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사건의 경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81고합383호로 아래 3.의 가.항 기재와 같이 노동조합법위반의 공소사실(이하 '이 사건 공소사실'이라 한다)로 기소되었고,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은 1981. 12. 4.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을 징역 1년 6개월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인과 검사는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여 서울고등법원 82노84호로 항소심이 진행되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1982. 4. 14.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피고인과 검사가 상고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2019. 4. 22. 이 법원 2019재노27호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고, 이 법원은 2020. 7. 7. '피고인이 서울남부경찰서 수사관들에 의하여 검거된 1981. 6. 3.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된 1981. 6. 16.까지 불법으로 체포·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같은 서울남부경찰서 수사관들의 행위는 형법 제124조의 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감금죄를 구성하는데, 위 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결국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 소정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 재심을 개시하는 결정을 하였고, 위 재심개시결정은 즉시항고기간 내에 적법한 항고의 제기가 없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B의 요청으로 B 등이 작성한 주식회사 C(이하 'C회사'라 한다) 노조기 관지인 "D"의 초안을 과격한 용어를 순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일부 수정하였을 뿐,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D"의 초안을 작성해 준 사실이 없다. 노조기관지의 편집 이나 원고 수정 등에 대하여 조언을 한 행위는 구 노동조합법(1986. 12. 31. 법률 제 39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2조의2에서 금지하고 있는 단체교섭권에 관한 개입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D"의 발행 및 배포는 임금인상 등에 관한 노사 협의 기간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단체교섭권 행사와는 무관하다.
원심은 경찰관들의 불법체포·감금과 고문·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상태 에서 이루어진 증거능력 없는 증거들을 기초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1년 6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위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1978. 12.부터 1980. 8.까지 E 기획실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자로 인천시 F에 있는 G 기획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E기획실 근무 중 C회사 노조지부(이하 'C노조'라 한다)를 결성하여 지부장에 피선된 B과 접촉하면서, 동인에게 노동운동에 관한 의식화 교육을 시켜 근로자 등을 조종, 선동할 것을 마음먹고, 1980. 5. 17.경부터 1980. 11. 초순경까지 사이에 수차례에 걸쳐 구로구 H에 있는 B의 자취방, 강원도 하조대 해수욕장, 제과점 등지에서, B, I 등 C회사 노조간부 등에게 노동조합의 기능과 운영방법, 노동운동 등에 관한 의식화 교육을 시키고, 나아가 1981. 2. 초순경부터, 같은 해 4. 27. 19:00까지 사이 수차례에 걸쳐 J에 있는 K다방에서, B으로부터 C회사 노조기관지 속칭 "D"를 발간한다는 보고를 받고, 그 초안을 작성함에 있어, "회사의 노조탄압, 노조간부들의 연행조사에 대한 비방, 임금인상 요구, 노동절은 노동자를 위하여 피를 흘리며, 죽어간 선배 노동자들의 높은 뜻을 되새기는 날이다. 배고픔에 일어난 피어린 투쟁, 처형당한 미국노동운동가 L의 극단적인 법정최후진술 기재 등" 내용으로 작성해 주는 등, 직접 노동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나 E의 권한을 가진 자가 아님에도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에 관한 관계당사자인 B 및 I 등을 조종, 선동함으로써 단체교섭에 관한 제삼자 개입을 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증거의 요지로 ① 피고인, 원심 공동피고인 B, M의 원심 법정에서의 판시 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각 진술, ② 검사 작성의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판시 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③ 사법경찰관 사무취급이 작성한 N, O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판시 사실에 부합되는 각 진술기재<1>, ④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들이 작성한 각 자술서 중 판시 사실에 부합되는 각 진술기재, ⑤ 압수된 D, 노동절기념사, 활동보고 각 1권(이하 '이 사건 각 압수물'이라 한다)의 각 현존을 거시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이 사건 재심개시결정의 사유는 피고인에 대한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불법으로 체포하여 감금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다투고 있으므로, 먼저 검사가 신청한 증거들의 증거능력 유무에 관하여 살펴보고, 증거능력이 있는 나머지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차례로 본다. 한편 재심이 개시된 사건에서 범죄사실에 대하여 적용하여야 할 법령은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이고, 재심대상판결 당시의 법령이 변경된 경우 법원은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을 적용해야 하며, 법령을 해석할 때도 재심판결 당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160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재심대상판결 이후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이에 대한 해석을 기초로 증거능력 유무를 판단한다.
