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10. 22. 선고 2020노1102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 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기준법위반의 점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과 사기의 점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만 항소함으로써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하지 아니한 위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 범위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한정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피해자 주식회사 K에 대한 사기의 점

가)

피고인 운영 주식회사 D(이하 'D'라고만 한다)는 2017. 10. 초순경 피해자 주식회사 K(이하 'K'라고만 한다)와 인쇄용지 교환계약(이하 '이 사건 교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이 이 부분 인쇄용지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기존 계속적 거래관계에 따른 채무의 불이행에 불과할 뿐 이를 별도의 사기 범행으로 볼 수 없다. 설령 D와 피해자 K가 이 사건 교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위 계약에 따른 인쇄용지를 공급받은 후 2018. 2.경 피해자 K에 미지급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지불각서와 이에 따른 약속어음을 작성·공증하여 주었으므로, 이에 따라 D와 피해자 K 사이에 위 각서에 정한 대로 인쇄용지 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 K와 위 인쇄용지 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해자 K 측에 D의 경제상황, 변제능력 등에 대하여 이야기하였고, 이에 따라 피해자 K도 위 계약에 따른 대금 회수의 어려움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 K를 기망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인쇄용지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

피해자 L 주식회사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

가)

피고인은 피해자 L 주식회사(이하 'L'이라고만 한다)로부터 2015. 6.경부터 2018. 8.경까지 수입 종이를 공급받으며 계속적 거래관계를 유지하여 왔고, 피고인 운영 주식회사 E(이하 'E'이라고만 한다)이 피해자 L과 체결한 2018. 3. 21.자 물품공급계약(이하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이라 한다)도 위 계속적 거래관계의 일부이므로, 피고인이 위 계약에 따른 물품대금을 일부 지급하지 않은 것은 기존 채무의 불이행에 불과할 뿐 이를 별도의 사기 범행으로 볼 수 없다.

나)

피고인은 그동안 J홍보물을 대량 수주하여 왔으므로 2018년도 I에서도 이전 J와 마찬가지로 최소 30-4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고, 피해자 L에 대한 대금 미지급에는 피해자 L 측에서 요구한 거래조건의 변경으로 인한 수주실적 하락 등의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피해자 L을 기망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이에 관한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해자 K에 대한 사기의 점

가)

원심 판단의 요지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판결문 제7쪽 제16행부터 제15쪽 제6행까지 부분에 이에 관한 판단을 자세히 설시하면서,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K로부터 중국에서 수입된 인쇄용지(이하 '중국 인쇄용지'라 한다)를 제공받더라도 이를 일본에서 수입된 인쇄용지(이하 '일본 인쇄용지'라 한다)로 교환하여 주거나 그 인쇄용지의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 K를 기망하여 피해자 K로부터 합계 109,170,202원 상당의 중국 인쇄용지를 편취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위 사실 및 사정들에다가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해자 K의 대표 N은 원심 법정과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교환계약 체결 당시 D와 그 계열사가 자금난을 겪고 있어 2017. 7.경 거래를 중단하였고, 2017. 9.경에는 거래상태를 0원으로 만들어 놓았던 상황이었다. 그러다 직원으로부터 피고인이 D의 일본 인쇄용지와 피해자 K의 중국 인쇄용지를 맞바꾸자고 제안하였다는 보고를 받았고, 피고인에게 채권관계가 남아있지 않으니 안전하겠다고 생각하여 승낙하였다. 인쇄용지를 서로 바꾸는 조건에서만 승인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는바, 피해자 K는 기존의 계속적 거래관계와는 별도로, 피고인이 피해자 K가 제공하는 중국 인쇄용지를 일본 인쇄용지와 교환하여 줄 것을 조건으로 하여 일회적으로 이 사건 교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②

피해자 K는 피고인이 일본 인쇄용지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미 공급한 중국 인쇄용지에 대한 대금이라도 지급하여 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물품대금 1억 1,000만 원을 2018. 6. 29.까지 변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지불각서와 이와 동일한 내용의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은 위 변제기가 지난 후에도 여전히 물품대금을 변제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그 이전인 2018. 6. 21.경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여 기존 직원들을 이관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이 피해자 K에 위 지불각서나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주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과 피해자 K와의 사이에 피고인이 위 일본 인쇄용지 대금 1억 1,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졌다거나 피고인이 위 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2)

