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상시 약 5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근로자 파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2020. 5. 26. 설립된 후 2020. 7. 2.경 관할관청으로부터 3년(2020. 7. 2.~2023. 7.1.)의 허가기간 동안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 제10조 제1항에 따른 근로자 파견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신규허가를 받았다.
원고는 위 허가를 받은 후 2020. 8. 1.경 인천 남동구 E에서 방역마스크 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인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한다)과 사이에 근로자 파견계약을 체결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파견계약’이라 한다),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20. 8. 21. B 및 C(이하 이들을 함께 지칭할 때에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근로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파견계약에 따라 F에서 원고의 파견근로자로서 근무하도록 할 것을 목적으로 한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일용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20. 8. 24.경부터 F의 사업장에 출근하여 생산된 방역마스크 포장 등의 업무에 종사하였는데, 2020. 9. 5.경 일과를 마친 뒤 F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료 근로자들이 회원으로 가입된 소셜미디어 단체채팅방에서 강제로 퇴장을 당하고, 2020. 9. 6.경 F 측으로부터 더 이상 사업장에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원고는 2020. 9. 7. 이 사건 근로자들의 급여계좌로 2020. 9. 5.까지 미지급된 임금을 일괄하여 지급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20. 10. 20.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2020. 9. 5. 원고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하였고(G),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2. 29. 원고가 그 사유와 절차를 갖추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근로자들을 부당하게 해고하였음을 인정하면서, 원고에게 해고기간 동안 이 사건 근로자들이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명하였다.
원고는 초심판정이 있은 직후인 2020. 12. 31. 폐업을 하면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D),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5. 10. ‘원고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과의 근로관계가 2020. 9. 25.경 종료되었으므로 이는 해고에 해당하고,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여 부당하다’는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내지 8호증, 을 제2,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1>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고한 적이 없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F에서 더 이상 일하지 못하게 된 후 원고로부터 파견사업장의 변경을 제안 받았으나 정당한 이유 없이 이에 불응하면서 근로제공을 거부하였는바, 이는 근무지 변경의 요건으로서 동의권을 남용한 것이어서 부당한 것이다.
이처럼 이 사건 근로자들이 부당하게 파견사업장의 재배치 내지 전직에 관한 인사명령에 불응하였고 그로부터 17일 간에 걸쳐 근로제공의 의사를 표시하지도 아니한 채 출근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묵시적으로 사직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고, 이로써 원고와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의 근로관계는 종료되었다.
나아가 이 사건 근로자들처럼, 사용자 측에 새로운 파견사업장을 알아봐 줄 것을 요구하지 아니한 채 장기간 출근하지 아니하는 경우는 사회통념상 근로관계가 자동 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원고의 거동을 실질적으로 해고를 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
관계 규정
별지 관계 규정 기재와 같다.
관련 법리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중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2148 판결 등 참조).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음을 전제로 그 해고의 부당함을 다투는 경우에는 해고 통보가 있었던 사실에 대해 근로자가 이를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사용자로부터의 명시적인 해고 통보가 없었더라도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해고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근로자 측이 묵시적으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이라거나 근로관계가 자동 소멸되었다는 등의 다른 근로관계 종료 사유를 주장하는 경우라면, 근로자와의 근로관계 종료 원인이 해고가 아닌 이와 같은 자발적인 의사결정으로서 사직 내지 자동 소멸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사용자 측이 이를 증명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8. 8. 16.자 2018두43941 판결로 심리불속행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8. 5. 4. 선고 2017누84329 판결 등 참조).
