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기재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일부 고치거나 원고가 당심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해 보충하여 판단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1심 판결의 이유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다만 ‘3. 결론’ 부분은 제외한다),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일부 고치는 부분
제1심 판결문 7면 8행과 9행 사이에 다음의 내용을 추가한다.
『 (5) 갑 제1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들과 비슷한 시기인 2018. 3. 23.경 유사한 채용절차를 거쳐 계약기간 2년의 사내변호사로 입사한 G에 대하여도 피고보조참가인들과 마찬가지로 기간만료와 동시에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사실, 이와 관련하여 G가 피고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지급을 주장하면서 제기한 관련 민사소송의 제1심(서울동부지방법원 2020가합106341호)에서 G에 대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아니함을 전제로 전부 패소의 판결이 선고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위 증거만으로는 참가인들에 대해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의 결론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한편, G가 제기한 위 관련 민사소송의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1나2042116호)에서는 기간제로 채용된 사내변호사인 G에 대해서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사내변호사에 대해 갱신을 인정하는 것이 이 사건 원고(위 관련 민사소송에서는 ‘피고’의 지위였다)의 인력운영 측면에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거나 다른 변호사를 채용하여 G가 담당하던 업무를 대신하게 할 수 있다는 등의 사정은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제1심과는 달리 G에 대한 일부 승소의 판결이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
제1심 판결문 8면 3~12행을 다음과 같이 고친다.
『 (1) 원고는 종래 H 운영을 구간별로 나누어 관장해 오던 ‘I’와 ‘J공사’가 합병하면서 2017. 5. 31. 지방공기업법과 A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의 관련 규정에 따라 설립된 공기업으로서, 상시근로자 약 17,000명을 사용하여 H 전체의 건설, 운영 등 사업을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피고보조참가인들이 배치되어 업무를 수행한 E연구원은, 이 사건 당시에는 원고 사장 직속의 부설연구기관이었고, 도시철도 관련하여 ‘국가 R&D 연구업무’나 ‘외부기관과 공조한 연구과제’의 수행, ‘관련부서의 스폰서십 요청과제’에 대한 연구 및 지원 업무 등 고급의 연구 업무를 전담하여 수행하는 부서였다. 원고는 이러한 광범위한 외부 및 자체 연구 수요를 적절히 소화하기 위해 그 설립 당시부터 기간제로 철도 분야와 관련된 박사급의 전문직 연구원을 계속 채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원고가 수행하는 사업의 계속성 및 중요성, 사용하는 인력 및 사업의 대규모성에다가 E연구원이 수행한 기능 및 역할 등에 비추어 보면, 상설의 연구기관으로서 E연구원이 본래의 기능 및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려면, 개별연구과제와 관련하여 요구되는 전문성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원고 내부적으로 피고보조참가인들과 같은 박사급 전문직 연구원들에 대한 채용 수요는 상시적․계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보조참가인들의 경우 이 사건 근로계약기간의 만료시점에 이르러서도 계속 수행해야 할 연구과제가 남아 있었고, 당초의 채용 목적에 따른 인력 활용의 필요성, 업무 및 조직에의 적합성이 인정되어 E연구원장이 먼저 원고 본부에 그러한 사정을 소명하면서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한 계약 연장의 요청까지 하였던 점을 보태어 보면, 원고가 갱신 여부와 관련하여 주장하는 원고 수행의 사업 내지 업무와 관련된 근로관계 유지의 필요성 내지 적합성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하여 종전 이 사건 근로계약과 동일한 조건 하에서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것을 거절하는 데에는 뚜렷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에서 원고도 갱신거절의 사유로 피고보조참가인들이 박사급 전문연구원으로서 자질이나 역량이 부족함을 지적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또한, 만약 원고의 입장에서 위와 같이 E연구원의 기능 및 역할 유지를 위해 박사급 전문연구원의 계속적인 채용이 필요하다면, 그와 같은 경력과 자질을 갖춘 근로자를 채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당연히 그 경력 및 자질에 들어맞는 높은 수준의 급여 지급 및 적절한 처우 보장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보조참가인들을 기간제로 채용하면서 높은 연봉을 보장했고 전문직 3급 상당의 좋은 대우를 해주었다는 점이 향후 근로계약이 갱신될 경우 원고에게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이와 같은 