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1. 27. 선고 2022나2008021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원고들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 A, B, C, D, E이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 F, G, H, I, J, K, L, M, N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

3.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 판결문 제12쪽부터 제14쪽 사이의 글상자를 아래 글상자로 교체하는 것 외에는 제1심 판결 제1항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다만 분리·확정된 제1심 공동원고들에 대한 부분 제외한다).

2.

원고들의 주장

가.

이 사건 도급계약은 피고가 이 사건 수급업체에 중장비 운영 업무 자체를 도급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수급업체로부터 중장비 운전 근로자들인 원고들을 공급받은 것으로 그 실질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

나.

따라서 파견법의 직접고용간주조항 또는 직접고용의무조항에 따라 ① 원고 A, B, C, D, E이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② 피고는 원고 F, G, H, I, J, K, L, M, N을 각 고용하여야 하므로 위 원고들에게 각 고용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①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⑤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 및 갑 제2, 13, 17부터 20, 23, 24, 26부터 29, 31, 43, 48, 50, 55, 66부터 77, 80부터 83, 85, 96, 97, 99, 100, 103, 107, 108, 111, 112, 118부터 123, 135, 136, 144, 146, 148, 175, 176, 179, 189, 205호증, 을 제14부터 26, 37부터 40, 43부터 45, 47, 57, 58, 60호증의 각 기재와 음성,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들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으며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업무수행에 관한 피고의 상당한 지휘·명령 행사 여부

가)

원고들이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피고의 시멘트 생산공정단계별로 수행하는 중기운전업무(이하 이를 통틀어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라 한다)는 다음과 같은데, 그 구체적인 작업내용은 주로 이 사건 중장비를 운전하여 원료 등을 운송하여 정리·적재하고, 각 저장고의 바닥 아래에 설치된 호퍼에 원료 등을 밀어 넣어 호퍼가 비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나)

원고들이 원료 등을 투입하는 호퍼 밑 배출구에는 전자제어식 밸브가 설치되어 있어서, 각종 원료들은 그 투입비율이 전자동으로 조정되어 분쇄기(Mill)로 이동하며, 위 분쇄기에서 원료들이 배합되고 분쇄되어 시멘트 완제품이 생산되는데, 피고 소속 직원들은 COP(중앙운전실, Central Operating Panel)에서 분쇄기 및 각종 장치를 원격제어하고 작동상태를 모니터링하여 최적의 가동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위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를 담당하는 원고들로서는 그 제조과정을 전체적으로 통제·관리하는 피고 직원들의 업무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다)

원고들의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는, 매일 고정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로 미리 배정된 작업자가 배차된 중장비를 운전하여 작업을 수행하는 업무(위 표 중 ②, ④, ⑤, ⑥, ⑧, ⑨항이 이에 해당한다. 이하 이를 통틀어 '고정작업'이라 한다)와 비정기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로 피고가 이 사건 수급업체 현장관리자에게 필요한 작업내용을 전달하면 현장관리자가 작업자 배정 및 중장비 배차를 실시하여 해당 작업자가 위 작업을 수행하는 업무(위 표 중 ①, ③, ⑦, ⑩, ⑪항이 이에 해당한다. 이하 이를 통틀어 '비고정작업'이라 한다)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원고들의 위 업무에 관하여 작성되는 '일일작업 안전일지'의 작성자는 이 사건 수급업체 현장관리자이기는 하나, 고정작업에 관하여는 그 내용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고, 비고정작업에 관하여도 위 현장관리자가 피고 직원으로부터 구체적인 업무내용을 전달받아 이를 수기로 기재한다.

나아가 피고 직원들은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를 수행하는 원고들에게 직접 휴대폰 등으로 의사연락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업무지시를 하거나 보고를 받았고, 피고 직원이 이 사건 수급업체 현장관리자에게 지시를 한 경우에도 위 현장관리자는 그 업무요청 사항을 별다른 변경 없이 원고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이루어졌다.

라)

이 사건 수급업체 현장관리자로 불리던 근로자 중 '조장'은 관리업무를 전담하는 직책이 아니었고(중기운전업무도 함께 수행하였다), 실질적인 관리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는 관리감독자로서 대리 직급인 직원과 현장관리자로서 반장인 직원 2명에 불과하였는데, 이들은 3교대 근무시간 중 일부 시간대에만 근무하였으므로 원고들의 근무시간 전반에 관하여 이를 관리·감독하는 이 사건 수급업체 직원은 존재하지 않았다(위 전담 현장관리자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직원이 직접 원고들에게 업무지시를 하였다).

