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2. 4. 14. 선고 2021누40067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 12. 24.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2001. 7. 2.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B(이하 ‘참가인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였고, 2013년경부터 2014년경까지 D사업부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참가인 회사는 2019. 4. 8. 인사위원회(이하 ‘이 사건 인사위원회’라 한다)를 개최하여 2019. 4. 17.부로 원고를 해고하기로 결정하고, 2019. 4. 17.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인사위원회 개최 결과(해고)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해고는 불법적인 정상화위원회의 활동에 근거하여 행해졌다. 징계사유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4년여 전의 행위를 문제 삼았다.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유사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다른 근로자와 비교하여 볼 때 양정이 과하다. 원고와 참가인 회사 대표이사와의 과거 대립적 관계에 대한 보복성 징계이므로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인사권 남용이다.’고 주장하면서 2019. 7. 10. 참가인 회사를 피신청인으로 하여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해고에 관하여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징계양정이 과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징계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판단하고 2019. 9. 20.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하였다(E).

라.

원고는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12. 24. 위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마.

원고는 2020. 1. 29. 이 사건 재심판정서를 송달받은 다음 2020. 2. 7.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5, 7,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1)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인 취업규칙(2019. 1. 1.자로 개정된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 정상화위원회규정 등)에 근거한 것이거나, 취업규칙에 따른 징계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징계절차의 위법 주장).

2)

원고는 이 사건 징계사유인 성추행 또는 성희롱을 하지 않았는바, 참가인 회사는 그와 같은 성추행 또는 성희롱이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 발생한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못하고 있고, 설령 징계사유인 행위들이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장난이나 가벼운 농담에 불과하여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징계사유 부존재 주장).

3)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 원고로서는 당시 사실을 기억하지도 못하며, 행위가 이루어진 당시에는 피해자들도 성희롱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을 대상으로 2019년 기준으로 징계한다는 것은 현저히 합리성을 상실한 것이다. 더구나 다른 방송사인 F의 경우 징계시효가 2년이고, 참가인 회사의 경우에도 과거 2년이 경과한 사유로 징계를 한 사례가 없었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원고의 정당한 기대를 침해한 것으로 신의칙에 위반된다(신의칙 위반 주장).

4)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는 회사 대표이사와의 과거 대립적 관계에 대한 보복성 징계에 해당하고, 약 20년 정도 참가인 회사에서 성실하게 근무해 온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며, 비위정도가 유사하거나 더 중한 사람들에 대한 처분과 비교해 볼 때에도 징계양정에 있어 현저히 형평성을 상실하여 부당하다(징계 양정 부당 주장).

나.

인정사실

1)

참가인 회사와 G노동조합 H본부 경남지부는 2018. 3. 19. 노사 동수로 가칭 ‘I 정상화위원회’(이하 ‘정상화위원회’라 한다)를 구성하여 과거 잘못된 행위에 대한 조사 및 재발방지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고, 그 내용이 기재된 ‘I 정상화 노사 공동 선언문’(갑 제5호증)에 서명하였다.

2)

참가인 회사는 위 합의에 따라 2018. 8. 1. 정상화위원회를 구성하여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였다. 참가인 회사는 정상화위원회의 구성 및 권한 등을 정한 ‘I 정상화 위원회 규정’(갑 제11호증, 2018. 8. 1. 시행, 이하 ‘이 사건 정상화위원회규정’이라 한다)을 마련하였는바, 그 주요 내용은 별지1. 기재와 같다.