2)증거능력 없는 증거
관련규정 및 법리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제10조),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제12조 제1항),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고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며(제12조 제2항),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제12조 제7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하고(제309조 제1항), ②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이 임의로 된 것이 아닌 것은 증거로 할 수 없다(제317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에도 불구하고 그 수집된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영장주의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영장주의에 관한 절차를 위반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관하여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5도364 판결 등 참조).
구 형사소송법(1987. 11. 28. 법률 제39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01조 제1항에 의하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방법원판사로부터 구속영장을 받아야 하고, 같은 법 제206조, 제207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 법원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고하고 영장 없이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으나, 이와 같이 피의자를 긴급구속한 경우에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지방법원판사가 있는 시 또는 군에서는 구속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기타의 시 또는 군에서는 72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의 발부를 받아야 하고,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경우에는 피의자를 즉시 석방하여야 한다.
또한 구 형사소송법 제217조에 의하면, 같은 법 제206조 긴급구속 규정에 의하여 구속할 수 있는 자의 소유,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는 피의자를 구속한 때로부터 48시간 또는 72시간 내에 한하여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이 압수한 물건은 구속영장의 발부를 받지 못한 때에는 즉시 환부하여야 하고, 다만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압수·수색영장의 발부를 받아야 한다.
한편 임의성 없는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는,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진술은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판을 일으킬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를 떠나서 진술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 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증명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하여야 하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진술증거는 증거능력이 부정된다. 나아가 피고인이 경찰에서 가혹행위 등으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고 그 후 검찰이나 법정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면 각 자백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도517 판결, 2015. 9. 10. 선고 2012도9879 판결 등 참조). 또한 기록상 진술증거의 임의성에 관하여 의심할 만한 사정이 나타나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그 임의성 여부에 관하여 조사를 하여야 하고, 임의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증거능력이 없는 진술증거는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더라도 증거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도7900 판결 등 참조).
피고인에 대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및 자술서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불법구금 등으로 말미암아 경찰에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하고 자술서를 작성한 후 그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찰 조사에서도 계속된 상태에서 자백하는 취지로 진술하였을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검사가 위와 같은 임의성에 관한 의문점을 해소할 정도의 증명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피고인이 작성한 자술서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1981. 6. 3. 서울남부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 의해 영장 없이 강제 연행된 다음 1981. 6. 16.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될 때까지 불법체포․구금된 상황에서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자술서를 작성하였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였고, 서울남부경찰서에서 최종 조사를 받았던 시점(1981. 6. 불상일)과 검찰에서 최초로 조사를 받았던 시점(1981. 6. 24.경)의 시간적 간격이 길지 않으며, 검사가 불법구금으로 인한 피고인의 심리 상태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도 찾을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은 재심개시 전 당심 제5회 공판기일에서 인권유린을 주장하며 억울하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은 B이 작성한 노동절기념사 초안, C노조 조합기관지 'D'에 수록된 창간사와 '노동조합은 왜 필요한가'라는 글의 각 초안의 표현을 일부 수정해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다가, 검찰 조사에서 위 초안을 자신이 작성하여 B에게 교부하였다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자백하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원심과 재심개시 전 당심에서는 다시 주장을 종전과 같이 번복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의 주요부분을 부인하였다.
원심 공동피고인 B, I, S, T, U, V에 대한 검사 작성 각 피의자신문조서 내지 각 자술서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 공동피고인 B, I, S, T, U, V(이하 'B 등'이라 한다) 역시 불법구금 등으로 말미암아 경찰에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하고 자술서를 작성한 후 그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찰조사에서도 계속된 상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을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검사가 위와 같은 임의성에 관한 의문점을 해소할 정도의 증명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B 등에 대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B 등이 작성한 자술서는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과 함께 수사․재판을 받았던 B 등 역시 1981. 6. 1. 서울남부경찰서 수사관들에 의하여 영장 없이 연행되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자술서를 작성하였다.
