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11. 15. 선고 2022누58935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2013. 5. 10.부터 'D'(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이라는 상호로 상시 20여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장례용품 도소매, 상례복대여 등 영업을 해 온 사람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4. 2. 4. H이 운영하던 'E'에 입사하여 상례복 배송담당으로 근무하다가 2016. 5. 1.경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한 사람이다.

나.

참가인은 2020. 7. 30. 원고에게, 사직일자를 2020. 7. 27.로 하여 "상기 본인은 불합리한 계약서에 불응하고 회사 압박에 의하여 부득이한 사유(밑줄 부분은 자필로

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종료 원인은 해고이고, 원고가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으므로, 위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F, 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라.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2021. 1. 22.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3. 29. 이 사건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하였으므로,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한 것이 아니고,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 제출에 의한 참가인의 사직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었으므로, 원고가 참가인을 부당하게 해고하였다고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해고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등 참조). 계약이 합의해지되기 위하여는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요건으로 하는바, 이와 같은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하므로 계약당사자의 일방이 계약해지에 관한 조건을 제시한 경우 그 조건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합의해지가 성립된다(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5다21647,21654 판결 등 참조).

2)

인정 사실

가)

원고는 2020. 7. 9. 참가인을 포함한 영업부 직원들에게 아래 글상자 안 기재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를 제시하였고, 아울러 위탁판매계약서도 제시하였다. 그날 원고의 상무 G는 영업부 직원을 한 명씩 불러이 사건 근로계약서나 위탁판매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였고, 서명을 거부하는 직원에게 "그만둔다는 소리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G는 아직 차례가 오지않은 참가인에게 전화하여 "계약서(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말한다)를 안 쓰면 우리 직원이 아니란 말이잖아요. 그렇죠? 일단은 계약서를 써야 되고, 안 쓰는 사람들은 개인 사업자를 가지고 오라고 얘기 좀 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며 참가인으로 하여금 이를 녹음하여 나머지 영업부 직원들에게 전달하도록 하였다. 여기서 "개인 사업자를 가지고 오라"는 것은, 원고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오라는 의미였다.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위탁판매계약서 모두에 대하여 서명을 거부하였다.

나)

G는 2020. 7. 11.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영업부 직원들을 한 명씩 불러 권고사직서 작성을 요구하였다. 참가인도 불려갔다가 권고사직서를 미완성 상태에서 찢고 나왔다. 당시 위 직원들은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권고사직서에 서명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직원 I은 '해고통지서를 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다)

참가인은 2020. 7. 21. G에게 전화하여 '참가인의 퇴직금에 관하여 원고와 어떻게 이야기가 되었는지' 물었고, G는 '원고에게 확인해 보겠다'고 답하였다. 잠시 후 원고가 참가인에게 전화하여, 이때까지의 노고를 고려하여 참가인에게 이 사건 사업장 입사 이후의 퇴직금을 정리해 주고 실업급여도 받게 해 주어 참가인과의 관계를 좋게끝내려 했는데, 참가인은 'E' 근무 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까지 요구하니, 차라리 고소를 하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후 G가 참가인에게 전화하여, 참가인이 고소하면 원고가 참가인으로 하여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원고에게 이야기해 줄 테니 좋게 마무리하자는 취지로 말하였고, 참가인은 "진정서내 가지고, 계약서 이렇게 해 가지고 이런 이런 상황 때문에 나는 못 하게 됐다 그렇게 해 가지고 나 진정서 낼 거거든? 그런 부분에서 내가 실업급여를 안 타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권고사직서에 사인을 안 하면 되니까. 그냥해고통지서 보내"라는 등의 말을 하였다.

라)

참가인은 2020. 7. 23. G를 비롯한 원고의 임원들에게, 같은 달 27일 마지막으로 출근하고 같은 달 말일부로 그만두게 되었다고 알렸고, 같은 달 24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에 원고로부터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마)

참가인은 2020. 7. 26. G에게 전화하였다가, 휴무 중인 G 대신 전화를 받은 부장 J에게 "내일 내가 그만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예?"라고 묻고, 사직서든 뭐든 적어야 할 텐데 '내일 어떻게 하는 걸로 할지'를 G에게 물어봐 달라고 부탁하였다. 또한 참가인은 같은 달 27일 원고에게 전화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하였다.

바)

원고는 참가인이 2020. 7. 27.까지 근무한 후 출근하지 않자, 같은 달 30일13:27경 참가인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사)

참가인은 2020. 7. 30. 오후 G에게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원고는 같은 달 31일 상실사유를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코드번호 11)'로 하여 참가인에 대한 고용보험 자격 상실신고를 하였다.

