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2005. 1. 6. 설립되어 상시 14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기능성 점착소재 및 관련 제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군포시 D에 본사를, 중국 수저우, 광저우,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에 해외법인을 각 두고 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7. 4. 1. 원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중국 수저우에 있는 해외법인인 'E 유한공사'(이하 '수저우 법인'이라 한다)에서 부총경리<1>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20. 3. 19. 참가인에 대하여 2020. 4. 1.자로 원고의 국내 본사에 귀임할 것을 명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참가인은 이 사건 인사발령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20. 6. 15. 경 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F), 이에 대하여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8. 12.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참가인의 근무지가 수저우 법인으로 특정되었음에도, 원고는 참가인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함으로써 이 사건 근로계약에 정한 근무지를 일방적으로 변경시킨 것이고, 설령 참가인의 근무지를 변경할 업무상 필요성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이에 비하여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히 크므로, 결국 이 사건 인사발령은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초심판정을 하였다.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12. 2. '이 사건 인사발령은 원고의 취업규칙에 정한 절차규정을 준수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도 부당하다.'는 이유를 덧붙여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2>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나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별다른 기재가 없는 한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해외주재원은 임기가 정해져 있어 인사발령이 당연히 전제되어 있고, 원고가 참가인을 해외주재원으로 채용하면서 최초 근로계약서에 근무 장소를 '수저우 법인'으로 기재한 것은 최초 근무 장소를 지정한 것일 뿐 근무 장소를 수저우 법인으로 한정한 것이 아니다.
원고와 참가인은 이 사건 인사발령 이후 협의를 통해 국내 본사 복귀시점을 조율하여 합의하였는바, 이 사건 인사발령에 참가인의 동의가 있었다.
수저우 법인장과의 갈등, 징계처분 등 이 사건 인사발령에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였고, 그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은 통상 예견이 가능한 것들이며, 원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 전 참가인과 면담을 실시하는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모두 거쳤다.
피고 및 참가인의 주장
참가인은 중국에 계속 거주할 목적으로 원고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것처럼 근무 장소를 수저우 법인으로 한정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바, 참가인의 동의 없는 이 사건 인사발령은 위법하다.
참가인은 이 사건 인사발령에 불응하면 또 다른 징계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에 따라 국내 본사로 출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일 뿐, 이 사건 인사발령에 대해 동의한 것이 아니다.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참가인이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가족들이 뒤따를 수 없게 됨에 따라, 참가인 본인은 국내업무를 수행하는 탓에 주재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해외에 머물고 있는 가족들을 위하여 추가적인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고, 참가인과 가족들은 서로 떨어져 생활하는 내내 정신적인 고통을 겪어야 하며, 특히 참가인의 자녀들이 '중‧고교 과정 중 3년 이상을 해외에서 수학하여야 하고, 위 기간 동안 부모도 함께 해외에 체류하여야 한다.'는 국내 대학의 재외국민 특별전형 응시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 등 통상 감수할 수 없는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한다.
원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면서 해외주재원 운영규정(이하 '운영규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쟁점 및 관련 법리
첫 번째 쟁점
근로계약에서 근로 내용이나 근무 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에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전보처분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참가인의 근무 장소가 '수저우 법인'으로, 부서 및 담당 업무가 '수저우 주재원 업무 총괄'로 각 기재되어 있다(갑 제3호증). 따라서 위 법리에 비추어 참가인의 근로 내용이나 근무 장소가 특별히 한정된 것인지, 그에 따라 원고가 참가인에게 전보처분을 하려면 참가인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가 우선 문제된다.
두 번째 쟁점
근로자에 대한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전보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는 당해 전보처분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보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보처분을 할 때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사용자가 전보처분을 할 때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등 참조).
결국 원고가 전보처분에 앞서 참가인의 동의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보더라도, 위 법리에 따르면 별도로 ① 업무상 필요성의 존재, ②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 사이의 균형, ③ 성실한 협의절차 준수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비로소 정당하게 전보처분을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이 위 각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를 나아가 살펴보아야 한다.
