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6개월에 처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치상)의 점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사실오인(유죄부분)
피해자는 피고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 피고인을 유책배우자로 몰아가기 위해 허위로 고소하였는바, 피고인은 공소사실 제1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유사 강간하려고 한 사실이 없고, 공소사실 제2, 3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거주하는 집 명의 이전 문제로 피해자와 다투면서 서로 잡고 밀치는 등 다소간의 신체접촉이 있었을 뿐, 피해자에게 강간을 시도하거나 피해자를 감금하여 상해를 입게 한 적이 없는데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 6개월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검사
법리오해(이유 무죄부분)
민법 제767조는 "배우자, 혈족 및 인척을 친족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4항의 '동거하는 친족'에는 '동거하는 배우자'가 포함됨에도, 동거하는 배우자인 피해자를 강간하려고 한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위 규정을 자의적으로 축소해석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유사강간의 점 및 감금치상의 점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사건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심판결서 제4~9쪽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항목에서 든 사정(강간치상의 점에 관련한 부분은 제외)을 근거로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원심 판시 유사강간죄와 감금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이 든 주요 사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18. 7. 8. 유사강간의 점에 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운 세부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피해자는 당시 피고인과 했던 상호작용이나 대화 내용을 여과 없이 진술하고 있으므로, 피해자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피해자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일기, 피해자가 이 사건 발생일 다음 날인 2018. 7. 9. B 산부인과 등에서 진료를 받은 내용 등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가 존재한다.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로부터 약 2년 6개월이 경과한 2020. 12. 28.에서야 피고인을 고소하였으나,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피고인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면서 2019. 1. 3.자 각서를 작성해주어 피고인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고소 시점까지 피고인과 피해자가 부부 사이를 유지해 온 점에 비추어 보면, 신고 시점이나 신고 경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을 납득할 수 있고, 신고 경위가 비합리적이라고 볼 자료는 찾을 수 없다.
2020. 12. 16. 감금치상의 점에 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전후 맥락이 자연스러운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피해자는 감금이 종료된 시점인 2020. 12. 16. 17:58경 피해자와 피고인이 거주하는 집 전화를 이용하여 경찰에 신고하였고, 다음 날인 2020. 12. 17. D병원에 내원하여 요추염좌, 흉부좌상의 진단을 받았으며, 이후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았다. 피해자가 2020. 12. 16. 04:00경 이미 피고인으로부터 피해를 입었음에도 곧바로 신고를 하지 않고, 피고인이 외출하고 나서야 집 전화로 신고를 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외포에 의하여 피해자가 특정한 구역에서 나가는 것이 심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추단할 수 있다.
이 사건 다음 날 진단된 흉부좌상 등의 진단명이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였다고 진술한 부위와 일치하므로, 이는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한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태어 보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그 밖에 원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유사강간의 점 및 감금치상의 점에 관한 원심판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018. 7. 8. 유사강간의 점에 대하여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엄지손가락 마디와 새끼손가락 마디가 입구에 걸리는 느낌이었고 손가락 4개가 질 속에 삽입하여 꽉 차서 너무 아팠다'고 진술하였는데, 원심 법정에서는 '새끼손가락은 아니고 엄지손가락만 걸리고 네 손가락이 들어가는느낌이었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손가락 4개가 다 들어갔고, 새끼손가락과 손등의 연결 부분 마디가 걸리는 느낌이었다'고 진술하였다. 구체적인 범행 경위에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피고인이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하였다는 범행의 주요 부분에 관한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을 거쳐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된다.
이 법원의 B 산부인과 의원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에 따르면, 피해자를 치료한 담당의사가 이 사건 다음 날인 2018. 7. 9. B산부인과 등에서 진료받았을 때 피해자의 대퇴부 안쪽에 육안으로 쉽게 보이는 멍이 있었고, 질 입구에도 붉은 자국 등 상처가 발견되었으며, 이러한 상처는 물리적 압력이나 피부점막에 가해진 장력에 의하여 발생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는바, 이는 강압적인 성관계가 있었다는 피해자 진술과 부합한다. 이 법원의 B 산부인과 의원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⑴ 피해자는 2018. 7. 9. 회음부 통증 등 증상으로 방문하였다. 피해자를 치료한 담당의사가 피해자의 다리를 벌리고 진찰할 때 가장 먼저 보인 부분이 우측 대퇴부 안쪽에 엄지손가락 크기의 멍 자국이었고, 그 다음 질 입구에 홍반과 가는 열상이 관찰되었다. 전에 없었던 병변이라 문진하였고, 방문일 전날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하려고 엄지로 누르고 네 손가락을 질 속에 넣었다고 하였다. 상처 부위를 만지자 피해자가 통증을 호소하였다.
