하면, 결국 '피고인 B이 연행된 날'과 '피고인 B이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당한 날'이 '같은 날'이었고, 모두 '1989. 2. 8.'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피고인 B이 1989. 2. 8. 수사관들에게 강제로 연행되어 불법 체포되었는지'에 관하여 보면, 비록 위 '1989. 1. 10. 자 범죄인지 및 동행(검거) 보고'의 '동행(검거) 경위'에는 '신원이 확인된 피의자(피고인 B)에 대하여 수사관들이 D단체 사무실 앞에서 잠복근무 중 피의자(피고인 B)를 발견하고 그에게 혐의사실을 충분히 설명한 후 임의 동행 검거하게 됨'이라고 기재되어 있지만, 1 전술한 바와 같이 위 보고서에 기재된 작성일자(1989. 1. 10.)조차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실제 작성일자는 1989. 2.경이었음에도 1개월 가량 소급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2 위 보고서에 기재된 문구 자체로도 '임의동행'과 '검거'라는 표현이 혼용되고 있는 점, 3 검사가 '당시 피고인 B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동행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주장 ·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 B은 1989. 2. 8. 수사관들에게 강제로 연행되어 불법 체포된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위 '1989. 1. 10. 자 압수조서'에 기재된 바와 같이 '치안본부 소속 수사관들이 D단체 사무실 앞 노상에서 피고인 B을 불심검문하여 피고인 B으로부터 이 사건 제2문건을 포함한 21종에 달하는 다수의 문건들을 임의제출받아 이를 압수하였는지'에 관하여 보면, 1 전술한 바와 같이 위 압수조서는 그 작성일자가 부정확한 것으로 보이는바 (그것이 의도된 것이었는지, 혹은 단순한 실수였는지와 상관 없이) 그 내용도 과연 정확한지 의심이 가는 점(위 압수조서는 1989. 1. 8. 압수가 이루어진 것처럼 작성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1989. 2. 8. 압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2 수사관들이 피고인 B을 체포하기 위해 잠복근무하다가 피고인 B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B이 들고 있던 가방에서 다수의 문건들을 압수한 것으로 보임에도, 위 압수조서에는 단순히 불심검문 과정에서 이를 압수한 것처럼 기재되어 있는 점, 3 전술한 바와 같이 피고인 B은 당시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강제로 연행되어 불법 체포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B이 자신의 가방에 있던 이 사건 제2문건을 포함한 21종에 달하는 다수의 문건들을 임의로 제출하였다는 '1989. 1. 10. 자 압수조서'는 그 정황에 비추어 쉽사리믿기 어려운 점[이에 관하여 검사는 '피고인 B에 대한 불심검문 후 임의제출이 이루어진 다음에 비로소 임의동행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측되므로, 설령 임의동행에 임의성이 없어 사실상 불법 체포였다고 하더라도, 그 전에 이루어진 임의제출이 곧바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주장하나(2024. 1. 15. 자 검찰 의견서 12~13쪽), 가 수사관들이 다른 D단체 회원들(AA, AB)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미 피고인 B이 D단체 회원임을 파악한 상태였음을 감안하면, 반드시 위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다가,나 설령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임의제출' 후 '임의동행' 순으로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직후에 임의성 없는 임의동행에 의한 불법 체포까지 감행하고자 했던 수사관들'이 그 직전에 이루어진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만큼은 '피고인 B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서 했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검사의 주장은 그 자체로 설득력이 떨어져 받아들이기 어렵다], 4 피고인 B이 이 사건 제2문건을 포함한 21종에 달하는 다수의 문건들을 임의제출한 적이 없다고 다투고 있음에도(2023. 9. 7. 자 변호인 의견서 4~5쪽 등), 여전히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못하고 있는 점(검사가 '강제로 압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시한 바 없을 뿐 아니라, 설령 그 법적 근거를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후 나중에 임의성이 문제되자 비로소 강제로 압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시한다고 해서 적법한 압수가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등을 감안하면, '치안본부 소속 수사관들은 1989. 2. 8. 피고인 B의 가방에서 이 사건 제2문건을 포함한 21종에 달하는 다수의 문건들을 (임의제출이라는 형식만 취하면서) 사실상 강제로 압수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사건 제1, 2문건에 관하여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증거능력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은 다음과 같은사정들을 감안할 때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대하여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는 더욱 어렵다.