구체적 판단
첫 번째 쟁점에 관한 판단
갑 제3, 7, 13 내지 15호증, 을나 제8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참가인의 근무 내용이나 근무 장소를 특별히 한정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전보처분 전에 참가인의 동의를 얻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원고의 해외법인은 국내 본사에서 파견된 '해외주재원'과 해외법인이 직접 현지에서 채용한 '현지채용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갑 제14호증). 여기서 해외주재원은 국내-해외간 순환근무를 하면서 해외근무기간에는 해외주재원 복리후생규정(을나 제8호증의 2)에 따라 주재수당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는 반면, 현지채용인은 순환근무를 하지 아니하는 대신 주재수당도 받지 아니한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갑 제3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① 참가인의 상대방 당사자는 수저우 법인이 아니라 원고 본사인 점, ② 참가인의 담당 업무를 '주재원 업무 총괄'로 지정한 점, ③ 참가인에게 주재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점 등에 비추어 참가인은 수저우 법인의 현지채용인이 아니라 본사의 해외주재원으로 분류된다.
또한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기타사항에도 "참가인은 원고의 사규 및 취업규칙을 준수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고, 원고의 취업규칙(갑 제13호증) 제16조 제1항은 "회사는 사원의 능력, 적성, 경력 등을 고려하여 부서의 배치, 전직, 승진 등 인사발령을 하며, 사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다.
즉, 이 사건 근로계약은 원고의 취업규칙에 정한 사용자의 전보명령 권한과 이에 대한 근로자의 준수 의무를 전제로 하여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이 어디까지나 '근무기간 동안 참가인은 오로지 중국에 거주한다.'는 조건하에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모든 문구를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조건이 반영되었다고 볼 만한 표현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주소란에 본인의 중국 주소지와 함께 국내 주소지로 보이는 '충북 옥천군 G'를 기재한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서 근무 장소를 '수저우 법인'으로 명시한 것이야말로 참가인의 근무지가 수저우 법인으로 한정되었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취지로 반박한다.
그러나 현재 원고의 전보명령에 따라 근무지를 옮긴 다른 근로자가 입사 당시 작성하였던 근로계약서에도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마찬가지로 근무 장소와 담당 업무가 하나씩 기재되어 있다(갑 제15호증의 1, 2).
그렇다면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수저우 법인, 수저우 주재원 업무 총괄 외에 다른 장소나 업무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원고의 전보명령권을 배제하는 특약을 한 것이라 해석하기 어렵다.
한편, 참가인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 사건에서 원고는 참가인으로 하여금 현지채용인과 같이 현지에서만 정착하여 근무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한편으로 참가인에게 해외주재원과 같이 주재수당도 지급하는 특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처럼 원고가 유독 참가인을 위하여 해외주재원과 현지채용인의 각 장점만을 취합한 파격적인 근로조건을 제공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설령 참가인의 업무능력이 월등하여서 참가인에게 해외업무를 전담시킬 필요가 컸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참가인의 기본급여를 상향하면 될 뿐이지, 굳이 참가인에게 주재수당을 지급할 이유가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참가인은 2020. 3. 13. 원고에게 중국 광저우에 있는 원고의 해외법인으로의 전보가 고려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는바(갑 제7호증의 3), 참가인으로서도 전보가 가능함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쟁점에 관한 판단
먼저 원고가 참가인의 근무지를 수저우 법인에서 국내로 변경할 업무상 필요가 있는지 살피건대, 갑 제2, 6호증, 갑 제7호증의 3, 갑 제13호증, 갑 제15호증의 2 내지 4, 을나 제10, 25, 30, 31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함에 있어 이 사건 근로계약서상의 근무 장소나 담당 업무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 그에 합당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취업규칙 제16조 제1항에 의하면 원고는 사원의 능력·적성·경력 등을 고려하여 부서의 배치·전직, 승진 등 인사발령을 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원고는 위 취업규칙에서 정한 사유들을 고려하여 전보처분을 할 수 있기는 하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참가인의 근무 내용이나 근무 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것으로 보아 원고가 전보처분 전에 참가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근무 장소를 '중국 수저우시 수저우 법인'으로, 부서 및 담당업무를 'H(수저우 법인)/주재원 업무 총괄'로 특별히 명시하였으므로 국내에서 국내로 이루어지는 통상의 전보처분 등과는 달리 원고에 대한 전보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위 취업규칙의 적용에 있어 이 사건 근로계약상의 위와 같은 사정들이 함께 고려된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는 2020. 