⑵ '외음부, 질 입구에 생긴 홍반은 대부분 물리적 압력으로 인한 출혈이 나타나는 것이고, 가는 열상은 피부점막에 가해진 장력에 의한 것이다. 피해자의 질 입구에 생긴 홍반 및 열상은 발기된 성기나 질 초음파 탐촉자 같이 질 입구에 삽입하기용이한, 끝이 둥근 모양이 아닌 크기와 힘의 방향이 다른 물리적 자극형태, 강압적인 성관계의 형태로 인한 삽입에 의해 발생하였을 수 있다.
⑶ 홍반과 열상은 피해자의 외음부, 질 입구 4시, 6시, 8시 방향에서 보였다.
이 사건 다음 날인 2018. 7. 9.경 피고인과 피해자 부부, 피고인의 동서인 E 부부가 함께 만난 사실은 있으나, E는 이 법정에서 '2018. 7. 9.경 아침 9시 예배를 보고 바로 출발하여 10:20경 피고인의 집에 방문하였고, 피고인, 피해자와 함께 응암동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E의 처남이자 피해자의 친정 오빠의 집으로 걸어갔다. E의 처남 집에서 담소를 나누다가 E의 차로 피고인 부부를 피고인의 집에 데려다 주었다. 피해자가 당시 손등에 파스를 붙였는지 여부는 유심히 보지 않아서 모른다'고 진술하였을 뿐이고, E의 이 법원에서의 진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둘째 아들인 F를 낳은 뒤 질 축소수술을 하였고, 그 후 피해자와의 성관계시 자신의 성기가 잘 들어가지 않았고, 손가락 2개 정도만 들어가지 손가락 4개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주장하나, 피해자가 과거에 질 축소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확인할 만한 어떠한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고, 설령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의 질 입구가 좁아서 피고인의 손가락 4개가 들어가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지 몰라도,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이 적어도 손가락 1개나 2개를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순식간에 벌어진 피고인의 거친 행동에 피해자는 피고인의 손가락이 4개가 들어갈 정도의 고통을 느끼고 자신이 인식한 대로 진술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유사강간죄가 성립하는 것에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원심이 2020. 12. 16. 강간치상의 점에 관한 증거인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휴대전화로 녹음한 내용이 기재된 녹취록(이하 '이 사건 녹취록'이라 한다)에 나타난 사실관계와 2018. 7. 8. 유사강간의 점에 관한 사실관계를 혼동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2018. 7. 8. 피해자에게 "한번 해야지."라고 말하고 피해자를 유사강간 하였다는 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하나, 피해자는 경찰에서 유사강간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한번 해야지."라고 하면서 손가락을 피해자의 성기 안으로 집어넣었다'고 진술하였으므로(증거기록 91쪽), 그 진술에 기초한 원심의 판단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2020. 12. 16. 감금치상의 점에 대하여
이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112신고사건 처리표 첨부)에 '피고인과 피해자는 부부로, 신고자인 피해자는 남편에게 자신이 맞았다고 말하나 계속해서 횡설수설 말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서 확신하기 어려웠으며, 피해자가 감금되었다고 신고하였으나 핸드폰도 소지하고 있었고 거실에서 자유롭게 경찰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피고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얼마든지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 점 등을 볼 때 감금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피해자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에게 자신의 소변이 묻어 있는 바지를 찍으라고 먼저 요구하는 등 증거를 수집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둘째 아들인 F는 원심 법정에서 '2020. 12. 16. 피해자의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피해자를 인계받으러 갔는데, 경찰관으로부터 "피해자가 감금과 폭행을 당했다고 하는데 여러 가지 정황을 봐서는 아닌 것 같고, 문도 안쪽에서 잠기기 때문에 감금도 아닌 것 같다."라는 설명을 들었다. 함께 경찰서에서 나와서 집에 돌아가 이야기를 하던 중 피해자와 피고인이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욕설을 하면서 수차례 달려들었다. 자신이 보기에 대화는 안 되겠다 싶어서 피고인에게 강화 공장에 가서 주무시라고 피고인을 돌려보냈고,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 들으며, 피해자의 얼굴과 목을 확인한 뒤 피해자에게 "제가 보기에는 어머니 설명과 달리 너무나 온몸이 깨끗하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렇게 주장하지만 저는 솔직히 잘 믿기지는 않는다."고 말했고, 손목도 봤는데 손목에는 약간 빨갛게 자국이 있어서 "손목은 있네요.", "설령 아버지가 그렇게 폭력이 있을지언정 어머니가 말한 것처럼 죽일 것처럼 한 것 같지는 않으니 일단은 안심하시고 아버지와 이야기 해보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F는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당시 입고 있었던 바지와 소변을 닦았던 걸레를 보여주고 냄새를 맡아보라고 해서 맡아봤는데 걸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고, 바지에서는 조금 냄새가 났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의 기재와 F의 진술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직후 상황과 피해자의 모습이 제3자가 보기에 피해자가 주장하는 감금의 상황이 있었는지가 다소 애매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일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그들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사실을 알게 되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거실로 가져갔고 그 사이 피해자가 도망치려고 하자 피해자를 작은 방으로 끌고 가 수차례 방바닥에 머리를 찧게 하였다. 피고인이 이불 위에 쓰러진 피해자의 얼굴을 이불에 파묻었고 숨을 쉬기 어려웠던 피해자는 저항하기 위하여 손톱으로 피고인의 허벅지를 긁고 팬티를 잡아끌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거실로 나간 뒤 "죽어도 여기서 죽으라."