피고인들로부터 불법적으로 압수된 이 사건 제1, 2문건은 위법수집증거로서 그 증거능력이 없고, 나아가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이 사건 제1, 2문건을 토대로 피고인들을 추궁한 결과 이에 관하여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은 (수사의 밀행성 등에 비추어, 검사가 그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 증명하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볼 여지가 크다.
게다가 전술한 바와 같이 피고인들은 강제로 연행되어 불법 체포되었을 뿐 아니라, 피고인 A은 적법하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될 때까지, 피고인 B은 최초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어 석방될 때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불법 감금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사후에 통상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였더라도 그 이전의 구금이 적법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1996. 7. 16. 자 96모53 결정 등 참조)]. 그런데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은 그 중 상당 부분이 불법 구금 중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그 자체로 임의성이 의심되고, 그와 같은 불법 구금 사유가 해소된 후에 이루어진 진술 역시 종전의 임의성 없는 심리 상태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변경이 없는 이상,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에 관하여 임의성을 인정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함에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이에 관하여 피고인 A은 재심개시 전 당심에서 제출한 1990. 1. 1. 자 항소이유서에서 "물론 우리들이 물 고문, 전기 고문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온갖 협박과 위협 속에서 3일간 잠 한숨 재우지 않는 고통 속에서 오직 치안본부에서 작성한 '모범 진술서'대로 진술하기만을 강요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자유로운 의사로 진술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는바(기록 21-1권 515쪽), 이러한 피고인 A이 재심 개시 전인 1990. 1. 1. 당시부터 법원에 밝혔던 입장 등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이 사건 제1, 2문건을 포함한 이 사건 문건들에 관하여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한 진술의 증거능력 등 원심 및 당심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포함하여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1 피고인들이 공소가 제기된 후에는 법정에서 공개재판을 받으면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았던 점, 2 피고인들이 제1심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을 증명하려는 검사의 질문'에 대하여 대체로 '(일부는 사실이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그러한 취지라고 볼 수는 없다'거나 '모른다'는 취지로 답변하는 등 검사의 의도에 따라 진술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기록 21-1권 114~158쪽 등 다수)등을 감안할 때, 이 사건 제1, 2문건에 관하여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한 진술은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으므로, 이하에서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한 진술에다가 다른 증거들까지 종합할 때, 피고인들에 대한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관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들에 대한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관한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는지 여부
피고인 A의 이 사건 제1문건에 관한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에 관하여 원심 및 당심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포함하여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감안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A이 이 사건 제1문건(즉, 「U)을 '소지'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 A은 제1심 공판기일(제2회)에 '이 사건 제1문건을 본 적이 없고,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들에 대한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관한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는지 여부
피고인 A의 이 사건 제1문건에 관한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에 관하여 원심 및 당심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포함하여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감안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A이 이 사건 제1문건(즉, 「U)을 '소지'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 A은 제1심 공판기일(제2회)에 '이 사건 제1문건을 본 적이 없고, 이를 소지한 사실도 없으며, 이 사건으로 치안본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처음 보았다'고 진술하였다(기록 21-1권 154~156쪽).
피고인 A은 재심개시 전 당심에서 제출한 1990. 1. 1. 자 항소이유서에서도 "이 사건 제1문건은 검거 시까지 전혀 본 적이 없는 문건으로서, 치안본부 조사실에서 처음으로 본 것입니다"라고 주장함으로써 위와 같은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였다(기록 21-1권 525쪽).
이와 같은 피고인 A의 '이 사건 제1문건'에 관한 법정 진술은 '다른 문건들'에 대하여는 대체로 그 소지 사실을 인정한 것(다만, 그 내용을 인식하였는지 여부나, 그 내용이 이적표현물이라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다투었다)과 비교된다.
검사도 재심개시 후 당심에서 '피고인 A이 이 사건 제1문건을 소지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2024. 4. 22. 자 검찰 의견서 5쪽).