3)

정상화위원회는 원고가 참가인 회사의 D사업부장으로 재직하던 2013. 12.경부터 2014. 12.경까지 원고의 성추행 및 성희롱 혐의에 대한 조사 후 2018. 12. 10. 원고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였다(갑 제12호증). 그 조사 과정에서 관련 피해자들 및 참고인은, 원고가 피해자 직원들에 대해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찌른 행위, 옷차림 지적 행위,성적인 농담을 한 행위, 비아그라 포장을 지시한 행위, 대화할 때 두 손을 꽉 잡거나 눈이 마주쳤을 때 윙크하는 행위 등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정상화위원회가 2018. 12. 13.자로 작성한 최종 조사보고서(갑 제10호증) ‘결론’ 부분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5)

참가인 회사는 2018. 12. 10. 원고에 대하여 자택 대기발령(2018. 12. 10. ~ 12. 31.)을 한 다음 2018. 12. 17.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원고는 위 인사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여, 징계 요청 사유에 대해 대부분 억울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6)

2018. 12. 17.자 인사위원회에서는 참가인 회사의 구 취업규칙(별지2. 참조, 2019. 1. 1.자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취업규칙’이라 한다) 제3조, 제5조 제1항,제6조 제11항, 제12항 위반을 사유로 원고를 해고하기로 의결하였고, 참가인 회사는 2018. 12. 20. 위 인사위원회 개최 결과(해고)를 원고에게 통보하였다(을가 제3호증, 이 하 ‘1차 해고’라 한다). 원고는 2018. 12. 24. 참가인 회사의 인사위원회에 ‘해고 사유가 추상적이고 구체적으로 객관화되지 않아 징계사유에 대하여 제대로 소명을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해고를 한 것은 양정이 과하다.’라고 주장하면서 참가인 회사의 인사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하였다(을가 제1호증).

7)

그에 따라 참가인 회사는 2018. 12. 27. 재심을 위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원고는 역시 위 인사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여, 이전과 마찬가지로 징계 요구 사유에 대해 억울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8)

2018. 12. 27.자 인사위원회에서 구 취업규칙 제3조, 제5조 제1항, 제6조 제11항, 제12항, 제65조 제1항, 제2항, 제6항, 제10항 위반을 사유로 1차 해고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고(을가 제4호증), 그 무렵 그 결과가 원고에게 통보되었다.

9)

원고는 1차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2019. 1. 30.경 참가인 회사를 피신청인으로 하여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J).

10)

그런데 참가인 회사는 1차 해고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징계절차상 하자를 인지하고 1차 해고를 취소하기로 하였다. 그에 따라 참가인 회사는 2019. 2. 15.경 원고에 대하여 복직명령(2019. 2. 18.부)을 통보하고(갑 제14호증), 2019. 2. 25.에는 임금상당액을 지급하였다.

11)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3. 28. 위와 같이 참가인 회사의 원고에 대한 복직명령 및 임금상당액 지급으로 구제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하는 판정을 하였다.

12)

이후 참가인 회사의 인사위원회위원장은 2019. 4. 3. 원고에게 2019. 4. 8.자 이 사건 인사위원회 개최사실을 통보하였다(을가 제5호증).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3)

참가인 회사의 경영심의부 소속 직원 N은 2019. 4. 4. 12:48경 위 12) 기재와 같은 원고에 대한 징계의안[제2호 의안: 취업규칙 위반(성추행 등) 심의] 등이 포함된 ‘인사위원회 소집보고’ 문건을 기안하여 결재를 올렸다(을나 제13호증). 2019. 4. 4.16:54경 경영심의부장(O)이, 그 다음날인 2019. 4. 5. 09:13경 참가인 회사의 인사담당본부장(방송인프라본부 본부장 P)이, 같은 날 13:50경 참가인 회사의 대표이사(Q)가 순차로 위 소집보고 문건에 대해 결재하였다.