3. 18. '참가인이 ① 개인 일정을 위한 항공권을 원고의 회사 비용으로 부당하게 처리한 점, ② 수저우 법인장으로부터 I사무소 재고 반출에 관한 지시 및 사외재고<3> 처리에 관한 지시를 받았음에도 이를 불이행한 점' 등을 징계사유로 삼아 참가인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을 한 후, 2020. 3. 19. 참가인에게 이를 통보하였다. 참가인이 이 사건 징계처분에 대하여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제기한 구제신청과 재심신청이 각 기각되었으나(갑 제6호증), 참가인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이 사건 징계처분과 관련한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2021. 11. 5. '위 ①항 징계사유는 원징계처분의 징계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재심절차에 추가된 것으로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하기 어렵고, 나머지 징계사유의 비위 정도나 비난가능성, 참가인의 책임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징계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징계처분 관련 재심판정(J)을 취소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20구합88732).<4>
이 사건 인사발령은 원고가 2020. 3. 19. 수저우 법인에서 부총경리로서 법인장 다음의 직위에 있던 참가인에 대하여 특별히 직무를 부여하지 않은 채 2020. 4. 1.자로 본사로 귀임을 명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징계처분은 2020. 3. 18. 이루어져 2020. 3. 19. 참가인에게 통보되는 등 이 사건 인사발령과 그 시기가 겹치는 점과 수저우 법인의 법인장도 2020. 3. 31. 참가인에게 조치사유로 '본사 징계위원회의 조치사항에 따라 직무 정지되며 한국 복귀를 명함'이라고 명시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인사발령의 사유는 이 사건 징계처분의 사유를 전제로 한 것으로 여겨지는데(원고도 2023. 3. 6.자 준비서면에서 이 사건 인사발령이 임기 종료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다만 운영규정에 따라 참가인에게 해외주재원 임기 3년을 적용하여 귀임 발령 시기를 2020. 4. 1.자로 한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 사건 징계처분은 관련 행정소송에서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이유로 취소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징계사유가 대부분 인정되지 않는 등 이 사건 징계처분 관련 행정소송의 경과와 내용 등에 비추어, 참가인이 이 사건 징계처분에 관하여 2020. 3. 13. 원고에게 이메일을 보내어 수저우 법인장의 징계 발의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이에 대한 구제와 보상을 받고자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하더라도(갑 제7호증의 3) 이를 이 사건 인사발령이 필요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인사발령에 이르기까지 원고가 사외 재고 등을 문제삼아 주재원에게 인사발령을 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점과 이 사건 인사발령에 특별히 담당 직무가 명시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참가인의 근무지를 국내 본사로 변경할 업무상 필요성이 긴급을 요한다거나 그 정도가 크다고 볼 사유도 없다. 또한 수저우 법인에서 부총경리는 현재까지 공석으로 남아 있는데, 이에 위와 같이 이 사건 인사발령에 의한 참가인의 담당 직무가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점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인사발령을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해외주재원 순환근무라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원고가 그 취업규칙 제16조 제1항을 적용하여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함에 있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무 장소나 담당업무 등을 제대로 고려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원고는, 참가인이 원가역량 테스트에서 지속적으로 불합격하는 등 수저우 법인에서의 업무에 부적합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오히려 '원가역량 테스트 결과만으로 대상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참가인에게 부여된 직무환경과 상황에 대한 불리함이 있었다고 보여지며, 정상적인 테스트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되고, 많이 힘들었던 법인에 기여하는 등 만장일치 찬성' 의견 등을 반영하여 원고가 참가인의 수저우 법인에서의 성과를 높게 평가함으로써 참가인은 2018. 11.경 차장에서 부장으로 특별승진하였는바(을나 제10, 25호증), 원고의 주장처럼 참가인이 수저우 법인에서의 업무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인지도 의문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인한 참가인의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인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12, 19, 23호증, 을나 제3 내지 7, 20, 21, 23, 36, 37, 39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인사명령은 참가인에게 상당한 생활상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그 불이익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을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2012. 