피고인 B의 이 사건 제2문건에 관한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에 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죄는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 · 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 · 수입 · 복사· 소지 · 운반 · 반포 · 판매 또는 취득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목적범임이 명백하다. 목적범에서의 목적은 범죄 성립을 위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고의 외에 별도로 요구되는 것이므로, 행위자가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고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그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행위자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며, 행위자가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해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행위자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있음을 증명할 직접증거가 없는 때에는 표현물의 이적성의 징표가 되는 여러 사정들에 더하여 피고인의 경력과 지위, 피고인이 이적표현물과 관련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행위를 하게 된 경위, 피고인의 이적단체 가입 여부 및 이적표현물과 피고인이 소속한 이적단체의 실질적인 목표 및 활동과의 연관성 등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원심 및 당심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포함하여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감안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제2문건(즉, 「O」)이 이적표현물임을 피고인 B이 인식'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인 B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 B은 제1심 공판기일(제2회)에 '이 사건 제2문건을 읽어보려고 소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는 못했다', '이 문건은 간부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D단체 회원으로 가입할 때 받은 것이라서, 아직 그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기록 21-1권 131, 134쪽). 2 이에 대해 검사는 '다른 D단체 회원(N) 사건의 사실인정이나 판단'[즉, 다른 D단체 회원(N)이 피고인 B과 함께 D단체 교육선전반원으로서 D단체 회원 교육자료를 만드는 작업을 한 사실이 인정되었고, 위 사건에서 다른 D단체 회원(N)에게 이 적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된 점 등] 및 '다른 D단체 회원(N)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적법하게 압수된 이 사건 제2문건과 내용이 동일한 유인물'[이하 '다른 D단체 회원(N) 사건의 유인물'이라 한다]은 '이 사건 제2문건을 D단체 회원으로 가입할 때 받았다'는 피고인 B의 법정진술을 보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되는 것은 물론 '이 사건 제2문건이 이적표현물임을 피고인 B이 인식'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인 B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까지 인정하기에도 충분한 증거가 된다고 주장한다(2024. 4. 22. 자 검찰 의견서 5~9쪽). 그러나 이 사건 제2문건이 '다른 D단체 회원(N) 사건의 유인물'과 그'모든 내용'에 있어서 완전히 동일한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감안하면, '이 사건 제2문건이 이적표현물임을 피고인 B이 인식'하였다거나 '피고인 B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다른 D단체 회원(N)은 'D단체라는 단체의 구성 단계부터 관여하였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제2문건을 작성한 장본인'이므로, D단체에 관여하기 시작한 시점에 있어서는 물론 D단체 내에서의 역할이나 비중, 이 사건 제2문건에 대한 관여 정도 등에 있어서도 피고인 B과는 상당히 달랐을 것으로 보인다[예컨대, N은 증인신문과정에서 "이 사건 제2문건을 AC과 함께 작성하였다. D단체에서는 이 사건 제2문건을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증언하였다(기록 21-1권 256~257쪽). 반면 피고인 B은 제1심 공판기일(제3회)에서 "D단체에 가입한지 불과 2개월만에 검거되었다"고 진술한 바 있고(기록 21-1권 215쪽),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B의 D단체 가입시점(1988. 11.경)으로부터 불과 약 3개월만에 검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설령 다른 D단체 회원(N)이 '다른 D단체 회원(N) 사건의 유인물'의 작성에 관여하는 등 사정으로 그 내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제2문건을 제대로 읽어본 적조차 없다'는 피고인 B이 그 내용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게다가 '이 사건 제2문건을 D단체 회원으로 가입할 때 받았다'는 피고인 B의 법정진술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전술한 바와 같이 D단체가 이적단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은 이상, D단체 회원 가입 시에 받은 유인물이라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제2문건이 이적표현물임을 알았다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더욱이 피고인 B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의 이적단체 가입 여부 및 이적표현물과 그가 소속한 이적단체의 실질적인 목표 및 활동과의 연관성 등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전술한 바와 같이 D단체라는 단체의 이적성이 증명되지 않은 이상, 피고인 B이 이적단체에 가입하였다는 점조차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다른 간접사실들에 비추어 피고인 B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제2문건이 이적표현물임을 피고인 B이 인식'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인 B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까지 인정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있다는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인들의 나머지 문건들에 관한 이적표현물 소지 등 혐의에 관하여 원심이 채택 · 조사한 증거들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포함한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들을 감안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의 나머지 문건들에 관한 이적표현물 소지등에 의한 각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전술한 바와 같은 압수 절차의 위법 등 사유로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되는 증거 등은 제외)만으로는 1 나머지 문건들 중 상당수는 그 내용조차 확인하기 어렵고[이 사건 공소장이나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재심대상판결을 통해 그 내용 중 일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공소장은 증거가 될 수 없음이 명백하고,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재심대상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 등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였을 때)가 있음을 이유로 재심 절차가 개시된 이 사건에서, 재심대상판결에 기재된 내용 등을 토대로 각 문건의 이적성을 판단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2 그 외의 문건들은 내용이 일부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문건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검사도 재심개시 후 당심에서 여전히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하는 문건은 이 사건 제1, 2문건뿐이고, '나머지 문건들'에 관하여는 '이적표현물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2024. 4. 22. 자 검찰 의견서 4쪽).<4> (4) 결국 피고인들에 대한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의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은 그 전부(1 피고인 A의 이 사건 제1문건에 관한 이적표현물 소지에 의한 국가보안법위 반의 점, 2 피고인 B의 이 사건 제2문건에 관한 이적표현물 소지에 의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 3 피고인들의 나머지 문건들에 관한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의한 각 국가보안법위반의 점)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결 그렇다면 제1심판결에는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국가보안법 상의 이적표현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있다.