14)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 회사는 2019. 4. 8. 이 사건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한 해고(2019. 4. 17.부)를 결정하고 2019. 4. 17.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를 통보하였다. 이 사건 인사위원회는 2019. 1. 1.자로 개정된 현행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별지3. 참조, 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 ‘이 사건 인사규정’이라 한다)에 따라, 본부 장들인 P 방송인프라본부장(위원장), R 방송콘텐츠본부장, L 광고사업본부장, 주무본부주무부서장인 O 경영심의부장, 기획부장인 S 부장이 인사위원을 구성하였다. 이 중 L 광고사업본부장은 징계대상자인 원고가 종전에 속하였던 부서를 관할하는 인사위원으로 이 사건 취업규칙 제69조 본문에 따라 제척되었고, 주무본부 주무부서장인 O 경영심의부장은 휴가로 참석하지 않았다. 원고는 이 사건 인사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여, 이전과 마찬가지로 징계 요청 사유에 대해 억울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10 내지 16호증, 을가 제1 내지 8호증, 을나 제1 내지 6, 8 내지 11, 13, 14호증의 각 기재, 을나 제7호증의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징계절차의 위법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가)

이 사건 인사위원회 구성의 위법 주장

이 사건 인사위원회의 근거가 된 참가인 회사의 이 사건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이 2019. 1. 1.자로 개정되면서, 인사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징계 요청의 주체인 인사담당 본부장(방송인프라본부장)이 인사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하게 되었다(이 사건 취업규칙 제66조, 이 사건 인사규정 제32조 제2항). 즉, 징계 요청을 보고 받는 자(인사위원회 위원장)와 징계요청권자(인사담당 본부장)가 동일인이 되어 이 사건 취업규칙 제 66조 제1항의 절차를 둔 취지를 몰각시켰고, 이는 일종의 규문주의에 해당하여 공정성에 반한다. 더욱이 이 사건 취업규칙 제69조 단서에서 인사위원회 위원장은 제척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는바, 특히 이 사안에서는 구 취업규칙에 따르면 제척 대상에 해당하는 방송인프라본부장이 이 사건 취업규칙에 따르면 위원장으로서 제척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자신이 관할하는 부서 직원인 원고의 징계에 대해서도 심의·결정할 수 있게 되어 불공정하다. 위와 같은 개정은 참가인 회사의 구 취업규칙에 비해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바 없으므로 이 사건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은 효력이 없다. 이 사건 해고는 위와 같이 무효인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에 근거하여 구성된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이루어졌으므로 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어 무효이다.

나)

이 사건 취업규칙 또는 구 취업규칙 제66조(징계 요청)에 규정된 절차 위반 주장

참가인 회사가 1차 해고를 취소한 후 원고를 다시 징계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취업규칙 또는 구 취업규칙 제66조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참가인 회사는 이 사건 해고 당시 이 사건 인사위원회에 징계 요청을 접수한 바 없어 위 제66조를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

다)

이 사건 해고가 무효인 이 사건 정상화위원회규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는 주장

이 사건 인사위원회에서 인사위원장이 “정상화위원회에서 조사한 것에 따라서 인사위원회를 개최한 것이다.”라고 발언한 점, 위 인사위원회 소집보고 문건에 정상화위원회 위원이 제척되는 것으로 기재된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인사위원회는 정상화위원회규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정상화위원회 규정은 참가인 회사의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에 해당하므로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 그와 같은 동의를 받은 바 없어 효력이 없다. 따라서 정상화위원회의 2018. 12. 10.자 인사위원회 회부 결정을 이 사건 해고를 위한 적법한 징계 요청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인 이 사건 정상화위원회규정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징계 요청을 한 것이어서 무효이다.

라)

이 사건 취업규칙 또는 구 취업규칙 제67조(징계절차)에 규정된 절차 위반 주장

①

설령 정상화위원회의 2018. 12. 10.자 인사위원회 회부 결정을 적법한 징계 요청이라 가정하더라도, 위 제67조에 따르면 참가인 회사는 징계 요청 접수 후 1개월 이내에 이를 처리하였어야 하는데, 이에 위배하여 무려 약 4개월이나 지난 후인 2019. 4. 8.에야 이 사건 해고를 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②

또한, 이 사건 인사위원회는 위 제67조에 규정된 자체조사를 하지 않고, 1차 해고시 정상화위원회 조사보고서만을 토대로 원고를 해고하여 위법하다.

