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가 이 법원에서 교환적으로 변경한 근로자지위 확인의 소를 각하한다.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에 대하여 ① 근로자지위 확인, ② 원고와 피고가 2017. 3. 6. 체결한 2018~2027년도 공인중개사 시험대비 과정 학원 강의 및 동영상 촬영 강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 중 별지 목록 기재 제31조 제3항(이하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이라고 한다)의 무효 확인, ③ 이 사건 계약 중 별지 목록 기재 제31조 제4항의 무효 확인을 구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그 중 ③ 청구만을 기각하고 나머지 청구는 모두 인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항소하지 않고 피고만이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며, 원고가 당심에서 ① 청구를 교환적으로 변경하였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원고가 당심에서 교환적으로 변경한 ① 청구와 피고가 불복하고 있는 ② 청구 부분에 한정된다.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쳐 쓰는 것 외에는 제1심 판결문의 이유 중 해당 부분(제2쪽 제10행부터 제12쪽 제16행까지의 ‘1. 기초사실’ 부분)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제1심 판결문 제3쪽 표 내부 제11행의 “주장 강의 시간이”를 “주당 강의 시간이”로, 제12쪽 제7, 8행의 “위 지급명령에 대하여 원고가 이의신청을 하여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가소527348호로 소송 계속 중에 있다.”를 “위 지급명령에 대하여 원고가 이의신청을 하였는데 2020. 9. 8.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가소527348호로 청구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로, 제12쪽 제14행의 “원고는 변론종결 시점까지 피고의 학원에서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를 “원고는 2020. 8. 26.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 해지 통보를 한 뒤 피고 학원에서 강의를 중단하였다.”로, 제12쪽 제15행의 “갑 제2, 4호증”을 “갑 제2, 4, 17호증”으로 각 고친다.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원고는 2017. 3. 6. 근로자의 지위에서 피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거나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해지된 이 사건 계약이 유지되고 있던 기간 동안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는 확인과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이 무효라는 확인을 구한다.
피고
원고는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이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무효라는 주장을 하고자 근로자지위 확인을 구하고 있는 것인데, 이 사건에서 위 조항의 무효 확인을 구하고 있으므로 그 전제에 불과한 근로자지위 확인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다.
또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을 뿐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의 무효 확인청구 부분 역시 아직 발생하지 않은 장래의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
설령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보더라도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고,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은 일반적인 위약금 조항으로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관련법리
확인의 소를 제기하려면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확인의 이익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위험이 있고 그 불안, 위험을 제거함에는 피고를 상대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만 인정된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14420 판결 등 참조).
근로자지위 확인청구 부분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관계가 있었다는 과거의 사실에 대한 근로자지위 확인청구는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의 무효를 주장하기 위한 전제에 불과하고, 이미 위 조항의 무효 확인을 이 사건에서 구하고 있어 이로써 위 확인청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이와 별도로 피고를 상대로 과거의 근로자지위 확인을 구하는 것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이나 위험을 제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설령 원고의 위 확인 청구를 퇴직금 지급청구 등 근로자관계를 전제로 하여 발생하는 원고의 권리 행사를 위한 것이라 가정하더라도, 이 역시 그 이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 소 중 근로자지위 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 무효 확인청구 부분
원고가 2019. 5. 31. 피고에게 2019. 10.경까지만 피고 학원에서 강의를 하겠다고 하자, 피고가 그 직후인 2019. 6. 4.부터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이후인 2019. 9. 3.까지 수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 불이행 시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고, 을 제11, 1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가 2013년경에 전속 계약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3,000만 원의 위약금을 지급받기로 하고 실제로 그 중 일부를 지급 받은 사실, 피고는 피고 소속 다른 강사를 상대로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과 유사한 조항에 따라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의 중도 해지가 인정되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으로 인하여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이나 위험이 존재하고,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조항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그 불안이나 위험을 제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봄이 타당하며,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에서 위 조항이 무효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다투고 있으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의 무효 확인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는지 여부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3, 5, 6, 7, 9호증, 을 제17, 18, 21, 33 내지 4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 증인 D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업무수행과정에서 피고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등 그 실질에 있어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이 근로기준법 제20조를 위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계약은 강의 진행, 강의콘텐츠 판매와 관련된 각자의 권리와 의무, 강의료 및 학습관리비 등의 지급기준 등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임금이나 근로시간, 연가 등 통상의 근로계약에서 정하는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피고가 운영하는 학원에는 강사들의 출퇴근 시간을 관리․감독하는 전산시스템이나 그 내역을 기재․제출하는 업무절차가 없었으며, 피고가 원고에게 강의시간 이외의 시간에 출강학원 등 특정 장소에 머무르며 학원업무를 수행할 것을 강제하지도 않아, 원고는 강의 시간 외에는 자유로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강의 준비나 교재 작성이 필요한 경우에도 원고는 시간이나 장소 제약 없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로이 이를 수행하였다). ② 원고는, 피고가 지정한 강의 일정을 따라야만 했고 제3자로 하여금 강의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도 없었으므로,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 제14조에서 피고가 원고의 출강학원 및 담당과목을 지정하고 강의 일정과 운영 계획 등을 수립하면 원고는 이를 따르기로 약정하였다.