노동쟁의조정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피고인 A)
관련 규정 및 법리 등
구 노동쟁의조정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부칙 제3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노동쟁의조정법'이라 한다)은 제13조의2에서 제3자가 쟁의행위에 개입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 제45조의2에서 '제13조의2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였다. 그 후 1997. 3. 1.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제정)은 제40조 제2항에서 '같은 조 제1항 각 호 외의 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간여하거나 이를 조종 ·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89조 제1호에서 제40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함과 아울러그 부칙 제3조에서 구 노동쟁의조정법을 폐지하면서도 그 부칙 제11조에서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였다. 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1997. 3. 13. 시행된 법률 제5306호로 폐지되었으나, 그 부칙 제2항에서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였다. 한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1997. 3. 13. 법률 제5310호로 다시 제정되어 시행되었는데, 제40조 제2항에서 '당해 노동조합이 가입한 산업별 연합단체 또는 총연합단체 등 같은 조 제1항 각 호 외의 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에 간여하거나 이를 조종 ·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후, 제89조 제1호에서 '제40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부칙 제10조에서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였다. 위 법률은 2006. 12. 30. 법률 제8158호로 개정되면서 제40조가 폐지되었으나, 그와 같이 개정된 법률의 부칙 제5조 본문은 "이 법 시행 전에 행한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제정되어 시행되면서 구 노동쟁의 조정법이 폐지되었으나, 새로운 법률<5>에서도 제3자 개입금지를 규정한 조항 및 그 위반의 경우에 처벌하는 규정이 내용만 변경되어 존치되었고, 다시 그 법률이 폐지된 후에도 동일한 명칭의 법률<6>이 새로이 제정되어 시행되다가, 결국 제3자 개입금지를 규정한 조항이 폐지되었다. 그러나 위 각 법률의 제정 및 개정 당시 그 부칙들<7>에서 각 법률의 시행 전에 행한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으 므로, 1997. 3. 1.<8> 전에 제3자가 쟁의행위에 개입한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45조의2, 제13조의2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등 참조).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에서 규정한 '제3자 개입금지'(또는 이와 유사한 2006. 12. 30. 법률 제8158호로 개정되면서 제40조가 폐지되기 전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 제2항에서 규정한 '제3자 간여 등 금지')는 법령에 의하여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를 제외한 제3자가 쟁의행위에 관하여 노사관계 당사자를 조종 · 선동 · 방해하거나 기타 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 1 노동조합 결성 및 가입이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2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쟁의행위를 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의 위험은 노사관계 당사자가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쟁의행위를 할 것인지의 여부와 그 방법, 정도의 선택 또한 노사관계 당사자의 책임 아래 자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데, 노사관계 당사자 사이의 쟁의행위에 제3자가 의사결정을 조종 · 선동 ·방해할 정도로 끼어들어 쟁의를 유발하거나 진행 중인 쟁의를 확대, 과격화시키는 등 당사자 사이의 자주적인 쟁의해결을 저해하게 되면, 쟁의행위는 노사관계 당사자의 위험부담 아래 진행되면서도 근로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의 향상과는 관계없는 목적에 의하여 왜곡될 수 있고, 그와 같이 왜곡된 쟁의행위는 사용자나 근로자의 이익은 물론 산업평화의 유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민경제 발전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노사분쟁 해결의 자주성 및 산업평화의 유지 등 공공질서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령에 의하여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를 제외한 제3자가 쟁의행위에 관하여 관계 당사자를 조종 · 선동 · 방해하거나 기타 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고, 이와 같은 입법 취지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 역시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할때, 헌법 등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헌법재판소 2004. 12. 16. 선고 2002헌바57 결정, 헌법재판소 1990. 1. 15. 선고 89헌가103 결정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우선, '구 노동쟁의조정법 상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므로, 피고인 A에게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45조의2, 제13조의2가 적용될 수 없다'는 피고인 A의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위 1)항에서 전술한 관련 규정 및 법리 등에 비추어 볼 때, 구 노동쟁의조정법 상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이 (후술하는 바와 같이 합헌적으로 해석하는 이상)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인 A이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45조의2, 제13조의2가 시행 중이던 1988. 6. 21. 