마)

COP에서 시멘트 제조과정을 통제·관리하는 피고 직원들은, 호퍼 안에 원료 등이 충분히 적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원고들에게 투입이 필요한 호퍼와 투입할 원료의 양 등을 구체적으로 지정하여 지시하는 등,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종 원료 및 자재를 투입하는 시기와 투입량, 투입지점 등을 직접적으로 지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호퍼에는 충분한 저장공간이 있어 피고의 직접생산공정과 원고들의 원료 투입업무가 실시간으로 연동되지 않았고, 각 원료의 투입비율도 전자동으로 조정되어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투입시기, 투입량 등을 지시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주장과는 달리 원고들이 원료 투입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피고 소속 직원들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은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또한 피고가 원고들에게 일상적인 작업지시를 한 적이 없더라도, 이는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이 전부 원고들 또는 이 사건 수급업체에 있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가 단순·반복적인 업무여서 업무지시가 상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도급계약만으로는 원고들의 구체적인 업무내용이나 방식, 수행시기 등이 특정될 수 없고, 시멘트 제조과정과 이에 수반되는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의 상호 연관성에 비추어 보면, 피고 소속 직원들이 통제·관리하는 시멘트 제조 공정의 각 단계 및 상황에 맞춰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의 내용이나 방식, 수행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므로, 이에 따른 피고 소속 직원들의 원고들에 대한 업무지시는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바)

이러한 피고의 구체적인 업무지시는 다른 작업과정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즉 위 ④항 기설탄 정리·투입작업시에는, 피고가 설치한 경광등에 불이 들어오면 원고들이 투입작업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작업시점에 관한 피고의 지시가 이루어졌고, ⑤항 순환자원 저장고 투입·상차작업시에는, 피고가 칩타이어와 합성수지 등 순환자원의 혼합비율을 정한 뒤 이를 현장관리자를 통하여 원고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시하였으며, ⑨항 폐석 운반작업 및 ⑩항 A광산 유연탄 등 야적 작업시에는, 피고가 공장 내 적치장소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원고들의 업무수행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였다.

특히 ⑦항 소성로 보수작업시에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작업대상과 작업구간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원고들이 공동작업을 하기도 하였다. 피고의 동해공장에는 총 7개의 소성로(Kiln)가 있고, 보통 1년에 소성로 1개 당 2~3회 정도의 보수가 필요하며, 소성로 1개의 보수에는 회당 10일 정도의 작업시간이 소요되는데,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소성로 내부에 '수리가 필요한 내부 코팅 및 연와(내화벽돌)의 위치'를 스프레이 등으로 표시하여 두면, 원고들이 이 사건 중장비 중 굴삭기를 이용하여 손상된 부위의 코팅을 제거하고 연와를 걷어내는 작업을 한 후, 외부 전문업체 작업자가 다시 연와를 쌓고 코팅을 입히는 작업을 하였다. 위 작업 이후 피고의 검사 결과 추가 작업이 필요한 경우,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손전등으로 작업구간을 다시 지정하면 원고들이 추가 작업을 수행하였다. 소성로 보수작업에 있어 소성로 내부를 검사하여 보수 여부를 판단하는 보수 부위 특정작업이 전체 보수작업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이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단순히 원고들에게 도급계약 이행을 위한 정보를 전달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원고들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소성로 보수작업을 협업하였다고 봄이 옳다.

사)

피고는, 이 사건 수급업체가 소속 근로자의 인원현황에 맞추어 근무조를 편성하고, 일일작업 안전일지 작성을 통하여 해당 작업의 작업인원 및 작업장비를 배정하는 등 실질적인 작업배치권을 행사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에 투입되는 작업인원 및 작업장비는 이미 사전에 정해져 있었거나 피고의 지시에 따라 피고가 정한 작업내용에 맞춰 배정된 것에 불과할 뿐, 달리 이 사건 수급업체가 독자적인 판단 아래 작업인원 및 작업장비를 배치하였거나 작업방식을 정하였다 보기는 어렵다.

아)

위와 같은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당한 수준의 지휘·명령을 행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원고들의 피고 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편입 여부

가)

원고들이 수행한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시멘트 생산 공정을 지원하는 것으로서 그 생산 공정과 기능적인 측면에서 분리될 수 없고, 그 작업성과는 시멘트 생산 공정의 소요시간 및 작업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원고들이 수행하는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는 시멘트 생산이라는 단일한 목적 아래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시멘트 생산 전체공정과 밀접하게 연동되는 것으로서 유기적·기능적으로 연속하여 진행되는 작업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생산계획에 따라 원고들의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의 횟수와 업무량이 정해질 수 밖에 없고, 이는 피고의 시멘트 생산 공정과 멈춤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원고들의 근무시간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4조 3교대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는 사정들이다.