전제사실과는 모순되거나 부합하지 않는 것인바, 이 사건에서 원고가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해 갱신거절을 합리화할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구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원고로서는 채용시점으로부터 2년이 지난 때에 피고보조참가인들과의 종전 기간제 근로계약을 갱신하더라도, 피고보조참가인들을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근로자로 전환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다시 기간제의 근로자로 계속 근무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인정한다고 하여, 곧바로 정규직으로의 우회적인 채용경로로서 악용되거나 감독기관에 의해 채용절차와 관련된 부정행위로 간주되어 감사나 감찰의 대상이 될 여지는 없다고 보인다. 특히 피고보조참가인들은 업무직 관리규정 제3조 제1, 2호에 따른 기간제의 전문 업무직(연구개발, 경영관리, 전문기술분야 등의 전문지식, 기술, 경험을 요소로 하는 업무수행을 위하여 기간을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으로 채용된 자)의 근로자로 채용된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가 업무직에 관해 마련한 취업규칙으로서의 성질을 지닌 ‘업무직 관리규정’에 의하면, 업무직은 고령자, 실업․복지대책 일자리, 고도의 전문 직무, 휴직대체, 긴급한 사업수행 등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제6조),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결원이 발생하는 경우 정규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제7조 제1항)라고 정하고 있다. 비록 피고보조참가인들이 박사 학위를 소지한 고급의 전문직 근로자여서, 구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5호, 업무직 관리규정 제8조 제1항 단서 등에 따라 원고에 대해 장기간 근로관계가 유지된 것을 근거로 정규직원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는 아니하더라도, 적어도 상시․계속적으로 연구 업무에 종사하는 한에 있어서는 원고에 대해 계약기간의 갱신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원고도 이를 인정해 주는 것이 위 관련 규정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갱신을 인정하는 것이 정규직으로의 우회적인 채용경로로서 악용될 소지가 있다거나 채용절차와 관련된 부정행위로 간주되어 감사나 감찰의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는 등의 원고 주장은 원고의 내부 규정이나 관련 법령의 체계상으로도 갱신거절의 합리적인 사유가 될 수 없다.』
제1심 판결문 8면 13행의 “(3)”을 “(4)”로, 같은 면 20행의 “(4)”를 “(5)로 각각 고친다.
보충하여 판단하는 부분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① 기간제의 근로자에 대한 갱신거절의 합리성 여부는 근로자의 업무수행이 사용자 입장에서 필요한 것인지 여부, 다른 근로자로는 해당 업무를 대체하기 매우 어려운 정도인지 여부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함을 전제로, ② 업무와 관련하여 담당하던 연구과제가 종료되거나 대체 인력을 통해 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한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시킬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③ 박사급 연구인력으로서 높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받는 피고보조참가인들을 계약기간을 갱신해 가면서 계속 고용하는 것은 많은 적자를 보고 있는 공기업인 원고의 인사관리나 인력운용의 측면에서 부적절하며, ④ 원고 내부의 업무실적평가위원회의 공정하고 신중한 심의절차를 거쳐 갱신거절이 이루어진 것인바, 피고보조참가인들에 대하여 기존의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는 합리성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판단
노동력을 교환의 대상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아 그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생활을 영위해 나가게 되는바, 일정 부분 사용자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근로자로서는 예컨대, 자신이 원하는 정규직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지위라 할 수 있는 기간제로 채용되더라도 불만족스럽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계약의 체결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협상력을 발휘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정규직)으로 변경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는 어렵다. 