마)

이 사건 취업규칙 또는 구 취업규칙 제68조(징계대상자의 진술권)에 규정된 절차 위반 주장

2019. 4. 8.자 인사위원회 개최 통보서에는 구체적인 징계사유가 적시되어 있지 않아 그 통보서만으로는 원고가 위 제68조에 따른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인사위원회 구성의 위법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 직제세칙의 개정

참가인 회사의 인사규정은 제4장에서 인사위원회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제31조에서 직원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를 도모하기 위하여 인사위원회를 둔다고 밝히고 있다. 참가인 회사의 2019. 1. 1. 개정 전 인사규정(별지2. 참조) 제32조에 의하면, 위원회는 상무이사, 본부장, 보직 국장으로 구성하고(제1항), 위원회 위원장은 상무이사가 되고(제2항), 위원회에 간사 1명을 두며 간사는 인사담당부장이 된다(제3항). 그런데 이 사건 인사규정 제32조가 2019. 1. 1. 개정됨에 따라, 인사위원회는 본부장, 주무본부 주무부서장(경영심의부장), 기획부장으로 구성하고(제1항), 위원회 위원장은 주무 본부장(방송인프라본부장)이 되고(제2항), 위원회에 간사 1명을 두며 간사는 인사담당이 된다(제3항). 한편, 이 사건 취업규칙은 제69조에서 인사위원회 위원의 제척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데, 당초에는 ‘인사위원회 위원 중 징계대상자나 그 징계사건과 관계가 있는 직원 및 징계대상자의 소속 부서를 관할하는 인사위원은 해당 사건의 징계심의에 참여하지 못한다’고만 규정하다가, 2019. 1. 1.자 개정에 따라 단서로 ‘단, 위원장은 제척 대상에서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한편, 이 사건 취업규칙 제66조는 징계 요청에 관한 절차를 정하는데, 2019. 1. 1.자 개정된 것에 따르면, 직원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인사담당본부장은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추어 이를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사장의 승인을 얻어 인사위원회에 부의하고(제1항), 직원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그 소속 부(팀)장은 즉시 그 사실을 인사담당 본부장에게 통보하고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여야 하고(제2항), 인사위원회 위원장은 제1항의 절차를 인사담당 본부장에게 명할 수 있다(제3항). 참가인 회사의 직제세칙은 2019. 1. 1.자 개정에 따라 1본부 6국 13부 2팀에서 3본부 10부 2팀 체제로 개정되었는데, 그에 따라 이 사건 취업규칙 제66조에서 정한 징계요청권자인 인사담당 본부장은 ‘방송인프라본부장’으로 위에서 본 이 사건 인사규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게 되었다.

나)

이 사건 취업규칙, 인사규정의 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을 것을 요하고,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사업장 전체 또는 기구별·단위 부서별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 의사를 모으는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은 효력을 가질 수 없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46841 판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17468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39441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에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변경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종전의 취업규칙이 적용된다(대법원 2011. 6. 24. 선고 2009다58364 판결,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다84922 판결 등 참조).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또는 이에 근거를 둔 징계규정에서 징계위원회의 구성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경우 이와 다르게 징계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그 결의를 거쳐 징계처분을 하였다면, 그 징계처분은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대법원 1995. 5. 23. 선고 94다24763 판결,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두2088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7두70793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취업규칙 제69조, 인사규정 제32조의 개정(이하 ‘이 사건 개정’이라 한다)으로 징계 요청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담당 본부장이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제척 대상에서도 제외됨으로써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를 도모하기 위하여 설치한 인사위원회의 공정성을 해하였다고 판단되고, 그와 같은 개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기득이익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에 해당한다.

①

인사규정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나, 그 중 해고나 징계의 사유 및 절차에 관한 규율은 근로관계의 지속 여부 등 근로관계에 따른 근로자의 대우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므로 근로조건을 구성한다. 인사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취업규칙 규정은 특정 근로자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인사위원회가 공정성과 형평성에 입각하여 의결을 할 수 있도록 정해져야 한다. 사용자는 인사위원회 구성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재량이 있으나 그와 같은 재량도 위와 같은 한계를 지닌다.