나)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자동화된 설비를 직접 기동·관리하는 업무)와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자동화된 설비에 투입되는 원료 등을 중장비를 이용하여 정리·적재하거나 이를 위 설비에 직접 투입하는 업무)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각 세부 작업이 서로 맞물려 있다. 원고들이 이 사건 중장비를 운전하여 원료 등을 운송하여 정리·적재하고, 호퍼에 원료 등을 투입하는 작업 등을 수행함에 있어,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원고들 사이에는 광범위하게 협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실제로 피고 직원들의 지시와 원고들의 이에 따른 업무수행으로 그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원고들은 유기적으로 맞물린 세부 공정들을 실행함에 있어 분업적 협업관계를 통하여 시멘트 생산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으므로, 비록 그 업무의 내용·범위에 관한 개념적 구분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각 공정별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원고들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편성되어 각 공정의 해당 업무를 분담하여 수행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

피고 소속 근로자들 중 원고들과 동일한 공정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는 없고, 원고들이 항상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한 장소에서 혼재되어 공동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고들이 반드시 물리적으로 동일한 장소에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상시적으로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에만 피고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분업적 협업관계를 통하여 시멘트 생산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하였음이 인정되는 이상,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3)

이 사건 수급업체의 원고들에 대한 독자적인 인사권 행사 여부

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는 인건비를 산정기준으로 삼아 이 사건 수급업체에 지급할 도급비를 책정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수급업체는 오로지 피고가 산정한 도급비를 기준으로 원고들의 임금 등을 결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의 기본급, 호봉, 학자금 지급현황, 퇴직연금 가입 여부 등 상세 근로조건을 피고에게 보고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이 사건 수급업체가 인력충원, 정년연장, 호봉승급 등 근로조건에 관한 중요 결정을 함에 있어서는 피고와의 협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는 이 사건 수급업체에 교육자료를 전달하면서 원고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등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에 투입되는 이 사건 수급업체 소속 직원들에 대한 교육훈련에 관하여도 구체적으로 지시·관여한 점, 원고들이 이 사건 도급계약상의 안전수칙을 위반하거나 피고의 작업지시를 위반하는 경우, 피고는 작업금지, 경위서 작성, 일정기간 출입금지 또는 영구 출입정지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등, 피고는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 수행과 관련하여서는 원고들에게 실질적으로 징계와 유사한 불이익 처분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점까지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와 관련하여 이 사건 수급업체가 원고들에 대한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이 사건 수급업체는 별도의 채용절차를 거쳐 직원을 선발하였고, 소속 직원에 대하여 인사권과 징계권 등을 행사하였으며, 노사협의조직을 통하여 근로조건을 협의하였다. 그러나 파견법이 정하는 파견사업주(제2조 제3호)의 개념은 이미 조직적·물적 실체를 갖추고 그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인사권 등의 권한을 가지는 법적 존재를 상정하고 있다. 즉 파견법 등의 법령에 따르면, 소속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해고하며, 임금을 지급하고 휴가를 부여하는 주체는 원칙적으로 파견사업주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들이 있다고 하여 이를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음을 부정할 수 있는 징표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어렵다(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도급계약 또는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 수행과 관련하여서는,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인사권 등을 행사하였거나 그러한 권한이 있음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4)

이 사건 도급대금의 성격 및 이 사건 도급계약의 목적인 업무의 특정 여부와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여부

가)

이 사건 도급계약에는 계약금액이 총액으로 산정되어 있고 이는 원고들의 인건비 등을 산정기준으로 하여 책정되었다. 즉 이 사건 도급계약은 이 사건 수급업체가 제출한 도급비 산정내역 및 급여표를 기초로 피고가 그 자료를 확인한 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계약금액이 산정되었는데, 이 사건 수급업체가 제출한 자료에는 원고들에 대한 급여 내역 및 기타 이 사건 수급업체의 운영비용 내역이 기재되어 있고 피고는 이러한 내역을 모두 반영하여 도급대금을 산정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도급계약의 계약금액은 완성된 물량이 아니라 사실상 이 사건 수급업체가 투입한 근로자의 인건비를 기초로 산정되었던 것이어서, 위 계약금액은 중장비운전업무 종사자가 투입한 노동력의 양과 근로시간에 대한 대가적 성격으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이 사건 도급계약은 피고가 이 사건 수급업체에 위탁한 업무를 '중기의 운전 및 중기의 제반관리'로 포괄적으로만 규정하였고, 구체적인 업무 내역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업무 지시 등을 통하여 특정되었다. 또한 앞서 든 증거들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은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중기의 운전 및 중기의 제반관리'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도 수행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이러한 점까지 더하여 보면, 이 사건 도급계약 당시 그 계약의 목적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원고들이 이 사건 중장비에 관한 특수면허 등 중장비 운전에 필요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는 중기운전에 필요한 기본적인 면허자격과 운전자의 업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숙련도만 요구될 뿐, 수급업체 또는 소속 근로자의 전문성·기술성 여부에 따라 그 업무성과가 크게 달라지는 성격의 업무가 아니므로,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가 전문성·기술성을 요하는 업무로서 반드시 전문성을 가진 수급인과의 도급계약을 통해서만 실행가능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실제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수급업체가 중기운전업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전문성·기술성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