라고 하면서 작은 방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피해자가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발로 차면서 작은 방으로 끌고 들어갔고, 피고인이 화장실을 가는 것을 막아 피해자는 방에서 소변을 보기도 하였다. 저녁쯤 피고인이라면이랑 죽을 사오겠다고 밖으로 나가서 112에 신고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몰래 녹음한 것이 발각되어 피고인에게 휴대전화를 빼앗긴 상황이나,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작은 방에서 못나가게 하는 상황 및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체에 상처를 입히게 된 상황과 같은 예기치 않은 사건들을 설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이 사건 발생일 다음 날 D병원에서 흉부좌상 등의 진단을 받는 등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F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직후 피해자의 손목에는 빨간 자국이 나 있었고,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바지에 오줌을 싼 사실이 확인되어, F의 진술이 피해자 진술과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상처를 임의로 만들었거나 제3자로부터 입은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의 위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강간치상의 점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20. 12. 16. 04:00경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작은 방에 누워 있던 피해자 위로 올라와 자신의 몸으로 피해자의 몸을 누르고 손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고 바지를 벗긴 다음, "죽인다. 소리 내지 말고 있어. 안 그치면 죽여버려. 나는 왜 안해줘."라고 말하고,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가 현관문 쪽으로 도망치자 피해자를 쫓아가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붙잡고 작은 방으로 데려간 다음 손으로 입을 막아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피해자의 머리를 수차례 방바닥에 내리쳐 피해자를 강간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손톱으로 피고인의 허벅지를 긁고 팬티를 잡아당기는 등으로 반항하여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동거하는 친족관계에 있는 피해자를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뇌진탕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5.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에만 근거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되고, 이러한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가 한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6413 판결 등 참조).
한편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내용, 가정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 형법의 체계와 그 개정 경과, 강간죄의 보호법익과 부부의 동거의무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구 형법 제297조(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가정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는 법률상 처가 포함되고,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뿐만 아니라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는,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가정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최대한 자제하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그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 정도가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 남편이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혼인생활의 형태와 부부의 평소 성행,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상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 2012전도25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또한 강간죄는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개시한 때에 그 실행의 착수가 있는 것인바, 이때의 폭행 또는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폭행 및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이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6. 9. 선고 2000도1253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한 피해자 진술 요지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팬티 차림으로 2020. 12. 16. 피해자가 자는 작은 방에 들어와 피해자를 바닥에 눕히면서 "할래, 안할래"라고 말하고 소리를 내면 입을 틀어막으면서 "죽여버린다."라고 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바지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린 후 피해자에게 스스로 벗으라고 하였다.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가 핸드폰으로 녹음한 사실을 알게 되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거실로 가져갔고, 그 사이 피해자가 도망치려고 하자 피해자를 작은 방으로 끌고 가 죽일 것 같이 수차례 방바닥에 머리를 찧게 하고 얼굴을 이불에 묻어 숨을 못 쉬게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당일에 녹음된 이 사건 녹취록 기재 내용
인정되는 사실 및 사정
피고인과 피해자는 1978. 9. 27. 혼인신고를 하였고, 피고인은 1984. 11. 12. 서울 마포구 H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는데, 2016. 9. 19. 피해자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증여해주었다.