2. 1.부터 가족들(배우자 및 자녀 2명)과 함께 중국에 거주하였던 참가인은 원고를 비롯한 여러 회사의 해외주재원으로 근무를 하면서 생활기반을 마련하였고, 2005년생과 2013년생인 참가인의 자녀들은 모두 중국 국제학교 등에 재학 중으로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준비하고 있다. 참가인은 이 사건 인사명령에 의하여 2020. 7. 22.부터 가족과 떨어져 원고의 국내 본사에서 근무 중인바, 이 사건 인사명령으로 참가인이 가족들과 별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가족들과 왕래하기 위해서는 항공기를 이용해야 하는 등 적지 않은 경제적 비용과 시간이 소요됨으로써 가정생활상 환경의 중대한 변화가 초래되어 상당한 생활상의 불이익을 겪게 되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방역을 위하여 항공편 이용이 제한되고 격리기간 등 입출국 절차가 통제되었던 사정 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참가인은 이전에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K 광저우법인 측의 한국법인 근무 제안을 거절하고 2017. 4. 1. 주재원 근무가 가능한 회사 중 원고 회사에 입사하였으므로 중국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입사하게 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고, 원고도 면접 등을 통하여 이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 측은 주재원들과 근로계약서 외에 중국 행정당국에 신고할 노동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데, 그 무렵 참가인이 수저우 법인과 작성한 노동계약서가 중국 내 거류증 및 취업증 연장을 위한 형식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2019. 5. 20. 수저우 법인과 재차 노동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근로기간을 2023. 4. 16.까지로 정하였고(을나 제7호증의 2), 이에 따라 참가인이 중국 내 외국인 근무허가 연장을 신청하였으므로(갑 제19호증), 참가인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23. 4. 16.까지 수저우 법인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신뢰하였을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L는 2012. 9. 1., M은 2015. 4. 1., N은 2015. 11. 9. 각 해외주재원으로 입사한 후 현재까지 동일한 장소에서 5년 이상 근무하고 있고, O, P도 원고 해외법인에서 약 5년가량 근무하는 등 원고 해외법인에서 약 5년 내지 5년 이상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한 경우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인사명령은 참가인에 대하여 2020. 4. 1.자로 원고의 국내 본사에 귀임할 것을 명하는 것으로 그동안 참가인의 중국 거주 기간 등에 비추어 참가인이 이 사건 인사발령 통지일인 2020. 3. 19.로부터 1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에 주거를 마련하고 나머지 가족들의 체류문제 등 중국에서의 생활을 해결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원고의 2020. 4. 8.자 복귀명령에 의하여 참가인의 국내 본사 출근일자가 2020. 4. 24.로 늦춰진 것을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5>
참가인은 원고에 입사하기 전인 2012년부터 중국에 생활근거지를 두고 다른 기업의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하기도 하였는데,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원고의 국내 본사에서 근무를 하면 주재원 수당뿐 아니라 가족수당, 주택수당, 약 1,700만 원의 자녀학자금 등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어 총 급여가 상당히 줄어든다.
나아가 갑 제7호증의 3, 4, 을나 제2호증의 2, 을나 제8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취업규칙에서 정한 절차 및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운영규정(을나 제8호증의 1) 제4조는 제1항에서 "주재원의 임기는 발령일로부터 3년으로 하되 임기 말은 해당년도 6월 또는 12월로 한다. 다만 결격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4년 임기를 권장한다. 주재원의 임기는 본사의 결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고, 제2항 및 제3항에서 '해외주재원의 임기 종료 6개월 전에 본인에게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한 의사를 확인한 다음, 대표이사의 승인으로 해외주재원의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하며, 그 결과는 임기 종료 3개월 전까지 본인에게 통보한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으며, 그 부칙 제3조 제1항에서 '본 규정은 2017. 8. 8.에 제정되었으며, 2017. 8. 1.부터 그 효력을 발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함에 있어 운영규정에 따라 참가인에게 해외주재원 임기 3년을 적용하여 귀임 발령 시기를 2020. 4. 1.자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면서도 위 귀임 발령일로부터 불과 약 10일가량 전인 2020. 3. 19.