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 2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이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살펴보기에 앞서 직권으로 판단한다.
국민참여재판 관련 직권 판단
관련 법리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시행되는 국민참여 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로서(법 제1조) 누구든지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므로(법 제3조 제1항), 법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의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거나 법 제9조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있어 법원이 배제결정을 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한다(법 제5조 제1항, 제2항).
이와 같이 국민참여재판의 실시 여부는 일차적으로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므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의 공소제기가 있으면 법원은 피고인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를 서면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확인하여야 하고(법 제8조 제1항), 이를 위하여 공소장 부본과 함께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의 절차, 법 제8조 제2항에 따른 서면의 제출, 법 제8조 제4항에 따른 의사번복의 제한, 그 밖의 주의사항이 기재된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안내서를 송달하여야 한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이라고 한다) 제3조 제1항]. 법원이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한 의사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다면, 이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그 절차는 위법하고 이러한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도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도7106 판결 참조).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의 희망 의사의 번복에 관한 일정한 제한(법 제8조 제4항)이 있는 외에는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할 수 없으므로, 제1심법원이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임을 간과하여 이에 관한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더라도,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위와 같은 제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삼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는 경우에는 그 하자가 치유되어 제1심 공판절차는 전체로서 적법하게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취지와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하는 관련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위 권리를 침해한 제1심 공판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법 제8조 제1항, 규칙 제3조 제1항에 준하여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절차 등에 관한 충분한 안내가 이루어지고 그 희망 여부에 관하여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이 사전에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도7036, 2018전도50(병합)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2259 판결 등 참조).
인정되는 소송법적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아래에서는 설명의 편의를 위하여, 제1원심판결의 원심 사건 중 인천지방법원 2018고합140호를 '제1피고사건', 같은 법원 2018고합243호를 '제2피고사건', 같은 법원 2018고합244호를 '제3피고사건', 같은 법원 2018고합420호를 '제4피고사건', 같은 법원 2018고합457호를 '제5피고사건', 제2원심판결의 원심사건인 같은 법원 2018고단7782호를 '제6피고사건'이라 한다.
제1피고사건(인천지방법원 2018고합140호)
검사는 2018. 3. 19. 인천지방법원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의 공소사실로 제1피고사건의 공소를 제기하였다. 제1원심법원은 2018. 3. 20. 제1피고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의사 안내서를 피고인에게 보내어 2018. 3. 21. 피고인이 이를 수령하였다. 제1원심법원은 2018. 4. 12. 제1회 공판기일에서 제1피고사건에 관한 국민참여재판 신청 의사를 물었고, 피고인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제2, 3피고사건(인천지방법원 2018고합243, 244호)
검사는 2018. 4. 5. 인천지방법원에 근로기준법위반 등의 공소사실로 제2피고사건의 공소를 제기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8고단2368호, 아래와 같이 제1피고사건에 병합되어 새로 부여된 사건번호는 인천지방법원 2018고합243호이다). 그리고 검사는 그 이전인 2018. 3. 28. 같은 법원에 근로기준법위반 등의 공소사실로 제3피고사건의 공소를 제기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8고단2028호, 아래와 같이 제1피고사건에 병합되어 새로 부여된 사건번호는 인천지방법원 2018고합244호이다). 제2, 3피고사건의 수소법원은 피고인에 관한 공소장 부본,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송달하지 않았다.
제1, 2, 3피고사건의 병합 심리
제1원심법원은 2018. 4. 13. 제1피고사건에 제2, 3피고사건을 각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하는 병합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제1원심법원은 병합 직후 같은 날 제2, 3피고사건에 관한 공소장 부본을 피고인에게 송달하여 2018. 4. 16. 피고인이 그 서류들을 수령하였으나,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는 송달하지 않았다.
제1원심법원은 이와 같이 제2, 3피고사건에 관하여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송달하지 않은 채, 2018. 5. 3. 제2회 공판기일에 제1, 2, 3피고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면서 피고인에게 제2, 3피고사건에 관한 국민참여재판 신청에 대한 의사를 물었다. 피고인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에 제1원심법원은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다.
제4피고사건(인천지방법원 2018고합420호)
검사는 2018. 6. 4. 인천지방법원에 사기의 공소사실로 제4피고사건의 공소를 제기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8고단4073호), 제1원심법원은 2018. 6. 7. 제1피고사건에 제4피고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하는 병합결정을 하였다(이에 따라 새로 부여된 제4 피고사건의 사건번호가 인천지방법원 2018고합420호이다). 제1원심법원은 병합 직후 2018. 6. 7. 제4피고사건의 공소장 부본과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등을 함께 피고인에게 송달하여, 2018. 6. 8. 피고인이 이를 수령하였다.