또한, 설령 기간 만료 후의 갱신가능성을 전제로 하더라도, 근로자의 입장에서 기간제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경우 기간의 만료 시에 갱신에 관한 사용자의 의사 여하에 따라 근로의 계속을 통한 소득 확보의 기회를 상실하게 될 위험에 상시로 노출됨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는 물론,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도 사용자가 제시하는 불합리한 근로조건이나 차별적인 대우를 마지못해 수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와 같은 상황에서 근로자의 종속적 지위 및 취약한 협상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득을 얻으려는 사용자의 기회주의적 태도까지 보태어진다면, 종속성에 기인한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는 더욱 추락하고 생활은 불안정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불균형한 지위 내지 근로관계의 현실에 비추어, 안정된 근로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것에 관한 근로자의 기대를 법적으로 보장해 줄 필요가 크다. 이는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국가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는 근로조건의 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한 헌법적 요청(헌법 제32조 제3항, 제34조 제1항)에 부합하는 것일 뿐 아니라, 고용 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는 동시에 근로자 보호를 위해 근로기준법이 정한 다양한 근로조건을 기간제와 같은 비정규 내지 비정형의 근로관계에도 실효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해 일관되게 인정되어 온 이른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갱신기대권의 법리’는 바로 이와 같은 현실적, 규범적 인식 하에 채택된 것이다. 위 법리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에 의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리하여, 설령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에 기하여 기간제로 근로계약이 체결된 경우라 하더라도, 일단 근로관계를 둘러싼 제반 사정에 기하여 기간제로 채용된 근로자에게 갱신에 관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근로자가 해당 근로관계의 계속을 원하는 경우라면, 원칙적으로 근로계약상의 합의 내용이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별개로 근로계약의 갱신을 의제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종전과 같은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도록 부담을 지게 하되, 사용자의 입장에서 근로관계의 존속이 자신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거나 근로관계 존속을 주장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존재하는 등 사용자에 대해 그러한 법적인 부담을 계속 지게 함이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부당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한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그와 같은 사정을 거절의 사유로 주장․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즉 사용자가 근로관계의 존속을 면할지 여부는 사용자 입장에서 ‘갱신인정의 필요성’이 아닌 ‘갱신거절의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데, 이때 갱신거절의 합리성 여부는, 단순히 사용자 입장에서 근로관계를 존속시킬 만한 적극적, 긍정적인 사유의 존부에 기하여 정해질 수는 없는 것이고, 예컨대 사업의 급격한 침체나 부실로 인해 종전과 같은 내용의 근로관계 유지가 어렵거나 과도한 부담이 되는 경우라거나, 안정적 근로관계의 토대가 되는 사용자와의 신뢰를 훼손한 근로자의 중대한 비위행위가 있는 경우, 또는 적어도 근로자에게 기업조직에서 요구되는 업무능력이나 자질이 상당히 결여된 사실이 확인된 경우 등과 같이 객관적으로 볼 때 사용자에 대하여 근로관계 존속의 부담을 지우는 것이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평가되는 소극적, 부정적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이에 더하여 합리적이며 공정한 절차에 따라 갱신거절이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까지 종합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 위 판례의 취지이다.
이러한 해석을 전제로 이 사건에서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 중, 원고 자신의 사업과 관련된 근로계약 갱신인정의 긍정적․적극적 필요성 여부와 관련된 ①의 사유는 애당초 갱신거절의 합리성과의 관계에서 그 전제부터가 잘못된 주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고, 피고보조참가인들과의 근로관계 유지가 원고에게 있어 비용상, 조직운영상 부담이 되는 등 부정적 사유가 존재한다는 취지의 ②, ③의 사유는 앞서 제1심 판결문의 이유 본문에서 판단된 바와 같이 이를 인정할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며, 나아가 갱신 여부의 판단을 위해 내부적으로 규정된 절차를 거쳤다는 취지의 ④의 사유는 갱신거절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에 불과한 것이지, 갱신거절을 합리화할 만한 다른 실체적인 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상황에서 단지 그와 같은 사유의 존재만으로 갱신거절의 합리성을 인정할 수는 없는바, 원고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하는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수제(재판장) 양진수 하태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