피고인은 2019. 1. 3. 피해자에게 "잘 때에는 절대 접근하지 않고 불안하지 않게 잠을 편히 잘 수 있게 하며, 평상시 절대 만지지 않고 부부관계도 허락 없이 강제로 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각서를 써주었다.
피고인은 2018. 3. 31.경 뇌출혈로 몸이 마비되어 I병원에 입원하였고, 이후 퇴원한 다음 2018. 6. 13.경까지 통원 치료를 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협심증과 뇌출혈로 인한 수술 이후 성욕이 크게 감소하고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성관계가 어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2019. 1. 3.자 각서를 쓴 이후에 피고인은 강화에서 살고 이 사건 부동산에는 자주 오지 않았고, 성관계를 하였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당일에 피해자와 이 사건 부동산 명의 이전 문제로 싸운 것이라고 하면서,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을 공동명의로 하자고 제안하였는데 피해자가 "어제 안 해준다고 했지 않느냐, 멍청아."라고 말하면서 피고인의 팬티와 성기를 잡았고, 이에 피고인이 뒤로 물러났더니 팬티가 찢어지면서 피고인의 성기에 상처가 났으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팬티를 놓치면서 순간 양손으로 손톱을 이용해서 허벅지 안쪽으로 휘어잡는 바람에 피고인의 허벅지 안쪽에 상처가 났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도 피고인과 자주 이 사건 부동산 문제와 돈 문제로 인해 다투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해자는 피고인과 다투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와 혼인관계에 있는 동안 한두 번 정도 폭행한 사실이 있을 뿐이고, 부부관계를 하자고 성적인 폭언만 자주 했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2018. 12.경 피해자 변호사 사무실(법무법인 J)에서 최초로 상담을 받았고, 2020. 10. 26.경 피해자 변호사 사무실에서 2차 상담을 받고 법무법인 J과 선임계약을 체결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로부터 약 한달 전인 2020. 11. 18. 피고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혼 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피고인의 성적 괴롭힘, 의처증 등 유책행위를 강조하면서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였다.
F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평소 폭력적이지는 않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서로 언쟁을 높일 때도 있지만 피해자는 피고인을 상대로 맞받아치는 성격이고, 이 사건 녹취록 기재 내용을 확인하고 이 사건 당일 피해자가 평소 피고인과 부부싸움을 할 때랑 다르게 너무나도 당하는 입장으로만 뭔가 녹음을 준비한 듯한 모습이었다'고 진술하였다.
구체적 판단
피해자는 경찰에서 피고인이 작은 방에서 피해자의 핸드폰을 빼앗아 거실로 간 사이에 피해자가 밖으로 도망가기 위해 현관문으로 가다가 붙잡힌 상황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할래 안 할래."라고 하면서 스스로 옷을 벗으라고 하면서 "죽여버린다."며 폭언을 했다'고 진술하였고, '그 이후 시점부터 피고인이 피해자를 거실에서 작은 방으로 데려가더니 피해자의 머리를 붙잡고 방바닥에 수차례 내리쳤고, 이불 위에 쓰러졌는데, 피고인이 죽이겠다고 하면서 이불에 얼굴을 파묻는 바람에 이에 반항하기 위해 자신의 손톱으로 피고인의 양쪽 허벅지를 긁고 피고인의 팬티를 잡아끌어 팬티가 찢어졌다'고 진술하였다. 즉 피해자는 특정 시점 전후를 구분하여 피고인 및 피해자의 동선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한 폭언 및 폭행 내용에 대하여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을 빼앗아 거실로 간 사이에 피해자가 밖으로 도망가기 위해 현관문으로 가다가 붙잡힌 상황' 이전에는 피고인이 강간을 시도하며 폭언을 하였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을 빼앗아 거실로 간 사이에 피해자가 밖으로 도망가기 위해 현관문으로 가다가 붙잡힌 상황' 이후에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작은 방으로 데려간 다음 비로소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 법원의 음성녹음파일 CD 재생·청취 결과 및 이 사건 녹취록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죽여 버려", "벗으라고 이년아", "소리내지 마. 확 그냥 갈기기 전에. 얼굴을. 얼굴 갈기기 전에 소리내지 마. 딱 그쳐. 소리내지 마."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을 가져가기 이전에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런데 검사는 피고인이 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폭언을 하여 이에 겁은 먹은 피해자가 도망친 다음에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강간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반항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고 공소를 제기하였는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을 빼앗아 거실로 간 사이에 피해자가 밖으로 도망가기 위해 현관문으로 가다가 붙잡힌 상황' 이전에 피고인이 폭언을 가할 때에 피해자를 강간할 고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을 빼앗아 거실로 간 사이에 피해자가 밖으로 도망가기 위해 현관문으로 가다가 붙잡힌 상황' 이후 피고인이 유형력을 행사할 때에도 피해자를 강간할 고의가 있어야만 한다.