B 등은 수사기관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였고, 서울남부경찰서에서 최종 조사를 받았던 시점(1981. 6. 5.경)과 검찰에서 최초로 조사를 받았던 시점(1981. 6. 24.경)의 시간적 간격이 길지 않으며, 검사가 불법구금으로 인한 B 등의 심리 상태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도 찾을 수 없다. 또한 B, S, T, U, V은 재심개시 전 당심 제5회 공판기일에서 인권유린을 주장하며 억울하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B, I, S는 자신들이 주도하여 1981. 4. 27.부터 1981. 4. 30.까지 B의 집에서 D의 원고를 작성하였다고 진술하면서도 그중 창간사와 '노동조합은 왜 필요한가'의 초안을 누가 작성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아래와 같이 진술을 번복하였는바, 특히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 경위에 대해 납득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아니한다.
B은 1981. 6. 1. 경찰조사에서 'D는 자신과 I, S가 주도하여 발행하였는데 그중 창간사는 I이 작성하였다'고 진술하였고, 같은 날 '자신이 노동조합은 왜 필요한가를 작성하였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작성하였다가, 같은 날 다른 경찰조사와 1981. 6. 3. 경찰조사에서는 '창간사와 노동조합은 왜 필요한가의 초안을 모두 피고인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하며 1981. 6. 3. 유사한 취지의 자술서를 두 차례 작성하였는데, 1981. 6. 5. 경찰조사에서는 다시 자신이 위 초안을 작성하고 피고인은 수정만 하였을 뿐이라고 진술을 번복하였다. 또한 B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다시 피고인이 위 초안을 작성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원심 법정에서도 피고인으로부터 위 초안을 교부받았다고 인정하는 듯한 취지로 진술하였지만 이내 진술을 번복하여 D 창간사는 자신이 작성하였고 표현이 지나친 것은 피고인이 수정하였다고 주장하였으며, 재심개시 전 당심에서도 피고인은 수정 작업만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I은 경찰조사에서 '창간사 및 노동조합은 왜 필요한가의 초안은 B이 작성하였다'고 진술하며 유사한 취지의 자술서를 작성하였다. 한편 S는 경찰 조사에서 '창간사 초안은 I이, 왜 노동조합이 필요한가의 초안은 B이 작성하였다'고 진술하며 유사한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가, 다른 경찰 조사에서는 'I으로부터 창간사 원고를, B으로부터 왜 노동조합이 필요한가의 원고를 각각 건네받아 원고지에 베꼈는데 I과 B이 참고서적을 보면서 글을 쓰는 것을 보았지만 B이 준 원고의 초안을 누가 잡았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검찰 조사에서 I은 '피고인으로부터 창간사와 노동조합은 왜 필요한가의 초안을 교부받았다'라고, S는 'B이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D 초안을 B의 자취방에서 옮겨적은 것을 도와주었다'라고 각 진술을 번복하였다.
T은 D의 인쇄 경위에 대하여 '대학생이나 외부 인사가 개재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I, S, B이 작성하여 인쇄소에 맡겼다는 것 이외에는 모릅니다'는 내용이 포함된 자술서를 작성하였고, 경찰 조사에서도 '(D의) 초안 문제에 대하여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였다. U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D 편집에 가담한 바 없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V은 1981. 6. 3.과 같은 달 5. 두 차례의 경찰 조사를 받고 1981. 6. 1. 및 같은 달 5. 두 차례 자술서를 작성하며 D 발간 경위에 대하여는 진술을 하거나 자술서를 작성한 바 없다. 그런데 검찰 조사에서 T은 '피고인으로부터 노동절기념사 초안과 D 창간사와 노동조합은 왜 필요한가의 초안을 교부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하였고, V은 '자신은 D 발간에 직접 관여한 바는 없지만 B이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초안을 B의 자취방에서 옮겨 적는 것을 본 사실이 있다'고 새롭게 진술하였는바, 위 진술 번복 경위에 대해서도 아무런 납득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아니한다.