5)

이 사건 수급업체가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 등

가)

이 사건 수급업체는 피고만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이 사건 수급업체의 내부 조직은 오로지 이 사건 도급계약의 수행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존재하였다. 또한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 수행의 필수적인 설비인 이 사건 중장비 및 기타 부속설비는 모두 피고가 소유하고 있고, 이 사건 중장비 관리비용도 피고가 부담하였다.

즉 이 사건 수급업체는 피고와의 이 사건 도급계약 이외에 별도의 사업 영역을 확보하거나 추가적인 이윤 획득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인적·물적 조직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

나)

이 사건 수급업체가 일정한 인적 조직을 갖추고 이를 통하여 업무지시, 업무보고, 근무교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소속 근로자에 대한 4대 보험 가입·근로소득 원천 징수도 시행하고 있고, 노사협의도 하는 등 사업체로서의 기본적인 조직 체계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모든 것이 결국 피고와의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및 이에 따른 이 사건 중기운전업무 수행을 위한 것이거나 이에 수반하여 필요한 사항들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수급업체가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다)

피고는, 1998년 구조조정에 따라 피고가 영위하고 있던 '중기사업'을 분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피고 소속의 중기사업부가 분사하여 이 사건 수급업체를 독립적으로 설립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이 사건 수급업체의 대표는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모두 피고의 퇴직 간부들인 점(이들의 인사기록카드에는 피고가 이들을 '이 사건 수급업체의 사장으로 보직임명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② 이 사건 수급업체의 자본금은 5,000만 원에 불과하여, 피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이 사건 중장비를 이 사건 수급업체에게 대여하지 않는 한, 이 사건 수급업체가 자신들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업설비를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처럼 이 사건 수급업체 설립 당시 이 사건 중장비 등 피고의 물적 조직은 분리하지 않고 피고의 인적 조직만 분리하여 이 사건 수급업체로 그대로 이전한 것이어서 이를 '중기사업'의 완전한 분리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점, ④ 더구나 위와 같이 분리된 인적 조직마저도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다시 피고 공장에 배치되어 이 사건 수급업체 설립 이전에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였던 것과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위 구조조정은 일반적인 사업분리와는 달리, 단지 인력 운영의 유연성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중간 결론

1)

원고 A, B, C, D, E이 별지 목록 표 '입사일'란 기재 각 해당 날짜에 이 사건 수급업체에 입사하여 피고 공장에서 피고와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으면서 2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무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위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제정파견법의 고용간주규정에 따라 위 원고들이 이 사건 수급업체에 입사하여 피고를 위하여 근로를 제공한지 2년을 초과한 날인 별지 목록 표 '고용간주일'란 기재일에 직접 고용이 간주됨으로써 피고의 근로자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위 원고들로서는 근로자지위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2)

원고 F, G, H, I, J, K, L, M, N 역시 별지 목록 표 '입사일'란 기재 각 해당 날짜에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이 사건 수급업체에 입사하여 피고 공장에서 피고와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으면서 2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무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는 ① 2012. 8. 2. 이전에 이 사건 수급업체에 고용된 날부터 2년의 기간이 초과된 원고 F, G, H에 대하여는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4호에 따라 위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에, ② 파견법이 시행된 2012. 8. 2. 당시 이 사건 수급업체에 고용된 날부터 2년의 기간이 초과되지 않은 원고 I, J, K에 대하여는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위 2012. 8. 2.부터, ③ 2012. 8. 2. 이후에 이 사건 수급업체에 고용된 원고 L, M, N에 대하여는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고용일로부터 해당 원고들을 각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는 구 파견법 또는 파견법의 고용의무규정에 따라 위 원고들에 대하여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 중 원고들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 A, B, C, D, E이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며, 피고에 대하여 원고 F, G, H, I, J, K, L, M, N에게 고용의 의사를 표시할 것을 명한다.

판사 정경근(재판장) 이호재 민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