살피건대, '피고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을 빼앗아 거실로 간 사이에 피해자가 밖으로 도망가기 위해 현관문으로 가다가 붙잡힌 상황' 이전은 피해자가 몰래 이 당시 상황을 녹음하였다는 녹음파일 및 이 사건 녹취록이 존재하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할 고의가 있었는지는 위 증거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 법원의 음성녹음파일 CD 재생·청취 결과 및 이 사건 녹취록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한 말 중에는 일부 폭언도 섞여있기 때문에 피고인이 강간의 고의로 피해자를 협박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당시 언성을 높이거나, 큰 소리를 치면서 나무라는 쪽은 피해자이고(이 사건 녹취록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소리치지 마.", "소리 질러?"라고 말하는 대목이 여러 군데 발견된다), 피고인은 대체로 크지 않은 목소리로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해 줄 건지 아닌지를 물으며 성관계를 해달라고 보채는 말을 반복하고 있으며, 어느 순간 갑자기 피해자가 울먹이는 소리를 내자 그때부터 피고인이 짜증을 내기 시작하며 피해자에게 '소리내지 마. 안 그치면 죽여 버리겠다'는 말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① 피해자가 위 2019. 1. 3.자 각서 작성 이후에는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사실상 거부하여 온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폭행을 행사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 ②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이혼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였고 위 2019. 1. 3.자 각서의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가 허락하기만 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할 수는 있기 때문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허락해달라고 심하게 보채는 것이라고 평가할 여지도 있는 점, ③ 피해자는 이혼 소송에 대비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차원에서 이 사건 당시 자신의 언행을 의도적으로 꾸몄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을 빼앗아 거실로 간 사이에 피해자가 밖으로 도망가기위해 현관문으로 가다가 붙잡힌 상황' 이전에 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협박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의 폭언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피고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을 빼앗아 거실로 간 사이에 피해자가 밖으로 도망가기 위해 현관문으로 가다가 붙잡힌 상황' 이후에 관한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데, 피해자의 진술 어디에서도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던 종전 상황에 이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을 벗기려 하거나 신체를 만지는 등 성관계를 시도하였다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을 빼앗아 가기 이전에 피해자가 반항하여 강간행위가 중단되었다'고 진술하였고(원심 증인신문녹취서 5쪽), '피고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을 빼앗아 거실로 간 사이에 피해자가 밖으로 도망가기 위해 현관문으로 가다가 붙잡힌 상황' 이후부터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을 거실에 둔 다음에 피해자를 작은 방으로 데려가 목을 조르고 머리를 수십 번 내리치는 등의 유형력을 행사하였음을 강조하여 진술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핸드폰을 빼앗아 거실로 간 사이에 피해자가 밖으로 도망가기 위해 현관문으로 가다가 붙잡힌 상황' 이후에도 피고인이 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또한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감금하는 행위에 나아갔을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이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바지를 입은 채 소변을 누었을 정도로 피해자의 의사가 억압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도, 피고인은 추행, 간음행위에 나아간 흔적이 없고, 피해자를 폭행하는데 그쳤다.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강간의 고의로 그 실행에 착수하였다거나 강간의 수단 또는 강간의 기회에 유형력을 행사하여 상해를 가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럼에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려다가 상해를 입게 하였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의 입법연혁과 입법취지 및 목적, 죄형법정주의, 죄형균형의 원칙 등을 고려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4항의 '동거하는 친족'에는 '동거하는 배우자'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이러한 원심 판단에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려다가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없는 이상,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치상)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강간치상의 점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일부 이유 있으므로 파기되어야 하는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고, 원심이 이유 무죄로 판단한 부분과도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이유 무죄부분을 포함하여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원심판결 중 검사의 이유 무죄부분에 관한 항소는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따로 기각하지 않는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