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함으로써 적어도 운영규정 제4조 제3항에서 정한 '3개월 전까지 본인에게 통보'한다는 절차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규정은 정해진 임기 연장 시 적용되는 절차 규정이지, 이 사건 인사발령과 같은 전보처분에 의한 본사 귀임 발령 시 적용되는 절차 규정이 아니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운영규정은 해외주재원의 복무와 복리후생에 대한 기준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제1조), 운영규정을 제정한 취지, 규정의 형식 및 내용,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운영규정 제4조는 근로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것으로서 해외주재원에게 최소한의 임기를 보장하여 안정적으로 근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갑작스러운 임기 종료 또는 귀임 발령으로 인한 해외주재원의 예기치 못한 생활상 불이익을 방지하며, 위와 같은 임기 종료 또는 귀임 발령 등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주기 위한 것으로 오히려 이러한 경우 본사로 귀국해야 되는 해외주재원에게 더 적용될 필요성이 있는 규정이라고 할 것이어서 원고의 주장과 같은 전보처분의 경우에도 운영규정 제4조의 일부 규정은 유추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참가인이 2020. 3. 10. 원고의 대표이사와 이 사건 징계처분과 국내 귀임 발령 등에 관하여 면담을 나눈 사실, 참가인이 2020. 3. 13. 원고에게 "본사 귀임 및 재도약의 기회를 제안해 주신 점은 최선의 배려라고 생각하며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주재원 하차는 의미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2020. 3. 13.자 이메일에는 "2020. 3. 10. 긴 시간 사장님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지만 예상 못했던 가혹한 처분에 당황하여 그 땐 다하지 못했던 생각을 정리하여 다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중략) Q 팀장에게 몇 차례 관련된 내용에 대한 문의와 연락을 해보았지만, 이미 예상했던 답변만 돌아오네요. 다 준비된 과정임을 제가 한 번 더 확인해 본 정도일 뿐입니다. (중략) 제 잘못의 내용이나 경중에 관계없이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그 결론을 끝까지 고수해야 하는 조직의 입장이나 상황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까지는 알겠습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중국 광저우에 있는 법인으로 전보가 가능한지 등에 대해 문의하는 취지의 내용 또한 기재되어 있는바, 2020. 3. 10. 이루어진 면담이 형식적으로는 참가인과 협의를 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실질적인 내용을 보면 참가인과의 협의라기보다는 국내 귀임 발령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또한 원고가 참가인의 2020. 3. 13.자 이메일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변 없이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였는바, 원고가 참가인 본인과의 협의 등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제대로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참가인이 이 사건 인사발령 이후인 2020. 4. 2.경 원고의 대표이사에게, 2020. 4. 7. 원고의 경영기획팀장에게 각 유선으로 본사 출근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을 뿐 아니라, 2020. 4. 14. 원고에게 '이 사건 인사발령이 모든 면에서 합당하므로 이를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취지의 이메일까지 보냈는바, 이로써 원고가 사후에나마 참가인과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쳤고, 참가인으로부터 이 사건 인사발령에 관하여 명확한 동의를 얻은 것이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에 위법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주장하는 위 사실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인사발령 이후에야 비로소 이루어진 것들인 점에 비추어 이러한 사유를 들어 원고가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제대로 거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참가인의 표현이 표면적으로는 이 사건 인사발령에 동의한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 2020. 4. 14.자 이메일의 주된 내용은 참가인이 수저우 법인 자체의 이 사건 인사발령 관련 후속 조치(을나 제2호증의 2)에 위법이 있음을 다투는 것으로서 이 사건 징계처분과 관련하여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바, 참가인이 사실상 이 사건 인사발령의 전제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이 사건 징계처분을 계속 다투겠다는 것으로 보아 참가인이 일응 이 사건 인사발령을 준수하겠다고 해서 이 사건 인사발령의 정당성까지 인정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참가인의 위와 같은 표현은 이 사건 인사발령에 불응하면 또 다른 징계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일단 이를 따르겠다는 취지로 해석이 가능한 점, 실제로 참가인이 이 사건 인사발령의 위법을 주장하며 2020. 6. 15.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이 사건 인사발령에 명확하게 동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인사발령은 그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참가인에게 상당한 생활상 불이익을 주는데다가 원고가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부당한 전보처분에 해당한다.
소결
이 사건 인사발령이 부당하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결론에 있어 적법하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황의동(재판장) 위광하 홍성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