제3자의 쟁의행위에 개입하였다면, 이에 대하여는 여전히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45조의2, 제13조의2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열악한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하여 장기 파업 중인 인근 사업장의 노동조합을 방문하여 그 조합원들에게 격려, 연대의 표시로 짤막한 연설과 노래를 하였을 뿐, 다른 사업장의 노동쟁의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적극 개입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는 피고인 A의 주장에 관하여 본다.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는 쟁의행위에 관하여 제3자가 관계당사자를 조종 · 선동 · 방해하거나 기타 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그 요건인 선동 등 개입행위는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의 객관적이고도 구체적인 관여 행위'만을 의미하고,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가 아닌 행위'까지 위 규정에 따라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2. 6. 9. 선고 91도2221 판결, 대법원 1991. 10. 25. 선고 91도614 판결, 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도2415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감안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증거능력 있는 증거들에 한함)만으로는 피고인 A 등이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의 객관적이고도 구체적인 관여 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 A은 제1심 공판기일(제2회)에 검사로부터 "1 1988. 6. 7.부터 1988. 6. 14.까지 인천 북구 R에 있는 S교회 모임방에서 수 회에 걸쳐 C, T, U 등과 만나 D단체 제1지구 9분회 정기모임을 갖고 분회 활동계획에 대해 토의하는 자리에서 장기파업 농성 중인 주식회사V의 노동조합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래극을 공연하기로 결의하고(이하 '제1 사실관계'이라 한다), 2 1988. 6. 21. 20:00경 위 회사의 마당에서 장기파업농성 중인 위 회사의 노동조합원 60여명을 향해 가 C이 "우리는 부평지역에 취업해 있는 노동자들이다. V 노동자들의 파업농성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노래 몇 곡을 연습해서 찾아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끗끗이 싸우는 여러분의 투쟁에 우리도 큰 힘을 얻었고, 이 싸움이 반드시 승리하여 우리 노동자가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는 연설을 하고, 나「모두 대결」,「아침이슬」,「농민가」,「노동해방가」,「최진사댁 셋째딸」(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등을 불러(이하 '제2 사실관계'이라 한다) 정당한 권한없이 위 회사의 노동조합원들의 쟁의행위를 '선동'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선동한 것이 아니고 지원한 것"이라고 답변하였다(기록 21-1권 152쪽). 이처럼 피고인 A은 자신의 행위가 '선동'이 아닌 '지원'에 불과하였음을 분명하게 밝혔고, 비록 사실관계에 대해 명시적으로 다툰 것은 아니지만 당초부터 검사의 질문이 너무 길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의 답변 역시 '선동한 것이 아니라 지원한 것'이라는 취지로서 너무 간단해서, 피고인 A이 '제2 사실관계뿐 아니라 제1 사실관계도 인정하는 지 여부'나 '제2 사실관계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가려내기는 곤란하다. 그 후에도 피고인 A은 1 제1심 공판기일(제3회)에 검사로부터 "주식회사 V에 가서 파업 지원 활동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지원 요청이 있어서 갔다"라고 답변하였고(기록 21-1권 221쪽), 2 제1심 공판기일(제4회)에 재판장으로부터 "주식회사 V에 간 것은 사실이지요"라는 질문에 대해 "예, 사실입니다"라고 답변하였으며(기록 21-1권 432쪽), 3 재심개시 후 당심 법정에서는 "주식회사 V의 파업현장에 가서 노래를 부르는 등 파업을 지원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대해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변하고, "파업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대해 "파업에 '참여'하였다고 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 노동쟁의에 '참여'한 적이 없음은 물론'개입'한 적도 없고, 단순히 '응원과 격려'를 한 정도라고 생각한다. 당시 법령에 따르면 '제3자 개입'이 금지되었던 것은 맞지만, 당시 법령에 의하더라도 자신이 '제3자 개입'을 하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하였다(피고인 A에 대한 재심개시 후 당심 피고인신문 녹취서 6쪽). 결국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법정 진술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 A은 '주식회사V에 간 적이 있다'거나 '당시 노래 몇 곡을 불렀다'는 등 큰 틀에서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다투지 않지만, 재심개시 전부터 제1심 공판기일(제2회)에서 '선동'한 것이 아니고 '지원'한 것이라고 답변하는 등 일관되게 '위법한 행위는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그 법적 평가에 관하여 다투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부분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A 등이 주식회사 V의 노동조합원들에게 그 어떠한 '물질적 · 경제적 지원'을 한 적은 없다는 것이고(적어도 이 부분 공소사실에 그와 같은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9>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 A등이 C의 짧은 연설 후 함께 노래 몇 곡을 불렀다'는 것뿐이다. 