또한 피고는 공인중개사 시험 일정에 맞춰 미리 연간 강의 계획을 세웠고, 주간․야간반 편성과 이에 따른 강의시간도 수강생들의 수강 가능 여부나 선호도 등을 고려한 것으로, 이는 공인중개사시험 대비반이라는 이 사건 강의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수의 강사가 여러 학원에서 동일 과목을 강의하고 있는 피고 학원의 현황에 비추어, 강사들 사이에서 강의 일정과 출강학원이 중복되지 않도록 피고가 이를 조율하여 원고를 포함한 소속 강사 모두에게 그 강의 일정과 출강학원을 일괄 지정․공지한 것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피고는 영리업체이므로 피고로서도 이 사건 계약 범위 내에서 수강생을 최대화할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방향으로 피고 학원을 운영하였을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피고가 강의 일정․출강학원을 위와 같이 일괄 지정함으로 인하여 원고가 직접적으로 어떠한 경제적 불이익을 입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구나 이 사건 계약은 원고가 강의를 하는 것을 전제로 한 강의 용역 제공 계약으로서 그 일신전속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피고의 동의가 없는 한 대체 강사의 고용 또는 제3자에 의한 강의는 허용될 수 없다.
결국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은 이 사건 계약의 본질적인 특성 등에서 비롯된 것일 뿐, 이를 두고 피고가 원고의 강의 용역 제공에 있어 원고에 대하여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을 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원고는 강의계획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여야 하였으나, 이는 이 사건 계약에서 원고 스스로 약정한 것이다(이 사건 계약서 제12조 제1항). 또한 강의계획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강의 목표, 진도별 일정, 강의 내용, 교재 등)은 모두 수강생들이 수강 여부를 결정하거나 수강하는 동안에 강사로부터 제공받아야 할 필수적인 강의정 보이므로, 원고로서도 이를 작성하여 수강생들에게 제공하여야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 이에 더하여 피고는 원고로부터 강의계획서를 제출받아 오류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이를 수강생들에게 제공하였을 뿐, 작성 단계에서부터 원고에게 그 구체적인 내용을 지정하여 작성을 지시하거나 수정을 요구하는 등 피고가 이에 관하여 원고를 지휘․감독하였다고 평가할 만한 자료는 없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모의고사 문제 출제 및 해설(제13조), 학습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제20조), 설명회 참석(제23조) 등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는 자격시험 대비 강의에 뒤따르는 부수적인 업무로서 이 사건 계약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더구나 원고가 피고의 위 요구를 거부하였다 하여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제재를 가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다(오히려 원고를 비롯한 강사들은 이에 대한 대가로 강의료를 추가로 지급받거나, 이를 통하여 수강생들 사이의 개인적 인지도를 높힐 수 있으므로, 위 각 조항은 원․피고 모두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 이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상당한 지휘․감독을 인정할 수 있는 지표로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피고로부터 받는 보수 중에는 ‘출강학원 1개당 월 300만 원’으로 정해진 부분(이를 ‘정규강의 강사료’라 한다)이 있기는 하나(을 제1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19. 11.부터 2020. 9.까지의 원고의 정규강의 강사료는 출강학원 4개로 매월 1,200만 원이었다), 이 역시 그 산정 기준이 ‘월 300만 원’으로 고정된 것일 뿐, 출강학원의 변동에 따라 그 총액은 증감하게 된다(이 사건 계약상 원고의 출강학원이 특정되어 있지는 않으므로, 이 사건 계약기간 동안 원고의 출강학원 수에 변동이 있었다면 원고가 받는 정규강의 강사료 역시 변동되었을 것임은 명백하다). 이에 더하여 원고는 용역 제공 횟수, 또는 수강생들이 지불한 수강료 총액에 따라 그 금액이 변동하는 부분, 즉 유료특강 판매액 중 일부, 스튜디오 동영상 촬영 강의료, 학습관리비, 모의고사 출제 및 해설 강의료, 설명회 강연료 등도 지급받고 있고, 그 부분의 금액이 위 고정된 보수액에 비추어 상당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을 제1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19. 10.의 경우 특강 강사료가 20,877,875원으로 위 정규강의 강사료 12,000,000원의 173%에 이른다).