이 사건 각 압수물 및 그 압수조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서울남부경찰서 수사관들은 1981. 6. 1. I을 영장 없이 위법하게 체포․연행하였고 같은 날 이 사건 각 압수물을 영장 없이 압수한 점, 이 사건 각 압수물이 압수된 C노조 사무실이 범죄장소이거나 압수 당시에 법원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긴급을 요하는 경우라고 보이지 않고 위 압수물이 임의 제출되었다고 볼만한 자료도 찾을 수 없는 점, 이 사건 각 압수물과 관련하여 압수의 사전 또는 사후에 어떠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사정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압수물 및 그 압수조서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영장주의 원칙을 위배하여 수집한 증거이거나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증거이고, 이를 예외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하여야 할 필요성에 대한 검사의 적극적인 증명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압수물 및 그 압수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 인정 여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 등 참조).
형법 제1조 제2항은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범죄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형이 폐지되거나 형이 경하게 된 때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신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신법에 의하여 구법을 개폐하면서 그 부칙으로 구법 시행 당시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예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위 형법 제1조 제2항이 정하는 형의 폐지 내지 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도2787 판결 등 참조).
한편 노동조합법 제12조의2는 노동조합의 설립과 해산, 노동조합에의 가입, 탈퇴 및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에 관하여,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는 쟁의행위에 관하여 각기 제3자가 관계당사자를 조종, 선동, 방해하거나 기타 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위 각 규정의 취지는 노사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 또는 쟁의행위를 유발, 확대, 과격화, 제압, 또는 중단시키는 등 당사자간의 자주적인 해결을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또 그 요건으로서 위 각 법조가 금지하고 있는 선동 등 개입행위는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의 객관적이고도 구체적인 관여행위를 말한다(대법원 1992. 6. 9. 선고 91도222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제정되어 1997. 3. 1.부터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부칙 제3조는 '노동조합법은 이를 폐지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부칙 제11조는 '이 법 시행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였는데, 위 법률 제5244호는 1997. 3. 13. 법률 제5306호로 폐지되었고, 위 폐지법률 부칙 제2항은 '이 법 시행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규정을 두었으며, 1997. 3. 13.부터 법률 제5310호로 제정,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부칙 제10조 역시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규정을 둠으로써, 1997. 3. 1. 전에 범한 구 노동조합법 제45조의2, 제12조의2 해당 범죄에 대하여는 구 노동조합법 해당 규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적용할 법령은 여전히 구 노동조합법 해당 규정이라 할 것이다.
앞서 본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들을 제외하고 이 사건 기록과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나머지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 자신은 B이 작성한 D의 원고를 다소 수정하였을 뿐이라고 진술하면서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
B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D 창간사와 '왜 노동조합이 필요한가'의 초안을 교부받았다고 인정하였다가 창간사는 자신이 작성하였고 표현이 지나친 것은 피고인이 수정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였고, 재심개시 전 당심에서도 피고인은 수정작업만 하였다고 진술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
M의 원심 법정진술, M에 대한 각 검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및 M의 자술서와 관련하여, M은 원심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B이 가져온 D 창간사 초안을 누가 썼는지는 모르나 B이 쓴 것 같지는 않다는 것으로,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D에 게재된 글 중 일부를 작성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
사법경찰관 사무취급이 작성한 N, O에 대한 각 진술조서와 관련하여 N의 경찰에서의 진술 내용은 '피고인이 D 발간 등 노사문제에 개입한 사실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으며 B은 1980. 5. 17. C노조가 결성된 때 초대 지부장으로 선출된 여공으로 알고 있을 뿐 이후 접촉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고, O의 경찰에서의 진술내용은 '피고인이 1980. 가을경 결혼할 당시 피고인을 만난 이후로 만난 적이 없고 B을 알지 못한다'는 것으로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
한편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B, I 등 C노조 간부 등에게 노동조합의 기능과 운영방법, 노동운동 등에 관한 교육을 하고, 피고인이 스스로 인정하는 바와 같이 노조기관지 "D" 초안을 일부 수정하거나 노조기관지의 편집 등에 대하여 조언을 하는 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C노조 간부인 B 등이 피고인의 언동 등에 의하여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받을 만한 다른 사정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의 위 행위만으로는 구 노동조합법 제12조의2가 금하고 있는 사용자와의 단체교섭 등에 관하여 관계당사자를 조종, 선동하거나 그 외의 방법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
무죄부분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3의 가.항 기재와 같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최수환(재판장) 최성보 정현미
각주1)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P, Q, R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는 이 사건 심판대상이 아닌 M의 노동조합법 위반의 점에 대한 증거이므로 제외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