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및 원고의 주장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의 각 해당 부분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주장의 요지
원고는 2016. 1. 26. 피고의 자회사인 N에 입사하면서 종래 G에서의 근로관계 등과 관련(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이슈 포함)하여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합의를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이러한 부제소합의에 위반한 것으로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관련 법리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기에 기재된 문언의 객관적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것이지만,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67264, 67271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467 판결 등 참조). 한편, 소극적 소송요건의 하나인 부제소합의는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의 범위 내에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63988 판결, 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1다81053 판결 등 참조).
판단
갑 제4, 27, 28, 56, 65호증, 을 제1, 6,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G 소속 근로자들 30여명은 2014. 6.경 O노동조합 P 지부를 설립한 후, 2014. 7. 31. 중부지방고용노동부 태백지청에 피고와 G 사이에 체결한 도급계약의 실질이 위 장도급 및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였다. 위 태백지청은 2015. 2. 13. G의 사업주로서의 실체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와 G 소속 근로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G 소속 근로자들 중 35명은 2015. 3. 9.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고와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차액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또한 위 소송을 본안으로 하여 2015. 6. 23.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임금지급가처분 신청도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5. 9. 2. 임금지급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 11. 11. 피고와 O노동조합 Q지부와 관련하여 “피고가 해고된 J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2015. 12. 31.까지 100% 출자한 자회사를 설립하여 회사가 2015. 11. 7. 제시한 원직 복직안에 따라 2016. 1.에 10명, 같은 해 4월에 40명을 자회사로 직접 고용한다. 회사는 근로자들을 고용할 때부터 2014년 기준 동일의 임금대비 연봉 20% 인상한다, 회사는 근로자들에 대해 해고기간 동안 받지 못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 보상하며 구체적인 근로자별 지급금액은 2015. 11. 11. 현재 진행 중인 노사상생TFT에서 2015. 12.말까지 구체화한다, 이 합의서의 최종체결과 함께 노사는 이후 동 사건과 관련한 사실을 이유로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나 민형사상의 고소고발을 일체 제기하지 않으며 이미 중앙노동위원회에 제기된 재심신청과 기타 본건과 관련한 일체의 민형사상의 고소고발 등은 상호 취하한다.”라는 합의안을 제시한 바 있다. 라) 피고는 2016. 1. 4. 자회사인 N를 설립하고 시멘트 출하 및 출하공정라인 관련 업무를 N에 위탁하였다. N는 2016. 1. 19. G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채용공고를 하였고 원고를 포함한 49명이 입사지원을 하여 2016. 1. 26. 면접절차가 진행되었다.
당시 면접을 담당한 N 대표이사 R는 면접절차가 끝난 뒤 원고를 비롯한 지원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부제소합의서를 제시하였고, 원고는 위 부제소합의서에 서명하였다(이하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뤄진 부제소합의를 ‘이 사건 부제소합의’라 한다).
N는 원고를 비롯한 지원자들 모두를 채용하였고, 원고는 2016. 2. 15.경 N에 입사하여 근무를 시작하였다.
이 사건 부제소합의서의 문언과 그 작성 경위 등에 관한 사정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유효한 부제소합의가 성립되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위배되어 부적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이 사건 부제소합의서 제2항의 문언은 ‘과거 G에서의 위장도급 내지 불법파견 이슈를 포함한 근로관계와 관련하여 어떠한 청구 또는 소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모든 법률관계에 기초한 일체의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아니라, ‘G에서의 위장도급 내지 불법파견 이슈를 포함한 근로관계’라는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된 사항이다.
원고는 근로자 파견관계 성립을 전제로 피고가 원고에게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의 근로자에 비하여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등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 제21조 제1항 위반의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다. 이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서 제2항에서 정한 ‘G에서의 불법파견 근로관계와 관련한 청구’에 해당한다.
원고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 당시 본인이 파견법 제21조의 차별적 처우금지의무 위반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고, 이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이 사건 부제소합의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부제소합의 전부터 G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사이에 G의 사업주로서의 실체성 등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여 진정사건 및 민사사건이 계속 중이었고, 피고가 자회사인 N를 설립하고 원고를 비롯한 G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채용절차를 진행한 것은 중앙노동위원회의 합의안에 따른 것이었다. G 소속 근로자였던 원고로서는 피고가 G에서의 근로관계와 관련한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자회사인 N를 설립하여 원고를 비롯한 G 소속 근로자들을 N에 채용하면서 이 사건 부제소합의를 한다는 사정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G에서의 위장도급 내지 불법파견을 포함한 근로관계’라고 정한 이 사건 부제소합의서의 문언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는 근로자 파견관계 성립을 전제로 한 임금차액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것이 원고가 예상하지 못한 사항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가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면접과정에서 이 사건 부제소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당시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원고가 피고의 자회사인 N에 직접 고용되었고 G에서 근무할 때보다 시급, 상여금 기타 수당이 상승하여 근로조건이 개선된 사정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부제소합의가 현저하게 공정을 잃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판사 견종철(재판장) 이은상 김시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