따라서 원고의 보수 중 위와 같이 고정금액으로 산정되는 부분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위 보수 전부가 원고의 용역 제공 결과와 상관없이 노무 제공에 따라 고정적으로 지급 받는 것으로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강의 콘텐츠나 교재를 마련함에 있어서도 그 내용에 관하여 피고가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였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 단지 피고는 원고의 강의 콘텐츠나 교재를 독점적으로 판매․사용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와 출판권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업체에 대한 제작․배포를 금지하였을 뿐이다.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이 반사회적 법률행위 또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의 법적 성격
피고는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은 기 수입총액의 2배 지급을 약정한 위약금 부분(이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추정된다는 취지로 보인다)과 예정 수입총액의 3배 지급을 약정한 위약벌 약정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당사자 사이에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에 위약금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의사해석의 문제이다. 그런데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민법 제398조 제4항), 위약금을 위약벌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약벌로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위약금의 법적 성격을 판단할 때에는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 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그 교섭 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그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 참조).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의 표제가 ‘제31조 (손해배상 등)’으로 되어 있고, 그 문언도 ‘기수입총액의 2배를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하며’(이하 이 부분을 ‘기존 수입금 지급 조항’이라 한다), ‘예상수입총액의 3배를 위약벌금으로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한다’(이하 이 부분을 ‘예상 수입금 지급 조항’이라 한다)로 나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기존 수입금 지급 조항은 원․피고가 손해의 발생을 염두에 두고 그 배상의 법률관계를 간편하게 처리하려는 손해배상의 예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기 보다는, 예상 수입금 지급 조항과 마찬가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의 이행에 나아가도록 압박을 가하고 위약하였을 때에는 사적인 제재를 가하는 위약벌의 성격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은 모두 위약벌 약정에 해당한다.
기간을 정한 용역계약에서 이행기간이 늘어날수록 계약 미이행으로 인한 당사자의 손해는 적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기존 수입금 지급 조항에 의하면 원고의 계약이행기간이 늘어날수록 기존 수입금 지급 조항에 따른 위약금도 증가하므로, 이에 비추어 보면 기존 수입금 지급 조항이 원고의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피고의 손해를 예상하여 이를 기준으로 위약금을 정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손해배상의 예정에서 ‘손해’라 함은 원고의 미이행 계약기간이 발생함으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손해를 의미하는 것인데, 기존 수입금 지급 조항에서는 위 미이행 계약기간이 아닌, 원고가 용역을 제공한 기간 동안 그 대가로 받은 기존 수입금을 그 산정 기준으로 삼고 있어서, 이러한 내용의 기존 수입금 지급 조항을 위와 같은 ‘손해’에 대한 배상액을 예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피고와 같은 학원업체들은 강사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손해배상 예정과 위약벌 약정을 함께 두는 경우가 있는데, 위약벌 약정의 경우에는 계약의 이행 기간이나 경위 등 다른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계약 중도 해지 그 자체에 주목하여 특정 금액이나 그 배수로 금액을 정하기도 하지만, 손해배상의 예정의 경우에는 잔여 계약기간, 학원 매출 예상 감소율(또는 이에 준하는 강사의 학원 매출 기여율) 등과 같이 학원이 실제 입은 손해를 산정함에 있어 고려 가능한 요소들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으로 그 손해 예정액을 약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달리, 기존 수입금 지급 조항에는 중도해지로 인한 피고의 손해 예정액을 기존 수입금의 2배로 산정하게 된 근거가 전혀 없고,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이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대략적으로라도 객관적인 자료나 수치를 기초로 하여 피고의 손해액을 위와 같이 예정한 것이라고 볼 자료도 없다.
기존 수입금 지급 조항은 피고 스스로 위약벌의 약정이라고 주장하는 예상 수입금 지급 조항과 그 적용 배율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어, 이 두 조항의 법적 성격을 달리 평가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기존 수입금 지급 조항과 예상 수입금 지급 조항이 내용은 같으나 적용 배율만 달리 함으로써, 원고로서는 계약을 이행할수록 지급하여야 하는 위약금이 10년 동안 총 수입금의 3배에서 2배로 점차 줄게 되는데, 이 점에서 기존 수입금 지급 조항은 피고의 손해액 증명을 용이하게 하는 기능보다는, 위와 같이 예상 수입금 지급 조항과 연동하여 원고의 계약 이행을 더욱 강제하는 효과를 가지게 될 뿐이다.