②

이 사건 취업규칙 제66조 제1항은 인사담당 본부장은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추어 이를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사장의 승인을 얻어 인사위원회에 부의한다고 규정한다. ㉠ 위 규정은 인사담당 본부장의 징계 요청을 ‘부의한다’고 규정할 뿐 ‘제출하여야 한다’고 정한 같은 조 제2항과는 달리 이를 의무적으로 이행할 것을 정하지는 아니한 점, ㉡ 같은 조 제3항은 인사위원회 위원장은 제1항의 절차를 인사담당 본부장에게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인사담당 본부장이 위와 같은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상정하는 규정인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취업규칙 제66조 제1항은 인사담당 본부장의 징계 요청 여부에 관한 판단에는 재량이 있음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해석된다.

③

이와 같이 징계요청권자인 인사담당 본부장은 징계 요청 여부에 대해 재량권을 가지고 있어 징계 요청 과정에서 징계대상자에 대해 징계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예단을 형성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징계요청권자의 지위에 있는 자에게 인사위원회 위원장까지 겸직하도록 한다면, 사전에 충분한 자체조사를 통해 징계사유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때에 한하여 징계대상자를 징계할 수 있도록 한 인사위원회 심의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④

인사위원회는 인사담당 본부장의 징계 요청 여부에 관한 판단을 거쳐 인사위원회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대표이사의 승인을 받아 소집되는데, 이러한 취업규칙 제66조 제1항에 따른 일련의 절차는 참가인 회사의 징계권 행사에 신중을 기하려는 절차로 이해된다. 징계요청권자인 인사담당 본부장이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한다면 위와 같은 징계 요청 절차를 둔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되어, 공정한 적법절차 구현을 위한 위 조항의 기능이 완전히 무색해진다.

⑤

참가인 회사의 취업규칙 제69조가 인사위원의 제척을 규정하는 취지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징계 절차를 보장하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구 취업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위원장의 경우에도 ‘징계대상자나 그 징계사건과 관계가 있는 직원’ 또는 ‘징계대상자의 소속 부서를 관할하는 인사위원’에 해당하면 제척대상이 된 반면, 이 사건 개정에 따르면 위원장은 그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더라도 항상 제척대상에서 제외되게 되었다. 한편, 인사위원회의 의결절차에 대해,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며 가부동수인 때에는 위원장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인사규정 제36조). 이에 의하면, 이 사건 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 위원장의 징계절차에서의 권한이 아무런 견제 없이 지나치게 커진 반면, 징계대상자가 징계 절차에서가지는 지위는 개정 전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에 따랐던 것보다 공정성의 측면에서 열악해 보인다.

다)

이 사건 개정에 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취업규칙 제69조 및 이 사건 인사규정 제32조에 대한 이 사건 개정은 근로자에 대한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어서,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참가인 회사가 제출한 을나 제25 내지 31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개정 당시 참가인 회사에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존재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가사 그러한 노동조합이 존재하였더라도 참가인 회사는 2018. 12. 말경 2019. 1. 1.자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 개정에 앞서 그에 관하여 사전 협의 및 동의절차 없이 통보하였을 뿐, 2019. 1. 1.자 취업규칙 개정에 관하여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았다는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이 사건 개정으로 인한 규정의 변경은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이 사건 개정이 있은 후 근로자들이나 참가인 회사의 노동조합이 사후에 취업규칙 변경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개정에 따른 규정이 그대로 시행되어 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들이 불이익하고 불공정하게 개정된 규정에 대하여 이를 사후적으로 추인하였다거나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라)

사회통념상 합리성 인정 여부

취업규칙의 변경이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개정은 징계대상자에 대한 징계 요청 절차를 형해화 시키고 인사위원회 심의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직제 개편 사정만으로 참가인 회사 측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그 내용이 상당하다고 볼 수도 없으며, 참가인 회사는 이 사건 개정과 함께 근로자에게 다른 유리한 규정을 함께 신설하거나 기피의 기회를 주는 등 그 불이익을 상쇄하는 조치를 취한 바도 없으므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