원칙적으로 의견 표명을 위해 연설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행동은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하여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 · 유지시켜 나가야 하므로 이와 같은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비록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의 입법 취지(노사분쟁 해결의 자주성, 산업평화의 유지 등 공공질서, 국민경제 발전 등)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한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단순한 의견 표명까지 막는 등 표현의 자유 자체가 침해되는 수준'이 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결국 위 조항은 '단순히 연설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행동'까지 금지한다기보다는, 그러한 행동이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는 경우에 한하여 금지하는 것으로 위 조항을 '합헌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전술한 대법원 91도222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 등 몇 명이 C의 짧은 연설 후 함께 노래 몇 곡을 불렀다고 하더라도, D단체의 다른 지원 활동과는 달리 그 어떠한 '물질적 ·경제적 지원'도 한 적은 없을 뿐 아니라 D단체의 분회에서 불과 몇 명의 소수의 인원으로 단 1차례 이루어진 이러한 행동을 두고 '객관적으로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의 행동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즉, 피고인 A 등이 C의 짧은 연설 후 함께 노래 몇 곡을 부른 것은 단순한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도 있는데, 그 과정에서 주식회사V의 노동조합원들이 '자신들처럼 생각하는사람들이 또 있다'는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서 그들 앞에서의 의견 표명은 '예외 없이'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그 자체로 금지되는 '제3자 개입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 어떠한 물질적 · 경제적 지원도 없이 단 1차례 이루어진 짧은 연설과 노래'가 '주식회사 V의 노동조합원들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거나 추단하기도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예컨대, AD(주식회사 V 관리과장)은 "외부 사람들이 회사의 정문에서 농성 중인 근로자들과 구호, 노래 등을 하였고, 여러 가지 '유인물'이 제작되어 배포되었는데, 회사 근로자들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내용으로 생각되어 외부 사람들이 작성하여 준 것으로 생각한다", "노사분규가 장기화된 것은 외부 사람들의 조정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하였으나(기록 21-2권 388~389쪽), 정작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유인물'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노사분규 장기화 원인'에 관한 부분은 AD의 의견이나 추측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 이에 부합하는 아무런 증거가 없으며, AD은 '외부 사람들이 유인물까지 작성해 주었다'는 전제에서 그와 같은 의견이나 추측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검사는 수사 단계에서 작성된 1 피고인 A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기록 21-2권 392쪽 이하, 488쪽 이하], 2 C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기록 21-2권 413쪽 이하), 3 T의 자술서(기록 21-3권 2쪽 이하) 등도 증거로 제출하였지만, 그 중 1 피고인 A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은 (비록 불법 구금 사유가 해소된 후에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이 역시 종전의 임의성 없는 심리 상태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변경이 없는 이상, 피고인 A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에 관하여 임의성을 인정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거나 그 신빙성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는 점, 2 C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역시 'T이 진술한 것이 사실'이라는 식이어서 전혀 구체적이지 않은 점, 3 T이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자술서에 의하더라도, D단체 회원들 몇 명이 모여 모임을 하다가 그 모임에서 처음으로 노동 현장에 찾아가 연설이나 노래를 한 것인데, 이 사건 당일 조금 일찍 만나 노래를 맞춰본 후 갔다는 취지로서, 사전 준비나 계획 등이 치밀하였다고 보기 어려운데다가 'C의 짧은 연설 후 함께 노래 몇 곡을 불렀다는 것'이 그들이 한 행동의 '전부'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피고인 A 등의 행동이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 충분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수사단계에서 작성된 증거들까지 고려하더라도, 피고인 A 등의 행동이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결 그렇다면 제1심판결에는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구 노동쟁의조정법 상의 제3자 개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A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이적단체 가입에 의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및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의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에 관한 피고인들의 각 사실오인및 법리오해 주장, '피고인 A에 대한 노동쟁의조정법위반의 점'에 관한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모두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1.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별지1](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별지2](피고인 B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판단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제3의
내지 라.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 본문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권순형(재판장) 안승훈 심승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