제5피고사건(인천지방법원 2018고합457호)
검사는 2018. 6. 25. 인천지방법원에 근로기준법위반 등의 공소사실로 제5피고사건의 공소를 제기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8고단4483), 제1원심법원은 2018. 7. 11. 제1피고사건에 제5피고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하는 병합결정을 하였다(이에 따라 새로 부여된 제5피고사건의 사건번호가 인천지방법원 2018고합457호이다). 제1원심법원은 병합 직후 2018. 7. 11. 제4피고사건의 공소장 부본과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등을 함께 피고인에게 송달하여, 2018. 7. 12. 피고인이 이를 수령하였다.
병합된 제4, 5피고사건의 심리
제1원심법원은 2018. 7. 16. 제4회 공판기일에 제1 내지 5피고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면서 피고인에게 제4, 5피고사건에 관한 국민참여재판 신청에 대한 의사를 물었다. 피고인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에 제1원심법원은 계속하여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다.
제1원심판결의 선고
제1원심법원은 2018. 12. 6. 피고인을 징역 3년 6월에 처하는 제1원심판결을 선고하였다.
당심의 진행
피고인은 2018. 12. 7. 제1원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이 법원은 2019. 3. 12. 제2, 3피고사건에 관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송달하였고, 피고인이 같은 날 이를 수령하였다. 피고인은 2019. 3. 19. 제2, 3피고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원한다는 취지의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를 당심에 제출하였다. 나아가 피고인과 변호인은 2019. 4. 9. 제2회 공판기일에서, 원심에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교부받지 않은 제2, 3피고사건이 있으므로 이 사건을 제1심으로 환송하여 국민참여재판을 받기를 원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제2원심판결의 병합
한편, 검사는 2018. 10. 31. 인천지방법원에 근로기준법위반 등의 공소사실로 제6피고사건의 공소를 제기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8고단7782호), 제2원심법원은 2019. 1. 9. 피고인을 징역 2월에 처하는 제2원심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2019. 1. 15. 제2원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9도264호), 당심은 2019. 3. 11. 제1원심판결의 항소사건에 제2원심판결의 항소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하는 병합결정을 하여 당심 2019노877호), 2019. 3. 19. 제1회 공판기일부터 병합하여 심리하였다.
판단
제1원심법원은 2018. 5. 3. 제2회 공판기일에서 제2, 3피고사건에 관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제1원심법원은 그 당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등을 피고인에게 교부하거나 사전에 송달하는 등 국민참여재판 절차에 관한 충분한 안내를 하고 그 희망 여부에 관해 상당한 숙고시간을 부여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앞서 살펴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제1원심법원은 제2, 3피고사건에 관해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대한 의사확인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법원은 피고인이 제2, 3피고사건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를 공판정에서 말로만 확인한 다음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다. 이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침해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인은 이 법원에서 제2, 3피고사건에 관한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제1원심판결의 하자가 치유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제1원심판결 중 제2, 3피고사건 부분은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파기되어야 한다. 제1원심판결 중 이 부분과 병합심리되어 유죄로 인정된 제1, 4, 5피고사건의 공소사실은 제2, 3피고사건의 공소사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 결국 제1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제2원심판결은 형사소송법 제11조 제1호에 따른 관련사건으로 제1원심판결과 병합 심리하는 사건이므로 역시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에 따라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어서 역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결론
제1원심판결 중 제2, 3피고사건 부분에는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로 인한 직권파기 사유가 있다. 제1원심판결 중 제1, 4, 5피고사건 부분과 제2원심판결에는 병합심리로 인한 직권 파기사유가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제1, 2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나아가 국민참여재판은 제1심법원의 관할에 속한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366조를 준용하여 이 사건을 원심법원인 인천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이는 제1원심판결 중 제2, 3피고사건 부분에 존재하는 환송 사유이다. 하지만 앞서 본 대로, 원심판결 중 제2, 3피고사건의 공소사실이 제1원심판결의 제1, 4, 5피고사건 및 제2원심판결의 공소사실과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제1원심판결 중 제1, 4, 5피고사건 부분과 제2원심판결 사건도 함께 위 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한다).
판사 한규현(재판장) 권순열 송민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