피해자 L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

가)

원심 판단의 요지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판결문 제7쪽 제16행부터 제15쪽 제6행까지 부분에 이에 관한 판단을 자세히 설시하면서,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L으로부터 종이를 공급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하거나 피해자 L에 대한 기존 채무를 분할하여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 L을 기망하여 피해자 L으로부터 합계 1,327,000,000원 상당의 종이 1,373.645톤을 편취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위 사실 및 사정들에다가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 L과의 사이에 피고인 측이 피해자 L으로부터 수입종이를 공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2015. 6. 2., 2016. 12. 12. 각 체결하고(이하 각 '제1차 물품공급계약', '제2차 물품공급계약'이라 한다) 이에 따라 물품을 공급받았는데,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이 체결된 2018. 3. 21. 당시 피고인이 위 제1, 2차 물품공급계약에 따라 피해자 L에 지급하여야 할 잔존 채무는 이미 14억 원 상당에 이르렀고, 피고인의 이와 같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피해자 L과 피고인 측의 기존 거래관계는 2017. 11.경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

②

피고인은 2018. 3.경 피해자 L 측에 2018년도 I에서 수익을 얻으면 위 14억 원 상당의 채무를 변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의 체결을 제안하였고, 피해자 L은 피고인에 대한 위 14억 원의 기존 채권 중 일부라도 상환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피고인의 제안에 응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③

이에 따라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서에는 '피해자 L과 피고인 측 사이에 2016. 12. 12. 체결한 물품공급계약과는 별도로 한시적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한다'는 취지가 명시되어 있고(제1조), '위 계약과 별도로 2016. 12. 12. 체결한 물품공급계약에 의하여 기발생한 미결제 채무를 6. 5. 2억 원, 6. 30. 2억 원, 8. 12. 3억 원을 각각 변제하기로 약속한다'는 기존 채무의 변제에 관한 내용이 추가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며(제3조), 'D의 모든 자금 입출금 및 영업상황은 피해자 L의 통제 아래 집행·운영되어야 하고, D는 매일 매출액과 입출금 현황을 비롯한 경영전반에 관한 정보 일체를 피해자 L에 공개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이행담보 규정이 상세히 마련되어 있다(제4조).

④

앞서 본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의 체결 경위와 그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은 피해자 L이 기존의 제1, 2차 물품공급계약과는 별도로 피고인으로부터 기존 채무를 변제받기 위하여 한시적으로 체결한 계약으로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에 대하여 제대로 설명하였다면 피해자 L은 피고인 측과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⑤

한편 피고인은 2018년도 I에서 매출 40-50억 정도를 발생시켜 그 중 30% 정도의 순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 L에 이 사건 물품대금을 모두 변제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2018년도 I와 관련하여 실제로 수주한 금액은 8억 4,000만 원 가량에 불과하였고, 이에 관하여 피고인도 피고인 운영 회사의 매출이 하락하여 신용이 좋지 않다 보니 수주를 많이 받지 못하였음을 인정하였으며, 피고인은 결국 위와 같이 지급받은 대금을 기존 채무 변제나 법인 운영을 위하여 사용하거나 하청업체에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예상은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은 ① 이 사건 각 범행은 피고인이 채무를 상당히 부담하고 있고 별다른 자산이 없음에도 그 사정을 피해자들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들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아 편취한 것으로서,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나 범행 이후 피고인의 태도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은 점, 피고인이 편취한 물품 금액이 상당히 다액임에도 피해의 상당 부분이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다수의 처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하고, ② 피고인에게 동종 사기의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2018년도 I가 끝나면 피해자들에게 물품대금을 변제할 수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고 거래를 하였으나, 실제로 피고인이 얻은 수익이 예상 수익에 상당히 미달하여 피해자들에게 아직까지 피해를 변제하지 못하고 있는 점, 피해자 K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이 사건 각 범행은 판결이 확정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과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와 동시에 재판을 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피해자 L은 피고인에게 공급한 종이 중 약 341톤(321,169,303원 상당)을 반환받아 피해가 일부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한 다음, ③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원심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징역 3년으로 정하였다.

원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이 이 법원에서 주장하는 양형부당의 사유는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면서 이미 충분히 고려한 사정들이고, 그 밖에 이 법원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현출된 자료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회근(재판장) 이준영 최성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