근로관계의 종료 여부 및 그 사유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명시적으로 해고 통보를 한 적은 없었던 사실, 이 사건 근로자들이 F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된 2020. 9. 6. 이후 일정 시점에 원고와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사실에 관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다만 이와 같이 근로관계가 종료하게 된 원인에 관하여,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는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파견사업장의 변경을 요구하다가 여의치 아니하자 잔여 임금을 정산․지급하면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더 이상 근로제공의 기회를 주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아니한 조치가, 실질적으로 해고를 한 것이라고 본 반면,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 파견사업장 변경에 관한 정당한 인사상의 조치에 대해 불합리하게 응하지 아니하면서 묵시적으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거나, 이로써 사회통념상 근로관계가 자동소멸된 것이라는 등의 대립되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갑 제8, 13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 등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 묵시적으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거나 원고와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 근로관계가 자동소멸된 것으로 취급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는 없다. 오히려 위 각 증거, 갑 제6, 7호증, 을 제1, 4 내지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원고는 실질적으로 2020. 9. 6. ~ 9. 25. 사이에 이 사건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는 2020. 9. 6.경 F 측으로부터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해 이 사건 파견계약에 기한 파견근로자로서의 사용거절에 관한 통지와 함께 파견근로자의 교체를 요구받자 이 사건 근로자들을 통해 그 경위를 파악하고 필요한 대응을 하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F 측의 위 교체 요구를 수용하여 B에게 안산시 단원구에 소재한 전자부품제조업체인 H 주식회사, 또는 안산시 단원구에 소재한 사출성형업체인 I 등에서 근무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고, B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근로자에 대한 인사 조치로서 전직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같은 취지의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두20447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근로계약은, 애당초 이 사건 근로자들이 원고의 사업장에서 근무할 것을 예정하는 통상의 근로계약이 아니라, 원고와 근로자 파견계약이 체결된 외부의 파견사업장에서 근로제공을 하도록 되어 있는 파견근로계약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원고의 사업장 내에서 보직이나 업무가 변경되는 통상의 전직처분과는 성질이 다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도 원고의 요구에 따른 파견근로를 위한 근무지 변경 시에는 이 사건 근로자들의 사전 동의를 전제로 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가 있어야 함을 따로 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근무지 변경의 전제로 이 사건 근로자들과의 합의를, 통상의 전직처분 등 인사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를 설득하고 생활상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행하는 ‘협의’와 동일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특히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모두 F과 동종의 ‘J’라는 마스크 제조업체에서 동종의 포장업무에 종사했던 사람들로서, 이러한 근무경력을 바탕으로 F에서 근무할 것을 전제로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며, 임금이나 근로조건도 이를 반영하여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근로자들이 F으로부터 파견근로자로서 사용거절을 당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자들과의 합의 없이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만으로 이 사건 근로자들을 뚜렷하게 구별되는 다른 종류의 제조업종인 전자부품 제조업체, 사출성형업체로 파견하여 근로를 제공하게 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B이 위 업체에 근무하는 것에 관한 원고의 제안을 거절한 행위가 이 사건 근로계약상 근무지 변경에 관한 동의권을 남용한 불합리한 행위라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사용자의 인사처분에 응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직이란 근로자가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사용자와의 사이에 존재하는 근로관계를 장래를 향하여 종료시키는 것을 말한다. 사직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등은 별도의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나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자유로이 사직할 수 있고, 사직의 의사표시는 객관적으로 명확하고 확정적으로 표명되어야 할 것이나, 근로자의 행위나 태도 등에 의하여 묵시적 의사표시로서 추인될 수도 있다.
B은 F의 사업장에서 근무하지 못하게 되고 원고로부터의 위와 같은 근무지 내지 파견사업장 변경에 관한 제안을 거절한 다음, 2020. 9.경 원고의 관여 없이 스스로 다른 사업장을 찾아 노무를 제공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일용직으로 하루가량 근로한 데에 불과하였고, 이는 2020. 9. 6. 임금을 정산 받은 후 소득이 없게 되자 생계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행동으로 봄이 타당하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근로자들은 원고의 사업장이 아닌 원고와 근로자 파견계약을 체결한 외부의 파견사업장에 출근하여 근무할 것을 전제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설령 이 사건 근로자들이 원고의 사업장에 출근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근무할 파견사업장이 정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는 이를 일률적으로 무단결근으로 보거나 이로써 더 이상 원고에 대해 근로를 제공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목적이나 취지상 새로 근로를 제공할 장소를 제공할 의무는 사용자인 원고에게 있다고 할 것이므로, F을 대신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이 근무할 적절한 파견사업장을 다시 물색하여 근무하도록 이 사건 근로자들을 설득하거나 그와 같은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이 사건 근로자들과 연락을 취할 책임은 1차적으로는 원고 측에 있다고 봄이 타당한데, 원고 측은 2020. 9. 6.경 이후로 더 이상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함이 없다가 B의 부친이 2020. 9. 24.경 원고의 감사 K에게 이와 같은 원고 측의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항의하자 비로소 ‘일이 없어서 조금 쉬라고 한 것인데, 이제는 일이 있으니 다시 입사시켜 드리겠다’라고 답변하기도 하였는바, 이 사건 근로자들이 2020. 9. 6.경 이후로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데에 어떠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원고의 직원이자 이 사건 근로자들을 관리한 L은 이 사건 근로자들의 신상이나 노무관계와 관련하여 B과만 연락을 취하였고 B이 C에게 L의 이야기를 전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C 또한 원고 측에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해지 또는 종료에 관한 의사표시를 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계속 근로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일 뿐, 원고에 대해 묵시적으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근로계약상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이 적극적으로 사용자인 원고에 대해 새로운 파견사업장을 알아봐 줄 것을 요구하지 아니한 사정만으로 사회통념상 근로관계가 자동 종료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 F으로부터 사용거절을 당한 후 마땅히 파견근무를 시킬 사업장이 없게 되자 원고들에 대해 임금을 정산하여 지급한 후 더 이상 출근 요구나 재취업을 위한 연락을 중단한 채 2020. 9. 7.경 이후로는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켰던 것인바, 이는 실질적으로 해고를 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고할 당시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같은 법 제27조 제2항에 따라 해고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 해고는 부당하다.
소결
원고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하여 한 해고는 사유와 절차를 갖추지 아니하여 부당하므로, 같은 취지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는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수제(재판장) 양진수 하태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