마)

소결론

이 사건 취업규칙 제69조 및 이 사건 인사규정 제32조의 개정은 효력이 없다. 그렇다면 원고에 대하여는 구 취업규칙 규정이 적용되어야 함에도, 이 사건 인사위원회는 효력이 없는 이 사건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의 규정에 따라 구성되어 그 구성이 위법하고, 위법하게 구성된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른 이 사건 해고는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3)

이 사건 취업규칙 또는 구 취업규칙 제66조에 규정된 절차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취업규칙은 노사 간의 집단적인 법률관계를 규정하는 법규범의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명확한 증거가 없는 한 그 문언의 객관적 의미를 무시하게 되는 사실인정이나 해석은 신중하고 엄격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다69631 판결,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두3027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해고 관련 절차에 구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 법리 및 앞서 본 사실들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인사위원회 소집보고(을나 제13호증의2)를 구 취업규칙 제66조가 정한 징계 요청 절차로 보기에는 부족하고,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쳤다고 볼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에는 구 취업규칙 제66조가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점에서도 절차적 위법이 있다(한편 이 사건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보더라도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절차적 위법이 인정된다).

①

인사담당국장(구 취업규칙) 또는 인사담당 본부장(이 사건 취업규칙)은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추어 이를 인사위원장에게 보고하고 대표이사의 승인을 받아 직원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인사위원회에 부의하게 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러한 취업규칙 제66조 제1항의 절차는 참가인 회사의 징계권 행사에 신중을 기하려는 절차로 이해되고, 이 또한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취업규칙에 규정된 이상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에 관한 해석은 그 문언의 객관적 의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②

참가인 회사의 경영심의부 소속 직원 N은 2019. 4. 4. 원고에 대한 징계의안 등이 포함된 ‘인사위원회 소집보고’ 문건을 기안하여 결재를 올렸다. 같은 날 경영심의부장(O)이, 그 다음날인 2019. 4. 5. 참가인 회사의 인사담당 본부장(방송인프라본부장 P)이, 같은 날 참가인 회사의 대표이사(Q)가 순차로 위 소집보고 문건에 결재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와 같은 인사위원회 소집보고가 작성된 날은 2019. 4. 4.이고 참가인 회사의 대표이사가 이를 결재한 시각은 2019. 4. 5. 13:50경인데, 원고에 대한 인사위원회 개최 통보는 그보다 앞선 2019. 4. 3. 이루어졌다(을가 제5호증). 위 인사위원회 소집보고를 이 사건 취업규칙 제66조의 징계 요청으로 본다면, 인사위원회에 징계를 부의하기도 전에 징계대상자에게 인사위원회 개최의 통보를 한 셈이 되어 불합리하다.

③

위 인사위원회 소집보고에는 원고뿐만 아니라 다른 징계대상자들에 대한 안건이 인사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될 것임이 함께 명시되어 있고, 인사위원회가 심의할 사항, 위반 사규, 징계 현황, 제척 위원이 명시되어 있을 뿐인 점 등에 비추어, 해당문서의 제목과 같이 2019. 4. 8.자로 개최될 인사위원회의 구체적인 소집 일정과 안건을 내부적으로 보고한 문서로 보일 뿐, 이를 원고에 대하여 징계를 요청하는 취지로 보기는 어렵다.

④

이 사건 인사위원회 개최 당시에는 정상화위원회 활동이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해고가 정상화위원회 규정에 따른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정상화위원회의 2018. 12. 10.자 인사위원회 회부 결정을 이 사건 인사위원회 개최를 위한 징계 요청으로 볼 수도 없다.

라.

소결론

원고의 나머지 절차적 위법에 관한 주장 및 징계사유 부존재, 신의칙 위반, 징계양정 부당 주장에 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 사건 해고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대웅(재판장) 이병희 정수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