아)

참가인은 2020. 8. 13.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에서 원고를 상대로 한 진정사건에 관하여 진술하였고, 그중 퇴사 경위와 관련된 내용은 아래 글상자 안 기재와 같다. 참가인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원고를 퇴직금 및 연차수당("월차"로 기재) 미 지급으로 고소하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자)

원고의 과장 K은 2020. 9. 18. 영업부 직원 L에게 전화로, L이 퇴직금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면 원고가 권고사직 처리를 안 해 주어 L이 실업급여도 못 받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원고에게 이야기하여 500만 원을 받게 해 줄 테니, 그것만 받고 권고사직 처리를 통해 실업급여를 받으라고 권유하였다.

차)

노무법인 M은 2020. 10. 12.경 참가인을 대리하여 원고에게, 참가인이 자발적인 퇴사를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자진퇴사로 고용보험 자격 상실신고가 된 것으로 확인되니, 상실사유를 정정하여 이직확인서를 발급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참가인은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에, 퇴직금 삭감 등 불합리한 계약을 강요받아 퇴사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고용보험 자격 상실사유를 '근로조건 변동, 임금체불 등으로 자진퇴사(코드번호 12)'로 정정해 달라고 청구하였다.

카)

원고가 2023. 3. 26. 영업부 직원이었던 N에게 전화하여 "내 그만두라 한 적 없잖아."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였으나, N은 자신이 2020. 7. 10.경 G 또는 O 부장에게 "내가 이거 사인 몬 하겠는데 이걸 사인 안 하면 우째 됩니까?"라고 물어보았다가 "그러면 니는 여기를 못 다니지"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하였다.

타)

원고는 참가인에 대한 퇴직금 및 연차수당 미지급으로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2021. 9. 30.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2020고정375). 참가인은 원고를 상대로 창원지방법원에 퇴직금 및 연차수당 청구 소송(2020가단121598)을 제기하여 2022. 2.15. 그 청구를 전부 받아들이는 판결을 선고받았고, 원고의 항소(창원지방법원 2022나53782)와 상고(대법원 2023다214764)가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 민사소송에서 원고는 '이전에는 근로자들에게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하였다가 2019. 4. 30.부터는 급여명세서에는 퇴직금을 급여에 포함시키되 근로자들에게 실제로 지급하는 금액에서는 퇴직금을 공제하여 지급하였다. 원고는 이처럼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공제하여 적립하였고, 그와 같이 적립된 퇴직금은 근로자들의 요청에 따라 차용금 등으로 지급하여 왔다. 따라서 적어도 참가인이 2019. 4. 30. 이후 차용금 등 명목으로 지급받은 돈은 실질적으로는 퇴직금에 해당하므로, 참가인은 이를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하고, 원고는 이러한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참가인의 퇴직금청구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그 주장이 배척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7, 9~13, 3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2호증, 을나 제1, 2, 8, 10~18, 20~22호증의 각 기재 또는 녹음 내용, 변론 전체의 취지

3)

구체적 판단

위 인정 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가 상무 G를 통해 참가인을 비롯한 영업부 직원들에게, 2020. 8. 1. 이전의 퇴직금은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든지, 원고와의 근로계약관계는 종료됨을 전제로 원고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구하고, 이에 불응하는 참가인 등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서의 작성을 요구하기도 한 점, ② 참가인이 위 요구를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않자, 이후 원고와 G가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종료됨을 전제로 퇴직금 지급 여부 및 실업급여 수령에 대한 협조 여부에 관해서만 참가인과 의견을 교환하였고, 원고의 주장과 달리, 참가인의 퇴사를 만류하는 말은 전혀 하지 않은 점, ③ 원고가 참가인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간주하여 자진퇴사 처리함으로써 참가인으로 하여금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게 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참가인이 제출사유를 "불합리한 계약서에 불응하고 회사 압박에 의하여 부득이한 사유"로 명시하여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이는 '자진퇴사처리로 실업급여를 못 받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한 행위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와 참가인은 퇴직금 지급 여부에 관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였는데, 그러한 상황에서 참가인의 퇴사 자체에 관해서만 합의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⑤ 참가인이 퇴직금 및 연차수당 미지급으로만 원고에 대하여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거나 고소를 한 것은, 더 이상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 퇴직금과 연차수당이라도 받고자 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⑥ 참가인이 고용노동청에서 말한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그만두게 되었다'는 것이 자진퇴사를 말한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는 점, ⑦ 참가인이 근로복지공단에 고용보험 자격 상실사유를 '근로조건 변동, 임금체불 등으로 자진퇴사'로 정정해 달라고 청구한 것도, 그와 함께 '불합리한 계약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였음에 비추어, 진의에 의한 것이었는지 여부를 떠나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은 있기에 고용보험 자격 상실사유를 위와 같이 선택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사직의 의사 없는 참가인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인 원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다.

해고의 부당 여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고,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위와 같이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원고는 위와 같이 참가인을 해고하면서 참가인에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그 해고는 근로기준법의 위 규정들에 위배되어 부당하다.

라.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참가인을 부당하게 해고하였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하태한(재판장) 오현규 김유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