이와 같은 기존 수입금 지급 조항의 목적 및 체결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피고의 의사는 어디까지나 이 사건 내용의 계속적인 실현을 의도하면서 이와 별도로 계약의 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하여 기존 수입금의 2배를 반환하기로 약정한 것이라고 보여질 뿐, 피고의 어떠한 손해 발생을 예상하여 그 배상을 예정한 것이라고 보여지지 않는다.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이 위치한 이 사건 계약 제31조에는 손해배상 관련 조항임이 명백한 부분도 존재하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 전부를 위약벌 조항으로 보더라도 제31조의 표제가 ‘손해배상 등’이라는 점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계약 중도 해지의 경우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기존 수입금 지급 조항에 정한 위약금 이외에 별도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명시한 조항은 없다.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의 무효 여부
관련 법리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해지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없으나,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 다만 위약벌 약정과 같은 사적 자치의 영역을 일반조항인 공서양속을 통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함에 있어서는 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등 매우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다14511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 운영 학원과 같은 공인자격증 시험 대비 학원의 경우에는 그 제공되는 강의의 내용이 대상시험의 과목 및 범위에 한정될 수밖에 없어 동종 학원업체들 간의 강의 내용이나 강의 일정에는 큰 차이가 있기 어렵고 대부분 강사 개인의 강의 능력과 이에 따른 인지도 차이에서 그 차별화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학원업체들로서는 학원의 지명도나 매출액이 소속 강사 개인의 인지도나 인기 있는 강사의 보유 여부 등에 크게 좌우되므로, 상당한 비용을 들여 인지도 높은 강사를 영입하거나 소속 강사의 인지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반면 이와 같이 상당한 비용을 들여 영입하거나 인지도를 높인 강사들이 동종 경쟁업체들로 이전할 위험은 매우 높고, 이로 인한 학원의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실제 손해액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학원으로서는 강사들과 장기간의 전속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경쟁업체로의 이전을 막고, 그 위반의 경우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여야 하는 위약벌 조항을 두어 그 이행을 강제하거나, 손해배상의 예정 조항을 두어 사후 분쟁을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과 같은 위약벌 약정을 두게 된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
그러나 갑 제2호증, 을 제4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은 위약벌의 약정으로서 그에 따른 원고의 부담이 이 사건 계약으로 얻게 되는 원고의 이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하거나 원고에게만 일방적으로 불리하여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에 따르면, 원고의 계약 이행기간 또는 미이행기간이 얼마인지와는 상관없이 원고는 계약을 단 하루라도 이행하지 않는 경우 계약기간 10년 전부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원고의 계약 미이행기간이 짧아질수록 이로 인하여 피고가 입게 되는 손해는 적어질 수 밖에 없고, 원고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은 그 산정방식이 합리적이지 않다(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은 ‘어떠한 경우라도 감액할 수 없다’고 명시함으로써, 사후에라도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위약금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원고는 계약을 미이행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10년 계약기간 전부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지급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금액도 최소 계약기간 10년 동안 지급받은 수입금의 2배(계약 종료 직전에 계약을 미이행하는 경우)부터 최대 10년 동안의 예상 수입금의 3배(계약 체결 직후에 계약을 미이행하는 경우)에 이르게 된다. 10년의 장기 전속계약에 대한 대가로 원고는 계약 기간 동안의 보수 이외에 1,600만 원의 계약금을 추가로 받았을 뿐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강사가 전속계약을 일방적으로 중도해지 한 후 더 나은 조건의 경쟁업체로 이전하는 등과 같은 악의적인 계약위반행위에 대한 징벌적 제재의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에 따른 위약금은 그 금액이 지나치게 과도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에는 기존 수입금의 2배 반환을 정하고 있는데, 기존 수입금은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용역을 제공하고 받은 정당한 대가라는 점에서, 계약 이행을 강제하거나 그 위반에 대한 사적 제재로 기능하는 위약벌에 이를 포함하는 것은 위약벌의 취지나 목적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고는, 계약기간 10년의 장기 전속계약인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기간 동안 이 사건 계약에 구속되어 피고에 그보다 나은 조건을 요구하거나 다른 업체와 동종 계약을 맺을 수도 없고, 이를 원하지 않을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최대 10년 기간 동안의 총 보수의 3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된다. 반면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위반한 경우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과 유사한 내용의 위약벌 약정은 전혀 없다.
학원이 전속계약을 위반하는 경우보다는 강사가 전속계약을 위반하고 경쟁업체로 이전하는 경우가 더 많은 학원업계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이와 같은 일방적인 위약벌 약정은 그 자체로 원고에게만 너무 불리한 것이어서 그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가 이 법원에서 교환적으로 변경한 근로자지위 확인청구 부분의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의 무효 확인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하는데, 제1심 판결 중 이 사건 손해배상 등 조항의 무효 확인청구에 관한 부분은 그 결론에 있어서는 이를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제1심 법원에서의 근로자지위 확인청구는 이 법원에서의 교환적 변경으로 취하되어 이에 대한 제1심 판결은 실효되었다).
판사 김민기(재판장) 이호재 김갑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